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
2019-04-07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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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후기] 게임 속 감동은 또 다른 예술이다, 'WOW OST 콘서트'

윤서호,양영석 기자 (desk@inven.co.kr)
※공연 특성상 사진 및 영상 촬영이 제한되어있습니다. 이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어제(6일), 여의도 KBS홀에서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OST 콘서트'가 개최됐습니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와 플래직이 협업한 이번 공연에서는 오리지널에서부터 두 번째 확장팩인 불타는 성전, 세 번째 확장팩 리치왕의 분노의 대표적인 OST들을 들어볼 수 있었죠.

게임과 오케스트라는 사실 낯선 조합은 아닙니다. 게임을 하다보면 오케스트라와 녹음하거나, 혹은 오케스트라 연주의 느낌을 담은 곡들을 어느 새 들어볼 수 있죠. 단순히 그렇게 게임 안에서 재생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연주자들과 협업해서 공연을 하는 것도 그간 꾸준히 있었던 일입니다. 국내만 보더라도 작년에 몇 번 게임 음악 오케스트라 공연이 있었고, 올해에도 이번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OST 콘서트' 뿐만 아니라 또 다른 오케스트라 공연이 개최될 예정이니까요.

2시간 동안 진행된 이번 공연에서는 1부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 불타는 성전, 2부는 리치왕의 분노로 구분됐습니다. 1부는 로그인 화면에서 자주 들으면서 친숙해졌을 'Legends of Azeroth'로 시작됐습니다. 그 뒤를 이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시네마틱 트레일러의 BGM인 'Seasons of War'가 연주되고, 오그리마와 스톰윈드의 테마곡, '힝힝행행홍힝홍'이라는 밈으로 더 잘 알려진 'A Call to Arms' 등 오리지널 시절 동부 왕국과 칼림도어를 오가면서 몇 번이고 들었을 곡들을 뒤이어서 들을 수 있었죠. 특히 오그리마와 스톰윈드 테마곡이 연주될 때는 각각 얼라이언스와 호드의 컬러인 파란색과 붉은색의 조명으로 한 층 더 강렬한 느낌을 자아냈습니다.

"너흰 아직 준비가 안 됐다!"라는 명대사를 남긴 불타는 성전의 트레일러 BGM, 'The Dark Portal', 블러드 엘프의 테마곡인 'The Sindorei' 호드 유저라면 한 번쯤은 실바나스에게 오르골을 헌상하고 들어보았을 '명가의 애가(Lament of the Highborne)'도 이번 공연에서 빠질 수 없는 곡들이었습니다. 일리단의 테마곡과 불타는 군단의 테마곡으로 1부를 마무리하면서, 관객들에게 여운을 남겼습니다.

▲ "너흰 아직 준비가 안 됐다!"
'The Dark Portal' 후반의 금관악 파트에서는 절로 그 대사가 머릿속을 감돌았습니다

아직까지도 최고의 시네마틱 트레일러로 화자되고 있는 '리치왕의 분노'의 트레일러, 그 트레일러의 BGM인 'Arthas, My Son'으로 시작한 2부는 남아있는 1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를 정도로 순식간에 지나가버렸습니다. 울부짖는 협만, 폭풍우 봉우리, 흑요석 성소, 울두아르 등 주요 지역에서 들려오던 BGM들과 리치왕의 분노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Invincible'가 이어지는 동안 테마를 관통하는 'O Thanagor'의 가사가 아련하게 맴돌았습니다.

▲ 트레일러 BGM인 'Arthas, My Son' 연주는 2부 1시간을 순식간에 지나가게 만든 첫 발이었습니다.
감상하면서 머릿속에서 트레일러가 자동으로 떠오를 정도였죠

공연 그 자체로 본다면 다소 아쉬운 점은 있었습니다. 2층에서 관람했었는데, 1부에서는 후방 조명이 2층으로 너무 강하게 들어와서 눈을 뜨기가 차마 어려웠습니다. 2부에서는 후방 조명의 비중이 낮아지고, 조도를 낮춰서 조금 편해졌죠. 일부 예민한 관객들은 스피커에서 노이즈가 조금씩 들린다는 점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얼라이언스와 호드의 진영을 나누어서 좌석을 배치한 의도는 좋았지만, 클래식 오케스트라 공연과 유사하게 엄숙하고 조용하게 진행됐기 때문에 이런 배치를 적극 활용하기에는 약간 무리가 있었습니다. 예전에 플래직에서 진행했던 공연들을 떠올려보면 지휘자나 공연 기획자가 "얼라이언스를 위하여"와 "호드를 위하여" 콜을 자주 유도하면서 흥을 돋우고,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는 했거든요.

그래서 각 진영의 색인 붉은색과 파란색의 야광봉도 나누어줬지만 이를 적극 활용할 타임이 없어 아쉽기도 했습니다. 물론 클래식 오케스트라의 느낌으로 공연을 구성한 만큼, 이 점은 감안할 필요는 있었죠. 다만 앵콜하기 전 마지막에 가서 지휘자가 콜을 유도했지만, 하필 중간에 지휘자 마이크가 나가는 옥의 티가 발생한 것은 정말 아쉬웠습니다. 특히나 곡 자체는 훌륭하게 연주한 만큼, 이런 사소한 부분이 더욱 더 아쉽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 공연 티켓박스 앞에서 진영별로 상품을 판매하기도 하고


▲ 1, 2층 모두 각 진영별로 좌석을 배치했지만, 공연 간에는 크게 의식하지 못했습니다

이번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OST 콘서트'는 블리자드와 플래직이 협업해서 블리자드 콘서트 오케스트라 & 콰이어를 결성한 이후, 처음으로 진행하는 공연입니다. 게임 공연을 한 국내 관현악단은 여럿 있었지만, 게임 음악만을 위해서 결성된 국내 오케스트라가 공연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죠.

그들이 내딛은 첫 걸음은 완벽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연주로만 본다면, 유저들을 끌어당기는 테마곡들의 매력을 훌륭하게 오케스트라로 담아냈습니다. 특히 'A Call to Arms' 등 몇몇 곡은, 플래직이 그간 공연의 대미를 장식해온 곡이었던 만큼 완벽하게 그 장엄하고, 비장한 느낌을 훌륭하게 곡에 실었죠. 'Desideratus Fatum, Desideratus Bellum' 이 가사가 기억이 안 나서 아주 작게 '힝힝행행훙행훙'에 가까운 소리를 읊조리면서 들을 정도로요.

공연은 좋은 원곡만으로는 완성되지 않습니다. 원곡을 어떻게 연주하고, 또 그에 맞게 무대를 어떤 식으로 구성하느냐에 따라서 갈리게 되죠. 이번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OST 콘서트'는 다소 아쉬운 구석은 있었지만, 원곡을 오케스트라에 맞게 잘 편곡하고, 원곡의 그 느낌을 유저에게 잘 전달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었습니다. 다음 번에 있을 공연에서는 또 어떤 곡들로 유저들에게 그 감정을 전달할지, 좀 더 발전된 레퍼토리로 공연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을지 기대가 됐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더, 이번 공연을 보러 온 사람들 가운데에 아이들을 데리고 온 부모님들도 볼 수 있었습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2004년 이후 15년 이상 서비스를 이어오고 있는 게임입니다. 그때 10대, 20대, 30대였던 유저들이 어느 덧 결혼해서 자녀를 가지기엔 충분한 시일이죠. 혹은 이미 그때 자녀를 가진 분들이라면, 그 자녀들이 성장해서 어엿한 성인이 되어있을 수도 있고요.

"아이들에게 오케스트라 같은 공연 문화를 접근하게 할 때, 접근하기 쉬운 테마는 사실 게임이에요. 아무래도 게임을 쉽게, 그리고 많이 접하니까요. 그리고 게임 음악에도 얼마든지, 학부모님들이 생각하는 클래식의 느낌이 있으면서도 정서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곡들이 많아요."

"게임 음악은, 아이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악 중 하나이기도 하잖아요. 직접 그 곡을 연주해보거나, 혹은 그 곡을 연주하는 것을 보는 것은 큰 경험이에요. 또 공연 문화, 문화 생활의 한 부분이기도 하고요."


관련 기사 : [인터뷰] 플래직 게임 심포니 오케스트라, "게임 음악은 문화 생활의 한 부분"

문득 플래직과 인터뷰를 했을 때가 떠올랐습니다. 이와 같은 공연은 딱딱하게만 느껴질 수 있는 오케스트라 공연을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이자, 공연 문화와 문화 생활의 일종이니까요. 게임은 단순한 중독 물질, 유해 물질, 유희거리가 아니라 세대가 이를 향유하면서 서로에게 다가갈 수 있는 공통 분모이자 문화일 수 있다는 것을, 이번 공연을 통해서 조명할 수 있었습니다.

▲ 공연 시작 1시간 전에도 이미 홀은 사람들로 가득 찼습니다. 남녀노소할 것 없이요

▲ 공연 10분 전, 모두가 숨죽이면서 무대에 집중했습니다. 그리고 2시간은 훌쩍 지나가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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