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
2019-03-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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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패스 오브 엑자일, 6월 한국 정식 출시한다"

박태학 기자 (Karp@inven.co.kr)


2013년, '패스 오브 엑자일'이란 게임의 리뷰를 쓴 적이 있습니다.

디아블로3가 슬슬 익숙해질 때쯤, 뭐 비슷한 게임 없나 하고 뒤적거리다가 우연히 발견한 작품이었습니다. 아주 길게 플레이하지는 않았습니다만, 당시 기억을 더듬어보면 '디아블로3'보다도 '디아블로2' 느낌을 잘 담아낸 작품이었습니다. 축축하게 깔린 어두운 분위기, 무게감있는 그래픽 등, 디아블로3가 못 냈던 그 맛을 제대로 살렸죠. 화면 다 가리는 맵, 덕분에 불편한 길찾기가 마음에 걸렸고, 숨이 턱 막힐 만큼 방대한 스킬 시스템에서 걱정이 들긴 했습니다만, 방향성 하나는 확고한 게임이었습니다.

하지만, 패스 오브 엑자일은 한국에 출시되지 않았습니다. 개발사 그라인딩기어 게임즈와 만나고자 국내 퍼블리셔가 뉴질랜드로 날아갔다는 소식을 내심 기대했지만, 실제로 이루어지지는 못했죠. 하긴, 방향성 하나만 보고 게임을 데려오기에는 당시 '패스 오브 엑자일'은 너무 매니악한 면도 있었고, 마감새가 뛰어난 게임도 아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당시 디아블로3가 욕을 좀 먹기는 했으나, 새로운 핵앤슬래시 액션 RPG가 한국에 출시된다고 단번에 무너질 만큼 '망한' 상태까진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제 기억에서 잊혀진 그 게임은 6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꾸준한 발전을 거듭했습니다. 5명도 채 안 되던 그라인딩기어 게임즈는 어느새 130명이 넘는 기업으로 성장했죠. 주기마다 크고 작은 콘텐츠 업데이트를 적용했고, 불편했던 시스템을 조금씩 보완하며 탄탄한 코어 유저층을 확보했습니다. 스타일 하나만 믿고 갔던 패스 오브 엑자일은, 6년이란 시간 동안 담금질을 거치며 점점 완성된 게임으로 거듭났습니다.

그리고 지금, 그 게임이 우리 곁으로 다가올 준비를 마쳤습니다. 오는 6월, 카카오게임즈가 정식으로 '패스 오브 엑자일'을 한국에 출시합니다. 국내 핵앤슬래시 액션 RPG 매니아들의 시선이 집중된 지금, 크리스 윌슨 그라인딩기어 게임즈 대표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지난주 GDC 현장에서 만나 들었던 이야기를 지금부터 공개합니다.

▲ 크리스 윌슨 그라인딩기어 게임즈 대표





Q. 한국에서 정식 서비스한다는 소식에 깜짝 놀랐다. 패스 오브 엑자일을 카카오게임즈와 함께 하게 된 배경부터 듣고 싶다.

패스 오브 엑자일을 출시하고 난 후, '디아블로3'를 좋아하는 한국 게이머들이 우리 게임에도 흥미를 갖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정식으로 선보이고 싶어 퍼블리셔를 찾던 중, 카카오게임즈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검은사막'이나 '배틀그라운드'같은 게임들을 성공적으로 퍼블리싱했기에 훌륭한 파트너라고 생각했다. 사실, 처음 미팅했을 때부터 도장 찍어야겠다는 생각이 바로 들더라(웃음).


Q. 디아블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나도 패스 오브 엑자일을 해봤는데 '이건 이렇게 만들면 더 재밌지 않을까' 하는, 일종의 팬심에서 나온 작품같이 느껴졌다.

그 말대로 2006년에 '디아블로2'를 거의 수천 시간 동안 즐겼다. 그라인딩기어 게임즈 공동 설립자 중 한 명인 에릭도 배틀넷에서 디아블로2 하다가 만났다. 너무 재밌어서 '디아블로2'와 같은 게임이 또 있나 열심히 찾아봤는데, 의외로 당시 핵앤슬래시 액션 RPG를 만드는 서양 게임사가 거의 없었다. 그래서 친구 두 명과 같이 '우리가 게임을 만들어보자'고 모였다. 따로 오피스 구할 돈도 없어서 우리 집 차고에서 게임 만들었고.


Q. 서구권은 가정집 차고에서 뭔가 뚝딱뚝딱 만드는 문화가 있다는 이야긴 들었지만... 차고에서 온라인 게임 만들었다는 소리는 처음 들어봤다.

당시 내가 차가 없어서(웃음)...



Q. 현재 스팀에서 서비스 중인 패스 오브 엑자일에 비공식 한국어 패치를 적용해 즐기는 유저들도 많다. 카카오게임즈를 통해 들어오는 정식 버전은 어떻게 진행되나.

번역 자체는 공식 업체를 통해 진행한다. 다만, 출시 전 유저들에게 검수를 받고 나서 선보일 계획이다.


Q. 패스 오브 엑자일이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지 벌써 5년이 넘었다. 게이머들에게 이렇게 오랜 기간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주기에 맞춰 대형 업데이트를 꾸준히 선보인 게 비결이 아닌가 싶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꾸준히 콘텐츠를 개발한 결과, 영어권 서버 기준으로 유저 수가 꾸준히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2018년엔 스팀에서 가장 많이 플레이된 게임 TOP 10에 들어갔다.

패스 오브 엑자일의 가장 큰 장점은, 캐릭터 육성 방식의 방대함에 있다고 본다. 디아블로 시리즈는 한 캐릭터를 다 키웠다 싶으면, 다른 캐릭터를 새로 만들어 육성한다. 반면, 패스 오브 엑자일은 한 캐릭터를 수십, 수백 가지 방식으로 육성할 수 있다. 그 차이점에서 유저들이 매력을 느끼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Q. 그렇다면, 개발자 입장에서 한국 게이머들이 어떤 방식으로 패스 오브 엑자일을 플레이하길 바라는지 들어보고 싶다.

포럼에서 추천하는 빌드 가이드가 있기는 하나, 처음부터 이걸 따라가기보다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이것저것 체험해보며 즐기는 걸 추천한다. 그렇게 하면서 어느 정도 게임에 익숙해진 상태에서 빌드 가이드를 보면, 좀 더 깊이있는 캐릭터를 키울 수 있다. 쉽게 말해 처음부터 고민할 필요 없다. 일단 해보길 추천한다(웃음).


Q. 카카오 버전에서 한국 팬들을 위한 콘텐츠나 시스템을 기대해볼 수 있을까.

이미 출시된 지 꽤 시간이 흘렀기에, 새로 유입된 한국 게이머들이 기존에 즐기던 전 세계 유저들과 함께 호흡하고 즐기도록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물론, 한국은 PC방이 발달한 나라인 만큼, 이와 관련한 서비스도 논의 중에 있다.



Q. 한국 유저들이 플레이하게 될 서버에 대해서 질문하고 싶다. 글로벌 서버에 들어가는 건지, 아니면 한국 전용 서버를 두는건지 궁금하다.

카카오게임즈를 통해 선보이는 패스 오브 엑자일 클라이언트는 기본적으로 한국 전용이다. 서버는 한국에 있지만, 게임 로직은 글로벌 서버와 연결된 구조라 보면 된다. 지연시간이나 콘텐츠 업데이트 속도에서 손해를 보지 않고, 다른 나라 유저들과 함께 즐기도록 하기 위해선 이 방식이 최적이라 생각한다.


Q. 패스 오브 엑자일은 기자도 오래 전 플레이해봤고, 2013년에 관련 리뷰도 쓴 적이 있다. 그때 기억을 떠올려보면, 이 장르에서 가장 유명한 디아블로와 닮기도 했지만 다른 점도 상당한 게임이었다. 대표적으로 스킬 시스템인데, 디아블로는 물론, 다른 핵앤슬래시 RPG와 비교해도 가장 복잡한 편이다. 그 외에도 디아블로의 입지가 절대적인 한국 게이머들에겐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요소가 많았다. 어필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데.

우리도 그 문제점을 알고 있고, 신규 유저들이 쉽게 다가올 수 있게끔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온라인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친구와 함께 플레이한다는 점에 있다고 생각한다. 게임을 즐기다가 막히는 부분이 나온다면, 다른 유저들에게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이런 문화가 활성화되면, 자연스럽게 그 게임의 진입 장벽은 낮아진다. 물론, 카카오게임즈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기존 유저들 역시 한국 게이머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 예상한다.

▲ 한 화면에 담을 수 없을 만큼 방대한 스킬 트리. 참고로 모두 패시브 스킬이다.


Q. 패스 오브 엑자일이 한국 게이머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가장 큰 강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디아블로2'를 플레이하면서 많은 한국 게이머들을 만났다. 당시 기억을 떠올려보면, 한국 게이머들은 매우 깊게 파고들어 즐기는 것처럼 보였다. 열정이 넘친다고 할까. 이런 성향이 패스 오브 엑자일에서도 보여지길 기대한다. 한국에서 정식 서비스되고 시간이 좀 지나면, 순위표에 한국 유저들이 꽤 많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Q. 게임 내 이스트에그 중 K-Pop 관련 내용이 많다고 들었다. 개발자 중에 K-Pop 팬이 있다는 소문도 났던데.

회사에 한국인 개발자가 3~4명 정도 있는데, 이들의 영향이 아닐까 싶다. 돌아가서 한 번 확인해보겠다(웃음). 참고로 한국인 개발자들은 온라인 RPG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작업할 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Q. 그래픽이 최근 출시된 온라인 게임들과 비교하면, 그리 뛰어난 편이라 말하긴 어렵다. 또, 타격감이나 길찾기 부분이 아쉽다는 유저들도 있다. 어떻게 개선할 계획인가.

출시될 당시 선보인 필드나 던전 그래픽이 최근 업데이트된 장소와 비교해 그래픽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이 부분은 2019년 중으로 개선할 계획이다. 또, 근접전 타격감 개선 업데이트도 한국 서비스 시기에 맞춰 적용된다. 길찾기 문제는 우리도 개선점을 찾아야 하는데, 그동안 기존 유저들이 신규 유저들을 이끌어주길 기대하고 있다.

▲ "한국 서비스 시작에 맞춰 타격감 개선 업데이트도 진행된다"


Q. 원론적인 질문을 하나 하고 싶다. 그라인딩기어 게임즈가 생각하는 '핵앤슬래시 액션 RPG의 핵심'은 무엇인가.

다섯가지를 꼽을 수 있는데, 첫째가 타격감이다. 몬스터를 치는 느낌이 플레이어에게 착착 감기도록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두번째는 다양한 장소다. 각 지역을 탐험할 때, 각자 다른 플레이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레벨 디자인에 차이가 없으면 게임이 금방 지루해진다. 랜덤 맵 시스템이라던가 다른 요소를 활용해 적절히 변화를 줘야만 오랫동안 즐길 수 있다.

또, 플레이어의 아이템 수집욕을 자극해야만 한다. 각 아이템의 개성이 뚜렷해야 하고, 해당 아이템이 캐릭터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명확하게 보여줘야 한다.

네번째는 안정적인 서버다. 한국 온라인 게임들이 이걸 특히 잘 하며, 반면에 많은 서양 온라인 게임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서버가 튼튼하지 못하면 치팅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마지막 다섯번째는 다양한 캐릭터 육성 경로다. 핵앤슬래시 액션 RPG는 수천시간 플레이할 수 있는 장르다. 1~2개의 육성법으로 캐릭터를 키운다면, 아무리 전투가 재밌더라도 질릴 수 밖에 없다. 각 플레이어의 니즈에 맞춘 육성 경로를 제공하고, 각 캐릭터의 개성을 강조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Q. 과금 모델 및 출시 시기는?

기존 스팀판과 동일하다. 한국 서버만의 과금 모델을 넣을 계획은 없고, 정식 출시일은 6월 정도로, 바로 다음 확장팩 및 차기 리그 시즌과 함께 선보일 생각이다.


Q. 패스 오브 엑자일은 유저간 아이템 거래가 가능하다. 이와 관련해 한국에 출시되면, 현금 거래가 활성화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현금 아이템 거래를 허용할 계획은 없다. 우리는 유저가 게임에 투자하는 시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시간을 투자하면, 그에 합당한 보상을 주는 게 기본이다. 돈 많이 쓴 유저가 시간 많이 투자한 유저들 위로 올라가는 상황은 만들고 싶지 않다.


Q. 마지막으로 한국 유저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이미 플레이 중인 한국 게이머들에게 감사의 말부터 전하고 싶다. 이제 카카오게임즈를 통해 더 많은 친구들과 플레이할 수 있으니 많은 기대 바란다.



! GDC2019 최신 소식은 박태학, 정필권, 원동현, 윤서호 기자가 샌프란시스코 현지에서 직접 전달해드립니다. 전체 기사는 뉴스센터에서 확인하세요. ▶ GDC 뉴스센터: http://bit.ly/2O2Bi0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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