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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16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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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운동, 취미, LCK, LCS, 동료들... '뱅' 배준식에게 직접 듣다

인벤 e스포츠팀 기자 (Nswer@inven.co.kr)

프로게이머나 e스포츠 관계자들과 많은 인터뷰를 나눠봤다. 그만큼 그들이 느끼고 겪었던 기쁨과 슬픔 혹은 고민과 아픔 등 다양한 감정을 다양한 방식으로 작성했다. 누군가와는 술을 마시며, 어떤 이와는 쇼핑을 하면서, 또 다른 이와는 뇌구조를 그리거나 거짓말 탐지기를 동원해 진행하기도 했다. 아니면 평범하게 친구와 카페에 앉아 수다를 떨듯이 진행하기도 했다.

'뱅' 배준식과는 강남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났다. 으레 인터뷰를 하게 되면 가장 자주 가게 되는 곳이 카페다. 방식도 남다르지 않았다. 더 깊은 속내를 듣기 위해 술의 힘을 빌리지도 않았고 TV 속 게릴라 코너처럼 번화가나 쇼핑센터를 거닐지도 않았다. 그냥 이런저런 이야기를 서스럼없이 듣고 싶었다. '인터뷰'라는 느낌을 주지 않으려고 업무용 노트북도 가져가지 않았다. 아는 동네 형동생 정도의 친근함을 느끼며 저절로 마음을 열고 속깊은 대화를 하고자 했다.

다행히 '뱅' 배준식은 예상보다 더 살가웠다. 농을 던지면 웃어주거나 받아칠 줄 알았고 공감되는 주제와 이야기에 마음 놓고 수다를 떨 줄도 알았다. 어렸을 적 이야기나 취미 등 어찌 보면 사적일 수 있는 질문에도 자세한 설명을 덧붙이며 답했다. 인터뷰를 나눴던 약 1시간 반 동안, 아니 그와 함께 했던 총 3시간 동안 '뱅' 배준식은 참 많은 이야기를 쏟아냈다.


# 근황, 취미

2019 LCS 스프링 스플릿 일정을 모두 마친 뒤에 귀국했고 10일 정도가 지났다. '후니' 허승훈과 일정을 자주 공유했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친구들이나 가족과도 시간을 보냈다. 강아지 '감자'랑 오랜만에 놀아주기도 했다.


운동도 꾸준히 했다. 스플릿 일정을 소화하기 바쁜 프로게이머는 비시즌이 아니면 체력을 늘릴 기회가 없다. 운동하면서 살을 다시 많이 뺐는데 아직 발전 가능성이 있다(웃음). 유산소 운동에는 재미를 붙이기 힘들어서 근육을 키우는 중이다. 골든 가디언즈의 '하운처'나 TSM의 '아카디안', 팀 리퀴드 '더블리프트'의 몸이 부럽다. 체지방이 별로 없고 근육량이 많은 '섬머 바디'. 프나틱의 '브록사' 같은 몸은 너무 전문가의 몸 같아서 내키지 않는다.

북미로 진출하기 전부터 운동하는 걸 좋아했다. 꾸준히 하다가 못하게 되면 10시간을 자도 피곤하고, 그렇지 않으면 5시간만 자도 몸이 개운하다. 운동할 때 힘든 건 다 적응됐고 이젠 즐기는 단계다. 매일 근육통이 느껴져야 '아, 이거지' 하면서 기분이 좋아진다. 그렇지 않으면 뭔가 허전하고 시간을 버리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살짝 운동 중독이다.

운동 말고는 사람 만나는 것과 맛있는 걸 먹는 것이 좋다. 먹기 위해 운동하는 느낌. 많이 먹으면서 인간답게 살려면 운동을 해야 한다. 미국에서 먹게 되는 맛있는 음식에는 큰 대가가 따른다.

그동안 한식이 가장 맛있다고 느꼈다. 미국에서 멕시코 음식을 먹기 전까진 그랬다. 한 번은 멕시코인 우버 기사와 대화를 나눴는데 자국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엄청났다. 그에게 "아시안 음식은 어떤가요?" 라고 물어보자, "아시아 음식 특유의 짠맛은 너무 내기 쉬운 맛이라 별로"라고 답했다. 확실히 멕시코 음식은 향도 다 다르고 맛의 조화가 좋다. 평소 좋아했던 '단짠단짠'의 정석 매운갈비찜 같은 한식을 떠올려보니 확실히 한식의 맛이 1차원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일식도 좋아한다. 츠케멘을 잘하는 식당을 가면 고유의 향이 일품이다. 깊고 진한 맛과 향.


물론, 한국 음식도 그리웠다. 한국에 돌아오면 먹고 싶었던 음식 버킷 리스트를 만들어뒀다. 감자탕, 롯X리아, 막국수, 감자전, 스시, 평양냉면, 마라샹궈. 롯X리아에서는 새우버거와 불고기버거를 특히 좋아한다. 개인적으로 햄버거는 햄버거 자체로 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햄버거가 식당에서 파는 음식처럼 되면 안된다. 정크푸드는 정크푸드일 때 아름답다(웃음).

미국에서는 맛난 걸 말 그대로 찾아다니면서 먹었다. 주로 '후니' 허승훈과 함께. 쉬는 날엔 거의 단짝처럼 같이 지냈다. '후니' 허승훈의 집에서 맥주도 한 잔씩 하고 잠도 많이 자고 보드게임도 같이 했다. 건전 그 자체, 약간 '너드' 같았다(웃음). 술 마시는 것도 좋아한다. 많이는 못 마신다. 주량은 소주로 따지면 3병 정도(웃음). 프로게이머 중에 '피글렛' 채광진이 술을 잘 마신다. 길게 많이 마시는 스타일인데 나와 비슷하다. 난 보통 안주는 거의 먹지 않고 물을 안주 삼아 술을 즐긴다.

혼자 떠나는 여행은 한 번도 못해봤다. 첫 시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다. 한 번 해보면 계속 갈 것 같다. (일본에 혼자 여행을 떠났던 경험을 들려주자) 나중에라도 꼭 한 번 가보고 싶어졌다. 물론, 맛있는 걸 먹기 위해 떠나는 여행이다. 원래 여행은 식도락이니까.


코스프레는 두 번 해봤다. 예전에 했던 자야 코스프레에 이번 LCK 결승에선 이즈리얼 코스프레를 했다. 이번 건 자야 코스프레 당시 도움을 받았던 분에게 제안을 받아 시작했다. 첫 코스프레의 난이도가 워낙 높았기에 비교적 간단했던 이번 코스프레는 할만 할 것 같았다. 두 번 해보니 Cloud9 '스니키'의 마음이 살짝 이해됐다. 또 다른 이벤트가 있을 때 간단한 거라면 한 번 더 해보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이번 결승 무대에서 보여줬던 이즈리얼 코스프레는 개인적으로 홍보하지 않았다. 이벤트의 주인공은 SKT T1과 그리핀이니까.

미국으로 진출하기 전에 팬미팅을 해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았다. 정신이 없어서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가 이번에 '후니' 허승훈과 함께 하기로 했다. 사인도 해드리고 같이 사진도 찍을 거다. 장소 선정에 애를 먹었다. 어느 정도 규모의 인원이 와주실 지 모르니까. 모든 분에게 똑같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느꼈다. 그럴 만한 장소도 딱히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인원 제한을 뒀다.

특별히 친한 팬들은 없다. 현장에서 자주 마주해 안면이 익은 분들도 있지만 그분들과 가끔 오시는 분들을 차별대우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서 살짝 조심스럽다. 나에겐 모든 팬이 소중하다. SKT T1이라는 팀도 그런 성향이다.


# 부모님, LCK 동료들

얼마 전에 '피넛' 한왕호와 함께 고향인 홍천에 놀러갔다. 1월부터 계속 나에게 홍천에서 힐링하고 싶다고 말해서 이번에 귀국했을 때 집에 같이 갔다. 그런데 나보다 홍천에 더 오래 머물렀다. "나 서울 가야돼" 라고 하니 "난 좀 더 있을게" 라더라. 부모님께 말씀드렸더니 바로 그러라고 하셨다. 부모님이 많이 개방적이시다.


가풍 자체가 프로게이머를 하기에 좋았다. 프로게이머 제의를 받았을 때도 부모님에게 말씀드렸더니 바로 그러라고 하셨다. 반대는 딱히 없었다. 부모님이 나와 친형의 인생을 존중해주고 수평적 관계를 강조하신다. 근데 미국행을 결정하고 말씀드렸을 땐 자꾸 '개입'을 하려고 하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들이 멀리 간다고 하니 걱정돼서 그러셨던 건데 당시엔 화가 났다. 부모님에게 미국행을 결정하게 된 근거를 여럿 말씀드리면서 논리적으로 설명드렸는데 마땅한 이유 없이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셨던 것 때문에 나도 모르게 서운했었나보다.

얼마 전엔 LoL 파크에서 '운타라' 박의진과 '후니', '푸만두' 이정현 형과 만났다. 이야기를 많이 나누진 않았다. '후니' 허승훈과 함께 있을 때 '푸만두' 이정현 형이 다가왔다. 둘이 인사를 하지 않아서 의아했다.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푸만두' 이정현 형이 "우리 서로 잘 몰라" 라고 했다. 나중에 떠올려보니 '후니' 허승훈은 17년도에, '푸만두' 이정현 형은 16년도에 SKT T1에 있었다. 활동 시기가 겹치지 않아 서먹했던 거였다. 난 오랫동안 SKT T1에 있다 보니 둘이 같이 있었던 걸로 착각했다.

현재 SKT T1을 보면 기분 좋다. LoL이라는 게임에서는 '나만 잘하면 이기겠다'는 마음이 들 때 정말 행복하다. 다같이 1인분을 하고 있다는 전제조건이 성립되어야 누구든 상황이 나오면 2인분 혹은 3인분을 할 수 있다. 지금 멤버들은 예전 성적과 경기력이 좋을 때의 나와 당시 팀원들처럼 그걸 느끼고 있는 것 같아 보기 좋다.


# LCS

어느 정도 완성된 선수가 LCS로 가면 좋으면 좋았지 나쁘진 않은 것 같다. 팀 게임을 몸에 익히고 프로 의식을 배워야 하는 신인 입장에서는 LCK가 더 좋은 것 같다. LCS는 뭔가 실수를 하면 각자에게 책임이 있다. 서로에게 덜 개입하려고 노력한다.


처음 겪어보는 문화라 적응하기 힘들었다. 그래도 한국 용병인 만큼 팀원들에게 이것저것 알려주려고 한다. 팀에서도 그걸 원한다. 그런데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도 익숙하지 않긴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나도 '노 오펜스'임을 강조하면서 조심스럽게 조언해주는 등 최대한 그런 문화에 적응하려고 노력 중이다.

북미 프로게이머와는 경기 중에 소위 '각'을 보는 기준이 다른 것 같다. 예를 들어 난 1초 만에 싸워야 하는 이유를 다섯 개 정도 찾는다면, 다른 선수들은 한두 개를 찾는다. 프로 경기에서는 팀원들끼리 보는 각이 다르면 실시간으로 플레이와 상황이 바뀐다. 그걸 맞춰가는 과정이다. LCK식 피드백에 LCS의 문화를 접목시키고 있다.

원래 난 성적이 좋은 팀에서 가르침을 받는 입장이었는데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 영어를 빠르게 배웠던 것이 그런 점에서 도움을 줬다. 일부러 '썸데이' 김찬호보다 '아프로무'나 '안다' 혹은 코치진과 더 많은 대화를 나눴다. 한국인끼리만 모여있으면 뭔가 '자기들끼리 뭉치네' 이런 느낌을 줄 것 같아서 그랬다. 그래서 영어도 더 빨리 늘었다.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친해진 정글러 '안다'와는 레드벨벳 콘서트에도 같이 갔다. '안다'가 K-pop 팬이다. 시즌 중에 팀 분위기가 좋지 않았던 적이 있었는데 하필 그때와 '안다'가 미리 예매해뒀던 콘서트 일정이 겹쳤다. '프롤리' 코치가 가지 말라고 눈치를 줬는데 '안다'가 너무 우울해하길래 "콘서트 두세 시간 다녀온다고 경기력에 큰 영향이 없다"면서 같이 가줬다. 용병으로 갔는데 어쩔 때는 이처럼 선수들의 멘탈을 챙기는 역할도 하고 있다. 여러모로 시야가 넓어지는 것 같다.


# 과거와 미래

첫 장래희망은 육군 장교였다. 직업 군인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국회의원도 생각해봤는데 철들면서 '저긴 무서운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 포기했다(웃음). 시간이 지나고 사학자나 박물관에서 일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구체적인 장래희망이 생겼다. 어렸을 때 어머니가 책을 자주 읽으라고 하셨는데 하필 집에 있는 책이 죄다 위인전이었다. 그걸 읽고 학교에서 국사 수업을 들었더니 다 알던 내용이라 재미를 붙였고 자연스럽게 장래희망도 그쪽으로 옮겨갔다.

LoL은 12년도에 시작했다. 당시에 지금으로 따지면 실버 티어로 배치받았다. 플레티넘 티어에 준하는 레이팅까지 수직상승했고 거기서 100판 정도 했다. 방학이 시작하고 한 달 동안 쉬지 않고 했더니 단숨에 챌린저 티어 10위까지 올라갔다. 그때 프로 제의를 받았다. 프로게이머의 부계정이 아니냐는 소문도 돌았는데 난 그냥 나였다(웃음). kt 롤스터에서 원거리 딜러 포지션으로 테스트를 받고 통과했다. 당시 오창종 코치님 댁에서 하룻밤 신세를 지고 숙소에 합류했다. 어린 마음에 공부보다 게임이 더 좋았기에 마냥 즐거웠다.


현재 팀에서 피드백과 멘탈 관리에 대해 도움을 주는 등 다양한 역할을 맡고 있다 보니(웃음) 은퇴 후에 코치에 대한 자신감은 있다. 하지만 지금 프로게이머라는 e스포츠 최전선에서 활동하고 있으니 은퇴 후엔 뒤에서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 아니면 18년도 LoL 월드 챔피언십에서 객원 기자로 활동했던 '와일드터틀'처럼 나도 한 번쯤 객원 기자 역할도 해보고 싶다.

버킷 리스트는 물질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이 있다. 물질적으론 내가 가진 자원을 어떻게 잘 활용할까, 혹은 내 집 마련은 어디에 할까, 이런 고민과 관련된 것이다. 정신적인 건 주변 모든 사람과 잘 어우러져서 지내기. 모난 짓 하지 않고 아름다운 인간으로 살아가면서 모두에게 나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는 건 말이 쉽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런 점에서 성승헌 캐스터님이나 '코어장전' 조용인 형의 성격이 부럽다. 누구와 있어도 그 자리를 편하게 만들어준다. 닮고 싶다.

한국에 있는 동안 시간 나면 랭크 게임도 하고 방송도 하고 사람들도 만날 계획이다. 가까운 곳에 여행도 꼭 가보고 싶어졌다. 섬머 스플릿 들어선 성적을 잘 내고 싶다. 팬들과 국제 대회에서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좋은 의미로 '북미잼'을 안겨드리고 싶다. 사실 지금보다 성적에 있어 더 나빠질 것도 없다(웃음). 그러니 오히려 더 많은 기대를 보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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