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오브레전드에서 챔피언들은 출시 후 시간이 흘러 구식이 되거나, 챔피언 설계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경우, '리워크'를 통해 대대적인 재시공에 들어가곤 합니다. 보통 리워크되는 챔피언은 스킨을 포함한 모든 인게임 모델링은 물론, 스킬에도 큰 변화가 생기기 때문에 유저들의 관심도 상당하죠.

이번엔 독특하게 그 리워크 대상을 선정하는 투표가 진행되었습니다. 비록 후보가 제한된 투표였지만, 전세계 리그오브레전드 유저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투표에서 '볼리베어'가 1위를 차지하며 리워크를 확정 지었습니다. 볼리베어는 대표적인 비주류 챔피언으로, 그 역사가 길고 스킬 구성이 단조로운 만큼 많은 유저들이 리워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비주류 챔피언의 대명사였던 볼리베어. 그는 왜 그렇게 오랜 시간을 비주류로 지냈어야만 했던걸까요? 긴 고생 끝에 리워크를 확정 받은 볼리베어가 이번 롤챔프 탐구 생활의 주인공입니다.

▲ 길었던 비주류 생활 청산? 리워크 확정된 볼리베어!


■ 흥을 아는 곰! 푸근한 인상의 '볼리베어', 협곡에 등장하다

2011년 말, 88번째로 출시된 고참 챔피언 볼리베어는 꽤 호감가는 녀석입니다. 북극곰 같은 외형에 갑옷을 입은 볼리베어는 어쩐지 흉포하다기 보다는 푸근한 인상을 줍니다. 또 볼리베어의 춤 모션은 모든 챔피언을 통틀어 최고로 평가 받을 정도로 흥이란게 뭔지 아는 챔피언이기도 하죠.

▲ '흥'이란게 제대로 느껴지는 볼리베어의 춤


볼리베어 출시와 얽힌 이야기도 재밌는 흥미거립니다. 초창기부터 롤을 즐기던 유저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질리언과 볼리베어의 라이벌 관계가 그것입니다. 두 챔피언 사이의 라이벌 관계는 조금 독특합니다. 렝가와 카직스처럼 게임 속 설정의 충돌이 아닌, 챔피언을 만든 개발자 간의 대립이 챔피언 관계까지 영향을 미친 케이스죠.

이는 질리언의 개발자가 갑옷 입은 곰의 리그 합류를 맹렬히 반대했기 때문이라고 전해집니다. 실제로 볼리베어와 질리언은 배경 설정에 별다른 연관이 없음에도 관련 챔피언 목록에 서로 이름을 올리고 있죠. 게임에서 만난다면 둘은 특별 대사와 패시브 아이콘을 띄우게 되며, 처치시 볼리베어는 11골드를, 질리언은 10골드를 추가로 얻을 수 있습니다.

▲ 볼리베어는 숙적 질리언을 처치하면 11골드를 더 얻는다


■ 고참 챔피언 볼리베어, 정말 '곰' 같은 그의 스킬 구조

볼리베어는 자체적인 체력 회복 패시브와 체력에 따른 스킬 피해량 증가 등 전체적으로 체력과 관련된 특징이 눈에 띄는 챔피언입니다. 거기에 적을 공포에 질리게 한다던지, 달려들어 적을 뒤로 넘겨 버리거나 물어 뜯는 모습은 '곰'이라는 모습을 잘 표현 해냈죠.

하지만 대부분의 옛날 챔피언들이 그러하듯, 최신 챔피언들의 화려한 스킬 구성과 비교하면 아무래도 심심한 스킬을 가진 것 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볼리베어를 언급할 때 빠지지 않는 '뚜벅이'라는 별명도 이를 잘 표현하는 특징이죠. 벽을 넘는 스킬 하나 쯤은 있어야 챔피언 취급을 받던 시절, 이속 증가가 있다곤 하지만 벽을 넘을 수 없던 볼리베어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 달려 들어 던지고, 물어 뜯고! 뭔가 곰 같긴 하다


이런 볼리베어의 근본적인 스킬 구조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 큰 변화는 없었습니다. 역할이 딱 정해진 스킬들이 그대로 유지되다 보니, 플레이 스타일도 달라지지 않았죠. 볼리베어의 플레이 스타일은 어디까지나 '천둥 몰아치기(Q)'로 접근해 뒤로 넘기고, 계속해서 평타를 때리다가 '광란(W)'으로 마무리 짓는 형태 였습니다.

플레이 스타일 자체는 획일적이었지만, 포지션에 변화를 주는 시도는 있었습니다. 출시 초기 탑 포지션에서 주로 사용되었던 볼리베어를 정글에서 사용하는 것이죠. 정글 볼리베어는 상대의 견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고, '우렁찬 포효(E)'의 공포 효과도 온전히 이용할 수 있어 나름대로 좋은 평가를 받으며, 이후엔 탑 이상가는 메인 포지션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 자연계 패왕? 정글에서 공포도 유용하다


■ 그래도 '리즈' 시절은 있었다? 볼리베어의 긴 비주류 역사

'뚜벅이'라는 한계 때문에 비주류, 혹은 고인 챔피언으로 알려져 있는 볼리베어. 하지만 그도 과거 대회에서는 나름대로 자주 볼 수 있는 챔피언이었습니다. 모든 시즌에 픽률이 높았던 것은 아니지만, 이정도면 가렌에 비해 양반이죠. 특히 LCK 보다는 해외 리그에서 적극적으로 쓰인 볼리베어는 정글 포지션으로 기용되었습니다.

갬빗의 '다이아몬드 프록스' 선수는 대회에 볼리베어를 끌어올린 선수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의 인상적인 플레이 덕분에 2013 시즌에는 워모그 메타에 편승한 볼리베어 정글이 제법 유행을 탔었죠. 소환사 주문 선택도 조금 독특했는데, '점멸' 대신 '유체화'를 선택하면서 '뚜벅이'의 한계를 정면 돌파하는 시도가 돋보였습니다. 이 때가 볼리베어의 '리즈' 시절이라고 할만 하겠죠.

▲ 한때 대회 유행을 이끌었던 '다이아몬드 프록스'의 볼리베어 (영상 출처: OPLOLReplay)


2018 시즌에는 바텀에 비원딜 메타가 유행하면서 순간 체력 회복이 가능한 패시브, 초반부터 생각보다 높은 대미지를 보여주는 W 스킬 등이 조명되면서 볼리베어를 봇 라인에 기용하는 모습도 있었습니다. 다만, 이를 대체할 챔피언이 빠르게 발굴 되면서 긴 임펙트를 남기진 못했습니다.

이런 저런 유행도 잠깐. 반짝 활약했던 볼리베어는 결국 다시 비주류의 길을 걷고 맙니다. 역시 '뚜벅이'라는 한계가 컸습니다. 빠른 이속 증가 스킬은 어디까지나 이속 증가에 불과했고, 점멸 대신 유체화를 드는 방법도 한계를 정면 돌파하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기본 설계상 한계가 있다보니, 시간이 흐를수록 단점이 돋보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볼리베어는 쓰는 유저만 쓰는, 일명 '장인' 챔피언으로 분류되었습니다. 패치나 메타에 따라선 괜찮은 승률을 보이기도 헀지만, 픽률이 낮다보니 유저들도 볼리베어의 승률 통계에 큰 의미를 부여하진 않았습니다. 다른 구식 챔피언들이 차례로 버프나 리워크를 받고 활약하는 모습이 대비되면서 오히려 '비주류' 자체가 볼리베어의 아이덴티티화 되어가기도 했죠.

▶ [인벤만평] 비주류 챔피언, 볼리베어에 대한 슬픈 오마주

▲ 잠깐 활약하기도 했지만... 볼리베어의 비주류 시기는 정말 길었다


■ 승률 상승에 리워크 확정 까지!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볼리베어

끝이 없을 것 같았던 볼리베어의 비주류 역사도 결국 끝은 있었나 봅니다. 메타와 패치의 변화는 영원히 볼 수 없을 것 같았던 볼리베어의 랭크 상승세까지 만들어 냈습니다.

비주류 기간이 길었던 만큼, 사실 볼리베어에게는 그동안 몇몇 버프가 적용되긴 했습니다. 오래전 8.4 패치에서는 E 스킬에 밀쳐내는 효과를 추가하고, 에어본 상태의 적에게 추가 대미지를 더하는 등 대미지와 유틸 성능을 버프하면서 기반을 닦았다면, 비교적 최근 적용된 9.9 패치에서는 볼리베어의 핵심 스킬 '광란(W)'의 공속 증가량을 늘리며 유저들의 관심을 모았습니다.

이는 곧 볼리베어의 승률 상승으로 이어졌고, 일시적으로 탑 포지션 승률 랭킹 1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승률은 정상적인 수준으로 돌아왔지만, 나쁘지 않은 승률과 이전에 비해 높아진 픽률 덕분에 볼리베어의 고인 챔피언이라는 불명예스러운 타이틀은 벗겨진 것 같습니다.

▲ 볼리베어 승률 상승의 신호탄이 된 9.9 패치


겹경사가 이어졌습니다. 전세계 유저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리워크 선정 투표에서도 볼리베어가 1위를 차지하면서, 근소한 차이의 피들스틱과 함께 인게임 모델링 수정과 스킬 개편이 포함된 대규모 리워크가 결정된 것이죠. 물론 챔피언 리워크가 성능이나 인기 상승으로 직결된다고 할 순 없겠지만, '아트록스'나 '아칼리' 등의 예를 살펴보면 볼리베어 역시 기대해볼만 한 것 같습니다.

호감 가는 외모와 정말 곰 같은 플레이 방식까지. 비주류 역사가 길었지만 볼리베어는 어쩐지 정감이 가는 챔피언입니다. 비록 리워크가 챔피언의 기존 테마를 어느정도 존중한다고는 하지만, 많은 것이 바뀌는 것도 사실입니다. 과연 리워크된 볼리베어는 어떤 모습이 될까요? 여전히 정감가는 곰의 이미지를 유지하게 될까요? 기존의 볼리베어 유저와 새로운 유저 모두를 만족할만한 리워크가 적용되길 기대해 봅니다.

▲ 축하해, 볼리베어! 리워크 투표 1등을 차지한 볼리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