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장님이 돌아왔다."

2019년 2월 23일. CJ 엔투스 시절 엄청난 캐리력으로 '버스 기사'를 뛰어 넘어 '기장님'이라고 불리웠던 그 선수, '플레임' 이호종 선수가 3년만의 LCK 복귀전을 치르게 됐습니다. 상대는 1라운드서 팀에게 패배를 안겼던 SKT T1, 게다가 1세트는 이미 패배한 극한의 상황이었죠.

세트 스코어 0:1에서 교체 출전한 '플레임' 선수는 복귀의 신호탄이라도 쏘듯 슈퍼플레이로 팀에게 대역전승을 안겼습니다. 불리했던 마지막 세트를 봉인 풀린 주문서로 가져온 강타로 바론을 빼앗아 오며 승리하게 만들었죠. 그 장면은 지켜보는 모두를 짜릿하게 만들었고, 그 시절 '기장님'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화려한 복귀전 이후 '플레임' 선수는 약점으로 꼽혔던 안정감을 찾은 듯한 담원게이밍과 함께 많은 승리를 쌓으며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그렇게 담원게이밍은 스프링 스플릿을 4위로 마쳤습니다. 인벤은 휴가를 다녀온 '플레임' 선수를 만나 복귀 후 첫 스플릿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Q. 안녕하세요, '플레임' 선수! 먼저, 독자분들께 인사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담원게이밍의 '플레임' 이호종입니다.


Q. 휴가 복귀 후 첫 인터뷰라고 들었어요. 휴가는 어떻게 보내셨나요?

휴가는 일주일 받았는데, 볼일이 있어서 부산에 잠깐 내려갔다가 올라왔고요. 이후에는 숙소에 남아있었어요. 같이 숙소에 있던 팀원들이랑 맛있는 것도 먹으러 가고, 저는 운동도 좀 했어요. 필라테스를 배워가지고. 그리고는 뭐, 게임 계속 했던 것 같아요.


Q. 휴가 때 뭐했냐는 질문을 했을 때, 의외로 숙소에서 지내는 선수들이 많더라고요. 보통이라면 숙소에서 벗어나 푹 쉬고 싶은 것 같은데 말이에요.

저도 실제로 시즌 중에는 그런 생각 많이 했어요. 막 놀러가고 싶고,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고. 근데, 막상 휴가가 되고 나니까 그런 생각이 사라지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잔잔하게 운동하고, 게임하고, 책 읽으면서 평화롭게 보냈어요.


Q. 오늘은 팀끼리 족구하러 다녀오셨다면서요? 제가 듣기론 프로게이머 선수들이 뛰는 운동에 좀 약하다고 하던데(웃음).

저는 잘 뛰어요. 제가 담원의 메시예요. 웃자고 하는 이야기이긴 한데, 골을 좀 많이 넣긴 했어요(웃음). 저희 팀도 프로게임단 치고 꽤 잘하는 것 같아요. 프로게임단 중에 상위권에 들걸요.


Q. 곧 1박 2일로 워크샵도 다녀올 예정이시죠?

네, 아마 가평으로 가나? 감독님이 그런 쪽으로 많이 지도하시는 것 같아요. 함께 하는 걸 만들려고 노력을 많이 하세요. 저는 정말 좋다고 생각해요.


Q. 팀에 합류한지는 이제 두 달이 넘어가는데, 팀원들과는 많이 친해진 상태인가요?

이정도면 친해진 게 아닐까요? 모든 선수들이 다 적당히 가깝게 지내는 것 같아요. 특정 팀원과 더 친하게 지내고 그런 것 없고... 이번에 휴가 안 나간 팀원들이랑 밥도 많이 먹고, 이야기도 많이 했어요. 뭐, 엄청 깊은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는데, 그래도 여러 이야기 많이 했던 것 같아요.


Q. 이번 스프링 스플릿이 '플레임' 선수에게는 3년 만의 LCK 복귀인데, 적응하는데 힘들기도 했을 것 같아요.

처음에는 당연히 힘들었어요. 제가 2년 간 북미 시간으로, 예를 들면 오전 10시에 일어나서 밤 12시에서 새벽 2시 사이에는 잤는데, 매일 새벽 4시까지 게임을 하려니까 되게 힘들더라고요. 시차 적응이라고 해야하나? 잠을 갑자기 줄이니까 컨디션 관리도 잘 안되고요.

저랑 비슷한 시기에 프로 생활을 시작한 선수들은 한 4~5년 전부터 손목 아프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저는 원래는 그런 걸 못 느꼈는데, 한국에 와서 게임을 많이 하니까 손목이 조금씩 결리더라고요. 건강이나 체력적인 면에서 좀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이유가 어찌 됐던 저는 게임을 쉬는 텀이 좀 있었잖아요. 작년에 롤드컵을 못 가서 섬머 끝나고부터 스크림도 없었고, 연습도 시즌 때만큼 많이 하지 않았어요. 그 공백이 있다보니까 새로운 메타나 챔피언에 대한 숙련도가 많이 떨어졌어요. 그래서 그걸 다시 되찾는데 시간이 좀 걸렸고, 지금까지도 제가 원하는 만큼 실력이 오르지는 않은 것 같아요.


Q. 특히, 다른 지역과 LCK는 분위기나 연습 스케쥴에 차이도 좀 있잖아요. LCK가 확실히 연습량이 많은 편이죠.

그렇죠. 차이가 조금 많이 나죠. 북미 같은 경우는 분위기가 다 같이 밥 먹으러 가고, 놀러가고 하는 걸 굉장히 중요하게 여겨요. 만약에 제가 거기에 끼지 않으면, 한국에서 함께하는 연습을 빠지는 느낌처럼 되더라고요.

제가 북미에 2년 동안 있으면서 세 번의 스플릿까지는 그런 걸 신경 안 쓰고 제 연습만 했는데, 마지막 섬머 때는 팀에 좀 맞춰서 같이 생활을 해봤어요. 근데, 확실히 개인 기량이 떨어진다는 게 느껴졌어요. 그런 환경이 좋은 점도 물론 있지만, 저와는 잘 맞지 않았어요. 좀 아쉬웠죠. 무조건 맞출 필요는 없고, 내가 판단해서 나한테 맞게 해야한다고 또 한 번 배운 것 같아요.


Q. '플레임' 선수가 입단한 이후에 담원게이밍이 안정감을 찾았다는 평가가 많아요. 팀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하셨는지 궁금한데요.

일단, 담원게이밍 선수들이 전부 개인 기량도 좋고, 잠재력도 높고, 성격도 다 좋아요. 계속 열심히 하면 나중에는 대성할 수 있는 친구들이 많은데, 경험이 없으니까 어떻게 하는지를 잘 모르잖아요. 그래서 제가 하는 것도 보고, 하는 이야기도 많이 들어줬어요. 그게 대회 성적까지 이어지니까 더 잘 따라와줬던 것 같아요.

뭐 예를 들면, 근거있는 플레이를 하게 하는 거예요. 지금 이렇고 이런 상황이니까 이렇게 해서 이렇게 하자. 이렇게 하면 이긴다. 이런 식으로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해주는 거죠.


Q. 인게임에서 풀어나가기는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그런 구체적인 설명은 피드백을 통해 이뤄졌던 건가요?

아니요, 오히려 경기 안에서 이야기를 많이 했었어요. 제가 팀에 들어오고 스크림도 몇 판 안 해본 상태에서 출전하게 됐거든요. 팀원들이 콜이 적긴 했지만, 듣는 귀는 다들 열려있더라고요. 또, 기량 자체가 좋다보니까 제가 좋은 콜을 만들어내기만 하면 더 좋게 활용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그만큼 잘 풀린 것 같아요.


Q. 어쩌면 '플레임' 선수는 담원게이밍이 포스트시즌까지 갈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을 수도 있겠네요.

음, 원동력까지는... 그냥 저희 팀이 질 수도 있었던 경기를 한 두 번 이겼던 게 좀 좋게 작용한 것 같아요. 아무래도 SKT T1전이었죠. 제가 선발로 나가서 이긴 경기도 있었고, 교체 출전해서 이긴 경기도 있었는데, 대부분 승률이 반반이었다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SKT T1전은 승산이 거의 없었던 경기를 이겨낸 느낌이에요.


Q. 주전 경쟁을 하고 있는 '너구리' 장하권 선수와의 관계도 궁금합니다.

(장)하권이를 보면 그냥 귀엽고 재미있어요. 나이 차이가 7살이나 나서... 이야기를 많이 한다기보다는 제가 말을 먼저 걸면 하권이가 대답하고, 말 안 걸면 서로 말 안 하고, 그런 느낌이에요. 뭘 주면 받고, 말 걸면 대답하고(웃음). 제가 어렵다기보다는 하권이 성격 좀 무뚝뚝한 것 같아요.

주전 경쟁에 대해서 조금 더 이야기를 하자면, 저는 구 세대이기도 하고 주전 경쟁이 없는 팀에서 편하게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보니까 매년 주전 경쟁을 한다는 거 자체가 되게 힘들었어요. 받지 않아도 될 스트레스를 받는 느낌이랄까. 내 것에만 집중하고 열심히 하면 되는데, 괜히 신경이 쓰이곤 했어요. 필요 이상으로요.

지금은 전보다 훨씬 괜찮아졌어요. 받는 스트레스도 많이 줄었어요. 주전 경쟁이 이제는 필수적이라고 생각이 드니까 경쟁 자체를 받아들이게 된 것 같아요. 아마 저처럼 오래 프로 생활을 했던 선수들은 다들 한번쯤 느꼈을 거예요. 그런 경험이 없었으니까요.



Q. 그러고보면 '플레임' 선수도 LCK 내에서 '왕고참'이시잖아요. 나이의 장벽을 느끼신 적은 없는지...(웃음)

팀에 처음 왔을 때 그랬어요. 다른 선수들은 막 새벽 4시까지 즐겁게 솔로 랭크하고 그러는데, 저는 늦게까지 하면 막 몸도 결리고 매일 비몽사몽하고 그랬어요. 나이 때문인가, 이게 한계인가 하는 생각이 그때 많이 들었어요. 근데, 그냥 계속 하다보니까 괜찮아지더라고요. 아마 처음에는 몸이 적응을 못해서 그랬던 것 같아요. 부담감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던 시절이라...


Q. 부담감이요?

아무래도 처음엔 제가 들어왔으니까 팀이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꽤 있었어요. 그거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죠. 연승을 하면서 괜찮아졌는데, 그리핀한테 지고 나서는 오히려 처음보다 더 힘들어졌던 것 같아요. 제가 와서 연승을 하고 팀이 분위기를 탄 건 좋지만, 가장 중요한 건 이기지 못했던 팀을 이기는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어떻게보면 저한테는 그리핀전이 고비였죠. 그 경기를 지면서 많이 지쳤던 것 같아요. 자책도 많이 하고, 힘도 빠지고. 정말 힘들었어요.


Q. 일종의 슬럼프였을 수도 있겠네요.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시즌이 끝났네요(웃음). 저는 시즌 중에 극적으로 기량을 올리기가 힘들다고 생각해요. 지금 저한테 게임 감각 같은 게 필요한 건 아니니까요. 제가 필요한 건 단순히 누적된 연습량이에요. 그걸 한달 남짓한 시즌 동안 팍 늘릴 수는 없잖아요.

그리고, 보통 저는 비시즌에 연습을 많이 하면 할수록 기량이 올라가더라고요. 확실한 연습량이 일단 뒷받침 되고, 그 위에 그 외의 것들이 합쳐져야 성적이 잘 나오는 거죠. 그래서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어요. 연습에 매진할 수 있는 지금 환경도 정말 마음에 들고요.



Q. 좀 더 깊게 들어가서, 담원게이밍이 그리핀에게 유독 약하다는 말도 있어요. 그리핀만 만나면 원래 실력이 잘 안 나온다? 소위 말하는 천적이요.

그런 게 좀 있는 것 같아요. 그리핀의 실력이 좀 더 좋은 부분도 있는데, 우리가 더 못 해지는 것도 없지 않아 있어요. 팀원들이 유독 긴장을 많이 하더라고요. 약간 자신감도 떨어지고, 어려워하는 느낌이 있어요. 우리의 경기력 자체가 더 오른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Q. 샌드박스 게이밍과의 와일드카드전에서 승리하면서 4위로 스프링을 마쳤는데, 사실 당시 담원게이밍의 승리를 예상하는 시선이 많지는 않았잖아요.

샌드박스 게이밍이 운영과 팀플레이를 좀 더 잘하는 건 사실이지만, 그때 당시를 기준으로 피지컬이나 라인전, 교전 능력, 챔피언 풀 등은 저희가 앞섰어요. 그런게 잘 어우러져서 이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중요한 무대인 포스트 시즌에서 경기를 못 뛰었던 게 선수로서 아쉬웠을 것 같기도 해요.

아쉽기는 했죠. 근데, 제가 막바지에 조금 흔들리기도 했었고, 새롭게 떠오른 챔피언들의 숙련도도 '너구리' 선수가 확실히 앞섰어요. 저는 대회 중간에 팀에 들어와서 경기를 뛰면서 팀적인 호흡을 맞추고, 경기를 운영하는데에 몰두해야 하는 상황이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개인적 요소인 챔피언 풀이나 솔로 랭크에 집중하기가 힘들었어요.

'너구리' 선수는 그 사이 사일러스나 케일 같은 챔피언들 숙련도를 올려뒀더라고요. 실제로 스크림에서 활용했을 때도 굉장히 잘하고. 제가 생각해도 그때는 '너구리' 선수가 주전으로 뛰었던 게 최선이었던 것 같아요. 물론 아쉬운 건 당연했어요. 예전 같았으면 엄청 분하고 스트레스 받았을 상황이었는데, 멘탈이 좀 좋아진 건지 오히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는 계기였던 것 같아요.



Q. '플레임' 선수하면 예전에는 승부욕이 정말 강하고, 그만큼 성격도 센 선수라는 평가가 많았거든요. 이번 인터뷰로 이야기를 나눠보니까 굉장히 부드러워지신 것 같은데, 세월 덕분일까요(웃음).

승부욕이 너무 세면 다른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기 힘들더라고요. 화를 너무 많이 내고, 짜증을 내게 되니까요. 지금도 승부욕은 센 편이긴 한데, 그것 때문에 튀어나오는 좋지 않은 것들은 잘 걸러내려고 노력했어요. 관련해서는 책에서 영감을 많이 얻었던 것 같아요. 취미로 책을 자주 읽었거든요. 보고 도움이 많이 됐던 건 완벽한 공부법이랑 5초의 법칙, 타이탄의 도구들 같은 책이었어요.

예를 들면, 음... 풀어서 설명하려니까 되게 진부하네요(웃음). 결국은 시도를 많이 해야하고, 실패를 두려워하면 안된다. 실패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중요하다는 이야기예요. 저는 그런 쪽에서 마인드가 되게 안 좋았거든요. 지면 너무 화나고, 참지 못하고 그랬는데, 패배를 배움이라는 걸로 다시 바라보게 된거죠.


Q. 이제 슬슬 마무리가 다가오는데요, 오는 섬머 스플릿에 대해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어느 정도의 성적 예상하고 계신가요? 또, 목표는요?

비시즌 동안 준비 잘하면 2~3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우승하면 제일 좋죠. 그런데, 조금 더 현실적으로 다가가면 2~3위를 목표로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장기적으로 롤드컵까지 바라본다면... 선발전만큼은 대회 자체가 워낙 힘들다보니까 조금 피하고 싶은데, 섬머 때 엄청 잘하지 않는 이상은 선발전으로 갈 확률이 높아보여요. 지금 구도대로라면 SKT T1과 그리핀이 롤드컵 1, 2시드를 나눠갖지 않을까요.


Q. 진짜 마지막으로 '플레임' 선수의 LCK 복귀에 많은 응원와 격려를 보내주셨던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 전하면서 인터뷰를 마치도록 할까요.

항상 응원해주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 가장 먼저 하고 싶고요. 팬미팅 때 오랜 팬분들이나 해외 팬분들이 많이 오셨는데, 정말 신기했어요. 감사하다는 말 다시 한 번 꼭 전하고 싶어요. 섬머 때는 제 스스로 만족할만한 경기력과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정말 열심히 준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