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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27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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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세키로', 프롬소프트식 액션의 정수를 담다

윤홍만 기자 (Nowl@inven.co.kr)

‘세키로’가 처음 공개되고 아마 전 세계 많은 게이머가 똑같은 생각을 했을 거다. ‘이번에는 어떤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죽을 수 있을까?’ 딱히 게이머들이 마조히스트여서 그런 게 아니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 속담에 딱 맞는 게 바로 프롬소프트의 소울본 시리즈(소울 시리즈 + 블러드본)였기 때문이다. 어렵기에, 손에 땀을 쥐게 하기에 성취감이 큰 법이다.

비록 소울본 시리즈에서 탈피했다지만 그럼에도 ‘세키로’는 누가 그 프롬소프트의 게임 아니랄까 봐 여전히 게이머들을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싱글 플레이만 지원하기에 소울본 시리즈처럼 도움을 받을 수도 없어서 일부는 프롬소프트가 작정하고 어렵게 만들었다는 얘기까지 할 정도다.

여러모로 지금까지의 소울본 시리즈와는 차별화를 꾀하기 위해 노력한 ‘세키로’다. 소울본 시리즈 특유의 향취가 느껴지긴 하지만 실상은 완전히 다른 게임이라고 봐도 될 정도다. ‘블러드본’ 역시 자신만의 영역을 쌓아 올렸다지만 그 근간이 소울 시리즈에 있는 것과 비교하면 ‘세키로’는 소울본 시리즈의 특징을 몇 개 따왔을 뿐 아예 처음부터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한 모습. 프롬소프트의 정수가 집약된 동시에 여러모로 도전적인 시도를 한 신작인 셈이다.


하나의 캐릭터, 하나의 이야기
명확해진 스토리텔링, ‘프롬뇌’는 잠시 쉬게 놔두자

‘세키로’가 시도한 소울본 시리즈와의 차별화 중 가장 대표적인 거로는 스토리텔링의 변화를 들 수 있다. 지금까지 소울본 시리즈의 주인공은 명확히 정해진 인물이 아니었다. 선택받은 불사자, 재의 귀인, 사냥꾼 등 정해지지 않은 개인이 주인공이었다.

게이머가 자신의 캐릭터에 몰입하고 스스로의 이야기를 써나가도록 한 거지만 그렇기에 스토리텔링이 비유적이며 은유적이란 한계가 있었다. 게이머에게는 어디까지나 하나의 목적만을 제시할 뿐이었고 그렇기에 당최 이해할 수 없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들려왔다. 심할 경우 보스라서 잡긴 했는데 왜 싸운 건지 알 수 없는 때도 있었다. 오죽하면 이런 비유적인 요소들을 모아서 개발자의 의도를 추론해 나름의 설정을 이해하고 정립하는 ‘프롬뇌’가 필요하단 얘기가 나올 정도였겠는가.

이조차도 소울본 시리즈의 매력임을 부정할 순 없으나 어찌 됐건 게이머에게 있어선 불친절할 수밖에 스토리텔링 방식이었다. 몬스터가 어떤 아이템을 떨구는지 그 아이템에 어떤 설명이 붙어있는지 보스가 왜 거기에 있었는지도 파악해야 했기 때문이다.

▲ 서사의 중심이 세계였던 소울본 시리즈와 달리 ‘세키로’는 개인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하지만 ‘세키로’는 이런 불편한 스토리텔링을 한층 쾌적하게 변화시켰다. 우선 늑대라는 고정된 주인공과 붙잡힌 황자를 구해야 한다는 목적을 명확히 함으로써 캐릭터의 배경과 목적에 힘을 실었다.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주인은 절대적이다. 목숨을 걸어서 지키고, 사로잡혔다면 반드시 되찾아라”라며, 닌자의 철칙을 상기시키는 것 역시 앞으로 해야 할 목적을 명확히 알려주는 장치인 셈이다.

변한 건 캐릭터와 목적만이 아니다. 스토리텔링의 핵심인 서사의 전달 방식 역시 한층 쾌적해졌다. 대화하는 것만으로도 주인공을 둘러싼 상황에 대해 알 수 있으며, 다음에 해야 할 행동을 알려주기에 프롬소프트 특유의 비유나 은유가 최대한 배제된 모습이다.

▲ 목적 역시 대화를 통해 직접적으로 알려주는 편이라 비유와 은유가 들어갈 틈이 없다


이는 다양한 NPC들을 통해 진행되는 사이드 스토리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기존의 소울본 시리즈에서는 사이드 스토리 역시 비유와 은유로 가득 찼었다. 명확한 목적을 알 수 없었고 진행하기 위한 키 아이템을 구하는 것 역시 어려웠다. 하지만 ‘세키로’에서는 사이드 스토리를 진행하는 데 필요한 NPC들을 자연스럽게 메인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만날 수 있을뿐더러 키 아이템의 위치도 대략적으로나마 알려주기에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이야기의 깊이는 여전하지만 전달 방식이 한결 친절해진 거다.

다만 스토리텔링이 쾌적해졌다고 마냥 친절하게 게이머를 안내해준다는 건 아니다. 어디 그래서야 프롬소프트의 게임이랄 수 있겠는가. 어디까지나 서사의 전달이 친절해졌을 뿐이지 ‘세키로’의 전체적인 흐름은 소울본 시리즈와 유사하다. 일자식 진행 방식이 아니며, 게이머에게 주어지는 건 약간의 힌트뿐으로 목적을 이루기 위해선 직접 이 아름답고도 덧없는 세계를 탐험해야 한다.

▲ 스토리텔링이 개선됐다지만 세계를 탐험한다는 매력은 여전하다

결과적으로 ‘세키로’가 이런 식으로 스토리텔링의 변화를 준 이유는 단순하다. 게이머가 오롯이 게임에 몰입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소울본 시리즈 중에서도 유독 쾌적하게 게임을 진행할 수 있었던 ‘세키로’였던 만큼, 성공적인 변화를 꾀했다고 볼 수 있다.


왜 프롬소프트는 닌자를 선택했을까
자유로운 이동, 그리고 인살이 빚어낸 매력


바뀐 건 스토리텔링만이 아니다. 이동 방식 역시 바뀌었다. 점프와 와이어가 추가돼 소울본 시리즈와 달리 이동의 제약이 덜하다. 이러한 변화는 주인공인 늑대가 닌자라는 설정에 힘을 실어주는 동시에 게임의 레벨 디자인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소울본 시리즈를 해본 게이머라면 간혹 어떻게 갈지 막막함을 느낀 적이 있을 거다. 하지만 ‘세키로’에선 그런 막막함이 크게 다가오지 않는다. 그간 땅에만 붙박였던 것과 달리 와이어를 이용해 좌우는 물론 상하로도 종횡무진 누빌 수 있기 때문이다. 아예 갈 수 없는 길이 아니라면 지붕으로 우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적들을 피하거나 미니 보스라면 인살(忍殺)의 기회를 노릴 수도 있다.

이 인살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세키로’만의 매력이다. 소울본 시리즈 역시 배후에서 적이 눈치채기 전에 공격을 하면 큰 대미지를 입힐 수 있었다. 하지만 ‘세키로’의 인살은 좀 다르다. 글자 그대로 일격필살이다. 잘만 이용한다면 적들이 몰려있는 지역을 순식간에 통과한다던가 미니 보스를 상대하기에 앞서 주변을 정리할 수도 있다.


물론, 큰 변화는 아니다. 요소요소에 갈고리를 추가해 와이어를 이용하게 하고 소울본 시리즈에도 있던 뒤잡기를 인살이라고 명칭을 바꾼 거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그저 그뿐이었다면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았을 거다. 그저 자유롭게 이동하는 게 전부여서야 오히려 미지의 세계를 탐험한다는 매력이 반감되지 않겠는가.

하지만 ‘세키로’는 이를 정교히 다듬었다. 세계를 탐험하는 건 물론이고 레벨 디자인적으로도 반드시 필요하도록 만들었다. 와이어를 이용하지 않으면 갈 수 없는 지역을 만들거나 단순히 어쩌다 한 번 뒤잡기를 하는 게 아닌, 인살을 하도록 유도했다. 소울본 시리즈와 비슷하면서도 차별화된 ‘세키로’만의 매력을 여실히 보여준 셈이다.


프롬소프트식 ‘액션’의 정수를 녹이다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다


변화를 열거하자면 끝이 없을 ‘세키로’지만, 가장 큰 변화라면 역시 전투 시스템을 빼놓을 수 없다. ‘세키로’의 전투 시스템은 소울본 시스템과는 아예 동떨어졌다고 할 정도로 다르다. ‘블러드본’ 역시 리게인과 공격에 집중하는 등의 변화를 보임으로써 소울 시리즈와 차별화를 꾀했지만, 그 근간은 소울 시리즈에 있었다. 스태미너를 신경 쓰면서 공격을 할지 피할지 일종의 수 싸움을 해야 하는 방식이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소울 시리즈에서 방어를 떼어낸 게 ‘블러드본’의 전투 시스템인 셈이다.

하지만 ‘세키로’는 과감히 소울본 시리즈의 근간이 된 전투 시스템과의 결별을 고했다. ‘세키로’만의 차별점으로 체간 시스템을 도입한 거다. 스태미너를 대신해 들어간 체간은 일종의 균형감각을 게이지화한 요소로 적의 공격을 튕겨낼 때마다 체간 대미지가 쌓이는 방식이다. ‘세키로’만의 독특한 요소로 일반 적들은 물론이고 보스들을 쓰러뜨리기 위해선 체간 대미지를 쌓아야 한다.

▲ 파악했다! 너의 공격 패턴! 강약약중강약약!

▲ 체간을 다 쌓으면 체력에 상관없이 인살을 할 수 있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스태미너가 체간으로 바뀐 건가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체간과 스태미너는 명백히 다르다. 소울본 시리즈에서 스태미너는 게이머의 공격과 회피 등 모든 행동에 영향을 받았지만, 체간은 전투에서 대미지를 입거나 공격을 튕겨낼 때만 쌓이기 때문이다. 결국, 체간으로 인해 ‘세키로’의 전투는 더욱 격렬해질 수밖에 없다. 보스를 상대로 체간을 쌓기 위해선 그야말로 몰아치듯이 공격을 퍼부어야 한다.

물론,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다시 한 번 소울본 시리즈의 전투를 되짚어보자. 소울본 시리즈에선 기본적으로 적의 공격을 피하거나 막고 공격하는 식이었다. 전투의 흐름이 이지선다인 셈이었다. 하지만 ‘세키로’는 다르다. 잡기나 찌르기, 하단베기 등 특수패턴이 존재하기에 선택지 역시 늘어났다. 튕겨낼지 회피할지 혹은 점프할지 선택해야 한다. 체간을 효율적으로 쌓기 위해선 소울본 시리즈 못지 않게 보스의 패턴을 숙지해야 한다는 의미다.

▲ 위(危)자가 뜨는 패턴은 막아도 자신의 체간만 크게 깎일 뿐 튕겨내는 게 불가능하다

다만 그렇다고 ‘세키로’가 마냥 어려운 게임인가 하면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전투의 방식이 바뀌었고 선택지가 늘어났지만, 결코 비합리적이지는 않다. 처음 도전하는 보스라면 몇 차례 죽을 수도 있다. 아니, 일상다반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보스의 패턴은 정직하다. 절대 손도 못 댈 정도로 어려운 게 아니다. 어렵지만 극복할 수 있는 난관을 제시한다는 소울본 시리즈의 핵심은 여전하다.


’세키로’는 소울본 시리즈에 대한 존중이 있기에 탄생할 수 있었다
프롬소프트, 다시 한 번 스스로를 뛰어넘다


소울본 시리즈의 매력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난관과 그것을 극복했을 때의 성취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소울본 시리즈는 매번 극복할 수 있는 난관을 제시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누구나 좋아하진 않았다. 즐기는 게이머에게 있어선 최고의 게임이지만 그렇지 않은 게이머에게 있어선 그저 어렵기 짝이 없는 불친절한 게임으로 취급됐다.

다른 개발사였으면 그래도 좀 더 쉽게 만든다든가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프롬소프트는 달랐다. 그들이 가진 매력을 더욱 날카롭게 다듬었다. 멀티 플레이를 배제해 오롯이 게이머 개인의 실력만을 필요로 하게 하는 동시에 더욱 정교한 난관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성취감을 극대화했다. 소울본 시리즈에 대한 존중이 없었다면 있을 수 없었을 일이다.

소울본 시리즈에 이어 새로운 시도를 한 ‘세키로’를 통해 다시 한 번 스스로를 뛰어넘은 프롬소프트다. 과연 프롬소프트가 새롭게 빚어낸 ‘세키로’의 전투 시스템은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세키로’를 통해 소울본 시리즈에선 느껴보지 못한 쾌감을 선사해준 프롬소프트의 차기작을 만날 날이 멀지 않았기를 기원한다.

▲ ‘세키로’ 死...死... 死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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