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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10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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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를 찾아서#5] 패키지 시장 황혼기의 수작 RPG, '나르실리온'

양영석 기자 (Lavii@inven.co.kr)

인벤에서는 새로운 코너 IP를 찾아서를 통해서 명작이나 수작으로 꼽히고 기억속에 남아있는 게임들을 다시 돌아보려고 합니다. 국내외에서 명작으로 꼽히고 있지만 아직까지 재발굴되지 않은 게임 위주로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2000년대 국내 PC 게임 시장에서는 '온라인'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국내 패키지 시장은 급격한 몰락을 맞이했습니다. 반대로 온라인 게임은 태동기이자 전성기로 이어가는 흐름을 따라갔죠. 이 시대에 여러 가지 게임들이 '온라인' 형태로 개발에 돌입했지만 함께 패키지 게임들도 간간이 발매되곤 했습니다. 그래서 2000년대부터 약 3년간, 2002년 정도 까지를 국내 PC 패키지 시장의 황혼기로 언급하곤 합니다.

대부분 악튜러스, 창세기전3 파트2가 등장한 2000년대 말을 황혼기로 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 시기를 마지막으로 PC 패키지 시장은 막을 내렸다고 하기도 하죠.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저는 이 작품을 주목하고 싶습니다. 2002년, PC 패키지 시장이 저물어갈 무렵 등장한 수작 RPG. 아마 이름을 들어본 분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오늘 소개할 작품은 '가람과바람'팀에서 개발한 '나르실리온'입니다.





'나르실리온'은 어떤 게임인가?
레이디안-씰로 이어지는 '가람과바람' 3부작의 마지막 작품


나르실리온은 가람과바람에서 제작한 액션 RPG로, 전작인 '레이디안'과 이어지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게임입니다. 나르실리온은 레이디안에서 약 20년 전의 세계를 조명하고 있으며, 레이디안의 주인공 '엘렌'의 어머니와 아버지인 레이나 다넷사, 엘 크라이언트의 사랑과 모험을 다루죠. 프롤로그부터 엘과 레이나의 이야기가 펼쳐지면서 빠른 전개를 보여주는 것도 나르실리온의 개성이었죠.

레이디안에서 보여주었던 액션은 나르실리온에서 더욱 다듬어졌고, 그래픽 또한 일취월장했습니다. 3D 카툰렌더링 방식으로 보여주는 2D 그래픽은 지금 봐도 큰 어색함이 없을 정도로 높은 퀄리티를 자랑합니다. 플레이어는 네 명으로 이뤄진 한 팀을 조작하게 되며, 이중 1명만 직접 조작하고 나머지 3인은 AI를 기준으로 자동으로 움직이며 전투에 참여하죠.

'난투' 형식의 액션. 동료들은 AI에 따라서 움직입니다. AI도 설정 가능.

특징이라면 레이디안처럼, 난투 형식의 액션 RPG인데도 피격 무적 시간이 없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피격당하면 시전 중인 마법도 취소되죠. 이 때문에 전투에서 한 끗만 잘못해도 몬스터의 다단 히트 공격에 사망하는 경우가 있을 정도입니다. 그만큼 초반부터 난이도가 꽤 높습니다. 한 필드에 나와있는 몬스터들을 섬멸하면서 경험치를 얻어 성장하는 방식이고, 시나리오 전투가 아닌 일반 전투는 계속해서 리젠되는 몬스터를 잡으면서 경험치를 얻을 수 있습니다.

말 그대로 '실시간 난투'를 보여줬는데, 마법이나 공격의 타격감이 정말 시원시원한 데다가 멀리서 날아오는 투사체들도 신경 써야 돼서 익숙해지기 전에는 정신이 없던 기억이 있네요. 동료들의 AI를 설정을 해도 어느 정도 한계가 있어서 제발 힐좀쓰라고 소리 지르고...


대신 중간중간 파티원 중 한 명만 전투를 하거나 중간에 파티에서 이탈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주인공인 '레이나'를 잘 성장시켜야 무난히 클리어할 수 있습니다. 엘의 성능이 좋다고 막 엘만 키우다가는 크게 후회할 수 있습니다. 마치 창세기전3에서 마르자나를 열심히 키웠다가 호되게 당한 분들이라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나르실리온은 '레벨'의 개념이 없었습니다. 몬스터를 처치하고 퀘스트나 이벤트로 얻은 경험치로 캐릭터의 능력을 강화하는 방식이죠. 능력치를 올리면서 조금씩 요구하는 경험치가 늘어나기 때문에 캐릭터의 성장이 차츰차츰 더딜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물론 특정 구간 이후부터는 몬스터들의 난이도가 급상승하므로 '반복 전투, 소위 노가다를 해야 하는 점이 아쉽긴 하죠. 그리고 한계에 도달하면 그냥 포션+마법 난사가 되는 단순한 전투가 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물론 보스전에서는 포션 러시가 안됩니다. 다단 히트로 한방에 훅 갈 수 있어요.

그래도 나르실리온은 특유의 마법 시스템과 멋진 타격감으로 다져진 탄탄한 액션성을 기반으로 시원시원한 '난투' 형식의 전투를 보여줬단 점은 틀림없습니다. 레이디안에서 보여줬던 전투가 한층 더 다듬어져서 강렬한 타격감을 주고, 사운드와 조작성도 많이 괜찮아졌어요. 전투 자체는 박진감 있는 데다가 템포도 빨라서 특유의 매력이 있었죠.

다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약간 아쉬운 레벨 디자인으로 인해 중후반부로 가면 이런 전투가 반복적인 작업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간혹 나르실리온의 평을 보면 전투에 대해서 지적하는 경우가 많았죠. 그리고 무엇보다도 UI가 꽤 불편한 부분이 많았어요.

현재의 PC 게임보다는, 오히려 콘솔 게임에 가까운 UI를 제공했거든요. 게임 자체도 사실 키보드보다는 조이스틱이나 패드에 최적화된 느낌이 있다고 봅니다. 전체적으로 메뉴의 뎁스가 깊고 밀집된 형태였는데, 이런 형태는 PC 게임보다는 콘솔 게임에 많이 염두를 둔 디자인이었거든요. 그래서 유저들의 불만이 꽤 되는 편이었죠. 이런 UI나 레벨 디자인을 좀 더 다듬었다면 훨씬 더 좋은 평가를 받지 않았을까요.

키스씬도 많이 나오고...다이어리로 스토리 전개도 적어줍니다.

그래도 유저들을 이끈 건 나르실리온이 보여주는 '이야기'가 아닐까 합니다. 게임을 진행하는 내내, 초반의 프롤로그를 제외하면 언제나 레이나와 엘의 달달한 이야기가 계속해서 등장합니다. 작중 등장하는 키스만 해도 수십 회를 넘어갈 정도로 아주 깨소금이 쏟아지는 연애를 방불케합니다. 복장 터질 정도로요. 아주 인상 깊죠. 오그라드는 손가락을 참고 넘어가야 할 구간이 한두 개가 아닙니다. 어휴.

그래도 중반 이후에는 둘이 결혼해서 엘렌을 낳고, 또 그렇게 잘 살다가 다시 부부의 마지막 여정이 시작됩니다. 여기부터는 결코 가볍지 않은 분위기가 이어지고, 무거우면서도 씁쓸한 전개가 쭉 이어지죠. '레이디안'에서 아쉬웠던 스토리상의 연출은 '씰'을 개발하면서 쌓인 노하우로 '나르실리온'에서 한층 더 발전했죠.

결말이 비극적으로 끝나긴 하지만, 작중 내내 암울하고 씁쓸했던 레이디안에 비해서 나르실리온은 꽤 부담 없이 다가올 수 있는 분위기였습니다. 빠른 전개, 달달한 두 연인의 대화, 그리고 꼬여있는 여러 가지 복선과 갈등 구조를 매력적으로 잘 풀어냈죠. 사운드는 끝내줬습니다. SoundTeMP입니다. 더 설명이 필요 없을 최고의 팀이죠.

게다가 선형 방식의 스토리를 채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유로운 서브 퀘스트와 진행 템포 조절은 나르실리온만의 매력 중 하나였습니다. 메인 스토리가 '레이디안'과 접점이 있다면, 서브 스토리는 나름 '씰'과 연관이 되는 부분이 있어서 이를 조사해보는 재미도 쏠쏠했고요.

명작이냐 아니냐를 두고서는 나르실리온의 평가가 조금 갈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수작'이라는 데에는 다들 동의하는 편이죠. 저는 개인적으로 패키지 시장의 황혼기에 마지막 불꽃을 보여준 명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나르실리온은 2002년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게임기획/시나리오' 부문을 수상합니다.

지금 봐도 괜찮은 편인 카툰 렌더링과 게임 연출, 스토리, 전투, 서브 퀘스트 등 충분히 신선하게 유저들에게 어필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해요. 사실 시작할 때 배운 마법 하나로 끝까지 가도 되는 것도 재미있는 현상이고, 타격감은 정말 찰지고 좋았습니다.



가람과바람팀의 '나르실리온', IP 홀더는 누구...?
묘연해진 나르실리온 IP의 행방


나르실리온은 2002년 '그리곤 엔터테인먼트'에서 발매한 게임입니다. 이전에 우리는 개발팀인 '가람과바람'에 대해서 주목할 필요가 있죠. 이전부터 소규모로 게임을 제작해오던 '가람과바람'은 여러모로 훌륭한 게임들을 만들어냈습니다.

대표작으로 패키지 시장의 숨겨진, 뒤늦게 조명을 받은 명작이라고 할 수 있는 '씰'을 꼽을 수 있죠. 때문에 가람과 바람 팬들이나 고전 RPG를 회상하는 분들이 심심치 않게 최고로 꼽아주는 명작 중 하나가 '씰: 운명의 여행자'입니다. 씰은 같은 세계관과 스토리를 어느 정도 계승한 '씰 온라인'으로 이어지기도 하고요. 이 외에도 8용신전설, 레이디안 등의 게임이 있고 그리곤 엔터테인먼트에 합류한 이후로 제작에 참여한 게임이 크래쉬 어드밴스, 나르실리온, 천랑열전, 씰 온라인 등입니다.

아무튼 원래 '가람과바람'은 독립 개발팀이었고, 게임 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노리던 그리곤 엔터테인먼트는 가람과바람팀을 영입합니다. 그래서 가람과바람은 '그리곤 엔터테인먼트'의 제2개발팀이 됩니다. 그리고 그 이후에 출시된 게임이 '나르실리온'이고요.

원래 그리곤 엔터테인먼트는 1998년 4월 ㈜큰바위얼굴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되었지만 1999년 '그리곤 엔터테인먼트'로 사명을 변경한 개발사고, 2002년 온라인 액션 레이싱 게임 '크러쉬 어드밴스'를 처음 런칭하고 이후 '나르실리온'이 출시됐죠. 이 사이에 '가람과 바람'이 영입된 셈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과거 '가람과바람'팀을 이끌었던 김무광 개발자에게 답변을 들었습니다.


"가람과바람의 IP들에 대한 저작권은 행방이 묘연합니다. 애초에 가람과바람 팀이 그리곤 엔터테인먼트로 들어가면서, 기존의 타이틀들에 대한 저작권을 그리곤 엔터테인먼트에 정상적으로 양도를 했는지도 지금 생각하면 좀 애매합니다.

레이디안은 카마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소속으로 만들었는데, 당시에는 철이 좀 없었는지 당연히 우리꺼라고 생각했었습니다. '나르실리온'은 그리곤 소속으로 만들었으니 그리곤이 1차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게 맞지만, 그리곤 폐업 이후 해당 IP의 저작권을 누가 가지고 있게 된 건지는 저도 전혀 모르겠습니다.

다만 나르실리온은 레이디안의 시리즈 중에 하나입니다. 예를 들자면 F***: Zero? 같은 느낌이군요. 레이디안 시리즈의 전반적인 세계관이나 스토리의 초안을 만든 사람이 저라서, 아마 판권을 가지고 있어도 애매한 부분이 있을 것 같습니다."

거두절미하고 요약하면 결론적으로 나르실리온 IP 홀더의 행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입니다. 그리곤 엔터테인먼트가 인수나 합병이 아닌 '폐업'을 하면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 셈이죠. 그나마 '씰'은 '씰 온라인'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있습니다만, 레이디안과 나르실리온은 연결 고리가 끊어졌습니다. 8용신전설이나 천랑열전의 경우는 원작이 있으니 예외고요.

같은 세계관, 이어지는 이야기인 '레이디안'을 개발-유통했던 '테이크 다운'의 카마 디지털 엔터테인먼트도 게임 개발을 그만두고 여기서 명맥이 끊깁니다. 다른 사업으로 진출했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무엇보다도 일단 사용하던 도메인이 없어졌어요. 결국 이 두 IP는 행방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동안 계속해서 IP를 찾아서 코너를 진행하면서 여러 갈래로 흩어진 IP를 계속 찾아 조사하고 있습니다만, 이렇게 IP 홀더의 행방이나 권리자의 대한 정보가 사라진 경우가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반대로 개발사에서 권리를 가지고 있는지도 몰랐던 경우도 있었죠. 많은 사람들이 즐겼던 재미있는 게임의 IP가 사라지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혹시나 나르실리온이나 레이디안 IP의 행방을 알고 있거나, 권리자를 알고 있다면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여담이지만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게임 및 패키지에 표기된 권리표기입니다. 보통 요즘 게임들의 경우 개발사에게 권리가 적혀있는 경우가 많은데, 가람과바람의 게임은 독특하게도 권리가 가람과바람팀으로 되어있는 경우가 많거든요. 레이디안도 그렇고, 나르실리온의 경우는 '그리곤 엔터테인먼트 2개발팀 가람과바람'으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보유중인 패키지를 봐도 결국 권리는 '가람과바람'팀에 있다고 되어있습니다.


'나르실리온', 부활할 수 있을까?
다른 방식으로라도 다시 만나볼 수 있다면...


원래대로라면 행복 회로 가 타버릴 때까지 희망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쳐야 하는데, 이번만큼은 게임의 엔딩처럼 좀 씁쓸합니다. 명확한 IP 홀더의 행방의 밝혀지지 않았으니 게임의 부활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게임 개발을 총괄했던 김무광 개발자의 의견을 들을 수 있단 점은 다행이었으나, 아쉽게도 레이디안과 나르실리온은 이제는 추억 속으로 담어두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지고 있는 패키지도 언젠가 귀한 자료가 될 수 있으니, 조심스럽게 소장해야 할 것 같네요.

"가람과바람은 애초에 제가 만든 팀이었던지라, 제가 그리곤을 그만두면서 사실상 없어졌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후에 남아있던 인원들도 오래가지 않아 1-2명만 남고 대부분 다른 곳으로 이전했던 걸로 기억하네요. 아쉽게도 가람과바람이 다시 뭉쳐서 뭔가를 한다거나 할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레이디안 시리즈는 제가 관여한 부분이 좀 많아서 기회가 닿으면 인디게임으로라도 마무리를 하고 싶은 생각이 가끔 들긴 합니다.

나르실리온을 비롯한 레이디안 시리즈는 개인적으로 제가 초안을 잡은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애착이 많은 작품입니다. 리메이크라던가 하기는 힘들겠지만, 게임을 만들면서도 오프닝을 비롯한 영상작업에는 크게 신경을 못써서 다소 만들다만 느낌으로 만든 부분이 많아 상황이 허락되면 짧은 단편 영상 등으로 관련된 영상을 만들고 싶은 생각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그런 식으로 다시 찾아뵙지 않을까 싶네요."

게임은 시리즈를 이어가다 명맥이 끊기는 경우도 아주 많습니다. 그런데 이 경우, 가끔 소설로 뒷이야기를 풀거나 다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다른 미디어로 이전되어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경우도 간혹 있습니다. 좀 안 좋은 케이스이긴 하지만 '파이널판타지15'도 비슷하죠. 언젠가 기회가 되면, 나르실리온과 레이디안도 이렇게나마 다시 만나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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