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발달은 때로는 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새로운 기술이 시장에 안착할 때,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지며, 기업 사용자를 넘어서 일상과 일반 사람들의 인식, 생활 습관까지 다양한 방면에서 변화를 이끌어낸다. 이러한 면에서 보자면 '클라우드' 라는 개념은 통신망을 사용하는 거의 모든 것들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단순히 파일이나 사진을 클라우드 환경에 올리는 것부터, 게임의 서버, 개발 과정에서도 활용되는 추세다.

클라우드 환경과 통신망의 발전은 정보처리뿐만 아니라 게임 서비스라는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개념과 서비스야 몇 년 전부터 존재했으나, 유의미한 결과물들이 나오지는 못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 현재, '클라우드 게이밍'을 원활히 서비스할 수 있는 거시적인 결과물과 비전을 내놓고 있다.


클라우드 게이밍이 뭔데?
내 컴퓨터가 아니라 서버에서 게임을 실행

그렇다면 '클라우드 게이밍'은 어떤 것을 말할까. 클라우드 게이밍은 구글 드라이브 또는 네이버의 N 드라이브처럼 가상 공간을 이용해서 게임을 즐기는 것을 의미한다. 클라우드 서비스에 문서, 사진을 업로드하고 이용할 수 있듯이, 회사가 마련한 서버에서 게임을 구동하고 플레이하는 서비스 형태다.

클라우드 게이밍을 이용하는 플레이어는 서비스에 접속하고, 플레이하고자 하는 게임을 선택한다. 선택한 게임은 플레이어의 기기가 아닌, 서버에서 구동된다. 서버에서 실행되는 게임은 통신망을 거쳐 플레이어의 기기로 화면이 스트리밍 되며, 플레이어의 조작을 서버와 통신하며 게임을 즐기는 방식이다.


서버에서 게임이 구동되는 형태이므로 플레이어의 기기 사양보다는 통신망의 평균 속도, 영상 처리 속도 등이 게임 서비스의 중요 사양으로 다뤄진다. 클라우드 게이밍 환경에서는 기기의 성능이란 제한사항에서 자유로워지고 플랫폼, 장소에 따른 제한도 사라진다. 영상과 조작 데이터가 오갈 뿐이므로, 궁극적으로는 모바일 기기나 스펙이 낮은 휴대용 콘솔에서도 최신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시간, 장소, 기기를 가리지 않고 최신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셈이다.

기존 게이밍과는 다른 형태를 보여주는 클라우드 게이밍은 최근에 등장한 개념이 아니다. 국내에서는 통신사 3사들이 2012년경부터 클라우드 게임들을 서비스하기도 했다. KT의 '위즈게임', SKT의 '클라우드 게임', LG U+의 'C-Games' 등이 존재했다. 해당 서비스는 통신사의 IPTV 셋톱박스를 통해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형태였으며, 주로 콘솔 게임들을 제공하는 방식이었다.

2012년 소니는 클라우드 게임 업체인 '가이카이(GAIKAI)'를 인수하면서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인 '플레이스테이션 나우'를 시작했다. 최초에는 PS4에서 PS3의 게임들을 서비스하는 형태였으며, 2016년에는 PC에서도 플레이스테이션 나우를 지원하면서 '플스 없이 독점작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도 했다.


이후 클라우드 서비스가 안정화되고, 통신망이 발달하기 시작하면서 클라우드 게이밍은 많은 기업이 참여하는 시장을 형성하기 시작한다. 그래픽 카드를 제작하는 '엔비디아'는 자사의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인 '지포스 나우(Geforce Now)'를 CES 2017 현장에서 공개하며, 본격적인 시장 진출을 알렸다.

'지포스 나우'는 PC나 맥 이용자가 GTX 1060이나 GTX 1080이 탑재된 가상 PC에 연결해 스트리밍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서비스다. 안드로이드 기반의 '쉴드 TV'에서도 스트리밍은 가능했으나, 라이센스를 얻은 일부 게임만 가능했던 것에서 한층 발전했다.

따라서 엔비디아 쉴드 등 태블릿 PC에서 적용되던 기존 버전보다 더 많은 시스템을 지원한다. 유저는 스팀이나 오리진, 유플레이, 배틀넷, GOG 등 다양한 서비스를 직접 선택해 플레이할 수 있다. 게임의 업데이트나 세이브 파일 동기화 등도 별도의 조작 없이 가상 PC가 수행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올해 2월에는 해외매체 디인포메이션을 통해 구글이 클라우드 게임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디인포메이션은 구글이 2년 전부터 코드 명 '예티(Yeti)'라는 스트리밍 방식의 콘솔 기기를 개발 중이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2017년 출시된 '닌텐도 스위치'에서는 기기에서 구동하기 어려운 타이틀들이 클라우드 게임 형태로 출시되기도 했다. 캡콤의 '바이오하자드7', 세가 게임즈의 '판타시스타 온라인2, 유비소프트의 최신작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가 클라우드 형태로 서비스됐다. 특히,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는 크롬 브라우저를 통한 서비스도 공개하면서, 클라우드 게이밍에 가능성을 봤음을 증명하기도 했다.



저사양에서도 최신 그래픽을
클라우드 게이밍의 강점

현재 통신사와 게임사 모두가 주목하고 있는 클라우드 게이밍은 게임사와 게이머에게 있어서 몇 가지 강점을 가진다. 그 중 첫 번째는 '스펙의 제약'이 없어진다는 점이다. 이는 플레이어의 기기 사양과 관계없이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클라우드 게이밍의 가장 큰 메리트이기도 하다.

PC를 기준으로 몇 년 전을 되돌아봤을 때, 게임을 하기 위해서 반드시 갖춰야 하는 부품들의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특히, 게임 그래픽 연산을 담당하는 그래픽카드(VGA)는 외적인 이슈도 생기면서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랐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VGA인 RTX 2080 Ti 는 국내 가격대만 170만 원이 넘으며, 현세대인 GTX 1080 Ti는 100만 원이 넘는 가격이 형성되어 있다. 미래에 등장할 AAA급 게임들을 위해서 PC를 갖춘다면, 어림잡아 200만 원 중반에서 300만 원은 있어야만 고사양 게임을 즐길 수 있다고 전망할 수 있다.

▲ 이제 업그레이드에 굉장히 많은 돈이 들어가는 시대가 됐다.

클라우드 게이밍은 스펙에서 나오는 제약과 그에 따른 비용을 줄인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 플레이어에게는 합리적인 가격에 AAA 게임을 즐길 기회가 되며, 서비스사 및 개발사에는 새로운 시장 형성의 기회가 될 수 있다. 2017년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는 지포스 나우를 발표하면서 '게임에 부적합한 PC를 보유한 유저'가 10억 명에 이른다고 발표하며 가능성을 설명하기도 했다.

10억 명이라는 수치는 PC를 보유한 유저의 절반에 이르는 것이며, 이들이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의 타겟이 된다. 이렇듯 클라우드 게이밍은 PC 업그레이드를 포기한 사람들을 다시 판매의 영역으로 끌어올 수 있게 된다. 지포스 나우의 트레일러에서는 20달러짜리 랩탑으로 게임을 원활히 즐기는 모습을 공개하며 이 모든 것이 실제로 이루어질 수 있음을 증명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 클라우드 게이밍에서 기기 스펙은 그저 장식이다.

두 번째로는 스펙의 제약과 더불어 '플랫폼의 제약'이 사라지면서 시장이 한층 넓어진다는 데에 있다. 단적으로 닌텐도 스위치로 출시한 '바이오하자드 7'과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의 클라우드 판매를 생각해보자. 기기 스펙에 구여 받지 않는다는 특징은 결과적으로는 더 많은 플랫폼에 자사의 게임을 내놓을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이는 곧 '통신망'과 '영상 및 조작 입출력'이 가능한 기기가 있다면 서비스할 수 있다는 의미다. PC와 콘솔 외에도 모바일 기기, 심지어 TV 셋톱박스까지 클라우드 게임을 위한 장치가 될 수 있다. 이러한 플랫폼의 확장은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과거, 현재의 이야기다.

클라우드 게이밍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 MS는 특히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PC와 Xbox 하드웨어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들기도 했으니, 다른 플랫폼에 자사의 게임을 선보이기 위한 노력도 기울인다. 루머에 불과하지만, 닌텐도 스위치에 게임패스를 선보인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간 MS가 콘솔 하드웨어의 경계를 무너뜨린다는 방향성에서 꾸준히 업무를 진행해 왔기 때문이다.

비록 서비스를 종료하기는 했으나, 국내 통신사들의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는 가상 패드를 이용한 조작을 지원하여 모바일 기기에서의 플레이도 이루어질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미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나우는 삼성 스마트 TV를 지원하며, 엔비디아의 지포스 나우도 자사의 셋톱박스인 쉴드 tv에서 구동된다. 이후 통신망과 기기의 발전을 생각한다면 시장은 계속해서 커지리란 전망은 당연하다.

▲ MS도 Project xCloud를 공개하며 클라우드 게이밍에 뛰어들었다


문제는 통신망이야
클라우드 게이밍의 약점

"10년 전 저사양에서도 최신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은 게이머들에게 있어 충분히 매력적인 요소다. 하지만 현재 환경에서는 몇 가지 요소들이 발목을 잡는다. 이 중 가장 큰 문제는 서비스 자체가 '통신망'의 품질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클라우드 게이밍은 통신망 위에서 영상과 음성, 조작 정보를 주고받는다. 단순히 영상과 음성만이라면 큰 문제가 없을 테지만, 게임이라는 매체 특성상 반드시 조작이 들어가게 되고, 이 과정에서 입력 지연이 발생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PS-PC 간 이용할 수 있는 '리모트 플레이'만 하더라도 약간의 지연율은 발생한다. 통신망을 이용하면서 오는 태생적인 한계다.

턴제 게임이라면 애로사항이 없지만, 많은 입력이 이루어지는 액션 게임의 경우에는 300ms에서 400ms, 0.3초 정도의 입력 지연 상황에서 게임을 원활히 플레이하기 어렵다. 통신 속도에 따른 화질 열화 등도 문제가 될 수 있다.

▲ 키 입력이 많은 액션 장르에서 입력 지연은 중요한 문제다.

광대역 서비스가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서버와 기기간의 통신이 이루어지는 만큼, 서버의 위치에 따라서 서비스 품질이 달라진다. 거리가 멀어질수록 통신 시간은 길어지므로 글로벌을 기준으로 서비스 계획을 세우기는 무리가 있다. 클라우드 게이밍의 서비스나 테스트에 지역제한을 두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따라서 현재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들은 입력 지연을 줄이는 데에 관심을 쏟고 있다. 네트워크 속도에 따라서 해상도를 달리하여 데이터를 줄이는 방법도 사용된다. 다만, 지연속도 문제는 기술의 발전으로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이다. 지금보다 더 빠른 속도를 가진 5G가 상용화된다면, 지연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이용자의 인식'도 약점이 될 수 있다. 현재 게임 유통은 엄밀히 따지자면 '이용권'을 가진 게임을 영구에 가깝게 소유하는 형태다. 기한이 없다는 점에서 소유에 가까운 이용 권리이므로, 구독권을 지급하고 게임을 플레이하는 형태를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다.

기존 플랫폼처럼 게임을 구매하고 라이브러리에 게임을 등록하는 형태가 아니라,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비용을 내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소유한 것이 아니므로 서비스 구독을 멈추는 순간부터 게임은 접근할 수 없는 존재가 된다. 서비스가 더욱 대중화되었을 때, 게이머의 인식과는 정 반대의 서비스 형태가 어떤 반응으로 이어질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시간이 지나면야 안착 되겠으나, 넷플릭스와 같은 구독형 모델과는 소비자가 받아들이는 데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더불어 구체적인 이용료를 책정하기 위한 시행착오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지포스 나우만 하더라도, 시간별로 돈을 지불하는 방식을 시도했다가 구독형 서비스로 전환하기도 했다. 최초 발표에서는 25 달러 기준으로 GTX 1060을 장착한 가상 PC는 20시간, GTX 1080을 장착한 PC는 10시간을 이용할 수 있었다. 현재는 월 7 달러의 정액제로 바뀐 상태다.

▲ 패기롭게 시간제를 선택했다가 선회한 지포스 나우.

마지막으로는 '제도적인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이다. 통신망을 이용하는 만큼 관련 제도에 밀접한 연관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미국에서 논란이 됐었단 망중립성 문제의 경우, 클라우드 게이밍에 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서비스 이용자가 많아질수록 트래픽에 따른 속도 제한, 통신사의 비용 청구 문제 등이 야기될 수 있다. 영상보다 더 많은 트래픽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만큼, 관련 제도에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클라우드 게이밍이 시장에 자리를 잡아갈수록, 네트워크 인프라를 가지고 있는 통신사의 입지가 커지리란 것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다.


그럼에도, 이미 변화는 시작됐다
클라우드 게이밍, 게임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을까?

클라우드 게이밍에 거는 기대와 우려에도,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이미 변화는 시작되었다'는 사실이다. 5~6년 전부터 이미 서비스를 시작한 업체들이 존재하고 그간 꾸준히 서비스를 발전시키며 변화해 왔다. 통신망의 속도도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고, 게임 외적으로는 구독형 서비스도 자리를 잡았다.

그렇기에 다수의 개발사, 플랫폼, 통신사들이 클라우드 게이밍에 관심을 두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기술의 발전을 생각하면 현재 서비스가 가진 약점들은 언젠가 수정이 될 수 있는 부분들이기 때문이다. 규모가 있는 회사들의 진출으로 시장 형성에 가속도가 붙으리란 예상도 내려볼 수 있다.

하지만 많은 개선을 이루었음에도 클라우드 게이밍은 대세라기보단, 준비하는 단계에 가깝다. 아직은 넘어야 하는 산들이 존재한다. 희망적인 것은 거대한 기업들이 시장에 뛰어들고, 사업 모델을 구상 중이라는 점이다. 오는 3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되는 GDC 2019에서 더 구체적인 사업 방향을 공개하리란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GDC 강연 리스트를 살펴보면, Xbox 클라우드 게이밍과 관련한 발표를 할 예정이며, 구글은 의문의 초대장을 보내며 중요한 발표가 있을 것임을 공지하기도 했다. 닌텐도 또한 2016년 이후 삼 년 만에 GDC 부스를 꾸리며 무언가 새로운 것을 선보일 준비를 하고 있다. 주요 게임사들의 이러한 모습은 클라우드 게이밍이 이번 GDC의 중요 화제로 다루어질 것임을 예고했다는 평가로도 이어졌다.


하드웨어 종속에서의 탈피. 그리고 구독형이라는 새로운 수익모델로 이어질 클라우드 게이밍. 판매 과정은 물론 게임 플레이 전반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많은 게임사가 여기에 주목하고 있으며, 동시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준비를 하나씩 하고 있는 상태다.

어쩌면 곧 클라우드 게이밍이 우리 곁에 찾아올지도 모른다. 준비과정을 마치고 시장에 자리를 잡았을 때, 현재의 게이밍 환경을 대체할 수 있는 존재가 되지 않을까? 최신 게임 하나를 즐기기 위해서 PC 업그레이드를 고민했던 경험. 어쩌면 과거의 유물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 GDC2019 최신 소식은 박태학, 정필권, 원동현, 윤서호 기자가 샌프란시스코 현지에서 직접 전달해드립니다. 전체 기사는 뉴스센터에서 확인하세요. ▶ GDC 뉴스센터: http://bit.ly/2O2Bi0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