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별비'가 돌아왔다. 오랜 오버워치 팬들이라면, APEX 시절부터 오버워치 월드컵-리그를 종횡무진으로 누비는 '새별비' 박종렬의 트레이서를 기억할 것이다. 그의 트레이서는 오버워치 리그 첫 시즌의 스테이지 결승전이라는 큰 무대마다 빛났고, 뉴욕 엑셀시어의 수차례 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새별비'는 스테이지3 우승 후 인터뷰에서 "I'm the best Tracer in the world"라는 말과 함께 많은 팬들에게 뚜렷한 인상을 남겼고, 메이저 리그 뉴욕 메츠의 시구까지 할 정도로 '슈퍼스타'의 반열에 올라본 프로게이머다.

아쉽게 1년이라는 기간 동안 그의 활동을 잘 볼 수 없었다. '33' 메타로 바뀌고 트레이서가 주류 픽 자리에서 내려오면서 오버워치 월드컵부터 리그 주전까지 다른 선수에게 자리를 내줘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뉴욕과 '새별비'는 변화할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새별비'가 드디어 시즌2에서 한 경기의 모든 세트에 출전해 처음으로 승리를 거둔 것이다. 전문 딜러들이 점점 리그에서 모습을 드러내기 힘든 시점에서 '새별비'의 출전은 놀라울 수밖에 없었다. 변신을 택한 뉴욕의 결정 역시 시즌 후반부를 위한 결연한 승부수처럼 보이기도 했다.


# 아쉬운 출발


시즌2에서 '새별비'는 소수의 세트에 등장한 바 있다. 결과는 아쉬웠고, 이번 스테이지3의 첫 휴스턴전 역시 몇 세트를 뛸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휴스턴 아웃로즈 다수의 딜러가 총구를 '새별비'에게 겨눴고, 먼저 잘리면서 힘든 세트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경기는 '새별비'가 상대 정크렛-위도우메이커 등에 쓰러지면, 나머지 팀원들이 슈퍼플레이로 빈틈을 틀어막는 그림이었다.

하지만 뉴욕은 교체없이 끝까지 '새별비'의 솜브라를 내보냈다. 해설자들도 교체 없이 간다는 것을 강조할 정도로 뉴욕의 승리를 확신하기 힘든 상황. 유현상 감독은 이런 상황에서 과감한 판단을 내렸다. "종렬이가 워낙 경험도 많고 리더쉽이 있어서 어떤 위기가 오더라도 잘 대처해주리라 믿었다. 내 믿음에 보답해줘서 고맙다"는 말처럼 '새별비'를 믿고 끝까지 갔다. 결국, 휴스턴과 풀 세트 끝에 뉴욕은 승리를 거둔 것이다.

지난 경기에서 어떤 가능성을 봤을까. 뉴욕은 다시 '새별비'를 첫 세트부터 주전으로 내세웠다. 이번 상대는 런던 스핏파이어였다. 시즌1 스테이지 결승에서 만났고, 정규 시즌1위(뉴욕)와 그랜드 파이널 1위(런던)라는 성적을 낼 정도로 전통 강호 간 빅매치 대결이었다. 시즌2 역시 두 팀 모두 결승권은 아니지만 PO에 이름을 올리며 비슷한 위치에 있었다. 바로 최근 경기에선 뉴욕이 풀 세트로 힘들게 승리했기에 4:0으로 완승한 런던 전은 쉽지 않아 보였다.


# 가장 확실한 반전

▲ 뉴욕-런던 하이라이트

이런 상황에서 뉴욕은 대반전을 일으켰다. 최하위권팀 휴스턴에 고전한 경기력과 달라진 모습으로 말이다. 놀라운 건 '새별비'의 솜브라였다. 확실히 다른 움직임으로 점점 팀과 함께 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33'을 택한 런던의 후방을 제대로 흔들었고, 결국 4:0이라는 깔끔한 스코어로 예상하기 힘든 승리를 만들어냈다. 단 이틀만에 일어난 변화였기에 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뉴욕이 구사한 '솜브라 고츠'라고 불리는 '솜츠' 체제는 리그에서 그렇게 각광받는 전략이 아니었다. 여전히 최상위권팀을 비롯한 많은 팀들이 3탱-3힐 체제를 선택했다. 솜브라의 EMP가 없는 타이밍에 정면을 공략해버렸고, 후방에 있는 솜브라가 홀로 떨어져 힘을 못쓰는 장면 역시 자주 나왔기에 그렇다. 뉴욕 역시 시즌2 초반에 '솜츠' 전략을 쓰다가 포기한 전략이기도 했다.

하지만 '새별비' 중심으로 변화한 뉴욕의 '솜츠'는 달랐다. EMP를 활용한 잘 짜여진 전투는 많은 팀들이 가능하고 대처법까지 알고 있다면, 뉴욕은 그전에 변수를 만들어버린다. 트레이서-젠야타로 최고의 이름을 날렸던 '새별비-쪼낙'이 이제는 솜브라-젠야타로 놀라운 에임을 자랑하고 있다. 첫 EMP가 돌기 전부터 상대 한 명을 끊고 유리하게 시작하는 그림이 나왔다. 오랫동안 함께 해온 두 선수의 호흡이 진가를 발휘하는 장면이 나오면서 뉴욕 '솜츠'만의 힘을 발휘한 것이다.

'새별비' 개인의 플레이 역시 남달랐다. 위치변환기라는 기술을 활용해 트레이서의 점멸-시간 역행처럼 자유롭게 넘나들었다. 과감하게 들어가 딜을 넣는 장면은 공격적인 '새별비'의 전성기를 연상하게 했다. 어그로를 끌어 상대 후방과 힐러진을 교란하는 능력은 여전히 살아있는 것처럼 보였다.


# 다시 최고가 되는 그 날까지


그렇게 뉴욕은 확실히 변화했다. 짧은 시간 내에 팀 전체가 놀라운 변화를 이뤄냈다. 유현상 감독은 "로스터 활용, 메타 판단 등등 장, 단기적인 목표를 위해 큰 변화의 필요성을 느꼈다"며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현재 우리가 지향하고 있는 방향이 틀리지 않다는 걸 증명하고 싶다"는 말을 남길 정도로 변화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새별비'에 대해서는 "현재 플레이는 완벽하진 않았지만, 솜브라를 제대로 시작한지 얼마 안된 것을 고려하면 만족스럽다. 이런 발전 속도라면 이번 스테이지 최고의 솜브라가 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며 변신의 주역 '새별비'를 칭찬하기도 했다.

이런 평가 속에서 '새별비'는 아직 겸손한 마음가짐이다. 런던전이 끝난 뒤 인터뷰에서 세계 최고의 솜브라에 관한 질문에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말로 답했다. 아쉽게도 작년 스테이지3에서 "내가 세계 최고다"라고 말하는 패기는 보이지 않았다.

그렇지만 '새별비'는 최고의 자리에 섰을 때, 그 자리를 누릴 수 있는 선수라는 건 많은 뉴욕 팬들이 알고 있다. 상황에 맞는 다양한 표정과 행동, 말까지. 다시 기량을 올려 팀이 작년의 자리에 간다면 말이다. 아직 스테이지3에서 뉴욕과 '새별비'는 두 경기만 치른 상태다. 이제 시작이라는 말이다. 런던전에서 가능성을 봤고, 감독님 역시 '새별비'에 대한 믿음이 있는 상태다. 지금은 아니지만, 솜브라로 최고가 되겠다는 노력을 약속한 '새별비'와 뉴욕의 행보는 남은 오버워치 리그 시즌2에서 지켜볼 만할 것이다.

▲ 시즌1 스테이지3 우승 당시 '새별비'


이미지 출처 :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영상 출처 : 오버워치 리그 공식 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