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운드 하드웨어 구동 중... 구동 완료”

GDC 2019에서 진행된 ‘클래식 게임 포스트모템’에서 ‘커맨드 앤 컨커(이하 C&C)’가 자리한 목적은 명확했다. 강연 시작과 동시에 화면을 메운 과거 게임 설치 화면은 C&C를 기억하는 올드 게이머들을 흥분시켰다. 강연장을 꽉 채운 전 세계 개발자들은 물론이고 게임을 개발했던 웨스트우드의 개발진에게 있어서도 감명 깊은 시간이 될 법했다.

강연에는 웨스트우드의 창립자 ‘루이스 캐슬 (Louis Castle)’이 자리했으며, 에릭 여(Eric Yeo), 스티브 웨더릴 (Steve Wetherill), 프랭크 클레파키(Frank Klepaki)까지. 과거 웨스트우드의 개발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그리고 이들은 청중과 함께 자사의 역사적인 타이틀 ‘C&C’를 되돌아봤다.

▲ 루이스 캐슬(Louise Castle), 웨스트우드 창립자

루이스 캐슬은 작은 개발팀으로 시작했던 1995년 당시로 돌아가, 몇 가지 주제로 게임을 재조명했다. 단상에 자리한 네 명의 개발자들은 물론, 자리에 함께하지 못한 8명의 개발자의 영상 및 음성 인터뷰를 보여줬다. 그리고 이를 통해서 당시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게임이 개발자들에게 어떤 가치를 남겼는지를 알리고자 했다.

루이스 캐슬은 당시 C&C의 개발진이 웨스트우드의 일부분에 불과했다고 언급했다. 시리즈의 첫 작품은 매우 작은 규모의 팀으로 시작했으며, 프로그래밍, QA, 아트, 영상과 음악. 그리고 시리즈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배우들까지. 소규모 개발진의 노력과 열정으로 게임이 만들어졌음을 강조했다. 그리고 단순히 슬라이드를 보여주는 것을 넘어서, 실무자들의 이야기를 직접 청중에게 전했다. 강연이라기보다는 토크 콘서트에 가까운 형태로 말이다.



= 개발 과정에서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C&C에서 음악을 담당했던 플랭크 클레파키는 사운드 카드를 본격적으로 사용했다는 점을 꼽았다. 사운드 카드를 본격적으로 사용한다는 결정과 함께, 새로운 기술과 방향성을 게임 내에 녹여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시에는 팀이 작았기에 개인의 의견이 게임 개발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었던 덕분이다. 결과적으로 의견을 받아들여졌고 C&C는 당시로써는 획기적인 사운드와 분위기를 내는 작품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기술적으로 사운드 카드를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게임이었죠. 인스톨 화면에서도 이를 강조하기도 했고요. 신디사이저나 이런 효과들을 게임에 써보려고도 했었고요. 오디오 디렉터로서 파티 음악, 테크노 뮤직, 헤비메탈 같은 다양한 음악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자유롭게 이런 방향을 설정할 수 있다는 것은 좋은 경험이었어요. 심지어 노래를 따로 들을 수 있는 주크박스 모드를 넣자는 생각까지 했었다니까요?”

▲ 플랭크 클레파키(Frank Klepacki) C&C 음악 작곡가


= C&C 세계관에 대해서 설명하자면?

당시 선임 프로듀서였던 브랫 스페리(Brett Sperry)는 C&C의 세계관을 기획하고, 발전시킨 인물이다. 그는 영상을 통해 긴 시간, 많은 공을 들였던 이야기라고 당시를 회상한다. SF 세계관으로 기획되기는 했지만, 먼 미래의 일이 아닌, 근 미래 세계관을 통해서 캐릭터들을 매력을 부여하는 데 집중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당시에 가장 중점을 둔 것은 캐릭터들의 배경 이야기를 설정했던 부분이었습니다. 하나의 드라마로 시나리오를 이끌어 나가고자 했고,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배경을 팀원들과 함께 고민하고 만드는 과정을 거쳤죠. 게임 플레이뿐만 아니라, 캐릭터 또한 게임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공을 들여 만들었던 만큼, 게임 내에서 어떻게 소개할 수 있을지도 고민거리 중 하나였죠”


리드 디자이너인 에릭 여는 당시 이 설정에 큰 영감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렇기에 만들어진 수많은 배경 설정들을 꺼내보기 시작했고,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C&C만의 세계관에 살을 붙여 나갔다. 당시 근미래를 배경으로 했던 게임들이 거의 존재하지 않았기에, 오롯이 개발진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개발을 시작했다.

▲ 에릭 여(Erik Yeo) 리드 디자이너

그리고 당시 프로듀서를 맡았던 에드 델 카스틸로는 C&C만의 독특한 정체성을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 미션 브리핑 텍스트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비디오 스타일로 보여주는 방식을 말이다. 이를 통해 플레이어는 게임에 좀 더 몰입감을 가질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웨스트우드를 대표하는 특징적인 요소를 만든 셈이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처음에는 다른 게임처럼 텍스트로만 미션 브리핑을 만들고자 했죠. 하지만 팀원들이 이걸 두고 영 만족스럽지 않아 하더라고요. 그래서 비디오 스타일의 브리핑을 시도했습니다. 우리가 만들어낸 매력적인 인물 설정이 여기서 빛을 봤죠. 섀퍼드 장군이나 케인 같은 대표적인 캐릭터가 탄생했습니다. 영상에 효과를 입히기도 했고, 사람들이 게임에 더 몰입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순탄하지는 않았어요. 데모를 만들면서 많은 고생을 했죠. 새로운 기술을 사용하기도 했고요. 당시에 온종일 그 작업에만 매달렸던 기억이 나네요. 하지만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아무도 우리를 방해할 수 없었고. 실제로 좋은 결과물을 냈으니까요”



= C&C를 만들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자면?

테드 모리스는 개발 과정에서 가장 좋았던 순간을 ‘게임 경험(Game Experience)’를 끌어올렸을 때라고 회상했다. 커뮤니티 매니저로서, 자신이 제작에 참여한 게임이 게이머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기 때문이었다. 작은 개발팀으로 시작했기에 더더욱 이와 같은 감정을 느꼈다.

"내가 제작에 참여한 게임이, 다양한 부분에서 긍정적인 반응들이 나왔을 때가 가장 좋았던 순간이네요. 돌이켜보면, 개발팀이 작아서 그랬던 것도 있다고 봐요. 작으니까 다양한 목소리를 녹여낼 수 있었거든요. 서로의 의견이 잘 반영되기도 했고요. 의견들이 모여 게임이 개선되고 좋은 반응이 나왔다는 것. 그게 좋았습니다"


개발 과정에서 결과물이 나왔던 시기를 추억하는 개발진도 있었다. 프로그래머 맥크레디(Maria del Mar McCeady Legg)는 당시로는 획기적인 설치 화면을 만들어낸 경험을 추억했다. 본명보다는 '케인'으로 더 알려졌을 '조 쿠건(Joe Kucan)'은 비디오 시퀀스의 제작 과정을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꼽았다. 영상 촬영을 담당한 에릭 구치 또한 마찬가지였다.

"비디오 시퀀스를 만드는 과정은 저에게 있어 매우 영광이었습니다. 정말로 많은 일이 있었어요. 처음에는 작은 창고 같은 곳에서 시작해서 큰 공간으로 갔지만, 크게 하는 일은 변하지 않았었죠. 대신 스테이지의 모든 것들이 한 단계 상승했습니다. 바닥이 실제로 덜덜 떨리는 효과 같은 것도 쓸 수 있게 됐고요. 그걸 보면서 이렇게 느꼈죠. '오 마이 갓! 재미있잖아!'"


"그거 아세요? 영상을 게임에 넣자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 처음 촬영장은 그냥 창고 같은 곳이었어요. 심지어 크로마키를 따기 위한 녹색 벽도 없었죠. 뒤에 배경을 합성하려면 초록색 벽이 필요한데 그랬다니까요? 그래서 제가 물었어요. '어... 제가 벽에 초록색 페인트를 칠해야 하는 건가요?'라고요.

뭐 아무튼. 일단 처음 제 일은 영상을 촬영하고 랜더링을 하는 것이었는데... 누군가 갑자기 '세스(Seth)'역이 필요하다고 외치더라고요. '우리 지금 세스역이 필요한데, 에릭 너 잠깐 시간 되니?'라고 말이죠. 그래서 졸지에 세스를 연기했죠. 너무도 갑작스러운 일이었지만요"


스티브 웨더릴은 기술적인 발전이 기억에 남는다고 답변했다. 특히 멀티 플레이 부문에서 혁신적인 진화를 이끌어 낸 것이 자랑스러웠다는 것이다. 플레이어 간의 통신이 원활하게 진행되고, 플레이가 똑같이 이루어지는 순간을 '오 젠장, 다들 멀티플레이를 하고 있잖아? 회사에서 매일 밤을 새운 보람이 있군!'이란 감상으로 정리했다. 멀티 플레이 외에도 작은 용량에 비디오까지 담아내기 위한 노력도 추억했다.

"여러 문제가 있었지만, 역시 마지막 난관은 비디오를 게임에 랜더링하는 과정이지 않았을까 싶네요. 계속 비디오를 랜더링 해야 돼서 이래저래 고칠 게 많았거든요. 랜돌프가 이 건으로 하도 고민을 하기도 했고요. 그래서 제가 말했죠. '내가 고칠 수 있어 랜돌프'라고요.

그 뒤로는 랜돌프와 비디오 랜더링을 계속 손봤던 것 같아요. C++를 도중에 배우기도 했고요. 당시에는 매우 많은 공을 들였던 것 같은데. 막상 나중에 가니까 실제로 용량이 크지는 않더라고요. 얼마 전 HD 리마스터 이야기가 나왔을 때, 코드를 보내달라고 요청을 받고 나서야 알았어요. 게임 전체 소스를 보내는 것이었는데 오 분도 걸리지 않더라고요"

▲ 스티브 웨더릴(Steve Wetherill) 테크니컬 디렉터


= 개발 과정에서 재미있는 일화는 없었나?

윌리엄 란돌프는 이스터 에그로 공룡을 넣은 이유를 재미있었던 일화로 소개했다. C&C는 어디까지나 공상 과학 세계관이었기에, 개발 과정에서 공룡을 넣을 이유가 없었던 게임이었다. 그러나 개발진 중 누군가가 공룡을 몰래 게임 내에 넣어뒀고, 최종 제품판에도 이스터 에그로 들어간 과정을 전했다.

"개발 도중 어느 날, 누군가가 자기가 공룡을 좋아한다고. 이스터 에그로 넣자는 의견을 보냈습니다. 당연히 그때는 이렇게 답했죠. '안 돼'라고요. 그래서 포기를 했겠거니 싶었는데, 글쎄 그 사이에 아트팀이 몰래 유닛 디자인을 끝냈더라고요? 비디오 팀은 공룡 포트레이트도 몰래 넣어뒀고요. 심지어 조 쿠건이랑 저는 이게 있는지도 몰랐다니까요?

그런데 이걸 어떻게 알게 됐느냐고요? 어느 날 사이드 바에 버그가 났는데, 갑자기 엄청 큰 공룡 포트레이트가 튀어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알았죠. 범인을 색출하려고 했더니, 또 조 쿠건은 이걸 보고 자지러지게 재밌어하더라고요. '왓?! 이게 뭐얔ㅋㅋ ' 하고요. 그래서 생각했어요. '뭐 재미있으니까 됐나..' 싶더라고요"

▲ 그놈에.. 공룡!


= C&C가 우리에게 남긴 것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소수의 개발팀으로 성공을 거뒀고, 웨스트우드를 대표하는 타이틀이 되기까지 성장했던 C&C. 이를 개발한 당사자들은 어떤 결과물, 교훈을 얻었을까? 프로듀서였던 에드 델 카스틸로는 '모든 것에서 배울수 있었다는 것'이 C&C가 개발진에게 남긴 가치라고 정리했다.

"무언가 힘들게 고생하며 만들었을 때, 과정에서 배울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팀이든 개인이든 진보할 수 있다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정말 많은 일이 있었어요. 그리고 모든 과정에서 배울 수 있었고요. 개인의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위에서 뭐라고 하던 상관도 안 했죠.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만들 수 있었고, 스스로 생각을 게임에 바로 투영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여기서 계속해서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죠.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앞으로 그런 경험을 할 수 없었기도 했고요. 그 때 그 당시. 웨스트우드에서 경험했던 것만큼의 경험을 해볼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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