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변화가 일어난 오버워치 리그 시즌2의 첫 주차가 마무리됐다. 작년 그랜드 파이널 우승팀인 런던 스핏파이어가 0승 2패로 시작해 많은 예측에서 빗나갔고, 신생팀인 애틀랜타 레인과 항저우 스파크가 멋진 승리로 리그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기도 했다. 아직 초반부지만, 시즌2는 확실히 다른 양상으로 시작됨을 알리고 있었다.

그렇다면 시즌2의 변화는 어디서부터 시작됐을까. 현재는 3탱-3힐 조합과 이에 대처하는 전략이 등장하고 있는 추세에 따라 많은 선수들의 역할이 바뀌거나 다양해졌다. 자연스럽게 새로운 역할을 소화해낼 줄 아는 선수들이 많은 팀이 좋은 성적을 거둔 것. 작년까지 윈스턴으로 이름을 날렸던 메인 탱커들이 라인하르트 중심의 경기에서 이전만큼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겼다.

반대로, 기대 이상의 역할을 해내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프로들도 있었다. 시즌1에서 '쪼낙' 방성현이 힐러 젠야타로 딜러 역할까지 해내며 MVP를 수상한 바 있다. 시즌2에도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내는 '멀티' 선수가 돋보이기 시작했다. 오버워치 리그 한 주간의 경기를 통해 그들이 보여준 가능성을 살펴봤다.


경계가 사라진 딜러-서브 탱커?
'넨네-카르페-AKM-메코'

▲ 뉴욕 엑셀시어 신입생 딜러 '넨네' 정연관의 자리야는?


지난 시즌과 이번 시즌의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딜러들이 서브 탱커인 자리야를 잡는다는 점이다. 고에너지 상태에서 딜, 서브 탱커 역할에 힐러처럼 '방벽 씌우기'를 활용하는 것까지 영웅 하나로 게임 전반을 아우르는 역할을 소화해내야 한다. 그만큼 어중간한 숙련도로 다루기 힘든 영웅이기도 하다. 그리고 많은 딜러들이 3탱-3힐 메타에 맞게 자리야로 경기했지만, 준수한 활약을 보여준 딜러는 의외로 많지 않았다.

반대로, 서브 탱커로 활약하는 딜러들의 존재감은 확실히 빛났다. 뉴욕 엑셀시어에서는 리그에 첫발을 들인 '넨네' 정연관이 탄탄한 자리야 플레이를 선보였다. 많은 딜러 중 리그 신인인 '넨네'가 주전으로 출전했다는 것만 보더라도 새로운 역할을 소화해내는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나아가, 상황에 맞게 자리야에서 딜러로 자유자재로 변경할 수 있는 능력 역시 필요로 했고, '카르페'와 'AKM'이 감각적인 영웅 교체 플레이를 선보였다.

'카르페' 이재혁은 국가대표 딜러이자 필라델피아 퓨전의 핵심인지를 플레이로 증명해냈다. 3탱-3힐 조합에 손색없는 자리야로 팀의 중심을 잡았다. 고에너지 상태가 되면, 딜러를 다루는 것처럼 킬을 휩쓸고 다녔다. "새 시즌 MVP가 되고 싶다"는 본인의 말을 플레이로 보여주는 듯했다.

▲ 오버워치 월드컵 예선 '메코-리베로-카르페'

▲ '카르페'와 스나이퍼 대결? 기꺼이 받아주지! (출처 : Official Overwatch Highlights)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상대의 기습 전략에 절대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 기본적으로 3탱-3힐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많은 경기에서 먼저 딜러 카드를 뽑진 않았다. 다만, 상대가 갑작스럽게 다수의 딜러를 기용해 기습한다면, 기다렸다는 듯이 '카르페' 역시 딜러로 상대를 압도했다. 애틀란타가 로스터부터 영웅까지 다수의 딜러를 활용했지만, '카르페'의 활약에 전략이 무산되고 말았다. '카르페' 역시 상대 기습에 먼저 끊기면서 시작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거 킬을 만들어내며 0:99%까지 가는 위기를 극복해나갔다. 팀적으로도 메르시가 '카르페'를 부활에 힘써주면서 딜러 싸움에서 절대 안 밀리겠다는 자신감을 표출하기도 했다.

'AKM' 역시 지리야를 비롯한 솜브라-위도우메이커 등 다양한 영웅으로 활약해 팀 승리를 견인했다. 'AKM'은 APEX부터 최근까지 솔져 76-맥크리 장인 정도로 기억나는 선수였다. 지난 시즌에는 솔져 76로 변수를 만드는 정도 역할을 해냈을 뿐, 다른 딜러의 플레이는 불안해 보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펙트'를 대신해 든든한 자리야 플레이를 소화해냈다. 솜브라의 EMP로 서울 다이너스티의 탱커진을 무력화하면서 3탱-3힐 조합을 깨는 임무를 완벽히 수행했다. 'AKM'이 시즌1 중반에 댈러스에 급하게 합류했을 때만 하더라도 안정감이 떨어졌다면, 이번 시즌은 안정감과 캐리력 모두 갖춘 플레이로 시작했기에 앞으로가 더 궁금한 선수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딜러들이 서브 탱커의 영역을 차지하면서 기존 서브 탱커 자리에 있던 선수들 역시 역할을 바꾸기도 했다. 국가대표 서브 탱커였던 '메코' 김태홍이 첫 경기부터 뛰어난 솜브라 플레이로 많은 이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3탱-3힐이 정면에 힘을 준 조합이라면, 솜브라는 후방에서 이를 흔들어 상대의 진형을 무너뜨려야 한다. 자신의 주력 카드였던 디바와 시점부터 플레이까지 완벽히 달랐음에도 역할을 잘 소화해냈기에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할 수 있었다.

'메코' 외에도 서울의 '미셸'-런던의 '퓨리' 같은 디바 플레이어들이 솜블라를 비롯해 다양한 영웅을 시도하고 있다. 확실히 서브 탱커와 딜러 간 경계선을 넘나드는 능력이 필요한 시대가 오고 있다. 그리고 이들이 3탱-3힐로 굳어질 것 같았던 현 메타의 변화를 일으키는 중이다.


제대로 놀아보자! 대 루시우 시대
'아나모-빅구스-마사-IDK-크루즈'

▲ 남다른 처지 자랑하는 뉴욕 힐러 듀오 '쪼낙'-'아나모'(우)(출처 : NYXL SNS)


시즌1 상위권 팀의 공통점이라면 딜 잘 넣는 젠야타가 있다는 것이다. '쪼낙'이 압도적인 딜로 시즌 초반을 지배하더니 이후 LA 글래디에이터즈 '샤즈'-필라델피아 퓨전의 '붐박스'까지 활약하는 시기가 찾아왔다.

그리고 시즌2에 들어오면서 루시우에게도 무게가 실리는 중이다. 루시우 역시 기량에 따라 슈퍼플레이를 선보이게 되면서 게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제는 단순히 비트만 틀면 되는 힐러가 아니다. 힐러들의 작년과 올해의 10분 평균 통계를 보면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작년까지 처치 0.57을 달성했던 뉴욕의 '아나모' 정태성이 시즌2에서 한 주간 18.89 처치를 달성했다. 당시 다른 영웅을 활용하기도 했지만, 이번 시즌에는 루시우를 주력으로 이전에 보여주지 못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뒤를 이어 '마사'(15.56)-'크루즈'(14.29)-'Idk'(13.46)-'빅구스'(13.15) 등이 있다. 이는 작년 정규 시즌 처치 13.55를 기록하며 남다른 존재감을 발휘했던 '쪼낙' 방성현(시즌2 19.01)의 스코어와 비슷하며, 상위권 딜러를 제외한 다른 선수들과 견줘도 손색없는 수치다.

이를 시즌 초반부터 많은 루시우들이 증명하고 있다. 핀란드와 영국의 오버워치 월드컵 국가대표인 '빅구스'-'크루즈'부터 새롭게 리그에 합류해 파란을 일으키는 항저우 스파크 'IDK' 박호진과 애틀란타 '마사'까지. 경기마다 남다른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궁극기인 비트를 채우는 속도부터 일리오스에서 매번 나오는 낙사플레이로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화려한 루시우의 움직임 속에 의외의 킬이 나오면서 어느새 게임에서 우위를 점하게 된다. 루시우를 조종하는 파일럿의 '센스'에 따라 벽을 타고 밀치며 많은 변수를 창출하고 있으며 아래 영상이 이들의 슈퍼 플레이를 잘 보여준다. 비슷한 장면이 두 경기 연속으로 나오면서 '빅구스'는 승리의 1등 공신, '루시우가 다 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만큼 루시우들이 다양한 능력으로 기대치를 끌어 올리고 있다는 거다.


▲ 등 떠밀기 장인? '빅구스' 낙사 플레이 (출처 : Official Overwatch Highlights)


시즌2는 확실히 시즌1과 또 다른 흐름이다. 역할의 변화로 시즌1 특급 에이스들이 힘을 못 쓰는 경우가 생겼고, 새로운 얼굴들이 떠오르고 있다. 신생팀마저 매서운 기세로 잠재력을 조금씩 드러내고 있기에 앞으로 양상이 더 흥미롭게 진행될 예정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프로들이 하루빨리 자신의 자리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부진하는 프로들은 많은 변화 속에서 자신이 잘하는 과거 메타가 오기만 기다릴 수 없다. 반대로, 그동안 팀을 보조하는 역할만 했던, 신인 선수들에게는 이번이 자신을 알릴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발 빠른 변화에 맞추고 그 이상을 보여줄 수 있다면, 새로운 오버워치 스타도 기대해볼 만한 시기가 바로 지금이라고 봐도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