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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03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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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표절 게임의 기준이 확장됐다

윤홍만 기자 (Nowl@inven.co.kr)
흥행작 베끼기는 이제 새로울 것도 없는 하나의 흐름이 됐다. 배틀로얄 장르가 그러했고 최근에는 오토체스 장르가 그 뒤를 잇고 있다. 한편, 이런 흐름을 보면서 게이머들 대부분은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봤을 거다.

’저건 아무리 봐도 그냥 베낀 거 같은데 법적으로 문제없는 건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문제없다. 저작권 침해 소송이 제기될 수도 있고 게이머들을 비롯한 업계의 싸늘한 시선을 직면해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큰 문제는 아니다. 소송이 제기돼도 어지간하면 패소할 확률이 적기 때문이다. 아이디어와 표현의 이분론이라고 해서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건 아이디어가 아니라 표현이기 때문이다. 극단적이지만 룰과 시스템을 고스란히 베꼈다고 해도 겉으로 보기에 같은 게임으로 보이지 않으면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는 의미다.

▲ ’트리 오브 세이비어’ 표절 논란에 휩싸였던 ’로스트테일’

그런 가운데 지난 6월 27일,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 킹닷컴이 아보카도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낸 저작권 침해금지 등 청구소송의 상고심(2017다212095)에서 대법원이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낸 거였다. 5년 넘게 이어지며 엎치락뒤치락한 킹닷컴과 아보카도엔터테인먼트의 저작권 침해 소송이 끝을 고하는 모습이었다.

얼핏 이번 판결을 통해 이제는 아이디어도 보호받을 수 있게 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아니다. 여전히 저작권법은 아이디어가 아닌 표현을 보호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대법원이 2심 판결을 파기 환송한 이유가 단순히 ‘포레스트 매니아’가 매치3 게임 룰을 채택했기 때문이 아니란 의미다. 실제로 매치3 게임 룰은 킹닷컴의 ‘팜 히어로즈 사가’ 이전에도 여러 게임에 채택된 룰로 1심과 2심 모두 이에 대한 저작권 침해는 인정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번에 대법원은 도대체 어떤 부분을 보고 ‘포레스트 매니아’가 ‘팜 히어로즈 사가’의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본 걸까?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내리면서 게임은 저작자(개발자)의 제작 의도와 시나리오를 기술적으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구성요소들을 선택, 배열하고 조합함으로써 다른 게임과 확연히 구별되는 특징이나 개성이 나타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게임의 창작성 여부를 판단할 때 구성요소 각각 외에도 제작 의도와 시나리오에 따라 기술적으로 구현되는 과정에서 선택과 배열, 조합 자체가 어우러진 결과물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 팜 히어로즈 사가(좌) / 포레스트 매니아(우)


간단히 설명하자면 개별 구성요소뿐만 아니라 이러한 구성요소들을 선택, 배열하고 조합함으로써 나타나는 다른 게임과 확연히 구별되는 특징이나 개성도 저작권법이 지켜줘야 할 독자적인 표현이라고 본 셈이다.

실제로 판결문에는 피고 게임물(포레스트 매니아)은 이러한 개별적인 요소들이 원고 게임물(팜 히어로즈 사가)과 마찬가지로 구체적으로 어우러져 사용자에게 원고 게임물에서 캐릭터만 달라진 느낌을 주고 있다며, 킹닷컴의 손을 들어준 이유에 대해 1심, 2심과 달리 명확히 저작권을 침해했음을 분명히 했다.

다만, 이러한 판례에도 불구하고 향후 비슷한 게임들이 무조건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법은 여전히 아이디어가 아닌 표현을 지켜주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최근 이슈가 된 ‘언더로드’와 ‘리그 오브 레전드 전략적 팀 전투(이하 TFT)’은 저작권 침해 사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장르와 룰은 아이디어에 해당하기에 저작권 침해에 대해 알아보려면 표현의 영역인 전체적인 게임의 구성요소와 시스템 등을 살펴봐야 한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두 게임은 꽤나 다르다. ‘언더로드’는 4X8 맵이지만 ‘TFT’는 3X7이다. 여기에 각 타일이 사각형과 육각형이란 차이점이 있다. 아이템을 중복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대한 차이부터 조합도 다르다. 개별적인 요소 하나하나부터 이들이 어우러진 결과 또한 차이가 분명하기에 장르의 유사성을 제외하면 같다고 볼 수 없다.


▲ TFT(위)와 언더로드(아래)는 얼핏 비슷하지만 세세한 부분에서 차이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제 업계는 다음을 보고 있다. 아직 판결이 확정된 건 아니지만,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낸 만큼, 이후 게임업계에도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킹닷컴과 아보카도엔터테인먼트의 법적 분쟁이 게임 저작권 침해와 관련해 선례를 만들었다고 할 때, 이후 발생한 저작권 분쟁 결과에 따라 게임업계의 대처 역시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다음 타겟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게임으로는 배틀그라운드 짝퉁 게임들이 유력해 보인다.

우선 100여명의 유저가 최후의 1인이 될 때까지 싸운다는 룰 자체는 저작권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대중화되어 있기에 ‘사실상 표준’ 기준에 따라 사유화가 어렵기 때문이다. 조작법과 은엄폐가 필수인 점 역시 보편적인 룰, 시스템이기에 마찬가지다. 다만, 앞선 판결문을 통해 밝힌 것처럼 제작 의도에 따라 선행 게임물과 확연히 구별되는 창작적 개성을 갖추고 있다면 다르다.

▲ 구글 스토어를 통해 대충 검색해도 아류작이 쏟아진다

실제로 앞선 판례의 근거로 대법원 측은 “완전한 의미의 독창성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창작성이 인정되려면 적어도 어떠한 작품이 단순히 나의 것을 모방한 것이어서는 아니 되고 사상이나 감정에 대한 저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표현을 담고 있어야 한다”고 저작권법 제2조 제1호를 인용해 설명한 바 있다.

‘배틀그라운드’가 가진 창작적 개성은 다음과 같다. 비행기를 통해 무작위 방향으로 날아가다가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는 점, 지역을 제한하는 자기장의 존재, 가방을 비롯한 각종 아이템을 파밍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랜덤하게 생성되는 보급상자, 버려진 차량의 존재 등이다. 하나하나를 떼어놓고 보면 큰 개성이 없을지 몰라도 선택, 배열되고 조합됨에 따라 선행 게임물과 확연히 구별되는 개성을 가진다.

과거 ‘포트나이트’가 ‘배틀그라운드’를 표절했다는 논란에 휩싸이고 소송까지 진행됐지만, 도중에 취하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룰이나 시스템이 유사한 부분도 있지만, 지형지물을 철거해 자재를 얻는 부분에서부터 구조물을 짖는 시스템 등 ‘포트나이트’만의 요소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배틀로얄이라는 장르적 특성을 제외하고 보면 ‘포트나이트’와 ‘배틀그라운드’는 완전히 다른 게임으로 볼 수밖에 없다. 저작권 분쟁이 생길 수 없는 이유다.

반면에 배틀그라운드 짝퉁 게임들이 향후 저작권 분쟁 소지가 있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포트나이트’와 달리 ‘배틀그라운드’만의 창작적 개성을 고스란히 모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펍지측은 작년 4월 2일, 캘리포니아 북부 지방법원을 통해 넷이즈 측이 개발한 ‘Knives Out’과 ‘Rules of Survival’이 ‘배틀그라운드의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약 1년여 간 진행된 해당 소송은 펍지와 넷이즈 양사의 합의로 끝을 맺었다. 하지만 다른 게임들은 다르다. 여전히 모바일에는 배틀그라운드 짝퉁 게임들이 만연하고 있다. 킹닷컴과 아보카도엔터테인먼트의 선례가 있는 만큼, 펍지측이 가만히 있을 이유도 없다. 판결이 나온 이상 여러모로 유리한 건 사실일 테니 지금도 일벌백계하는 마음으로 소송을 준비 중일지도 모른다.

▲ 이쯤되면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라고 해도 믿을 지경

다만, 이번 판례에도 불구하고 예상만큼 저작권 소송이 난무하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소송이 제기된다고 해도 킹닷컴과 아보카도엔터테인먼트의 사례처럼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기는 여전히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매치3 게임의 경우 게임을 이루는 구성요소가 적기에 각각을 대입하고 구분하기 쉬웠겠지만, 장르에 따라선 하나하나 열거해도 모자랄 만큼 방대한 게임도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번 판결은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표현의 영역이 넓어졌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기존에 나온 게임이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확률이 늘었음은 물론이고 그저 무분별하게 흥행작을 베끼기만 하던 관행에도 경종을 울린 셈이다.

킹닷컴과 아보카도엔터테인먼트의 소송은 이제 끝을 고하고 있다. 하지만 이걸로 끝이 아니다. 여전히 많은 게임들이 지금도 저작권 분쟁 중이다. 양질의 토양에서 양질의 작물이 자라는 법. 이번 판결을 계기로 다시 한 번 양질의 게임이 나올 수 있는 국내 게임 환경이 조성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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