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넥슨코리아 송지훈 기획자]

  • 주제: '바람의나라' 플레이어가 원하는 게임 만들기
  • 강연자 : 송지훈 - 넥슨코리아 / NEXON KOREA
  • 발표분야 : 게임기획
  • 권장 대상 : 레벨 디자이너, 라이브 서비스 중인 개발자
  • 난이도 : 학생 참관 제한


  • [강연 주제] - 지난 2018년 여름 신규직업 영술사, 차사 업데이트부터 만렙 확장과 신규지역 황산벌까지 업데이트로 유입된 신규/복귀유저를 대상으로 리텐션을 향상시키기 위해 시도했던 이벤트들의 개발 배경과 그 결과를 바탕으로 분석한 장단점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려 합니다.

    이와 함께 2018년 하반기 UX 분석팀과 진행한 UT 테스트를 통해 얻은 인사이트를 토대로 바람의나라 이용자들이 요구하는 플레이는 무엇이었으며 가장 큰 이탈 포인트는 어떤 부분에서 발생하였는지를 성수기 업데이트에서 진행한 개발내용과 비교하여 설명함으로써 라이브 서비스에서 리텐션을 향상시키기 위해 서비스의 방향을 고민하시는 기획자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실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바람의나라'는 넥슨이 서비스한 지 20년이 넘는 최장수 MMORPG다. 최근 몇 년 동안 넥슨은 '바람의나라' 부흥을 위해 여러 공격적인 마케팅을 감행했다. 630레벨 캐릭터를 그냥 주는가 하면, 수백 레벨을 훌쩍 뛰어넘는 점핑 이벤트도 종종 했다. 이에 옛날 바람의나라를 추억하는 일부 유저는 다시 게임을 설치하고, 신규 유저가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넥슨 코리아 바람개발유닛 리텐션기획파트 송지훈 기획자는 앞선 이벤트들이 "재접속 효과는 있었으나, 오래가지 않았다"라고 평했다. 고레벨 캐릭터를 유저 손에 쥐여주면 금새 적응할 거로 생각한 넥슨과 달리 유저는 금새 떠났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넥슨이 고민 끝에 내린 답을 송지훈 기획자가 'NDC 2019'에서 들려주었다.



    ■ 파격적인 이벤트? 유저는 돌아와도 금방 떠난다

    ▲ 파격적인 이벤트로도 재접률은 높지 않았다

    송지훈 기획자는 "복귀 유저를 붙잡기 원한다면, 먼저 유저의 니즈를 파악해 어떻게 바꿀지를 고민해보라"고 운을 뗐다. 넥슨은 지난 2015년에 육갑 이벤트, 2016년에 20주년 이벤트, 2018년에 7차 승급과 같은 대규모 업데이트로 유저 접속 지표가 성장했다.

    하지만, 다른 주요 게임과 비교하면 바람의나라 재접율은 높지 않았다. 업데이트로 유입된 유저가 곧바로 이탈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복귀 유저가 떠나는 타이밍을 분석하자, 송지훈 기획자는 첫 30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접속 30분을 유지한 유저는 계속 이어갔지만, 반대의 유저들은 이 시간 전에 떠났다.

    결과적으로 넥슨은 자극도 높은 이벤트가 단기간에 복귀 유저 유입에는 효과적이지만, 재접속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유 중 하나는 게임 학습의 차이다. 넥슨은 유저가 빨리 콘텐츠를 경험하라고 630레벨 캐릭터를 주기도 했다. 그런데 경험치 테이블 상으로 보면 1레벨부터 630레벨까지 필요한 경험과 630레벨부터 780레벨까지 필요한 양이 같다.

    문제는 1레벨부터 게임 경험을 제대로 쌓지 못한 유저들이 630레벨의 콘텐츠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630레벨부터 780레벨까지는 다양한 허들 구간이 있다. 처음부터 꾸준히 학습한 유저들은 비교적 손쉽게 넘어갈 수 있었지만, 630레벨부터 시작한 유저들은 어려워했다.

    정말 단순하다고 생각했던 콘텐츠도 허들로 작용했다. 어디서 사냥해 레벨업을 하는지, 장비 강화를 어떻게 하는지도 복귀 유저들에겐 어려웠다. 이런 경험으로 넥슨은 파격적인 이벤트로 복귀 유저를 끌어들일 수는 있지만, 붙잡을 수 없다는 사실을 배웠다.



    ■ 게임사의 예상과 유저의 바람은 다르다


    이어 송지훈 기획자는 발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기획, 프로그램, 아트, 운영 담당자들이 모인 TF 팀을 구성한 경험을 들려주었다. 각 파트 담당자가 생각한 해결법은 모두 달랐다. 기획자는 전투를 더 재밌게 만들어야 한다고 했고, 프로그래머는 코드 최적화로 렉을 줄여야 한다고 했다. 아티스트는 보다 트랜디한 디자인으로 유저의 시선을 잡기를 원했고, 운영자는 매크로와 도박 단속으로 깨끗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혼란 그 자체였다. 무엇이 더 중요한지 알기 원했던 넥슨은 아예 유저를 초청해 어떻게 게임을 하는지 지켜봤다. 대상은 오래전에 '바람의나라'를 했거나 다른 MMORPG를 즐긴 유저다. 송지훈 기획자는 이를 'UT 테스트 기반의 리텐션 검증'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송 기획자가 먼저 소개한 유저는 키보드 사용법이 미숙했다. '바람의나라'는 키보드로 하는 대표적인 게임 중 하나다. 20년 전 '바람의나라'만 했던 유저들에게 키보드 조작은 문제가 안 됐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많은 유저는 마우스를 함께 사용하는 데에 익숙해졌다.

    점핑 캐릭터를 줘도 키보드 조작 자체가 어렵고 불편하다면 유저는 쉽게 떠나기 마련이다. 넥슨은 유저에게 키보드 조작을 더 상세히 알려줘야 함을 알게 됐다.

    ▲ 화면 중간 빨간점이 유저의 시선이 향한 곳이다

    TF 팀은 게이머의 눈이 화면 어디를 향하는지 추적하는 '아이트래커' 테스트도 진행했다. 실험에 참가한 유저의 시선이 불안정하게 이동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정 창이 팝업될 경우, 어떤 버튼을 눌러야 다음으로 이동하는지 유저는 인지하지 못했다. 이 실험으로 넥슨은 NPC 대화창을 보다 명확하게 바꿔야 함을 알았다.

    결과적으로 복귀 유저에게 필요한 건 화끈한 전투, 쾌적한 서버 환경, 매크로 단속 등이 아니었다. 이것들은 후순위였다. 그보다 키보드 조작은 어떻게 하는지, NPC와의 대화창에서 어느 버튼을 눌러야 하는지와 같은 더 근본적인 콘텐츠를 개선해야 했다. 그래야 유저의 첫 30분을 붙잡을 수 있었다.



    ■ 숨겨진 니즈를 찾아라

    ▲ 고전이 된 조언

    송지훈 기획자는 "앞선 실험으로 알게 된 유저의 니즈를 바탕으로 개선 작업 중이다"라고 전했다. 복귀 유저를 대상으로 진행되는 튜토리얼에서 키보드의 어느 버튼을 눌러야 기본 공격을 할 수 있는지, 어떤 버튼을 눌러야 아이템을 집어갈 수 있는지 등이다.

    개발자가 생각한 유저의 바람과, 실제 유저가 원하는 것은 달랐다. 온도 차이를 확인한 넥슨은 현재 다양한 개선 작업을 준비했고, 상반기 내 업데이트를 목표로 한다.

    강연 말미에 송 기획자는 이연복 쉐프의 사례를 들었다. TV 프로그램에 등장한 일화다. 수십 년간 중화요리 전문가로 활약한 이연복 쉐프도 중국에서 우리나라 특유의 짬뽕 팔기를 실패했다. 그러나 이연복 쉐프는 곧바로 손님의 반응을 살폈다. 중국인들은 우리나라 특유의 매운맛을 싫어했다. 그래서 과감하게 짬뽕에서 고추기름을 뺐다. 그리고 해산물은 더 푸짐하게 했다. 그러자 중국 손님들이 이연복 쉐프의 짬뽕을 찾기 시작했다.

    이처럼 전문가의 단편적인 생각과 이용자의 니즈는 차이가 날 수 있다. 송지훈 기획자는 "널리 알려진 빙산의 일각 이미지처럼 보이는 것 아래에 숨겨진 이용자의 바람을 파악하길 바란다"라며 끝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