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사: 스마트조이 ⊙장르: SRPG ⊙플랫폼: 모바일 ⊙발매일: 2019년 2월 27일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이 구글플레이 매출 6위까지 갔다고?"

스마트조이에서 개발한 수집형 SRPG, '라스트 오리진'이 거둔 성과입니다. 처음 공개될 당시에도 서브컬쳐 유저들 사이에서 꽤나 반응이 있긴 했고, 저 역시도 사전예약을 바로 하기는 했지만 이런 성과을 거두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죠. 심지어 개발사에서도 1월에 처음 오픈을 했을 때, 예상보다 많은 인파가 몰려서 서버가 수용할 수 없다고 발표하기도 했죠. 그래서 결국 오픈을 2월로 미루기도 했습니다.

사실 미소녀들이 등장하는 서브컬쳐풍 게임들은 유저층이 한정되어있긴 하지만, 꾸준히 수요가 있어왔던 장르입니다. 그리고 그 수요를 충족시키고자 다양한 게임들이 시장에서 명멸하고는 했죠. 그들 중 다수는 초반에 잠시 반짝했다가, '결국 남은 건 일러와 캐릭터밖에 없다'라는 자조 섞인 평가를 듣고는 사그라들고는 했습니다. 특히나 출시 초부터 여러 가지 게임 내 이슈가 발생하면 그런 주홍글씨가 훨씬 더 빨리 붙게 되고, 유저들은 다른 대체제를 찾아서 떠나게 되죠.

'라스트 오리진'은 그런 상황이 벌어질 만한 이슈들이 극초반부터 닥쳐왔었습니다. 앞서 언급한 서버 문제는 처음 오픈 때뿐만 아니라, 이후에 했던 오픈베타, 그리고 재오픈 직후에도 계속 발목을 잡았죠. 그 외에도 다양한 버그들이 지속적으로 발견이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여기에 청소년 이용불가라는 허들까지 있죠. 이 때문에 오픈 베타 때만 아니라, 지금도 구글플레이에서 게임이 내려가는 등 문제를 겪고 있기도 합니다.

여기까지만 봤다면 언제 시들해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처럼 보였습니다. 심지어 서브컬쳐풍 게임이라는 것이 이때는 페널티로 작용합니다. 한정된 유저풀과, 제한된 스타일을 두고서 더 치열하게 경쟁하는 시장이기 때문이죠. 즉 언제라도 유저들이 대체제를 찾아서 떠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라스트 오리진'은 이런 난관 속에서도 유저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끌 만한 저력을 갖춘 게임이었습니다. '덕심'이라는 요소뿐만 아니라, 게임으로서 기본기를 고려해봤을 때 말이죠.


덕심을 자극하는 요소를 잘 짚어내다
미소녀, 메카, 포스트아포칼립스, 잘 갖춰진 SD, 스킨 등 요소를 정확히 추려내다



서브컬쳐 유저들을 사로잡는 요소들을 흔히 '덕심'이라고 뭉뚱그려서 말하고는 합니다. 덕심을 겨냥했다, 이런 식으로 말이죠. 그렇게 총체적으로 말하는 이 개념은 사실 생각만큼이나 단순하지는 않습니다. 일부에서는 "일러스트만 좋으면 되는 거 아니야?"라고 할지 모르지만, 이제는 그것만으로 많은 사람들의 덕심을 자극하기에는 불충분합니다. 요즘은 그럴 만한 일러스트를 갖춘 게임들이 수도 없이 많이 출시가 되는 터라 그것만으로는 한 순간의 관심 그 이상을 끌기는 어려워졌기 때문이죠.

특히나 이런 장르를 좋아하는 유저들은 일러스트레이터의 국적이나, 게임의 국적은 잘 따지질 않습니다. 일러스트가 좋다, 혹은 무언가 꽂히는 요소가 있다 싶으면 해외 서버에 가서 플레이하기를 주저하지 않죠. 2017년 이후로 수입되고 있는 중국발 2차원 게임들의 사례를 들면 조금 더 이해하기가 쉬울 겁니다. 즉 예상치 못한 경쟁자들도 그만큼 많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라스트 오리진'은 어느 정도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린 일러스트나 캐릭터 디자인 외에도, 덕심을 붙잡을 수 있는 포인트를 잘 짚어냈습니다. 우선 소재에서부터 미소녀, 메카, 포스트아포칼립스라는 서브컬쳐 유저들이 많이 관심을 가지는 분야를 채택했죠. 그리고 왜 그들이 그런 식으로 존재하는가에 대한 설정도 나름대로 풀어냈습니다.


'라스트 오리진'이 시작되기 약 100년도 전, '오리진 더스트'라는 인공세포 소체가 개발된 이후, 인류는 이를 활용해서 생체형 컴퓨터인 '바이오로이드'를 만들어내게 됩니다. 바이오로이드는 인간과 유사하지만, 더 뛰어난 신체능력을 지닌 데다가 전투 프로그램만 이식하면 순식간에 전투병기로 활약할 수 있는 존재들이었죠. 그런 바이오로이드를 제작하는 기업들이 점차 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하고, 급기야 각국의 정부를 대체하기에 이릅니다.

그런 와중에 갑작스레 등장한 '철충'이라는 존재가 세계의 판도를 뒤엎어버립니다. 인간과 유사한 형태의 완벽한 전자 신경계를 갖춘 이들은 평소에는 왕성한 활동을 보이지 않았지만, 인간이 만들어낸 기계에 접촉한 순간 기계에 기생하면서 놀라운 전투력을 보여준 것이죠. 기계와 바이오로이드에 의존했던 인류는 결국 기계 기생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 철충을 막지 못하고 멸망했다는 것이 '라스트 오리진' 시작 전의 개요입니다. 멸망 직전, 인류는 남아있는 모든 바이오로이드에게 혹시라도 남아있을 생존자들을 찾아서 지키라는 명령을 내리게 되죠. 그렇게 해서 바이오로이드들이 찾아낸 인류가 플레이어라는 것이 '라스트 오리진'의 시작점이죠.

사실 이런 포스트아포칼립스 세계관은 그 자체로는 특별하지는 않습니다. 이미 이런 틀을 갖춘 작품들이 하나의 장르를 구축할 만큼 다양하게 나왔기 때문이죠. 그렇지만 '라스트 오리진'은 이를 게임 속에서도 풀어내고, 게임 외적으로도 이를 정리하는 글과 다양한 세력들에 대한 해설을 계속 업로드하면서 하나의 세계관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러면서 서브컬쳐 게임들이 해결해야 하는 또 다른 문제, '왜 전투 병기들이 다 이런 모양을 하고 있는가'라는 점을 유저들이 어느 정도 납득이 가능하게 했죠.




▲ 게임 내, 외적으로 세계관과 설정 구축을 위해 다각도로 접근했습니다

'라스트 오리진'은 전투 병기를 대놓고 모에화한 게임은 아니지만, 그런 스타일을 어느 정도 따온 게임입니다. 그런 만큼 단순히 예쁘고 아름다운 캐릭터가 무기를 들었다, 이런 것만으로는 상당히 어필하기가 부족하죠. 물론 이런 설정 신경 쓰지 않고 일러스트와 캐릭터만 좋으면 플레이하는 유저도 많긴 합니다. 그렇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일러스트와 캐릭터가 좋은 게임은 이제 너무도 많기 때문에, 돋보이기 위해서는 플러스 알파가 필요합니다.

그 플러스 알파가 될 수 있는 세계관과 설정, 각 캐릭터의 개성을 설계하는 부분에도 '라스트 오리진'은 상당히 공을 들였습니다. 콘스탄챠, 그리폰, LRL 등 캐릭터들은 각자 개성이 뚜렷한 데다가, 일부 모델은 왜 굳이 그런 모습을 해야 하는지 사전에 세계관 속에서 설명을 녹여내서 어색함을 줄였습니다. 더 나아가 나이트엔젤 같은 일부 캐릭터들에는 이런 게임을 즐기는 유저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 드립이나 코드를 담아내는 센스까지 보였죠.

▲ 아...

그뿐만 아니라 최근의 서브컬쳐풍 게임에 대한 '니즈'도 잘 읽은 편이죠. 예전에는 카드 일러스트 정도에만 만족했다면, 지금은 그 일러스트뿐만 아니라 게임 속에서 그려낸 캐릭터들의 모습까지도 관심을 가지게 됐거든요. 그래서 일러스트를 보고 혹했다가, 성이 차지 않은 인게임 모습을 보고는 다른 대체제를 찾아 떠나는 유저들도 많죠.

'라스트 오리진'은 퀄리티 있는 SD 캐릭터를 통해서 단순히 일러스트뿐만 아니라, 인게임을 보면서도 덕심을 자극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단순히 SD 캐릭터의 디자인만 퀄리티가 높은 게 아니라, 플레이 화면에서 공격 및 피격, 스킬 사용 등 다양한 상황에서 선보이는 연출에도 상당히 공을 들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캐릭터의 미세한 표정 변화 같은 디테일한 부분도 살려냈거든요. 또 그냥 지나갈 수 있는 수복실에서도 SD 캐릭터들이 중상을 입어서 누워있는 모습을 깨알 같이 연출하는 등, 소소한 연출까지도 신경을 쓰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유저의 덕심과 본능을 자극하는 스킨도 한 몫을 했습니다. '라스트 오리진'은 일단 청소년 이용불가라는 것 때문에 좀 더 과감할 수 있었는데, 이는 주로 플레이하는 유저층에게 크게 어필할 수 있는 포인트이기도 했습니다. 아무래도 국내에 서비스하는 게임들은 시장 상황상 그간 12세 이용가라는 기준에 맞춰야 했는데, 이를 과감히 포기하는 대신 좀 더 어필을 할 수 있게 된 것이죠. 뿐만 아니라 지하철에서 부끄러워할 유저를 위해서 시작 전에도 실루엣 모드를 껐다가 켤 수 있도록 한 배려까지 돋보였습니다.

▲ 지하철에서 켜도 부끄럽지 않게 해주는 센스

이렇듯 '라스트 오리진'은 유저의 덕심과 니즈를 잘 읽어낸 설계가 확실히 눈에 띄었습니다. 다만 중파 같은 연출은 급히 넣었고, 라이브 2D는 아직 모든 캐릭터에 일괄적으로 적용되지 않은 데다가 조금 어색하다는 평가도 있긴 합니다. 이런 부분은 앞으로 개선을 할 필요가 있어보입니다.


생각보다 잘 갖춘, SRPG로서의 기본기
액티브, 패시브, 사거리, 전략, 상성, 운빨 등을 한 자리에 잘 녹여내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국 서브컬쳐 게임도 게임인 만큼, 게임성을 평가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 '게임성'은 일러스트, 연출 외에도 다양한 요소들을 토대로 복합적인 평가가 이루어진 결정체라고 할 수 있죠. SRPG에서의 게임성이라고 친다면 역할군의 분류와 이를 토대로 한 전략, 다양한 액티브 및 패시브 스킬을 활용한 전술, 캐릭터 육성, 조합, 자원 관리 등을 그 기준으로 볼 수 있을 겁니다.

그 기준에서 볼 때 '라스트 오리진'은 기본기가 상당히 잘 갖춰진 게임입니다. 역할군의 분류야 기본 소양이니 넘어가고, 그 캐릭터들의 편성과 배치에 관련된 전략적 요소들부터 살펴보죠. '라스트 오리진'의 캐릭터 배치 방식은 무기 모에화 SRPG들이 많이 채택한 3X3 방식을 베이스로 하고, 최대 다섯 명의 캐릭터를 진형에 배치해야 합니다.

이와 같은 유형의 게임은 기본적으로 탱커 역할군이 전열에 서고, 그 뒤에 딜러 역할군이 서게 됩니다. 그리고 서로가 시너지가 날 수 있도록 패시브 스킬들이 갖춰지게 되죠. '라스트 오리진' 또한 그 방식을 기본적으로 채택했습니다. 여기에 '라스트 오리진'은 좀 더 다각화된 액티브와 패시브, 스탯 시스템으로 다양한 조합과 전략의 가능성을 일궈냈습니다.


우선 '라스트 오리진'은 최근 모바일 SRPG에서 잘 채택하지 않은 사거리 시스템을 갖췄습니다. 즉 아군과 적의 사거리를 고려해서 캐릭터를 배치할 필요도 있다는 것이죠. 대부분 철충들은 확률로 볼 때 전열에 있는 적을 최우선으로 공격하는 경향이 있지만, 스나이퍼 같은 유닛들은 아군 최후방에 있는 딜러를 우선 공격해서 제압하고는 합니다. 이런 유닛들은 대체로 최후미에 있고, 주변에는 이런 유닛을 보호해주는 보호형 철충들이 자리잡고 있어서 빠르게 제압하지 않으면 처리하기가 까다로워지죠. 이런 점까지 고려해서 진형을 편성하는 전략성이 요구가 됐습니다.



패시브도 단순히 서로 상호작용하는 유닛끼리 스탯이 오르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공격을 추가로 하거나 적의 공격으로부터 아군을 보호하고 때로는 특정 상황에서 반격을 하는 등 좀 더 다양한 형태로 구현이 되어있습니다.

일례로 A급 경장 보호기인 '켈베로스'는 라운드 개시 때 HP가 20% 이상이면 자신의 뒤에 있는 아군을 보호하는 패시브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A급 경장 공격기인 '미호'는 자신의 앞에 위치한 보호기들의 스탯을 올려주면서, 3라운드 동안 보호기가 공격할 때 같이 공격하는 지원 효과를 패시브로 갖고 있죠. 조금 예능에 가깝게 느껴지긴 하지만, SS급인 '메이'는 화력이 강한 대신 자신이 사망하면 폭발해서 주변의 아군에게 데미지를 입히는 '길동무 모집'이라는 패시브가 있죠.


▲ A급 경장 공격기 미호의 패시브

즉 '라스트 오리진'은 단순히 S급, SS급 등 고등급 캐릭터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독특한 패시브들과 시너지를 연구해서 최선의 효율을 낼 수 있도록 유도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유저들이 활용하고 있는 덱들을 주로 보면, S급 이상의 고등급 유닛으로만 덱을 편성하기보다는 A급과 B급도 적절히 섞어서 사용하는 덱들이 다수입니다. 패시브나 사거리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했을 때, 단순히 고등급 캐릭터 혹은 특정 OP 캐릭터에게만 의존하기보다는 서로 시너지가 중요하도록 설계가 되었기 때문이죠.

이런 요소들뿐만 아니라, 게임 시스템이나 스킬들도 나름의 전략성과 시너지를 고려해서 설계가 되어있었습니다. 모바일 SRPG의 최근 트렌드와 달리 라스트 오리진은 스킬에 별도로 소모되는 마나 같은 코스트나, 쿨타임 개념이 없습니다. 대신 스킬마다 행동력을 소모하고, 라운드가 새로 시작할 때 행동력이 일정량 회복이 됩니다. 그리고 이 행동력의 수치에 따라서 라운드 시작할 때 좀 더 빨리 공격할 수 있냐, 없냐가 판가름이 나게 됩니다. 특히 가면 갈수록 적의 공격 한 방 한 방이 강력한 만큼 이런 스탯 관리까지 고려한 스킬 배분과 진형, 유닛 편성이 필수적이었죠.

여기에 약간의 운적인 요소도 게임에 양념으로 톡톡히 작용했습니다. '라스트 오리진'은 매 공격마다 적중 확률이 뜨는데, 이 확률이 회피 스탯 등의 영향을 받아서 종종 빗나가는 경우도 좀 있습니다. 마치 엑스컴에서 99%가 '!감나빗'이 뜨는 것과 같은 상황도 왕왕 일어나고는 하죠. 그건 비단 아군의 공격뿐만 아니라 적의 공격도 마찬가지인 만큼, 적의 강력한 공격 한 발 한 발에 "빗나가라 빗나가라"라고 빌면서 가슴졸이는 스릴과 빗나갔을 때의 쾌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예 이 요소를 극적으로 활용해서, 일부 공격군에 회피 스탯만 줄곧 올려놓고 홀로 혹은 레벨 업이 필요한 서브 유닛을 배치해서 스테이지를 도는 이른바 '거지런' 등이 만들어지는 등, 다양한 방식이 파생되기도 했습니다.


사실 '라스트 오리진'의 전략성은 완벽하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역할군에 따라서 어느 정도 고정이 된 것이 아닌, 각 유닛별로 개성이 있는 스킬과 패시브 그리고 스탯 개념은 다양한 조합을 심도 있게 설계할 때는 장점이 되긴 합니다. 이를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각기 다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고 고려할 것도 많아서 복잡하다는 단점이 되는 셈이죠. 여기에 나중에 자세히 언급할 부분이긴 하지만, UI도 사소한 부분에서 직관성이 떨어지는 만큼 분명 마이너스로 작용할 위험도 큽니다.

그렇지만 유저가 유닛을 살리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할 전략적인 여지를 줬다는 점에서 '라스트 오리진'은 SRPG로서의 기본기를 갖췄다고 평가할 수 있었습니다. SRPG는 단순히 특정 캐릭터, 특정 스킬에만 의존하지 않고 유저가 전략과 전술을 짜서 역경을 극복해내는 장르이기 때문이죠. 여기에 특정 틀에만 얽히지 않고, 유저들이 캐릭터들을 역할군과는 다른 방식으로 응용해내면서 더 많은 전략적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기도 합니다.


확률과 확정, 게임재화 활용을 절묘히 배합한 BM
기존 BM들 중 호평받는 요소들만 뽑아오다


사실 BM은 게임을 평가할 때 언급하기가 어려운 부분입니다. 게임 내부의 완성도와는 별개의 영역이기 때문이죠. 그러나 여러 이슈들이 계속 불거지면서 모바일 게임을 논할 때 BM은 빠질 수 없는 요소가 되었습니다. 어떤 게임인지 평가할 때 BM도 척도로 두고 이야기하고는 하기 때문이죠.

최근 모바일 게임의 BM을 보면 다수가 확률형 아이템을 기반으로 한 모델이기 때문에, 굳이 언급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라스트 오리진'에서 선보인 BM도 그 모델을 완전히 벗어난 게 아니기도 하고요. 다만 다른 게 있다면, '라스트 오리진'은 그간 유저들이 확률형을 바탕으로 하되 좋은 평가를 준 모델을 이것저것 채택했다는 것입니다.

우선 캐릭터나 장비는 참치캔이라는 유료 재화로 캐릭터를 뽑는 게 아닌, 함대 콜렉션이나 소녀전선처럼 인게임 재화로 제조해서 얻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 재화들은 별도의 과금 없이도 탐색을 통해서나 혹은 자연 회복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충당할 수 있기 때문에, 뽑기에 대한 심적 부담감이 적었죠. 여기에 바이오로이드들이나 로봇도 등급이 분명 나뉘어있긴 하지만 등급 간의 격차가 상당히 적은 편입니다. 오히려 고등급 유닛이 전체적으로 성능대비 자원소모량이 높아서 비효율적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기도 하죠. 그리고 SS급을 제외하고 S급은 특정 스테이지를 클리어할 때도 확률적으로 획득이 가능하도록 설계했습니다.

▲ 인게임 재화로 캐릭터를 제조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 스테이지에서도 S급을 얻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여기에 또 다른 BM 요소인 스킨은 확률이 아닌 확정판매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스킨을 확정 판매하는 여타 다른 국산 게임과 달리 스킨에 능력치를 부여하지 않으면서 유저들의 호응을 얻었죠.


이런 요소들은 하나하나 떼어놓고 보면 새로운 것들은 아닙니다. 하지만 각 게임에서 유저의 호응을 얻은 모델을 모아서 '라스트 오리진'만의 BM을 구축해냈죠. 그것이 높은 평가를 받으면서 '라스트 오리진'에 대한 유저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모으는 데 일조를 했습니다.


기존 계층에게는 익숙한, 그러나 처음이라면 낯선 시스템과 UI
코레류의 기본기를 따르지만, 설명이 부족하고 묘하게 불편하다

흔히 말하는 코레류는 '함대 콜렉션' 출시 이후, 이와 비슷한 스타일을 채택한 게임들을 일컫는 말입니다. 그 특징을 꼽자고 한다면 인게임 자원을 배분해서 특정 종류의 캐릭터를 뽑는 '제조식', 중파된 캐릭터를 수리하는 '수복', 캐릭터들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숙소' 시스템 등이 있죠. 최근에는 여기에서 더 발전해서, 각 코레류 게임마다 자신들만의 콘텐츠를 추가하기도 했습니다.

라스트 오리진도 코레류이기 때문에 이 기본 공식을 따르고 있습니다. 제조식을 사용할 수 있는 캐릭터 뽑기 시스템이 마련된 '공방', 중파된 캐릭터를 수리하는 수복실 , 숙소 시스템인 '기지', 그 외에도 설비의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연구는 기존 코레류 게임을 즐겨왔던 유저라면 금세 어렵지 않게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기존 공식에서 크게 벗어난 부분은 없었기 때문이죠.

▲ 로비 화면까지는 크게 낯선 부분은 없습니다

다만 튜토리얼이 부족한 점은 양날의 검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소녀전선' 같은 게임을 잘 안 즐겼다가 라스트 오리진으로 입문하게 된 동료 기자는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라서 조언을 구하기도 했거든요. 물론 처음부터 서브컬쳐, 그것도 코어에 가까운 유저층을 겨냥한 게임인 만큼 많은 유저들이 이에 금방 적응하고는 합니다. 하지만 모든 서브컬쳐 유저가 코레류를 처음부터 접하진 않은 만큼, 좀 더 설명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라스트 오리진'이 단순히 코레류의 기본만 갖춘 것이 아니라 자신들에게 맞춰서 변형한 만큼, 그 변화된 시스템에 대해서 유저가 좀 더 빨리 적응하게끔 유도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이죠.

뒤에서 조금 더 자세히 언급하겠지만, '라스트 오리진'의 난이도는 초반부터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집니다. 안 그래도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데, 여기에 시스템에 대한 설명마저도 불편하면 그 매력이 차감될 수밖에 없죠. 물론 이 부분을 어느 정도 인지했는지 튜토리얼에 대한 설명을 듣느냐, 마느냐 분기점으로 설정해두긴 했습니다. 그렇지만 그 외에도 설명하지 않은 기본기, 예를 들자면 장비 장착 같은 부분이나 기지의 기능 같은 것들도 있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들었죠.

▲ 상세 정보창은 하단에 작게 있기 때문에 눈에 잘 안 띕니다

사실 이런 아쉬움이 든 이유는, UI가 묘하게 불편하기 때문인 것도 있습니다. 로비 화면의 UI를 제외한 다른 UI들을 살펴보면 아이콘이나 버튼의 크기가 작다던가, 중요한 기능이 시선 처리를 할 때 잘 눈에 안 띄는 곳에 있거나, 컬러가 좀 눈에 안 띈다던가 하는 등 가시성 문제가 있거든요. UI 디자인 자체는 분위기에 맞게 잘 만들어진 데다가, 처음엔 불편하다가도 금세 익숙해져버리는 게 UI이기 때문에 사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 것이긴 합니다. 다만 약간의 디테일의 차이 때문에 불편함과 편함이 갈리는 분야인 만큼, 그 사소한 부분을 잡았으면 좀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도 어쩔 수 없었죠.

▲ 자주 들어가게 될 메뉴가 하단에 작게, 배경과 유사한 톤인 것은 왠지 미스매치처럼 느껴집니다


아포칼립스를 재현한 듯한 자원 설계와 난이도
밸런스 요소이긴 하지만, 효율성을 너무 강요하는 디자인 때문에 장점이 상쇄됐다


수집형 RPG는 최근 일부 중국발 RPG를 제외한다면, 대체로 진득하게 캐릭터를 육성해서 강하게 키워나간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라스트 오리진'은 이와는 좀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여타 코레류 게임과 달리 수집형 RPG에 있는 자동 전투 및 반복 전투를 채택했지만, 이를 꾸준히 이어나갈 자원이 상당히 부족한 편이기 때문이죠.

우선 자원획득량이 소모량에 비해서 상당히 부족한 편입니다. 편제를 갖추게 되면 최소 각 자원당 60 이상의 자원을 소모하게 되는데, 이게 한 스테이지별이 아닌 각 라운드별로 소모가 됩니다. 그에 반해서 자연회복량이나, 탐색을 통해서 얻는 자원은 시간 대비 적은 편입니다. 특히 탐색 같은 경우에는 3구역이 개방되기 전까지는 시간대비 효율이 그리 좋지 못한 만큼, 효율적으로 자원을 얻기 위해서는 최대한 빨리 3구역을 열어야했죠.

이게 문제가 되는 이유는, 우선 3구역부터 난이도가 갑자기 가파르게 올라간다는 점 때문입니다. 우선 요구 전투력의 폭이 육성대비 급격하게 올라가기 시작하죠. 또 전투력이 높아도 특정 적에 대한 대비가 되어있지 않으면 고생하는 스테이지들이 이 지역부터 점차 나오기 시작합니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제대를 편성하고, 육성하는 과정이 필요하죠. 여기에 소모되는 자원량은 상당히 많기 때문에, 중간중간 쉬면서 이를 충당하고 플레이하기를 반복해야했습니다.

▲ 레벨을 올리다보면 자원이 금방 떨어져서 강제로 쉬게 됩니다

물론 이건 일반론적인 방법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유저들은 다양한 방법을 고안해냈습니다. 앞서 언급한 '거지런' 같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죠. 그렇지만 굳이 왜 이렇게까지, 이 작업을 꾸준히 계속 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 이유는 단순히 캐릭터 육성이 레벨업만으로 그치지 않기 때문입니다.

'라스트 오리진'은 한 캐릭터의 스탯을 올리기 위해서는 레벨업뿐만 아니라 다른 캐릭터들의 회로를 필요로 합니다. 즉 다른 캐릭터들을 먹여서 한 캐릭터를 키우는 방식인 셈이죠. 이게 레벨별로 상한선이 있는 것이 아니라, 스탯의 총량만 레벨에 따라서 정해지고 그 총량을 유저가 자유롭게 분배할 수 있는 방식입니다. 즉 회피에 올인하고 싶으면 회피에 올인하고, 공격에 올인하고 싶으면 공격에 올인하는 방식이죠.

다만 이 스탯 분배를 하기 위해서는 그 원하는 스탯을 올려주는 바이오로이드를 필요로 합니다. 예를 들자면'지니야'나 '샌드걸'은 회피를 올려주고, '브라우니'는 적중률과 체력을 올려주는 등 각 바이오로이드의 역할군이나 특성에 따라서 올라가는 스탯들이 달라지기 때문이죠. 즉 레벨업뿐만 아니라 스탯 업의 재료를 캐기 위해서 계속 반복 사냥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죠. 그리고 그 원하는 재료가 확정적으로 나오지 않고요.

▲ 레벨업 이후에도 추가 스탯업을 위해서는 스탯에 맞는 바이오로이드를 필요로 합니다

반복사냥과 육성은 모바일 RPG뿐만 아니라 여타 RPG에서도 보여주는 루틴이라 사실 새삼스럽게 이야기할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이 과정을 거친 뒤, 난관을 극복했을 때 얻는 카타르시스가 RPG라는 템포가 긴 장르를 계속 붙잡게 하는 원동력이기도 하죠. 더 큰 문제는 난이도가 가파르게 올라가고 적의 스탯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는데 아군 캐릭터들이 이를 못 따라잡는다는 것에 있습니다.

추천 전투력 이상의 스펙을 갖췄다고 보면, 3구역까지는 딜러가 보스급 몬스터에게 공격받거나 두 개체 이상에게 집중 공격을 받지 않는 한 비명횡사하는 일은 드뭅니다. 그런데 4구역부터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적 공격력이 급격히 세지기 때문에 탱커도 공격을 받으면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게 되죠. 여기에 방어무시 스킬도 보유한 적들도 출현하면서 적의 공격을 도저히 받아낼 수 없는 경우도 자주 보게 됩니다. 이런 점 때문에 아예 공격을 흘려넘기는 회피탱 및 회피 버프를 주는 캐릭터들이 각광을 받고 있고, 이와 관련해서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되고 있기도 하죠.


▲ 후방에 있다고 안심할 수 없습니다

▲ 탱커들도 회피로 피하지 않으면, 얼마 못 버틸 정도입니다

사실 수집형 RPG에서 특정 덱이 대세가 되는 현상은 왕왕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라스트 오리진'에서 이런 현상이 문제가 되고 있는 이유는, 결국 앞서 언급한 대로 자원의 수급과 캐릭터 육성의 제약이 크기 때문이죠. 뿐만 아니라 이런 현상이 다른 게임보다 더 빨리 닥쳐온다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일단 고난도 지역을 맞부딪힐 때쯤이면 캐릭터들의 수복비용의 폭이 자원수급량에 비해서 급등하게 됩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될 때 어떤 일이 발생할지 눈에 훤한 만큼, 자연히 유저들의 운신의 폭은 좁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여유가 없기 때문에 다양한 캐릭터를 육성해서 도전하기보다는, 기존의 효율적인 덱을 맞춰서 도전하는 방향으로 많이 가게 되죠. 이런 현상이 비교적 초반 구역부터 낌새가 보이기 때문에 논란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 자원 회복량과 수급량 대비 수복 비용이 높아서 가면 갈수록 도전이 심히 부담스러워집니다

아직은 초반 단계인 만큼, 이런 문제는 어느 정도 육성이 되고 나면 사그라질 수 있긴 합니다. 어쨌든 시간을 들이면 클리어가 가능할 정도로 전투력과 스펙, 혹은 조합을 갖출 수 있도록 설계가 되어있기 때문이죠. 다만 이런 레벨 디자인은 앞서 '라스트 오리진'의 장점으로 내세웠던 다양한 조합의 가능성, 개성있는 캐릭터의 활용이라는 장점을 상쇄해버립니다. 게다가 '라스트 오리진'은 소녀전선처럼 PVP도 없고 시나리오와 스테이지가 주요 콘텐츠인데, 이게 너무 빠르게 막혀버리는 셈이라서 더 허탈할 수밖에 없죠.



▲ 어쨌든 육성하다보면 난관을 극복하고 방법을 찾을 수 있긴 하지만, 아쉬움은 남습니다

오픈 베타에서부터 이미 이런 문제가 언급이 되고 있고, 유저들 사이에서 밸런스 논쟁이 계속되자 개발진에서는 수복비용 절감 등 대대적인 개선을 예고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게임이 구글플레이에서 내려가서 패치가 무기한 연기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죠. 그런 상황에서 개발진은 이슈가 되고 있는 회피탱과 적 레벨 디자인에 대한 패치 내역과 방향성을 공개하고 있지만, 외적인 요인으로 인해서 언제 적용될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 3월 4일부터 구글플레이에서 앱이 정지되면서 패치나 업데이트도 제약이 생겨버렸습니다


플레이어를 괴롭히는 건 철충만이 아니다
예전 출시, 베타, 출시부터 이어지는 각종 버그와 오류들



'라스트 오리진'의 첫 시작은 사실 좋지만은 않았습니다. 1월 첫 오픈 당시, 청소년 이용불가로 나온다는 것과 생각보다 퀄리티가 있는 인게임 화면에 많은 유저들이 관심을 보였기 때문에 개발자들이 생각한 것 이상으로 유저들이 몰렸죠. 서버는 자연히 과포화상태가 되었고 결국 오픈을 미룰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뒤에 진행한 OBT에서는 서버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은 됐지만, 여전히 서버 접속이 원활하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다양한 버그들까지도 발견이 되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 OBT 때부터 다양한 버그와 이슈가 있었습니다

다행히 정식 서비스 때는 극초반을 제외하면 서버 상태는 상당히 호전됐습니다. 그러나 버그들은 아직 완전히 해소가 되지 않았고, 이런 점 때문에 유저들이 꽤나 불편을 겪고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나 몇몇 버그는 유료재화 보상이나 게임 진행에도 차질이 있는 심각한 버그였기 때문에 더더욱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죠. 그나마 저는 운 좋게 버그를 피해갔다고 생각했는데, 처음에 스테이지를 4성 클리어를 못하면 재도전할 때 조건을 만족해도 4성 클리어가 안 되는 버그의 수렁에 빠져버렸습니다. 그 외에도 공격을 회피했는데도 회피 모션이 뜨지 않는다던가, 회피했는데도 적중 시에 발동하는 디버프가 걸려있다던가 하는 등 버그들을 겪었죠.

▲ 가장 큰 오류 중 하나였던 4성 클리어 불가 버그. 5일부로 해결이 되긴 했습니다

일단 무한로딩 버그는 DB를 개선해서 해소를 했고, 날짜표기 오류나 게스트 계정 접속 등 오픈베타 때 발생했던 버그들은 수정이 된 상태지만 그 외에 다른 버그들이 오픈 이후부터 계속 제기가 되고는 했습니다. 이에 스마트조이측은 공식 카페에 현재 파악이 완료된 오류들을 공지하면서, 이를 우선적으로 수정해나가겠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일부 오류에 대해서는 수정됐다고 공지하기도 했고, 지속적으로 수정할 것이라고 덧붙였죠. 다만 이 작업 역시도 구글플레이에서 앱이 내려간 일 때문에 원활히 진행되고 있지 않은 만큼, 앞으로 발생하거나 목격된 버그들에 대처하기가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 구글플레이에서 앱이 내려가긴 했지만

▲ 중요한 오류들은 수정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추진력을 얻을 기반은 갖췄지만, 거듭 암초에 걸린 '라스트 오리진'
관심을 안착시킬만한 기본기를 갖춘 만큼, 역경 속에서도 이를 유지-발전시키는 것이 관건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지만, 결국 '라스트 오리진'은 구글플레이 매출 6위를 기록하기도 하고, 공식 카페 가입자가 9만 명을 넘는 등 성과를 보여주었습니다.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이라는 제약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여기까지 올라온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라고 할 수 있죠. 일각에서는 흔히 서브컬쳐풍 게임을 비난할 때 종종 언급하는 '일러스트 팔이'라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특히나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인 만큼, 자극적인 일러스트로 유저의 시선을 끈 것이 아니냐는 힐난까지 들을 수 있죠.

하지만 이런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그 이상의 무엇이 필요합니다. 흔히 말하는, '일러스트가 좋은 게임'은 이미 지천에 널린 것이 최근의 서브컬쳐 게임계이기 때문이죠. 그런 게임들 사이에서 우뚝 서기 위해서는 그 이상의 무언가를 갖춰야만 합니다.

▲ 물론 풀샷을 올리기 부담스러운 수위의 일러스트도 한 몫을 하긴 했습니다. 그게 전부는 아니지만요

'라스트 오리진'은 처음에 여러 가지 잡음이 있긴 했지만, 적어도 '일러스트만 좋은 게임' 그 이상은 확실히 보여줬습니다. 덕심을 자극할 수 있는 요소들을 적절히 안배했을 뿐만 아니라, 게임으로서의 기본기도 상당히 충실하게 갖췄거든요.

SRPG라는 측면에서 보면, 단순히 고등급 캐릭터를 배치하는 것으로 끝이 아니라 자원 소모와 캐릭터 간 시너지, 사거리, 액티브 스킬, 패시브, 적의 병종과 상성을 고려한 조합 등 다양한 부분에서 전략성을 강조하는 구성이 엿보였죠. 여기에 전략 게임처럼 다양한 업그레이드를 통해 유저가 한정된 자원을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여지를 더했습니다. 캐릭터 게임으로 볼 때 유저들이 느낄 수 있는 온도차를 최소화하고, 더 나아가서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에 좀 더 애정을 쏟을 수 있도록 일러스트 외에도 SD에서도 굉장히 심혈을 기울인 모습을 보였죠.

▲ 전략 RPG로서의 구성과

▲ 인게임 SD 캐릭터 퀄리티도 잘 갖춰진 편입니다

다만 불안 요소가 꽤 많다는 것이 라스트 오리진이 당면한 문제입니다. 게임 내적으로 볼 때는 버그, 밸런스 문제가 자리잡고 있죠. 버그 문제 같은 경우에는 사실 어느 게임이나 있는 것이지만, '라스트 오리진'은 앞서 말했듯이 처음부터 상당히 많은 버그가 보고가 되고 있는 터라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평점이 낮은 이유 대부분은 기기 구동 문제나 버그 문제가 다수인 만큼,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후반부로 갈수록 적이 아군 캐릭터에 비해 너무 빠르게 강해져서 정말 효율적인 테크를 따르지 않으면 클리어하기 어렵다는 것도 문제죠.

더 큰 문제는 청소년 이용불가 모바일 게임이 갖고 있는 리스크입니다. 그간 청소년 이용불가 모바일 게임들의 행적을 살펴보면 일단 iOS라는 또 다른 시장을 포기해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구글플레이를 통해서 서비스할 때에도 여러 가지 잡음이 들려오곤 했죠. 게임물관리위원회에서 심의를 통과했지만 구글의 자체 심의 기준에 맞지 않아서 게임이 내려가는 일도 왕왕 있기 때문입니다. 그에 맞춰서 수정하는 작업을 거치고 원본을 원스토어에 내는 식으로 대처하거나, 혹은 원스토어 등 다른 마켓에만 올리는 식으로 서비스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라스트 오리진'은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전자대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이 문제를 우선 해결하기 위해서 게임 내 밸런스 패치나 버그 픽스는 순위가 밀린 상황이죠.

▲ 현재 개발사에서는 구글에 이의 신청 및 원스토어 서비스 준비를 최우선으로 작업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렇듯 '라스트 오리진'이 보여준 가능성이 내외적인 문제가 엉키면서 그저 가능성으로만 남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들기도 합니다. 특히나 이런 문제는 언제고 재발이 가능한 만큼, 앞으로도 이 리스크를 계속 짊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지향하고 있는 방향이 유저의 니즈를 확실히 캐치하고 있는 만큼, 이 문제가 어느 정도 처리가 된다면 다시 한 번 더 도약할 수 있으리라고 예상합니다. 단순히 수위가 높고 성인을 저격하는 일러스트만으로 그 자리까지 온 것이 아니라, 그로 인해 유발된 관심을 안착시킬 수 있을 정도로 게임성과 방향의 기본기와 틀을 갖춰놨기 때문이죠. 그리고 당면한 문제에 대해서도 현재 원스토어 버전 사전예약 및 이후 원스토어 버전과 구글 버전의 계정 공유 등으로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 있기도 하고요. 과연 '라스트 오리진'이 앞으로 이 문제를 해결한 뒤, 좀 더 발전해서 국산 서브컬쳐 게임의 또 다른 길을 제시할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 원스토어에서 출시될 완전판은 어떤 식으로 나오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