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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15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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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I 리뷰] 패배를 통해 강해진 SKT T1, IG 무패 행진에 제동 걸다

이시훈 기자 (Maloo@inven.co.kr)
'패배를 통해 배운다'는 말은 보통 패자에게 딱히 와닿지 않는 형식적인 격려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승리를 통해 이기는 방법을 배우고 좋은 기세까지 탈 수 있는 반면, 패배할 경우 무언가를 배우기보다는 오히려 실력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거나 자신감을 잃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019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이하 MSI)의 LCK 대표로 출전한 SKT T1은 본선 격인 그룹 스테이지에서 충격적인 패배를 세 번이나 당했다. 유럽의 맹주 G2에게 역전패를 포함해 2패를 당했고, 우승 후보 0순위 인빅터스게이밍(이하 IG)에게는 약 16분 만에 넥서스가 파괴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자신감이 꺾일 수도 있는 참패였지만, SKT T1은 패배를 통해 많은 것을 얻었고, 더 강해졌다. 결국, SKT T1은 그룹 스테이지 마지막 경기에서 완벽에 가까운 경기력으로 무패 행진을 이어가던 IG를 완파하는 데 성공했다. 죽음을 극복하고 부활하면 더 강해지는 만화 속 주인공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SKT T1, 무엇이 달라졌나
안정감에 속도를 더하다



4일 차부터 SKT T1의 페이스가 본격적으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SKT T1은 밴픽 패턴과 플레이의 방향성을 크게 수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룹 스테이지 초반 아쉬움을 남겼던 아지르를 4일 차 플래시 울브즈전에서 다시 꺼내 완승을 거두며 '우리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했다. 물론, 상대적으로 쉬운 매치업이었지만, 경기 내용적으로 점점 완벽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밴픽 패턴과 플레이 방향성의 변화 없이 SKT T1이 크게 달라진 이유는 안정감에 속도를 더했기 때문이다. 속도를 내야할 땐 상대가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속도를 올렸고, 스노우볼도 더 과감하게 굴렸다. 마치 퐁 부 버팔로의 장점만 그대로 흡수한 것처럼, 공격적인 부분을 보완하며 운영과 속도전 모두 강력한 팀이 됐다.

드라마틱하게도 SKT T1의 달라진 경기력을 제대로 볼 수 있었던 경기는 그룹 스테이지 마지막 IG전이었다. IG는 이번 2019 MSI 그룹 스테이지에서 독보적인 경기력을 뽐내며 전승행진을 이어가는 중이었다. 두 팀의 대결은 예상대로 밴픽부터 치열했다.


첫 번째 밴 페이즈부터 SKT T1의 안전지향적인 의도가 보였다. SKT T1을 16분 만에 무너뜨리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던 '재키러브'의 드레이븐이 가장 먼저 밴이 됐다. 이어서 자주 등장하지 않았지만, 라인전이 강력하고 변수 창출에 능한 '더샤이' 강승록의 니코를 밴했다. SKT T1은 변수를 최대한 줄이는 방향으로 밴 카드를 사용했다.

반면, IG는 SKT T1에게 노골적으로 라이즈 선픽을 유도한 뒤 사일러스와 갈리오 서포터를 가져갔다. 갈리오 서포터를 뽑았다는 건 초반부터 바텀을 강하게 압박하겠다는 것을 의미했다. '재키러브'의 주력 카드인 카이사까지 등장하면서 IG의 의도가 더 명확해졌다. SKT T1도 이즈리얼-탐 켄치 같은 버티는 픽이 아닌, 비교적 라인전이 강하고 검증된 조합인 루시안-브라움으로 강하게 응수했다.

두 번째 밴 페이즈에서 SKT T1이 리 신과 렉사이를 밴하자 IG는 과감하게 신 짜오를 꺼내 들며 조합의 콘셉트를 공격으로 확정했다. 신 짜오는 워낙 리스크가 높은 픽이지만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갈리오가 있고, 무엇보다 '닝'의 자신감이 하늘을 찔렀기 때문에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선택이었다.

IG는 마지막 픽으로 조이를 선택하며 밸런스를 보완했으나 정글 신 짜오가 나온 이상 초중반에 성과를 얻지 못하면 힘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밸런스가 잘 잡힌 SKT T1의 조합과 개인기 중심의 IG 조합의 대결 구도가 만들어졌다.


치열한 초반 수싸움
해결사 '클리드' 김태민



초반부터 치열한 라인전이 펼쳐지는 가운데, 가장 먼저 성과를 올린 쪽은 역시 SKT T1의 플레이메이커 '클리드' 김태민의 자르반 4세였다. 김태민은 날카로운 탑 갱킹 동선을 통해 '더샤이' 강승록의 사일러스를 잡아냈고, 곧바로 '닝'의 미드 갱킹 노림수까지 받아쳤다. '더샤이' 강승록이 탑 CS를 포기하고 순간 이동으로 합류해 김태민의 자르반 4세를 제압했지만, 그 와중에 '칸' 김동하의 케넨이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SKT T1에게 엄청난 이득이었다.

정글 주도권을 뺏긴 상황에서 '닝'은 과감한 판단을 내리며 회복에 열을 올렸다. 언제 사고가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바텀에서 치열한 딜 교환이 펼쳐졌지만, '닝'은 바텀을 돌보지 않고 성장에 집중했다. 반면, 김태민은 바텀 동선 낭비가 있었기 때문에 비효율적인 성장을 할 수밖에 없었다.

회복에 성공한 '닝'이 과감하게 바다 드래곤을 공략하자 '닝'의 의도를 파악한 김태민은 잠시 기다린 뒤 적절한 타이밍에 '닝'을 쫒아내고 바다 드래곤을 스틸했다. 초반 라인전에 엄청난 도움을 주는 바다 드래곤을 팀에게 선물한 김태민은 정글러로서 초반에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줬다.


승리를 부른 SKT T1의 과감한 결단력
'마타'의 방패에서 시작된 승리



비교적 팽팽한 상황, 두 팀 모두 바텀에 함정을 파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바텀 합류전 구도가 펼쳐졌다. IG의 서포터 '바오란'의 갈리오가 한 틱 차이로 생존한 반면, '테디' 박진성의 루시안은 IG의 스킬 연계에 끊기고 말았다. SKT T1은 빠르게 포탑으로 후퇴하며 피해를 최소화 했지만, 초반에 쌓은 이득을 모두 잃고 말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탑에서 강승록의 사일러스가 김동하의 케넨을 솔로 킬 내면서 분위기가 IG에게 넘어갔다. 시간이 지나면 탑 격차가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김동하는 미드 로밍을 선택했고, '닝'의 신 짜오를 잡아내는 성과를 올렸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김동하의 기지 넘치는 플레이가 빛난 장면이었다.

SKT T1의 모든 선수가 각자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 가운데, '마타' 조세형 브라움의 방패에서 모든 것이 새롭게 시작됐다. 19분경 SKT T1이 과감하게 드래곤 둥지 지역을 선점하고 대지 드래곤을 공략하자, IG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상태로 저지에 나섰다.

IG의 바텀 듀오가 우측에 따로 떨어진 것을 발견한 조세형은 브라움의 궁극기를 활용해 싸움을 걸었고, IG의 진영을 완벽하게 가르며 각개격파 구도를 만들었다. 잘 성장한 이상혁의 라이즈와 김태민의 자르반 4세가 폭발적인 딜을 넣으면서 SKT T1이 한타 대승을 거뒀다. 주도권을 완벽하게 잡은 SKT T1은 IG의 미드 포탑을 파괴한 뒤 케넨과 라이즈를 사이드로 돌리며 IG를 서서히 압박하기 시작했다.

IG의 전력상 경기가 후반으로 가면 충분히 역전을 만들 수 있는 팀이기 때문에 SKT T1 입장에서 치명타가 필요했다. 치명타는 역시 바론 버스팅이었다. 23분경 IG 바텀 듀오의 점멸이 아직 돌아오지 않은 것을 체크한 조세형이 브라움의 궁극기를 활용해 '재키러브'를 물었다. 이상혁의 라이즈가 점멸까지 활용해 '재키러브'의 카이사를 끊으면서 완벽한 바론 찬스를 만들었다.



SKT T1은 곧바로 라이즈의 궁극기를 활용해 바론 버스팅을 시도했다. '닝'과 강승록이 급하게 저지에 나섰지만, 김동하의 케넨이 완벽한 위치에서 궁극기를 작렬시키면서 IG의 마지막 역전의 노림수가 실패로 돌아갔다. 휘청거리며 가까스로 버티던 IG가 바닥에 쓰러지는 순간이었다.

28분 만에 약 1만 골드 격차를 벌린 SKT T1은 두 번째 바론 앞 한타에서도 이상혁의 라이즈가 차원이 다른 딜을 넣으면서 압승을 거뒀다. 결국, SKT T1이 그룹 스테이지 마지막 경기에서 IG의 무패행진에 제동을 거는 데 성공했다.

순위가 이미 확정된 상황에서 마지막 한 경기 결과로 모든 결과를 바꿀 순 없지만, 대회를 거듭하면서 SKT T1이 점점 완벽에 가까워지고 있고, IG가 더 이상 난공불락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경기였기에 무엇보다 큰 의미가 있었다. 자신감을 찾은 SKT T1의 행보가 4강을 넘어 결승전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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