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롤챔스 스프링 시즌이 마무리 되었다. 챌린저스에서 올라온 신입 두 팀이 데뷔와 함께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하면서 롤챔스 판도 크게 요동쳤고, 그만큼 팬들의 관심도 많았던 시즌이었다.

다양한 스토리가 있었던 스프링 시즌. 인벤팀에서는 시즌 종료를 맞아, 각 팀별로 스프링 시즌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일곱 번째로 만나볼 팀은 '룰러' 중심의 조합에도 성적 하락을 막지 못했던 젠지 e스포츠(이하 젠지)다.

▲ 다양한 답안이 필요해 보이는 젠지 e스포츠


젠지는 친숙했던 선수 다수와 결별했다. 팀의 간판 '앰비션' 강찬용을 포함, 각 라인을 이끌었던 '하루' 강민승, '크라운' 이민호, '코어장전' 조용인과 '몽' 문창민이 팀을 나왔다. 대신 영입한 선수는 '로치' 김강희와 '피넛' 한왕호였다.

'하루', '앰비션'이 동시에 빠진 정글 자리를 '피넛'을 영입하며 한 숨 돌린 젠지였지만, 빠진 선수만큼 모든 자리를 채우진 못했다. 특히 서포터 '코어장전'의 빈자리를 신인 선수 '라이프' 김정민으로 채우면서 다소 불안한 면도 있었다.

▲ '피넛' 영입! 다만 빠진 선수도 많았던 젠지의 영입


케스파컵에서 젠지는 롤챔스 신입 샌드박스는 물론, 잔뼈가 굵은 킹존과 지난 시즌 롤챔스 우승을 달성한 kt까지 꺾으며 선전했다. 다만 경기력에서 상대를 압도한 것은 아니었기에, 미완성처럼 보였던 영입에 대한 불안감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다.

젠지가 케스파컵에서 보여준 모습은 그야말로 '젠지 스타일'이었다. 팀원 변동이 있었지만, '룰러'를 핵심으로 젠지의 게임 스타일은 유지됐다. 비록 결승전에서는 그리핀에게 3:0으로 패배했지만, 준우승이라는 성과를 올리는 데 성공했다.

▲ 자신의 스타일 그대로 kt를 꺾는 젠지 (케스파 유뷰브)


그러나 정규 시즌은 시작부터 안좋은 흐름이 이어졌다. 챌린저스에서 올라온 신입생, 담원-샌드박스와의 연전을 각각 2:0으로 패배했다. 다음 아프리카와의 대결에서도 2:1로 패하면서 3연패가 이어졌다. 단순히 패배만이 문제가 아니라, 경기력에서도 큰 문제가 있어 보였다.

담원과의 첫 경기에서는 서포터 챔피언으로 '벨코즈'를 선택하는 모습도 있었지만, 전체적인 젠지의 전략은 '룰러' 중심으로 짜여졌다. 캐리를 맡은 '룰러'는 '카이사' 같은 챔피언을 쥐어주고, 서포터 '라이프'에게 '탐 켄치', '알리스타'와 같은 챔피언으로 보조를 맡겼다.

탑 '큐베', 미드 '플라이'가 초반부터 밀리는 모습이 자주 나오면서 젠지가 원하는 구도가 만들어지지 못했다. '큐베'가 부진하자 '로치'가 투입되었지만, 미드는 다른 옵션이 없었다. 이적에서 빠진 구멍을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 신입생 담원에게 패배하며 암운이 드리운 젠지 (LCK 유튜브)


젠지 부진의 원인으로 고착화된 플레이 스타일이 꼽히기도 한다. 젠지는 이미 몇 시즌동안 비슷한 큰 그림에서 게임을 풀어가고 있다. '룰러' 중심의 정석 게임을 한지도 이미 오래됐다. 물론 '룰러'를 잘 키워내면 '재혁이형' 엔딩을 만들어줄 정도로 캐리력이 있는 선수긴 하지만 너무 쉽게 예측 된다는게 문제다. 과거 진에어가 '테디'에만 올인했던 때와 비슷한 문제점이다. 상대방은 경기 시작 하기도 전에 젠지의 플레이 스타일과 밴픽도 대강 예측할 수 있었다.

전반적인 라인전 약화도 문제였다. '큐베'는 시즌이 시작하면서 급격히 폼이 떨어졌다. 이를 대체하여 출전한 '로치'도 탱커 메타에서는 그렇게 인상적인 활약은 없었다. 대체할 선수가 없는 미드는 그저 견딜 수밖에 없었다. '플라이'는 경기력 저하와 함께, 항상 따라다니는 챔피언 폭에 대한 불안이 이번 시즌에도 여전했다.

라인전에서부터 밀리기 시작하자 '피넛' 역시 힘이 빠졌다. '피넛'은 아군이 주도권을 쥔 상황에서 스노우볼을 잘 굴리는 선수다. 반대로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는 명성에 비해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여러 팀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사실이다.

▲ 탑-정글-미드가 밀리면서 '룰러' 엔딩도 어려워 졌다


시즌 중후반에 접어들면서 젠지의 전략에도 세세한 수정이 들어갔다. 우선 탑 메타가 탱커에서 딜러 싸움으로 바뀌면서 '로치'의 픽도 '제이스-아트록스-피오라' 등 게임을 캐리할 수 있는 픽으로 바뀌었다. 이러한 시도가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었지만 탑에서 공격적인 탑 챔피언을 선택하면서 '룰러' 엔딩 외에 다른 길도 있음을 보여주었다.

'로치'를 미드로 보내 '큐베'와 함께 쓰는 전략도 사용됐다. 미드에서 '사일러스-사이온-갈리오' 등의 챔피언을 꺼내든 '로치'는 다른 미드 대체 자원이 없는 상황에서, '플라이'를 대신해 1승을 챙기기도 했다. 다만 승리한 상대가 진에어였고, 다른 상황에서는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 한계도 있다.

▲ '로치'를 미드로 보내 1승을 챙긴 젠지 (LCK 유뷰트)


'큐베'도 원래부터 잘 다루던 '나르', '케넨'은 물론, 뉴메타로 떠오른 '탑 니코'를 실전 경기에서도 사용했다. 특히 이번 시즌 정규 리그에서 최고의 기량을 자랑했던 그리핀을 상대로 '탑 니코'를 꺼내 승리를 차지한 점은 고무적인 성과였다.

여기서 '룰러'는 리스크가 큰 챔피언으로 '베인'을 선택하여 게임을 캐리했다. 상향 패치 이후로 해외에서는 자주 보이는 픽이었지만, 아직 국내 리그에서는 잘 쓰이지 않았던 만큼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 젠지의 기분 좋은 이변! '탑 니코-베인'으로 그리핀에 승리를 따넀다 (LCK 유뷰트)


그리핀을 잡아내는 이변을 일으키긴 했지만 이번 시즌 젠지의 성적은 그리 좋지 못하다. 7위로 간신히 승강전을 면했을 뿐, 전체적인 경기력이 좋지 못했다. 따낸 승리도 그리핀 1승을 제외하면 하위권 팀들을 상대로 얻었기 때문에 아쉬운 점이 많다.

이번 시즌 낮은 순위를 기록한 팀들의 공통적인 문제는 이적 단계부터 시작됐다. 젠지 역시 베테랑 선수 다수가 빠져나가며 전반적으로 약해진 로스터로 경기를 치러야 했다. '피넛' 영입은 기대할만한 부분이었지만, 기존 선수층의 약화와 함께 같이 무너진 형세가 되었다.

플레이 스타일의 고착화와 전반적으로 부진하고 있는 선수들. 젠지가 직면해 있는 문제점이다. 다만 메타 변화와 맞물려 챔피언 픽이 바뀌는 모습을 보였고, 모든 포지션에 대한 선수 공개 모집을 진행하면서 변화의 의지가 눈에 보인다. 차기 시즌에는 젠지가 어떤 준비를 하고 등장할지 기대해 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