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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04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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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후기] "밀레시안의 추억을 선율에 담다" - 마비노기 오케스트라

양영석 기자 (Lavii@inven.co.kr)

마비노기 세계에 처음 들어가면 유저들은 어리둥절합니다. 주변엔 뭐 아무것도 없고, 발판만있어요. 조금 지나면 이제 여러분들을 이끌 NPC 한 명이 나타납니다.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등장한 '나오'는 그렇게 마비노기의 상징이자 밀레시안의 친구가 됩니다. 저도 나오를 보고 참 인상깊었어요. 그리고 등장과 대화에 비슷하면서 음악이 다르게 사용된다는걸 한참 뒤에나 깨달았죠. 그 노래가 참 좋아서, 다시 들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Nao_Appear'이라는 이름의 음원 파일을 설치 폴더에서 찾았고, 재생을 눌렀습니다. 제대로 찾았더군요. 그런데, 이게 좀 신기합니다. 노래를 보니까 "잠든 이를 위한 기도"라는 제목이 있더라고요. 설마 하면서 다른 노래도 눌러보니까 하나하나 다 곡들마다 이름이 있었습니다. "달빛 아래의 프라임로즈", "백합, 좋아하세요?", "신께서 허락하신길" 등등. NPC 하나하나마다 성격이나 역할을 반영한 이름이 있었죠.

당시에는 보통 게임 OST는 그냥 '누구의 테마', '어디의 테마' 정도로만 OST가 있는 경우가 많았어요. 마비노기같이 이름이 거의 다 있는 경우는 드문 편이었죠. 제가 게임 OST 큰 관심을 갖게 됐던 시점이 이즈음부터였을 겁니다. 이전부터도 노래가 좋으면 찾아보곤 했는데, 마비노기를 기점으로 아마 더 열을 올리면서 게임 음악들을 찾아봤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여러 노래를 들으면서 생각했었죠. "이거 참 노래들이 괜찮은데…언젠가 한 번 공연해주지 않을까?" 하고요. 마비노기 오케스트라는, 이 바람이 15년 만에 이뤄졌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비노기는 예전부터 유저들과 게임 콘텐츠 적으로 '음악'과 상당히 연이 깊은 게임입니다. '악기 연주'는 마비노기를 대표하는 생활 콘텐츠 중 하나고, 유저들이 자주 즐기기도 하죠. 그만큼 악기 연주 콘텐츠의 깊이도 깊습니다.

여러 음색을 내는 악기는 물론 이들을 조화롭게 연주시킬 수 있는 합주 스킬과 악보를 쓰기 위한 '음악적 지식', '작곡'등의 스킬도 있죠. 그만큼 밀레시안들도 음악에 대한 열정과 열망이 높습니다. 게임에 음악에도 대부분 제목이 있을 정도로 의미가 부여된 게임이기도 하고요. 이번에 열린 마비노기의 오케스트라는 밀레시안이라면 손뼉 쳐줄 수밖에 없는, 훌륭한 공연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공식 일러스트에 자주 악기가 나올 정도로, 마비노기는 음악과 밀접합니다.

서비스 15년 된 게임, OST만 350곡이 넘어가는 어마어마한 분량을 자랑하는 게 마비노기입니다. 이 중에서 팬들이 원할만한, 혹은 게임을 대표할 수 있는 열여섯 곡을 고르기는 쉽지 않았을 겁니다. 열여섯 곡을 면면히 살펴보면 오래전에 모험을 하다 쉬고 있는 밀레시안과, 지금도 모험을 하고 있는 밀레시안 양쪽 모두를 배려한 악곡 구성이 보였습니다.

예전 밀레시안이 기억할 수 있을만한 여덟 곡, 그리고 지금도 모험 중인 밀레시안이 감명받았다고 할 수 있을만한 여덟 곡. 거기에 게임을 대표하는 '어릴 적 할머니가 들려주신 옛 전설'까지 합해 총 17곡. 편곡도 "이 곡이 어떤 곡이구나"라고 기억할 수 있을만한 상징적인 멜로디가 아주 잘 들려서 좋았습니다.


또한 이런 게임 음악의 콘서트는, 유저들이 더욱 음악에 빠져들 수 있도록 백그라운드에 영상을 상영하기도 합니다. 많은 콘서트들이 채용했고, 효과는 상당히 좋았죠. 마비노기는 여기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 영상에서 여러 가지 메시지를 유저들에게 전달하는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영상도 곡 하나하나마다 어울릴 수 있도록 잘 배정하고 만들어졌다는 게 느껴질 정도였고, 중간중간 직접적인 연출로 유저들에게 대화를 시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유저들이 가장 증오하는 NPC라고 할 수 있는 '퍼거스'의 테마 '망치 끝에 걸린 달빛'의 연주는, 백그라운드 영상이 기가막히게 잘 만들어졌어요. 박살 나버린 무기, 오열하는 밀레시안, 엉뚱한 퍼거스의 모션 등등…공연 도중에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할 정도로, 퍼거스의 영상은 밀레시안들의 감성을 제대로 자극했습니다. 게임을 잘 모르는 사람도 왜 웃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요. 게다가 마지막으로 새로운 업데이트를 공개하면서 '완벽'하게 콘서트를 마무리 지었다고 봅니다.

업데이트 발표 당시 현장 반응. 환호가 엄청났습니다.

이런 공연을 보고 나면 다들 뭔가 '뽕'을 맞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돌아가는 길에 과거를 추억하기 위해 영상을 찾아보거나 스크린샷들을 보곤 하죠. 그렇게 좋은 기억들을 되살리면서 향수에 젖고, 또 다른 추억을 회상하죠. 게이머들에게는 이 시간만큼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 없을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마비노기의 콘서트는 100점 만점을 줄 수 있을 만했습니다. 제대로, 수많은 밀레시안의 추억들을 선율로 담아내는데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모험을 잊고 살아가는 밀레시안들 뿐 아니라 지금 한창 에린에서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는 밀레시안들 모두에게 '마비노기'의 즐거움과 아련함, 기대감을 떠올리게 하는데 성공한 셈이니까요.


어떻게 보면 게임 음악과 관련된 콘서트, 오케스트라와 같은 공연은 하나씩 약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게임을 해보지 않은 청중들을 설득시키거나 감동시키기가 힘들다는 점이죠. 이 경우에는 오로지 노래가 가지고 있는 힘, 호소력으로만 청중들을 감동시켜야 합니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게임 음악은 기본적으로 게임 콘텐츠와 어우러지도록 만들어지기 때문이죠.

보통은 게임 연출에 따라 곡의 흐름이 바뀌고, 게임 연출이 클라이막스에 달할 때 악곡의 구성도 절정을 맞이합니다. 혹은 앞서 언급했던 "잠든 이를 위한 기도"라는 곡처럼 상황이나 인물에 맞춰 곡이 구성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을 해본 사람들은 악곡의 구성이나 흐름을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죠. 반대로 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이런 '감성'을 전달하기가 힘듭니다.

예를 들어 '파이널판타지' 시리즈를 해보지 않은 사람 있습니다. 과연 이들이 요성난무(Dancing Mad), 편익의 천사(One-Winged Angel)와 같은 게이머들이 꼽는 명곡을 듣고 드는 느낌과, 직접 시리즈를 겪고 플레이한 사람들이 공연을 겪고 드는 느낌이 같다고 할 수 있을까요? 마비노기를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퍼거스에 대한 애증을 공유할 수 있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마비노기 오케스트라는 이를 전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새로운 해법을 보았다고 생각합니다. 영상을 통해 100%는 아니더라도, 청중들과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이 조금씩 연구되고 시도되고 있다는 점이 매우 고무적이었죠. 게이머들이 아닌 사람들에게도, 게이머들이 느낄 수 있는 여러 가지 감성이 어느 정도 공유될 수 있는 새로운 시도를 본 것 같습니다.


게임 음악의 소비층은 이제 게이머를 넘어서, 게이머가 아닌 대중들에게도 다가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하나의 새로운 하나의 문화로 향유되는 발걸음을 하나씩 늘여나가고 있죠. 리그 오브 레전드의 'K/DA - POP/STARS'도 대표적인 예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과거에도 이런 시도가 없던 건 아니지만, 이제 과거부터 꾸준히 이어온 시도들이 조금씩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이런 '마비노기 오케스트라'와 같은 성공적인 공연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마비노기 오케스트라 역시 앞서 많이 진행됐던 여러 가지 게임 오케스트라의 영향을 받았고, 앞으로 진행될 게임 오케스트라의 공연도 '마비노기 오케스트라'의 선례를 보면서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볼 수 있겠죠.

새롭게 대중들에게 다가가는 한 걸음이라는 의미로서도, 그리고 세대를 넘나드는 밀레시안들이 정말 행복했을 공연으로서도 '마비노기 오케스트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그러니 다음에도, 또 다른 멋진 공연을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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