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부터 숨 가쁘게 달려온 2019 PUBG 코리아 리그(이하 PKL) 페이즈1이 마지막 한 경기만을 남겨놓고 있다. 상위팀과 하위팀의 윤곽이 어느 정도 그려진 가운데, 특별히 눈에 띄는 한 선수와 그의 팀이 있다. 바로 '벤츠' 김태효와 OP 게이밍 헌터스다.

'벤츠'와 배틀그라운드, 그 인연의 시작은 약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벤츠'는 '2017 아프리카TV 배틀그라운드 멸망전'에 참가해 우승을 차지하며 팬들에게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머지않아 2017 PUBG 아시아 인비테이셔널 시드권을 건 배틀그라운드 첫 공식 대회가 진행됐는데, 새로운 스쿼드를 짠 '벤츠'는 가볍게 1위에 오르며 본인의 실력을 또다시 증명했다.

2017 PUBG 아시아 인비테이셔널 종료 후 '벤츠'는 KSV(현 젠지)에 입단했다. 이후 'KSV NOTITLE'이라는 팀명으로 아프리카TV PUBG 리그 파일럿 시즌에 출전해 어김없이 맹활약을 이어갔다. '벤츠'의 존재로 강남(지오고폴 남쪽)은 그 누구도 침범 불가능한 'KSV NOTITLE'의 점령지가 됐다. 상대의 수를 읽는 날카로운 오더와 그에 못지않은 빼어난 사격 실력, 흔들림 없는 압도적인 기량에 '벤츠'에 대한 관심이 점차 늘어났다.


하지만, 그의 발목을 잡은 건 지난날의 행적이었다. 배틀그라운드 출시 전 플레이했던 오버워치에서의 대리 게임 행위와 불건전한 언행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벤츠'가 경기에 나설 때마다 논란에 불이 붙었고, 결국 펍지주식회사는 2017년 12월 28일 소명 회의를 통해 '벤츠'에게 12개월간의 대회 출전 금지 명령을 내린다.

2018년 한 해 동안 국내외에선 PUBG 서바이벌 시리즈, PUBG 워페어 마스터즈, PUBG 글로벌 인비테이셔널, IEM PUBG, 스타시리즈 i-리그 등 각종 배틀그라운드 대회가 쉼 없이 진행됐다. 그러나 대회 참가가 불가능했던 '벤츠'는 이 모든 것을 멀리서 바라보기만 해야 했다. 초창기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계의 독보적인 존재였던 그였기에 본인의 아쉬움은 그 누구보다 컸을 것이다.

이후 오랜 시간이 흘렀고, 올해 1월 '벤츠'의 징계 기간이 만료됐다. 작년 8월 OP 게이밍으로 이적한 '벤츠'는 OP 게이밍 헌터스의 로스터에 이름을 올리며 팬들의 기대를 샀다. 그리고 2월 18일, 2019 PKL 페이즈1 2주 차 DAY1 경기에 드디어 그가 등장했다. 약 14개월 만에 다시 밟은 대회 무대. 뜨거운 관심에도 불구하고 '벤츠'의 복귀전은 불과 14위에 그쳤다.

역시 공백 기간이 너무 길었던 것일까. 그동안 상향 평준화된 선수들의 기량과 크게 달라진 인게임 설정이 '벤츠'를 평범한 선수로 만든 것일까.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쓸데없는 기우였다. 크게 달라진 대회 환경에도 불구하고, '벤츠'가 지휘한 OP 게이밍 헌터스는 바로 이틀 뒤에 치러진 2주 차 DAY2 경기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한다. 여전히 메인 오더를 맡은 그는 전성기 시절을 보여주는 듯한 신들린 위치 선정으로 팀의 승리를 견인했다.


오랜만에 값진 승리를 따낸 '벤츠'는 "스스로 아직 부족하다고 느껴 개막 주에 출전하지 않았다"며 "복귀전은 긴장 때문에 하던 대로 플레이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후 "(대회 초기엔)내가 모든 걸 주도했지만, 지금은 팀원들과 함께 한다. 제대로 된 팀 게임을 하는 기분이다"고 이야기하며 팀원들과의 호흡을 강조하기도 했다.

첫 우승을 시작으로 OP 게이밍 헌터스의 상승세에 불이 붙었다. 이후 진행된 경기에서 두 번의 1위와 한 번의 2위를 통해 대량 득점에 성공했고, 중위권을 기록한 다른 경기에서도 꾸준히 20점 이상을 챙기며 순위를 천천히 끌어올렸다. 현재 OP 게이밍 헌터스의 PKL 포인트는 310점, 전체 순위 5위에 올라 있다.

한편, '지수보이' 김지수 해설은 '벤츠'의 복귀에 대해 "긴 공백 기간과 인칭 변경 등으로 인해 경기력이 불안할 것으로 예상됐고, 이에 얼마나 빨리 감각을 회복하느냐가 관건이었다"고 이야기했는데, "그러나 경기에서 보여준 칼 같은 찌르기 타이밍과 점령지에 따른 전략 구성 능력은 전성기 모습 그대로였다"며 '벤츠'의 녹슬지 않은 기량을 칭찬했다.

이어 "오더와 팀 호흡도 경기 횟수가 누적되며 보완되고 있다. 팀원들의 특성을 파악하고 세세한 임무를 부여하거나, 적들의 포지션을 예측해 몇 수 앞선 상황을 보는 능력이 인상적이다"라고 전하며 "이토록 빠르게 정상급의 감각을 되찾은 건 정말 대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긴 침묵을 깨고 다시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로 복귀한 '벤츠', 그가 새로운 팀원들과 함께 내민 첫 발걸음의 결말은 그 어떠한 예측도 불허한다. 2019 PKL 페이즈1에 참가한 24개 팀 중 단 4개 팀만이 런던행 티켓을 손에 쥘 수 있는 상황, 과연 '벤츠'는 마지막 경기에서 본인이 원하는 그림을 완성할 수 있을까.


■ 2019 HOT6 PUBG KOREA LEAGUE 페이즈1 18일 차 일정

A/B조 - 23일 오후 2시, 잠실 아프리카TV kt 10 기가 아레나

A조
DPG 다나와
MVP
OGN 엔투스 에이스
그리핀 화이트
세스티 e스포츠
아프리카 프릭스 아레스
아프리카 프릭스 페이탈
엘리먼트 미스틱

B조
APK 프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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