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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0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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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선 없는 VR '오큘러스 퀘스트', 미래를 열다

강승진 기자 (Looa@inven.co.kr)

'스마트폰용 저가 VR 기기가 가상현실 경험을 왜곡시킨다'

한 VR 게임 개발자를 만난 자리에서 꽤 격한 말을 들었던 적이 있다. 그도 그럴 게 '구글 카드보드'를 시작으로 몇만 원이면 구할 수 있는 VR 기기(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 HMD)의 성능은 매우 저열하다. 물론 기어 VR처럼 애초에 기기에 특화된 HMD가 존재하긴 한다.

하지만 기존의 모바일, 독립형 HMD는 결국 숙이고 둘러보는 3자유도(Degrees of Freedom: DoF)의 머리 움직임만 작용한다. 앉거나 좌우로 움직이는 PC VR의 핵심적인 특징이 빠져있다. 영상 등 시각 콘텐츠라면 모를까, 게임 플레이의 특징은 많이 희석됐다.

▲ 몸까지 인식하지 못하면 반쪽짜리 VR일 뿐이다

결국 모바일 VR의 대중화는 핵심 상호 작용을 체험해보지 못한 채 실망해버린다는 문제를 가져왔다. 그렇다고 거치형 VR 기기를 즐기라고 권하자니 이건 체험해보기가 영 쉽지 않다.

본격적으로 VR HMD가 상용화되기 시작한 2016년 '오큘러스 리프트'와 'HTC Vive'는 한화 약 100만 원에 이르는 가격에 판매됐다. 그뿐이랴, VR의 고해상도 콘텐츠 플레이가 가능한 고사양 PC도 필요하다. 또 주렁주렁 달린 케이블을 연결해야 하고 몸을 움직일 넓은 공간과 이를 확인할 센서 세팅도 따로 해줘야 한다. 순수 스펙이 비교적 낮은 400달러의 '플레이스테이션 VR'이 저렴하고 쉽게 VR을 체험할 수 있다는 평가도 이런 이유에서 나왔다.

그렇기에 새로운 VR '오큘러스 퀘스트'는 경이롭다.

이 작은 HMD는 그간 VR 기기들의 단점을 하나하나 깨부쉈다. HMD 하나만 있으면 오롯이 즐길 수 있는 독립형 구성에 비교적 저렴해진 가격, 여기에 공간 제약도 없앴다. 그야말로 미래형 VR과 함께 가상 현실 대중화에 새로운 시대가 열린 셈이다.

▲ 구성이 단출하지만 저것만 있으면 온전한 가상현실 체험이 가능하다

  • 오큘러스 퀘스트(Oculus Quest)
  • 디스플레이 패널: OLED
  • 디스플레이 해상도: 한쪽당 1440 x 1600
  • 주사율 : 72Hz
  • 프로세서: 퀄컴 스냅드래곤 835
  • 램: 4GB
  • 배터리: 리튬 이온 배터리(2-3시간 이용 가능)
  • 무게: 571g
  • 가격 : 64GB 399달러(한화 약 47만 원), 128GB 499달러 (한화 약 59만 원)

  • '오큘러스 퀘스트'는 별도의 PC가 필요 없는 독립형 VR 기기답게 별다른 단자나 버튼이 존재하지 않는다. 고작 해봐야 전원을 충전하는 단자와 3.5파이 이어폰 단자, 전원과 볼륨, 그리고 렌즈 간격을 조절하는 버튼 정도다. 구성도 본체와 함께 컨트롤러인 오큘러스 터치, 케이블, 어댑터, 그리고 안경 쓴 유저를 위한 별도 캡이 전부다.

    형태는 기존 독립형 VR '오큘러스 고'보다는 1세대 '오큘러스 리프트'와 더 유사하다. 단, 기기의 네 귀퉁이에는 기존 기기와의 차이점이자 핵심 특징인 4개의 렌즈가 자리 잡고 있다.

    4개의 렌즈는 룸스케일을 가능케 한다. 룸스케일은 현실의 공간 측정, 가상으로 옮기는 것을 말한다. 이를 통해 단순히 고개를 둘러보는 것을 넘어 직접 장소에서 행동하는 움직임이 VR 콘텐츠에 반영된다. 복싱 게임 '크리드'를 예로 들면 상대에 가까이 다가가 훅을 날리고 고개를 숙여 스트레이트를 피하는 등 시선은 물론 전후좌우 상·하의 움직임까지 반영된다.

    동봉되는 컨트롤러인 오큘러스 터치 역시 게임의 몰입감을 높인다. 그저 이동과 선택 등 리모콘의 역할만 했던 '오큘러스 고'의 컨트롤러와 달리 새로운 오큘러스 터치는 트리거를 포함한 5개의 버튼과 조이스틱을 포함하고 있다. 이 역시 트래커와 함께 룸스케일을 통해 위치와 방향, 그리고 컨트롤러를 쥐고 있는 손 모양까지 완벽하게 반영한다. 단, 렌즈가 기기 전면에 배치돼 컨트롤러를 쥔 손을 머리 뒤로 넘길 경우 인식이 부정확할 때가 있다는 점은 아쉽다.

    ▲ 4개의 렌즈가 '오큘러스 퀘스트'의 핵심이다

    ▲ 좌우 2개가 포함된 오큘러스 터치는 트리거까지 게임에 적합한 조작감을 자랑한다

    ▲ 좋게 봐줘도 리모컨 이상의 역할은 힘들었던 '오큘러스 고' 컨트롤러. 그것도 하나다

    완벽한 수준의 '오큘러스 퀘스트'의 룸스케일은 높은 완성도를 지녔다. 특히 그간 출시됐던 VR기기의 장소 설정과는 격이 다른 간편함도 가졌다. 지금까지 룸스케일을 위해서는 움직임을 측정하는 별도의 센서와 자세, 이에 맞는 설정을 직접 해줘야 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비교적 움직임을 완벽하게 잡아내는 'HTC Vive'의 경우 공간과 자세 등을 여러 바꿔가며 반복해야 완벽하게 위치를 측정할 수 있었다. 장비가 별도로 필요하니 한번 설정한 지역을 옮기기도 어려웠다.

    '오큘러스 퀘스트'는 HMD를 착용하면 자동으로 사용자의 주변 사물을 측정하고 이용 공간을 산출한다. 그 후 사용자는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을 오큘러스 터치로 쓱 그려주기만 하면 된다. 모든 과정은 1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또한, 기기는 한번 측정한 장소를 일부 기억해둔다. 거실과 침실을 한 번씩 등록해두면 장소를 옮길 때마다 처음부터 룸스케일 측정을 할 필요가 없다.

    ▲ HMD를 써도 바깥 세상이 보인다. 그위에 안전 공간을 쓱 그리면 끝이다.

    룸스케일을 지정하면 경계 근처에 갔을 때 가상의 벽이 생긴다. 일종의 안전 거리인데 이 밖으로 나가면 VR 콘텐츠 대신 내가 위치한 실제 모습이 렌즈를 통해 전해진다. 좁은 공간에서 플레이할 경우 주변 사물을 확인할 수 있다. 또 미리 설정해둔 공간을 이동할 때도 HMD를 벗지 않고 눈으로 보면서 가는 게 가능하다.

    약간 아쉬운 점이라면 밝고 어두운 명도가 정확해야 공간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밤에도 불을 켜놓은 채 '오큘러스 퀘스트'가 공간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어두운 장소는 사물로 인식하는 경우도 간혹 발생했다.

    ▲ 가상의 벽 근처에 가면 경고를 하고 이를 넘어가면 실제 현실 세계의 모습이 보인다
    그 덕에 주변 사물에 부딪히는 위험 사고를 줄일 수 있다

    완벽에 가까운 룸스케일의 지원으로 PC급 게임도 '오큘러스 퀘스트'를 통해 플레이할 수 있다. VR 게임으로 큰 인기를 끌었지만, 3자유도로는 구현이 불가능했던 '비트 세이버'나 '로보 리콜' 등이 출시 타이틀로 기기와 함께 공개됐다. 오큘러스 역시 게임을 주요 콘텐츠로 내세운 만큼 아날로그가 포함된 터치 컨트롤러를 동봉했고 스타워즈 IP를 활용한 '베이더 임모탈'을 독점 콘텐츠로 내세우기도 했다.

    단, '오큘러스 퀘스트'가 모바일 기기에서 사용되는 퀄컴 스냅드래곤 835를 채택한 만큼 게임들의 세부적인 텍스쳐와 표현력 하향은 피할 수 없었다. '로보리콜'은 PC 버전 VR과 비교해 단순해진 질감 표현이 체감될 정도였다. 하지만 각 안 1280x1440, 전체 2880x1600의 높은 해상도의 OLED 덕에 고사양을 필요치 않은 콘텐츠의 경우 기존 VR 이상의 VR 체험이 가능했다.

    단점은 6자유도가 구현된 VR의 강점을 체험할 다양한 콘텐츠를 국내에서는 바로 즐길 수 없다는 점이다. '오큘러스 퀘스트' 게임 및 앱을 구매할 수 있는 마켓은 해외와 비교하면 절반가량의 콘텐츠만 등록되어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제외된 타이틀이 '비트 세이버', '슈퍼핫 VR', '로보 리콜', '잡 시뮬레이터' 등 인기 작품이기에 아쉬움이 더 크게 남는다. 결국 해외 서버로 우회하여야만 온전히 게임을 즐길 수 있다.

    ▲ 오큘러스 독점 게임인 스타워즈 '베이더 임모탈'은 '비트세이버'와 함께 기기를 견인하는 타이틀이다
    튕기고 써는 맛도 제법이다

    ▲ 이중 절반은 국내에서는 구매할 수 없다

    '오큘러스 퀘스트'의 무게는 571g으로 이전 독립형 VR인 '오큘러스 고'는 물론 거치형 VR인 오큘러스 리프트 보다 100g가량 무거운 편이다. 그렇다고 큰 불편함을 느끼는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선 없이 즐길 수 있다는 편리함 덕이다.

    '오큘러스 고'와 마찬가지로 코 부분 폼은 너무 여유롭다. 이 부분으로 빛이 많이 새어 들어온다. 그럭저럭 높다고 착각한 낮은 콧대 때문이라고 하기에는 주변 사람들 모두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이는 서양 체형에 맞춰 제작된 모양 탓이라 할 수 있다.

    아쉬운 부분은 배터리다. '오큘러스 퀘스트'는 완전 충전 시 콘텐츠에 따라 2~3시간을 즐길 수 있다. 피로도가 높은 VR 콘텐츠를 3시간이나 플레이하는 경우는 별로 없으니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동봉된 충전기나 고속 충전기를 이용해도 충전 속도가 썩 만족스럽지 않다. 이 탓에 빠르게 줄어드는 배터리 충전량을 보고 금세 기기를 벗어 충전 포트를 찾는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64GB 기준 399달러(한화 약 47만 원)라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 움직임을 잘 잡아내는 룸 스케일, 게임에 적합한 컨트롤러와 콘텐츠 등 '오큘러스 퀘스트'가 자랑하는 특징들. 이런 장점은 VR 콘텐츠 경험이 많거나 기존 VR 환경을 집이나 작업실에 갖춘 사람에게는 혁신적이거나 새로운 무언가라고 느껴지진 않을 터다. 어찌 보면 기존 VR의 개선된 정도에 그칠 수준이니 말이다.

    하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VR 게임을 플레이하거나 값비싼 VR 기기와 고사양 PC를 함께 갖춘 사람은 많지 않다. 간혹 VR 게임센터에 들르거나 중국산 저가형 HMD에 스마트폰을 꽂아 넣는 사람 더 많다. 그만큼 VR은 대중에겐 낯선 체험이다.

    그렇기에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룸 스케일 VR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는 '오큘러스 퀘스트'는 VR 대중화의 진짜 시발점인 셈이다. 또한, 손쉬워진 VR 체험으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고 더 다양한 게임들이 등장할 발판이 될 것이다.

    차세대 VR의 문은 열렸다. 이제 남은 건 두 가지다. PC급, 혹은 그 이상의 경험을 선사할 콘텐츠의 도입, 그리고 아직은 출시 소식이 없는 국내의 정식 출시. 이 둘이 열린 문을 향하는 길이 될 것이다.

    ▲ 기존 독립형 VR '오큘러스 고'(좌)와 비교

    ▲ 새로운 형태의 오큘러스 터치는 기본 구성에 포함된다

    ▲ 스트랩은 모양이 망가지지 않도록 탄탄한 형태로 만들어졌다

    ▲ '오큘러스 고'(우) 스트랩에 비해 고급스러워졌다

    ▲ 렌즈 좌우 위치 조절 바가 새로 추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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