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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09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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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턴제 전략 매니아가 '워그루브'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정필권 기자 (Pekke@inven.co.kr)

'스타바운드'의 개발, '스타듀 밸리'와 같은 인디 인기작을 성공적으로 시장에 출시한 처클피쉬는 자사가 개발한 도트 전략 '워그루브(Wargroove)를 지난 2월 1일 스팀과 닌텐도 스위치, Xbox One으로 출시했다. 최초 공개 이후 약 2년 만에 이루어진 출시는 그간 게임을 기다린 팬들에게 있어 설렘으로 작용할 만했다.

무엇보다 워그루브가 주목을 받은 것은 그간 북미권에서 꾸준한 팬층이 있었던 '어드밴스 워즈'가 보여줬던 재미를 추구했다는 데 있다. 수명을 다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시리즈 팬층이란 확실한 수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시스템 일면으로 화려하지 않은 게임이 이토록 주목받았던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분명 패미컴 워즈의 그늘 속에서 출발했음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워그루브는 그 점을 덜어내고서라도 충분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시스템을 고스란히 가져오기만 한 것이 아니라, 자신에 맞게 변용하고 수정하여 정체성으로 자리 잡게 만들고자 했다. 이것이 턴제 전략 매니아들이 이 게임에 주목해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첫 번째 이유 - 패미컴 워즈를 추억하는 당신에게
- 패미컴 워즈의 정신적 계승작

닌텐도의 패미컴 워즈(북미명: 어드밴스 워즈)를 기억하는 팬들이라면, 워그루브의 시스템 전반이 낯설지는 않을 것이다. 워그루브는 몇 가지 측면에서 패미컴 워즈와 궤를 같이한다. 간략하고 깊이 있는 시스템이란 측면에서, 그리고 점령과 생산, 부대 운용 면에서 패미컴 워즈의 영향력을 엿볼 수 있다. 정신적 계승작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기에 충분한 모습이다.

인텔리전트에서 개발한 패미컴 워즈는 1998년 첫 작품이 출시되어 2008년 '어드밴스 워즈: 데이즈 오브 루인'까지 2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시리즈다. 데이즈 오브 루인이 마지막 작품이니, 시리즈가 종결된 지도 벌써 10년가량이 지난 셈이다.

물론, 해당 시리즈가 아시아권보다는 북미에서 더 큰 인기를 누리기는 했다. 아시아권에서는 존재감이 흐릿한 시리즈기는 하지만, 흥망과는 별개로 게임의 시스템은 장르적 특징으로 자리 잡을 만하다. GBA, 닌텐도 DS 등 자그마한 기기에서 전략이란 장르를 어떻게 살릴 것인지 고민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사라진 시리즈기도 하다. 팩 중고가는 200달러를 호가하는 중.

패미컴 워즈의 전략은 '단순하면서도 깊이 있는' 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유닛들이 서로 복잡한 상성을 갖도록 설계했으며, 맵 내에서의 생산시설 점거, 자원 생성에 따른 유닛 생산을 보여주며 깊이를 더했다. 장군 유닛의 존재와 특수능력, 육해공 모두 존재하는 다양한 유닛들은 서로의 상성과 엮이며 새로운 변수를 제공하기도 했다.

일견 간단해 보이는 게임이지만, 시스템 면에서는 매우 깊이 파고들 거리를 제공한다. 그 점에서 워그루브의 시스템은 패미컴 워즈의 것과 같다. 한편으로는 패미컴 워즈를 알지 못하는 게이머들에게는 아쉬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느긋하면서도 생각할 거리를 다수 제공하는 턴제의 장점을 그대로 살리는 데는 성공했다.

▲ 전반적인 느낌은 데이즈 오브 루인의 부활. 딱 이 정도다.


두 번째 이유 - 짜임새 있는 시스템
- 템포는 느리더라도 충분히 생각할 수 있도록

워그루브의 전략은 크게 '전투', '점령', '생산'으로 나뉜다. 전투는 게임의 바탕을 이루는 것이며, 동시에 플레이어를 고민하고 선택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턴제인 만큼 전투의 템포는 느리고 플레이어가 충분한 생각과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진행된다. 그리고 동시에 상성과 전투 순서에 따른 선택을 강조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게임의 유닛 사이에는 명확한 상성이 있다. 적에게 가하는 피해는 물론이고 받는 피해까지 상성이 영향을 미친다. 플레이어는 공격 시에 상성에 따른 피해와 공격 이후 입을 피해를 동시에 고려해야만 한다. 전투는 선공과 후공으로 나뉘어 한 대씩 주고받는 구조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 뭐든 먼저 치는 쪽이 유리하다.

따라서 먼저 공격한 유닛이 적에게 피해를 주게 되고, 적이 살아남았다면 적 유닛의 잔여 체력에 맞춰 내가 입는 피해가 줄어든다. 이 때문에 전투의 포인트는 '한 턴에 최대한 많은 유닛에게 피해를 주는 것'에 초점이 맞춰진다. 적 유닛의 잔여 체력이 많을수록 적이 나에게 가하는 피해는 증가하는 셈이다.

결국 플레이어는 유닛의 상성은 물론, 지형에 따른 피해 감소와 유닛의 이동, 사거리 등을 전부 고려해서 전투 전반을 진행해야 한다. 단순히 이동과 공격으로 일축하기에는 전투 하나만으로도 신경 쓸 것들이 매우 많아진다. 동시에 적의 반격까지 신경 써야 하는 전투는 플레이어에게 끊임없는 고민과 선택을 주는 것으로 이어지게 된다.

▲ 상성, 이동거리, 유닛 고유 효과 등 신경 쓸 것들이 많다.

전투 외적인 운영의 영역은 '점령'과 '생산'으로 작동한다. 점령과 생산은 전투를 장기간 지속하기 위한 필요조건이 된다. 매 턴마다 들어오는 자원(골드)를 수급하는 것과 더불어, 전투의 유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

마을을 점령하여 수급 자원을 늘리는 것과 동시에 유닛의 손실된 전투력을 보강하는 기능을 한다. 점령된 마을 근처에서만 자원을 소모하여 보강할 수 있으므로, 전투 전반에 걸쳐 점령지는 중요한 전장이자 보급 기지의 역할을 담당한다. 단순히 포인트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전투를 보다 효율적으로 이끌어 나가기 위한 개념이 되는 것이다.

▲ 점령과 생산이 매우 중요한 게임.

상성관계가 복잡한 만큼, 어떠한 유닛을 생산할 것인지도 워그루브의 전략이 보여주는 특이점이다. 턴 당 1개의 유닛만 생산할 수 있기에, 플레이어의 전략에 따라 전투의 흐름이 달라진다. 유닛의 생산은 대량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제한이 걸린다. 소수 유닛만이 전장에 투입되는 구조는 필연적으로 유닛 하나의 중요도로 이어지게 된다.

이렇듯 워그루브는 전략 장르의 핵심인 세 요소 모두에서 의도적인 제한을 느끼도록 설계했다. 일방적으로 이득만을 가져다주는 요소가 없기에, 전투 전반에서 플레이어의 선택이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워그루브의 전략은 세 요소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수반되는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는 과정을 의미한다. 공격력 / 방어력에 따라서 적을 제거하는 과정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전투와 생산, 점령에서 오는 피해를 억제하고 제어하는 과정이 핵심이라 정리할 수 있다.

▲ 맵이 좁은 편인데도 수송유닛이 있는 것 또한 선택지를 늘리기 위한 설계.


세 번째 이유 - 대전에 맞춰진 시스템
- 영웅 캐릭터 빼고는 전부 다 같다

게임 내에는 '체리스톤', '헤븐송', '펠하임', '플로란(스타바운드의 그 종족이다)'까지 총 네 개의 진영이 등장한다. 하지만 이들 사이에 밸런스적으로 차이는 없다. 병종에 따라 외형과 이름이 조금 다를 뿐이며, 능력치면으로는 모든 진영의 유닛들이 같은 수치를 가지고 있다. 마치 장기처럼 모든 말은 같은 규칙에 따라서 움직이며, 서로의 상성도 같게 구성되어 있다.

한편으로는 깊게 고심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을만한 부분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는 게임의 전투가 멀티플레이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워그루브는 유닛의 밸런스를 동일하게 조정하면서 진영별 밸런스 논란을 피해 가는 선택지를 택했다. 어떤 종족을 선택하느냐는 개인의 취향 영역일 뿐이며, 플레이어는 그저 자신이 원하는 종적을 선택해서 게임을 즐기기만 하면 된다.

물론, 그렇다고 진영마다 차이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부족한 진영별 차이점은 '워그루브'를 사용하는 영웅 캐릭터가 담당한다. 진영마다 총 3종씩 12개의 영웅 캐릭터가 등장하며, 영웅마다 고유한 스킬들을 보유하고 있다. 영웅들은 직접 전투할 때마다 스킬을 사용하기 위한 게이지가 차오른다. 그리고 게이지가 100%가 됐을 때, 이를 이용하여 전투에 도움을 주는 스킬들로 전투를 이끌어나갈 수 있다.

▲ 진영 정체성 대신 영웅들의 개성이 자리한다.

부족한 진영별 개성은 영웅들의 존재로 채워지는 구조다. 어차피 유닛들의 능력치가 전부 같으므로, 부가적인 스킬을 통해서 전투에 추가적인 변수를 만들어내도록 설계되어있다. 게임의 이름과 마찬가지로 특수 스킬의 이름도 '워그루브'로 되어있으니, 영웅들의 개성을 본격적으로 활용하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게임에서 진영을 선택하는 것은 진영의 특성이 아니라 영웅의 특성을 기반으로 하는 셈이다.

어떤 영웅을 선택할 것인지는 다른 시스템이 그러하듯, 플레이어의 선택에 달려있다. 아케이드 모드 또는 멀티플레이 모드에서 하고 싶은 영웅을 고른 뒤, 이를 통해 자신만의 전략을 풀어나가는 구조다. 영웅마다 공격/보조 등 스킬도 다르기에 최종적인 전략도 다르게 구성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워그루브는 멀티플레이로 게임을 즐길 수 있음을 강조한다. 의도적으로 진영별 차이를 두지 않고 영웅의 능력으로만 차이를 뒀으니, 이를 통해 플레이어들의 판단력을 겨룰 수 있다는 의미다. 그렇기에 게임 출시 이전부터 다양한 멀티플레이 모드를 강조하기도 했다. 현재 출시되지 않은 PS4 버전을 제외한 모든 플랫폼에서 크로스 플레이를 지원하며, 자신만의 맵을 만들어 공유하는 등 게임을 장기적으로 즐길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 PC, 콘솔간 크로스 플레이도 지원된다.


번외 - '워그루브'가 부족한 이유
- RPG적 요소의 부재, 부족한 개성

워그루브는 분명 '패미컴 워즈' 시리즈를 추억하는 사람들에게는 환영받을 만한 게임이다. 패미컴 워즈 시리즈의 핵심적인 시스템을 가져오면서도, 자신의 게임들에 맞게 변형시키는 고민도 잊지 않았다. 시스템 자체는 정신적 계승작이라 할 수 있으나 아무런 고민 없이 그저 수용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다만, 다른 방면에서 게임을 기대하던 팬들에게는 실망감만을 안긴다. 그간 출시되었던 처클피쉬의 게임들과 비교하던, 지금까지 출시된 유사한 게임들과 비교해서든 육성 면에서는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패미컴 워즈의 시스템을 계승했기에 유닛의 육성은 빠져있는 것이지만, SRPG와 같은 요소를 기대한 사람들에게는 너무도 담백한 게임이 될 것이 분명하다. 애초에 패미컴 워즈의 정신적 계승작이라 부르기 충분한 만큼, 구매전에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 시나리오가 있기는 하지만, 매 전투는 새로 시작된다. RPG 요소는 없다.

게임 자체의 개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의견이다. 도트 그래픽의 장점을 걷어낸 뒤, 시스템만 떼어놓고 판단하면 알 수 있다. 기본 틀을 기존 게임에서 가져왔기 때문에 워그루브의 시스템은 개성이 부족하다. 시리즈 마지막 작품인 '어드밴스 워즈: 데이 오브 루인'의 시스템 그 자체다. 일부 시스템은 판타지라는 설정 상 사라졌으나, 영웅 유닛이 전투에 직접 나서야 한다는 점. 점령과 생산의 구조 등의 과거의 것과 같다. 따라서 과거의 계승작이냐. 새로운 신작이냐 사이에서의 판단은 개인마다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워그루브'가 완성도가 떨어지는 게임은 아니라는 점이다. 게임이 뿌리를 두고 있는 '패미컴 워즈'를 고려한다면 충분한 대체재가 될 수 있다. 패미컴 워즈 시리즈는 이미 수명이 끝난 지 10년이 다 되어간다. 긴 시간 후속작도 나오지 않은 상태이기에, 약간은 다른 맛을 보여주는 게임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

전략 자체도 짧고 간단하게. 하지만 밀도 있게 즐길 수 있도록 구성해뒀다. 나름 긴 시간 즐길 수 있는 시나리오와 함께, 아케이드 모드, 퍼즐, 멀티 플레이 등 게임을 밀도 있게 만들기 위한 고민을 거쳤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턴제 전략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패미컴 워즈와 어드밴스 워즈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워그루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 생각과는 조금 다를지는 몰라도, 잘 만든 게임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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