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명칭을 가다듬고 새로운 출발을 알렸던 2019 카트라이더 리그 시즌1이 대망의 결승전만 남겨놨다. 문호준과 유영혁의 아프리카 페이탈과 박인수-유창현의 세이비어스가 우승 트로피를 놓고 대결을 벌인다. 10년 만에 야외 무대로 나갈 만큼 팬들의 관심도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대회 방식이 정립되면서 팀전은 카트라이더 대회의 주요 분야로 자리잡았다. 스피드전과 아이템전 모두 팀원과의 유기적인 호흡 없이는 승리하기 힘들다. 그런 만큼 명장면도 많이 나왔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팀의 승리를 위해 헌신적 플레이를 하는 선수들의 모습도 찬사를 받은 바 있다. 오직 팀전에서만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이처럼 카트라이더 대회의 주요 콘텐츠로 자리잡은 팀전. 이번 2019 카트라이더 리그 시즌1에서도 언제나 그랬듯이 팬들의 머릿속에 길이 남을 스토리가 많이 나왔다.


미리 봤던 결승전?
아프리카 플레임 두 번 잡았던 세이비어스


결승 대진이 아프리카 플레임과 세이비어스의 대결인 만큼 경기를 준비하는 선수들은 물론, 팬들과 관계자들까지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그만큼 양 팀에 슈퍼스타들도 많고 경기력도 뛰어났다. 문호준-유영혁과 박인수-유창현의 대결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인데 이를 두고 카트라이더 '세대교체'라는 단어를 언급하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다.


이처럼 양 팀의 대결 구도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이미 양 팀은 이번 시즌 들어 두 차례 만난 바 있다. 8강 풀리그에서 한 번, 4강 풀리그에서 또 한 번 부딪혔다. 그리고 결과는 모두 세이비어스의 승리였다.

양 팀의 첫 맞대결은 지난 1월 19일 열렸던 8강 풀리그 경기였다. 미리보는 결승전이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이가 이들의 경기를 지켜봤다. 결과는 한끗 차이였다. 세이비어스가 세트 스코어 2:1로 아프리카 플레임을 잡았다. 스피드전에서는 세이비어스가, 아이템전에서는 아프리카 플레임이 승리했다. 두 세트 모두 3:2 박빙이었다. 마지막 에이스 결정전에서는 문호준과 박인수가 출격했고, 박인수가 이기며 팀의 승리를 책임졌다.

두 번째 대결에서도 세이비어스가 아프리카 플레임을 잡았다. 이번에도 2:1 승리였다. 스피드전과 아이템전 승리팀은 이전 대결과 같았다. 한 합씩 주고 받았던 양 팀의 에이스 결정전은 박인수와 문호준이 재대결을 벌였고 또 박인수가 승리했다.

▲ 출처 : eSportsTV 유튜브 채널

결승전에서는 다른 양상이 벌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껏 세이비어스는 아프리카 플레임을 두 번 만나 두 번 다 잡았다. 이건 양 팀의 결승전 구도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끝까지 모른다
파죽지세였던 판타스틱, 4강 직전에 무릎 꿇다


스타 플레이어들이 많았던 8강 A조와 비교하면, B조는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았다. 하지만 일정이 이어지면서 각축전을 벌이는 양상 덕분에 B조 역시 팬들의 관심을 점점 모으기 시작했다.


그속에서도 돋보였던 건 판타스틱이었다. 김승태를 중심으로 모인 4명의 시너지가 좋은 결과를 내면서 판타스틱은 단숨에 B조 1위 자리에 올랐다. 팀의 에이스로 불렸던 김승태가 제역할을 했고 신종민이 경기력을 끌어올려 '쌍두마차' 체제를 이어간 결과였다.

모두가 판타스틱의 4강 풀리그 진출을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카트 바퀴는 둥근 법. 이변은 없을 것 같았던 B조 순위표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조 2위와 3위였던 꾼과 긱스타가 판타스틱의 성적을 따라잡기 시작했던 것. 최하위였던 프로페셔널을 제외하고 무려 세 팀이 경기 결과에 따라 순위가 바뀔 수 있는 운명을 맞이했다.


가장 먼저 자신들의 운명을 개척했던 건 꾼이었다. 이들은 판타스틱과의 대결에서 2:0 완승을 거두면서 자력으로 4강 풀리그 진출을 확정했다. 뒤이어 경기에 나섰던 긱스타 역시 프로페셔널을 상대로 2:0 승리를 차지, 세 팀이 2승 1패를 기록한 상황이 됐다. 세트 득실을 따진 결과, 꾼과 긱스타가 판타스틱을 밀어내고 4강 풀리그로 향했다.

이처럼 카트라이더 리그 시즌1에는 끝까지 끝을 알 수 없는 결과가 나와 팬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주기도 했다. 모두가 B조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던 판타스틱의 탈락은 특히 그랬다.


스타 집중 현상
극명히 갈렸던 팀 간 전력 차이는 아쉬움으로


이처럼 다양한 스토리가 있었던 2019 카트라이더 리그 시즌1의 팀전.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만한 요소가 많았던 만큼 아쉬운 점도 있었다. 바로 스타 플레이어가 특정 팀에 과도하게 집중되는 현상이다.

▲ 이들이 각기 다른 팀에서 뛰었다면?

카트라이더 대회가 역대급 흥행을 하고 있는 건 문호준과 유영혁 등 스타 플레이어들의 역할이 크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이들의 존재를 알게 된 팬들이 대회 경기와 프로게이머들의 스트리밍을 보면서 팬심을 키웠던 것이 주효했다. 실제로 현장에는 이들을 실제로 보기 위해 모여든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룰 정도였다. 이번 2019 카트라이더 리그 시즌1 들어 이러한 현상은 더욱 두드러졌다.

이들이 한 팀에서 활약하는 것도 나름의 장점이 있었다. 하지만 아쉽기도 했다. 문호준과 유영혁, 박인수와 유창현 등 현재 카트라이더 대회를 대표하는 스타 플레이어들이 각자 다른 팀에서 활동하며 경쟁 구도를 심화시켰다면 어땠을까. 한층 다양한 스토리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

문호준과 유영혁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카트라이더 프로게이머들이고 지금도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계속해서 다른 팀 소속으로 활동, 수많은 명장면을 만들어내며 카트라이더의 인기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박인수와 유창현은 이들 다음 세대 프로게이머로, 문호준-유영혁을 위협하는 신흥 강호로도 불린다. 이들 역시 다른 팀에서 대회에 출전했다면 또 하나의 문호준과 유영혁의 구도로 불렸을 수도 있다.

여기서 발생했던 또 하나의 아쉬운 점은 스타 플레이어 집중 현상으로 팀별 전력 차이가 심화됐다는 것이다. 문호준-유영혁이 포진한 아프리카 플레임, 박인수-유창현의 세이비어스는 대회 개막 전부터 우승 후보고 손꼽혔다. 다른 팀들에 대한 언급을 거의 없을 정도였다. 역시나 두 팀은 다른 팀들과의 압도적인 격차를 보이면서 결승전으로 향했다. 이들과 부딪혔던 타 팀들은 무언가 보여주지도 못한 채 패배를 맛봐야 했다.

e스포츠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들 중 하나는 스타 플레이어 간 경쟁구도다. 여기서 파생되는 다양한 스토리가 팬들을 만족시키는, 그리고 팬들의 프로게이머를 더 뜨겁게 응원하도록 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너무 강력해서 다른 팀들이 범접할 수도 없을 것처럼 보이는 팀의 존재는 대회의 보는 재미를 반감시킬 수도 있다. 앞으로 계속 열릴 카트라이더 대회에서는 이러한 부분에 대한 논의도 이루어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