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크릿 로케이션 스티브 밀러 디렉터

지난 19일, 샌프란시스코 모스콘 센터에서 열린 GDC 2019에서 VR 콘텐츠 전문 업체 시크릿 로케이션은 'VR과 영화의 내러티브'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시크릿 로케이션은 지난 2015년 워싱턴 어빙의 소설 '슬리피 할로우의 전설'에서 모티브를 딴 '슬리피할로우 VR'로 에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번 강연에서 시크릿 로케이션의 스티브 밀러 디렉터와 스테판 보스코 아트 디렉터는 작년 10월에 공개한 VR 콘텐츠, '더 그레이트 C'에 어떻게 영화적인 기법을 도입했는지 그 과정을 설명했다. 또한 그로 인해 얻은 효과 및 노하우를 공유했다.


'더 그레이트 C'는 '마이너리티 리포트', 블레이드 러너의 원작 소설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의 저자인 필립 K 딕의 동명의 소설을 바탕으로 하는 VR 콘텐츠다. 소설 속에서 '그레이트 C'는 세계를 파괴하고 있는 컴퓨터로, 인류를 양분으로 삼아서 활동을 존속하고 있다. 이에 인류는 해마다 그레이트 C를 막기 위해 젊은 청년들을 보내게 되고, 주인공이 그 여정을 떠나는 과정을 담아낸 것이 '더 그레이트 C'의 주요 내용이다.

VR 콘텐츠를 제작할 때 개발자들은 특히나 몰입감을 주는 것에 더욱 신경을 쓰게 된다. 외부 환경과 거의 단절된 상태에서 HMD 등 기기를 통해서 보고 듣는 것에만 온전히 집중하게 되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다수의 VR 콘텐츠는 유저가 보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믿을 정도의 퀄리티를 갖추는 데에 집중했지만, 몰입감은 다른 방향으로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마치 잘 만든 영화에 우리가 빠져들어서 보는 것처럼, 영화의 내러티브는 VR에서도 유효하다고 소개했다. 특히나 영화의 내러티브는 인터렉티브 VR 콘텐츠가 아닌, '더 그레이트 C'처럼 VR 영상 콘텐츠에서 여러 가지로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스토리 보드나 시나리오 스크립트는 여러 모로 대부분의 창작물을 제작할 때 아직까지도 유용하게 쓰이는 기법이기도 하다.


▲ 스토리 보드와 스크립트는 전통적인 기법이지만 효율적인 창작 방법이다

VR에서 다수의 개발자들은 HMD의 움직임에 따라서 카메라의 앵글이 돌아가고, 그에 맞춰서 모든 오브젝트의 단면이 그때그때 리얼타임으로 보이도록 하는 데에 집중한다. 마치 실제로 사람이 그 세계 안에 들어가서 관람하는 것 같은 효과를 주기 위해서다. 그렇지만 인터렉티브 VR 콘텐츠가 아닌 시청만 하는 양상의 VR 콘텐츠에서는 영화적인 장치로도 몰입감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화에서는 대사, 인물의 표정, 몸짓뿐만 아니라 카메라의 앵글, 구도, 그리고 미장센과 조명, 색감으로 분위기와 상황, 내러티브를 전달한다. 때로는 다소 비현실적인 시각의 앵글, 사물의 구도라고 할지라도 내러티브에 맞다고 하면 시청자들의 몰입감을 흐트러뜨리지 않는다. 조명이나 색감 역시도 마찬가지다. 하이라이트를 주기 위해서 인위적으로 설치한 조명, 기법 등도 다소 비현실적일지 몰라도 그 순간의 내러티브를 전달한다면 시청자들은 비현실적이라고 느끼기보다는 그 의도를 읽고 지켜보게 된다는 것이다. 다만 기존보다 넓은 화면 시야각을 고려해야 하는 만큼, 조명의 배치는 기존과는 다르다는 것도 지적했다.


▲ 몰입감을 주기 위한 영화의 촬영 기법 및 씬, 카메라 이론은 VR에도 유용하다

조명의 배치처럼 VR의 사운드는 일반적인 영상과는 사뭇 다르다. 매끄럽게 느껴지도록 싱크를 맞추고 하는 작업은 동일하지만, 시야각이 달라지는 데다가 디스플레이를 통해서 전달되는 시각 정보만 보이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에 맞게끔 원근에 따른 사운드의 깊이를 구현하는 식으로 현실감을 부여해야 한다. 다만 단순히 현실처럼 BGM이 아예 배제되면 그 공백 때문에 오히려 몰입이 되지 않는 만큼, 상황에 맞는 BGM이나 효과음 삽입으로 공백을 느끼지 않고 몰입하게끔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 음향의 설계는 시야각, 원근, 씬의 무드 등 더 다양한 것들을 고려해야 한다

영상을 보고서 그것이 거짓, 혹은 환상이라고 믿지 않고 온전히 몰입하도록 하는 기술은 영화가 만들어질 때부터 갖고 있던 것이다. 캐릭터의 주변 환경과 씬의 배치, 사물의 구도, 특수 효과, 구도를 통해서 영화는 시청자들에게 그 상황에 전적으로 몰입하거나,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이를 읽어내도록 하기 때문이다. '더 그레이트 C'에서도 때로는 오브젝트들이 과할 정도로 가려지고, 종종 오브젝트들이 흐릿하게만 보일 때가 있다. 너무 과할 정도로 효과를 주기 때문에 현실적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러한 것들이 오히려 씬의 메시지나 느낌을 전달하면서 몰입감을 준다고 설명했다.

▲ 비현실적일 정도로 주변을 처리해도, 씬의 분위기나 연출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넘어가기도 한다

스티브 밀러 디렉터와 스테판 보스코 아트 디렉터는 VR에서 너무 R, 즉 리얼리티라는 관점에서만 보지 않을 것을 주문했다. VR이라고 해서 꼭 현실과 정말 유사한 또 다른 현실을 만들어낼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거짓이라고 믿지 않고 온전히 몰입해서 볼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러한 목적을 구현하기 위해서 영화적인 기법을 차용하고, 다른 각도에서도 콘텐츠를 기획해볼 것을 제안했다.


! GDC2019 최신 소식은 박태학, 정필권, 원동현, 윤서호 기자가 샌프란시스코 현지에서 직접 전달해드립니다. 전체 기사는 뉴스센터에서 확인하세요. ▶ GDC 뉴스센터: http://bit.ly/2O2Bi0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