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넥슨코리아 김호용 아트디렉터

  • 주제: '드래곤하운드' 비주얼 개발기
  • 강연자 : 김호용 - 넥슨코리아 / NEXON KOREA
  • 발표분야 : 비주얼아트&사운드
  • 권장 대상 : 컨셉 아티스트 외 아트직군 전반
  • 난이도 : 사전지식 불필요 : 튜토리얼이나 개요 수준에서의 설명


  • [강연 주제] 드래곤하운드의 독특한 아트웍과 개성있는 비주얼을 만들어내는 개발과정을 소개합니다. 현업 게임 아티스트와 지망생들에게 공유할만한 가치가 있는 내용을 발표에 담고자 합니다.

    작년 지스타에서 공개된 '드래곤하운드'는 독특한 비주얼로 무장한 게임이었다. 스팀펑크와 드래곤. 분명 익숙한 요소들이었지만 어딘지 새로웠다. 어떻게 이런 비주얼을 만들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던 차에 마침내 이 궁금증을 해결할 기회가 찾아왔다. 금일(25일), NDC 현장에서 김호용 아트디렉터가 '드래곤하운드' 비주얼 개발기 세션을 진행한 거다.

    과연, 이 묘한 매력을 지닌 비주얼은 어떻게 탄생한 걸까? 장르의 문법을 비튼 결과 지금에 이르게 됐다는 그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보자.


    '드래곤하운드'의 독특한 비주얼은 4개의 키워드에서 시작됐다. 헌팅 액션, 라이딩 액션, 원거리 슈팅, 로우 테크 세계관(레트로 SF)다. 이를 비주얼적인 요소로 풀어쓰면 다음과 같이 변한다. 사냥꾼(헌팅 액션)이 존재하며, 스팀펑크(로우 테크 세계관)를 기반으로 한 대포(원거리 슈팅)로 말(라이딩 액션)을 타는 게임. 분명 매력적인 요소들이었지만 해당 키워드를 하나로 섞으려니 대중성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고 김호용 아트디렉터는 고백했다.

    특히, 스팀펑크의 경우 마이너 장르의 대표주자로 이른바 암묵적 지뢰 장르로까지 취급돼오고 있어서 김호용 아트디렉터의 고민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컨셉을 버릴 수도 없었다. 이게 핵심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김호용 아트디렉터는 특징을 유지하되 장르의 문법을 살짝 비틀기로 했다. 비주류 장르를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한 거다.



    우선 세계관이 되는 스팀펑크부터 비틀었다. 스팀펑크하면 흔히 산업혁명기 유럽을 배경으로 가죽옷에 노란색 구리 소재가 만연한 게 특징이다. 여기에 장식삼아 주렁주렁 기계가 붙어있는 경우도 있다. 전형적인 스팀펑크 미장센으로 이미 열화 될 대로 열화 된 문법이다. 그렇기에 세계관 자체를 바꿔버렸다. 산업혁명이 동양에서 일어났다면 어땠을까를 가정으로 오리엔탈 스팀펑크를 만든 거다. 여기에 가상의 세계관에 실재감을 주기 위해 전용 문자 사용 폰트를 개발하기까지 했다.

    세계관 다음으로는 스팀펑크라는 기술 자체에 구체적인 변화를 줘야 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스팀펑크는 이미 열화 될 대로 열화 됐기에 변화가 필요한 거였다. 그래서 스팀펑크에 대한 위상을 바꿨다. 흔한 게 아닌 고도로 발달한 과학기술을 마치 마법처럼 인식하도록 표현한 거다.

    물론, 유의해야 할 점도 있었다. 스팀펑크가 가진 기계적 매력은 유지해야 했다. 그렇기에 태엽과 피스톤이 움직이는 기계적인 로망은 유지하면서 허무맹랑하지 않은, 실재감 있는 형태의 디자인을 해야 했다. 이러한 고민 끝에 마침내 외골격 갑옷 중완이 탄생할 수 있었다.


    중완(重腕). 무거운 팔이라는 뜻의 중완은 독특한 게임플레이에 맞는 실용적인 디자인을 찾은 끝에 탄생할 수 있었는데, 중완을 개발하기에 앞서 요구되는 디자인 스펙은 다음과 같았다.

    - 사람이 말을 탄 채로 대포를 들 수 있어야 한다.
    - 전투 중에 탈착돼서 손으로 다양한 도구를 쓸 수도 있어야 한다.
    - 거대한 몬스터의 공격에 방어력을 제공해야 한다.
    - 세계관 기술 수준에 맞아야 한다.

    여기에 김호용 아트디렉터가 가진 한 줌의 로망, 강화외골격을 녹여낸 결과, 지금의 중완이 탄생했다. 현재 '드래곤하운드'에는 3가지 타입의 중완이 있는데 속도에 특화된 묘갑 타입과 공격력에 특화된 인갑 타입, 방어력에 특화된 축갑 타입으로, 각각 다양한 외형의 외피와 기계적 매력이 느껴지는 프레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스팀펑크의 매력을 보여주는 건 중완만이 아니다. 무기들 역시 실재감 있는 형태로 디자인된 게 특징이다. 지난 지스타 시연을 통해 선보인 산탄포와 대포 외에도 거대한 돌격검인 중검, 몬스터를 찢어발기는 스팀펑크 전기톱인 중거, 끝에 화염방사기가 달린 창 야창, 다발성 유도 미사일 화전, 스팀펑크를 기반으로 한 기관총 가특림포(개틀링건을 그럴듯하게 음차한 표현) 등 다양한 무기가 존재한다. '드래곤하운드'에 나오는 무기는 화약 아니면 증기를 이용한 게 특징으로, 게임 내에서는 일종의 클래스를 구분하는 요소로 사용될 예정이다.


    중완과 무기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인 움직이는 도시는 구룡성채와 항공모함, 대륙횡단 열차를 더한 컨셉에서 출발했다. 그런데 너무 거대했기에 개발비가 발목을 잡았다. 효율적이면서 최대한 그럴듯한 결과물을 만들어야 할 필요가 생긴 거였다. 그래서 컨셉아트를 제작하기보다는 추상적인 방향성만 협의하고 바로 3D 모델링과 기믹, 애니메이션을 동시에 작업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모델링을 기반으로 프로덕션 아트웍을 진행했다.

    이는 프로덕션 아트웍을 진행하고 이후 디자인 모델링을 개발하는 기존의 방식과는 반대 방식이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작업하는 데 있어서 리스크를 줄일 수 있었다고 김호용 아트디렉터는 설명했다.


    NPC를 디자인하는 데 있어서 장르의 문법을 비트는 작업은 계속됐다. '드래곤하운드'의 캐릭터 디자인의 핵심은 캐릭터의 이면성과 조합의 의외성으로 이를 통해 색다른 매력을 보여주고자 하고 있다. 이를테면 임무 선택과 브리핑을 하는 방공구에서 만날 수 있는 소녀와 노인이 대표적이다. 흔히 촌장이라고 하면 노인을 떠오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드래곤하운드'는 소녀를 촌장으로 노인을 보좌로 만듦으로써 의외성을 느끼는 동시에 색다른 매력을 느끼도록 디자인 했다. 비단 소녀와 노인만의 이야기가 아니어서 게임 내에서 다양한 매력의 NPC들을 만날 수 있다.


    이런 장르의 문법을 비트는 작업은 몬스터도 피해 갈 수 없었다. 드래곤이라고 하면 흔히 서양풍을 떠오르기 쉬운데 '드래곤하운드'는 오리엔탈 스팀펑크 세계관인 만큼, 서양의 용과 동양의 환수를 섞은 듯한 외형이 특징이다.


    '드래곤하운드'의 독특한 디자인에 대한 설명을 끝마친 김호용 아트디렉터는 끝으로 "콘텐츠로서 유니크한 가치가 있는 게임을 국내에서도 만들고 있구나 하는 말을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라며, 이날 강연을 끝마쳤다.



    ■ 현장 질의응답

    Q. 도시를 움직일 정도의 기술력이 있는 세계관인데 왜 차량이 아닌 말을 타고 다니나?

    좋은 질문이다. 세계관 때문인데 도로가 없기 때문이다. 비포장 도로이기에 말이 효과적인 이동수단이다.


    Q. 말에는 방어구가 없나?

    있다. 도시를 업그레이드하고 마구를 강화하면 마갑이 생긴다. 그러면 말이 왜소해 보인다는 피드백도 해결되리라 생각한다.


    Q. 다각형, 차륜형 탈것을 만들 계획은 없나?

    좋은 아이디어 같다. 생각해보면 화성 로봇에도 채용하는 것 같은데, 개발을 긍정적으로 생각해보겠다.



    ■ '드래곤하운드' 개발중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