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PUBG 코리아 리그(이하 PKL)' 페이즈1이 단 두 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6주 간의 대장정이 곧 마무리된다. 이제는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날 법도 하지만, 긴 호흡의 싸움이었던 만큼 치열한 순위 경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 누구도 자신의 순위를 확정할 수는 없다.

가장 이목이 쏠린 쪽은 역시 최상위권이다. 1, 2, 3위를 차지하고 있는 아프리카 프릭스 페이탈, OP 게이밍 레인저스, 디토네이터는 종합 순위에서 최상위권을 벗어난 적이 없는 명실상부한 강팀이다. 하지만, 마지막 주를 맞이하는 세 팀의 상황에는 조금 차이가 있다. 꾸준한 뒷심을 보여주는 팀도 있고, 위기에 몰린 팀도 있다.

먼저 아프리카 프릭스 페이탈과 OP 게이밍 레인저스는 PUBG 포인트 동률을 기록하고 있는데, 킬 포인트에서 앞서는 아프리카 프릭스 페이탈이 1위를 꿰찼다. 단 한 경기로 순위가 뒤바뀔 가능성이 농후한 상태다. 3위인 디토네이터는 위기다. 최근 성적이 좋지 않고, 상위권 팀들의 추격이 매서워 끝까지 긴장을 놓칠 수 없다.


1위 328점, 아프리카 프릭스 페이탈
공격적 오더와 우월한 피지컬의 조화


아프리카 프릭스 페이탈은 개막전에서 파괴적인 힘을 보여주며 단숨에 1위 후보로 올라섰던 팀이다. 하루만에 무려 65점을 쌓았다. 65점이 얼마나 큰 점수냐 하면, 지금까지 데이 우승을 차지한 팀들의 데이 포인트 평균치는 48점 밖에 되지 않는다. 또, 이 65점이라는 기록은 단 두 번의 경기만을 남겨둔 현재까지도 깨지지 않았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아프리카 프릭스 페이탈은 바로 다음 경기에서는 11등까지 떨어지며 보는 이들의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었다. 이게 아프리카 프릭스 페이탈의 약점으로 꼽히는 '기복'의 시작이었다. 같은 날 라운드별 성적이 들쭉날쭉 하는가 하면, 3주 차 두 번째 경기에선 8점으로 꼴찌에 머물며 바닥을 치기도 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게임 내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원인은 바로 공격성이 짙은 '스타일' 오경철의 오더다. 개인 플레이 스타일에서도 보이듯, '스타일'은 선택의 순간이 올 때 과감한 도박수를 종종 던지곤 한다. 그게 오더에도 묻어나 가끔은 악수를 두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그런데 반대로, '스타일'의 오더는 아프리카 프릭스 페이탈의 강점이기도 하다. 그의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오더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때문에, 지금 아프리카 프릭스 페이탈에 필요한 건 변화가 아니라 보완이다. 다른 팀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스타일'의 오더에 정확도와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더 적극적인 브리핑이 이루어져야 한다.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스타일', 'NN', '람부', '섀도우'

아프리카 프릭스 페이탈의 또다른 강점은 엄청난 피지컬의 소유자 'NN' 한민규와 '섀도우' 이승순이다. 이들의 피지컬은 스탯에서부터 드러난다. 킬, 어시스트, 딜량 모두 최상위권이다. '섀도우'가 화력으로 상대를 찍어누르면, 'NN'이 이를 정확히 마무리하는 콤비 플레이가 일품이다.

PKL 페이즈1을 단 한 경기 남겨둔 아프리카 프릭스 페이탈의 목표는 딱 하나다. 1위 수성만 해내면 된다. 기세면에서는 최근 성적이 가장 좋은 아프리카 프릭스 페이탈이 분명 우세하다. 경쟁팀이 모두 출전한 지난 20일 경기서도 최상위 팀들 중 가장 높은 순위를 받았다. 그 흐름만 이어나간다면 충분히 왕좌를 지켜낼 수 있겠다.


2위 328점, OP 게이밍 레인저스
개인 스탯 최상위에 빛나는 '멘털' 임영수


킬 포인트에서 밀려 2위를 차지하고 있는 OP 게이밍 레인저스의 보물은 두말할 것 없이 '멘털' 임영수다. 전부터 총 잘 쏘는 선수라는 평가가 있긴 했지만, 이번 시즌에는 말 그대로 불을 뿜고 있다. 모든 스탯이 세 손가락 안에 든다. 단점으로 꼽혔던 치명적인 실수들도 눈에 띄게 줄어들어 전성기를 맞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반면, 나머지 세 선수의 개인 스탯은 2위라는 팀 성적에 비해 다소 낮은 편이다. 평균 킬이 1킬을 넘는 선수가 하나도 없다. 킬 포인트가 부족한 상황에서 아쉽다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는 수치다. 다른 쪽으로 접근해보면, OP 게이밍 레인저스가 운영에 강점을 두고 있다고 판단할 수도 있지만, 대회 룰상 킬의 중요도가 높기 때문에 보완해야 할 필요가 있다.

OP 게이밍 레인저스는 밀리터리 베이스를 랜드마크로 두고 있는 몇 안 되는 팀 중 하난데, 이상하게 밀리터리 베이스 엔딩에서 단 한 번도 라운드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빠뽀' 최성철은 6일 경기 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밀리터리 베이스가 안전구역으로 잡힐 때마다 욕심을 내는 경우가 잦아서 결과가 좋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해결책도 찾았다고 덧붙였다.

아쉽게도 인터뷰 이후 밀리터리 베이스 엔딩이 한 번 밖에 나오지 않아 이에 대한 판단은 어렵다. 다만, 분명한 것은 최상위권 경쟁에서 더 높은 곳을 바라보려면 OP 게이밍 레인저스는 랜드마크 엔딩이 가져다주는 이점은 반드시 살리는 것이 필수다. 단순히 킬을 더 챙기고, 좀 더 오래 살고가 아니라 확실한 차이를 벌리는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맨털', '테메리아', '빠뽀', 'DG98'

OP 게이밍 레인저스는 아프리카 프릭스 페이탈과 더불어 런던행이 사실상 확정난 팀이기도 하다. 커트라인 밖인 5위 팀과의 격차가 40점 이상이라 웬만해서는 첫 번째 PUBG 클래식인 '페이스잇 글로벌 서밋'에 출전하게 된다. 내노라하는 해외 팀과의 경쟁서 살아남기 위해선 위에 언급한 단점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

OP 게이밍 레인저스에게는 1위 아프리카 프릭스 페이탈이 없이 치르는 페이즈1 마지막 경기가 순위를 역전할 마지막 기회다. 페이즈1 우승과 준우승은 상금부터도 격차가 꽤 크다. 각각 6,000만 원과 3,5000만 원이다. 상금과 영예를 두 손에 쥐기 위해서는 20일 진행되는 6주 차 데이2 경기에서 최대한의 포인트를 획득해 두어야 할 것이다.


3위 328점, 디토네이터
런던행 조준, 흔들림을 잡아라


중반까지 꽤 큰 격차를 벌리며 독보적인 1위를 달리던 디토네이터가 어느새 3위까지 떨어졌다. 4주 차 데이3에서 단 1점도 가져가지 못했던 것이 너무 컸고, 최근 경기 성적도 15위-14위로 굉장히 좋지 않다. 이 페이스대로라면 엘리먼트 미스틱이나 OP 게이밍 헌터스, VSG 등에게 따라잡혀 런던행이 좌절되는 시나리오도 충분히 현실이 될 가능성이 있다.

시즌 초, 디토네이터의 최대 강점은 완벽한 팀워크였다. 주전 멤버들이 모두 본스 스피릿 게이밍 루나(BSG 루나)에서 호흡을 맞춰본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그 어느 팀보다 우월한 팀워크를 보유하고 있었다. 덕분에 랜드마크를 고집하지 않는 유동적인 전략으로 높은 순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더불어 선수 개개인의 피지컬도 물이 올라 일반적인 전투 구도는 물론 위기 상황에서도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장면을 자주 연출했다. 수적 열세에도 오히려 적극적으로 전투를 전개해 다수의 킬을 추가, 킬 포인트만으로 순위를 끌어올리는 플레이는 단연 일품이었다.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스코', '위키드', '아쿠아5', '히카리'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다른 팀들도 호흡을 맞춰간다는 게 문제였다. 디토네이터의 팀워크는 더이상 그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장기가 아니었다. 그러다보니 완벽한 운영에 자꾸 변수가 발생했다. 더불어 선수 개개인의 실수까지 잦아졌다. 결국 4주 차에 0점이라는 불명예스런 성적표를 받았다.

때문에 디토네이터에게는 마지막 남은 한 경기가 굉장히 중요해졌다. 여기서도 미끄러진다면 5위 밖으로 밀려날지도 모른다. 다른 팀의 상황도 지켜봐야겠지만, 그래도 중상위권은 확보해야 안정적으로 순위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최근의 부진은 잊고, 자신감을 다시 끌어올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