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을 건 지역대항전 '2019 LoL 리프트 라이벌즈'가 바로 오늘(4일) 개막한다. 이번 리프트 라이벌즈는 서울에서 펼쳐져 각 지역의 내로라하는 강팀들이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자연스레 그들을 인터뷰 할 기회가 생겼고, LPL의 대표적인 강팀 펀플러스 피닉스의 미드-정글 '도인비' 김태상과 '티엔' 가오톈량을 만날 수 있었다.

펀플러스 피닉스는 2018 시즌부터 'LoL 프로 리그(이하 LPL)'에 합류한 2년차 신생팀이다. '도인비'와 '티엔'은 이듬해인 2019 시즌에 팀에 합류했고, 스프링 초반부터 굉장한 호흡을 보여주며 팀의 정규 시즌 1위를 이끌었다. 플레이오프에서는 징동 게이밍에게 패해 3위에 머무르긴 했지만, 이번 섬머에서는 더욱 단단해진 모습으로 전승 가도를 달리고 있다.

두 선수는 리프트 라이벌즈 경계 대상으로 입을 모아 그리핀을 꼽았다. 그리핀과 플레이 스타일이 비슷하다는 평가를 듣는 것도, 그들의 경기를 많이 보고 배웠기 때문이라고. 그럼에도 맡은 경기는 최선을 다해 꼭 승리해서 LPL에 도움을 보태겠다고 다부진 각오를 전했다.



Q. 이렇게 인터뷰를 하게 돼 반갑다. 한국에 들어온 지는 얼마나 됐나? 프로필 촬영에, 리허설에, 연습도 해야 하고 굉장히 바빴을 것 같은데.

'티엔' 가오톈량 : 오늘로 3일 째다. 한국은 처음인데, 일정이 약간 바빠서 적응이 잘 안 된다. 2일에는 내내 프로필 촬영이랑 리허설을 했고, 이외에는 솔로 랭크만 하면서 지냈다.

'도인비' 김태상 : 나는 미리 들어와 있었다. 결혼 서류 때문에 준비할 게 좀 있어서 이틀 정도 일찍 왔다. 팀원들은 1일 저녁에 왔는데, 일정이 바빠서 오늘에서야 첫 스크림을 앞두고 있다. 아무래도 국제 대회 같은 경우에는 규모가 커서 리허설을 하면 육체적으로 힘들긴 하다.


Q. LPL에서 워낙 잘하고 있긴 하나, 국내 팬들에게는 펀플러스 피닉스가 생소할 수도 있다. 팀 소개를 부탁한다.

'도인비' : 우리는 LPL서 정규 시즌 깡패라는 소리를 듣고 있는 펀플러스 피닉스다. 지난 스프링에는 14승 2패를 했고, 지금 섬머도 7전 전승 중이다. 스프링 때는 플레이오프 때 힘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이번에는 더 기세가 좋아 플레이오프에서도 좋은 경기력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Q. 펀플러스 피닉스 하면 '도인비' 선수를 중심으로 운영에 굉장히 능한 팀이라는 평가가 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우리 팀의 장점은 무엇인가.

'도인비' : 모든 라인의 전수가 챔피언 풀이 넓다는 거다. 그리고, 의사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어서 운영에 탄력이 붙기 시작하면 스노우볼의 속도가 정말 빠르다.

'티엔' : '도인비' 선수의 말처럼 선수마다 챔피언 풀이 넓고, 운영도 정말 잘한다. 그리고 라인전도 세다.



Q. 특히, 미드-정글의 호흡이 정말 좋다. 두 선수는 올해 처음 같은 팀이 됐는데, 어떻게 단기간에 시너지를 낼 수 있었는지 궁금하다. 처음부터 잘 맞는구나 싶었나?

'도인비' : 이게 드래곤볼을 모은다는 느낌으로 여기서 한 명, 저기서 한 명 해서 잘하는 선수들을 한 팀으로 모아두면 어떻게 해서든 시너지가 난다. 함께한 기간에 관계없이 선수 개개인의 역량만으로도 시너지가 나는 거다.

'티엔' : 우리는 처음부터 잘 맞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오더를 할 때에도 서로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방향을 잡아가는 편이다. '도인비' 선수가 중국어를 잘한다는 점도 좋게 작용한 것 같다.


Q. 탑라이너인 '짐준' 김한샘 선수도 한국인 선수다. '짐준' 선수도 '도인비' 선수처럼 중국어가 능숙한가.

'도인비' : 나쁘지 않게 하는 것 같다.

'티엔' : '도인비' 선수의 딱 절반 정도 된다(웃음).


Q. '도인비' 선수는 팀에 한국인 선수가 있다는 점이 생활이나 심리적인 부분에서 도움이 되는 게 있나. 사실 중국에서 활동한지 너무 오래 돼서 우리나라처럼 편안할 것 같기도 한데.

'도인비' : 타지 생활을 하면 보통 향수병 같은 게 오지 않나. 근데, 나는 처음 중국에 왔을 때부터 그런 게 전혀 없었다. 적응을 잘했다. 여자친구를 그때부터 만났어서 그 영향일 수도 있고... 그래서 그런지 한국인 선수가 있다고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거나 하는 건 없었다.

숙소에서 한국어를 잘 쓰지 않아서 더 그런 것 같다. 우리는 모든 소통은 웬만하면 중국어로 한다. 대회 도중에 통역사가 같이 올라와서 말을 전해줄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중국어로 말하는 걸 습관화하려고 했다.



Q. 앞서 말한 것처럼 스프링 스플릿에 플레이오프 3위를 했다. 당시 정규 시즌 1위에도 올랐어서 아쉬움이 더 컸을 것 같다.

'티엔' : 많이 괴로웠고, 힘들었다. RNG가 올라올 거라 예상했는데, 징동 게이밍이 올라오면서 진짜 결승에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실패를 했고, 너무 아쉬웠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아쉽다.

'도인비' : 그때는 약간 절망적이었다. 밖에서 보기엔 성적이 너무 좋아서 대충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진짜 매경기 정말 열심히 최선을 다했다. 사실 플레이오프 당시에는 RNG만 피하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정규 시즌에 RNG에게 워낙 처참하게 졌었기 때문이다.

근데, 징동 게이밍이 RNG를 잡고 올라오더라. 그래서 결승을 갈 수 있겠구나 싶었는데, 역전패를 당했다. 정말 너무 아쉬웠다. 내 오더 미스도 컸다고 생각해 더 아쉽다. 팀에 왔을 때 가진 처음 목표는 스프링 4강 안에 드는 거였는데, 목표를 이루긴 했어도 정규 시즌 성적으로 기대치가 있었기 때문에 아쉬움이 컸다. 이번에는 꼭 그 아쉬움을 만회하고 싶다.


Q. 이번 섬머 시즌에는 더 맹렬한 기세로 전승 가도를 달리고 있다. 그때의 실패가 약이 된건가.

'도인비' : 솔직히 나는 실패를 많이 해본 편인데, 할 때마다 배운 게 많다. 이번에도 팀이 전체적으로 성숙해졌다고 해야 하나? 어린 선수들도 있고 해서 실패를 경험하면서 얻어가는 게 확실히 있었던 것 같다.

'티엔' : 그런 것도 있지만, 일단은 지금 팀원들과 함께한 기간이 길어져서 호흡이 좋아진 게 큰 영향을 끼친 것 같다. 이제는 서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다 알 수 있다. 스프링에는 피지컬과 극단적인 판단을 통해 승리했다면, 지금은 무난하게 성장만 해도 다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Q. 리프트 라이벌즈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예민할 수도 있는 질문인데, 리프트 라이벌즈는 유독 LPL이 강세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도인비' : 사실 이게 리프트 라이벌즈 시즌이 오면 늘 나오는 이야기다. 왜 늘 LPL이 우승을 하는가. 나는 솔직히 팀 간의 상성 차이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메인 스테이지는 출전 순서를 정하는데, 이게 생각보다 굉장히 중요하다. 모든 팀이 어떤 팀을 상대하냐에 따라 승률이 다르다. 진짜 피하고 싶은 팀이 있는가 하면, 만나면 무조건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는 팀이 있다. 이게 좀 잘 맞아 떨어졌다. 한국 팀이 어떤 순서로 나올지 분석과 예측을 잘 한거다.

두번째로는 스타일의 차이다. LCK는 대부분 운영으로 많이 이긴다. 그래서 '지루하다', '30분 동안 타워만 지킨다' 그런 말이 많은데, 반대로 우리 생각은 그거다. 어떻게하면 잘 싸워서 30분 안에 경기를 끝낼 수 있느냐. 우리가 이 차이에서 생기는 LCK의 약점을 잘 파고들었다. 수성은 단순하다. 막고, 막고, 막는다. 근데, 공격하는 루트는 굉장히 다양하다. 작년을 기준으로는 그게 좀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Q. 펀플러스 피닉스는 라인전이 강하고, 운영도 좋고, 미드-정글을 중심으로 움직인다는 점에서 그리핀과 플레이스타일이 비슷하다는 평가도 많이 받고 있다.

'티엔' : LoL은 보통 미드-정글이 풀어나가는 게임이다. 그래서 상위권 팀을 보면 미드-정글이 다들 잘한다. 내 생각에는 우리 미드-정글이 같이 움직여서 상황을 만들어내는 건 더 잘하는 것 같다. 그치만, 팀 전체적인 움직임은 그리핀이 한 수 위다. 다섯명이 뭉쳤을 때는 그리핀의 호흡이 더 좋다.

'도인비' : 내가 팀의 메인 오더인데, 타 리그를 자주 보면서 배운다. 그러다보면 당연히 강팀의 것을 보고 배우게 된다. 그게 그리핀이었다. 그리핀이 스프링에 비록 준우승을 했지만, 시즌 내내 최강의 모습을 보여준 팀이었지 않나.

그리핀의 경기를 계속 보고, 분석하다보니까 닮아가는 느낌이다. 모방을 해서 더 잘해질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우리의 색깔을 가져가면서 그리핀의 장점을 흡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또, 스프링 중후반부터 그리핀과 스크림을 많이 했던 것도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다.



Q. 그렇다면, 이번 리프트 라이벌즈에 참가하는 LCK 네 팀 중 가장 경계하고 있는 팀은 어디인가.

'도인비' : 지금까지 봤을 때는 그리핀이다. 일단, 스크림 상대 전적도 별로 좋지 않다. 게임을 하다보면 '타잔' 선수가 계속 이상한 데에서 등장한다. 진짜 숲속의 왕인 것 같다. 박지성 선수의 두 개의 심장처럼, '타잔' 선수는 두 개의 뇌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다리가 네 개일 수도 있겠다.

담원 게이밍의 '캐니언' 김건부 선수도 경계 대상이다. 한국 솔로 랭크를 할 때 '캐니언' 선수와 듀오를 자주 하는데, 공격적인 정글 챔피언을 잡았을 때 움직임이 말이 안된다. 15분을 주도하는 느낌이다. 사실 LCK 모든 팀이 부담스럽긴 하다. 무조건 이길 수 있겠다 싶은 팀은 없고, 피하고 싶은 팀을 하나 꼽자면 그리핀이다.

'티엔' : 모든 팀의 미드-정글이 잘하지만, 부담스러운 팀은 역시 그리핀이다. '타잔' 선수는 뇌와 피지컬이 모두 100점이다. 그에 반해 나는 '타잔' 선수의 절반, 뇌도 50, 피지컬도 50점 같다. '쵸비' 정지훈 선수도 미드 라인을 꽉 잡고 있는 선수라 그리핀과 만나게 되면 조금 힘들 것 같다.


Q. 마지막으로 이번 리프트 라이벌즈에 임하는 각오와 한국 팬들에게 인사 전하면서 인터뷰 마무리하도록 하겠다.

'도인비' : 개인적으로 올해는 다른 해보다 힘든 대회가 될 것 같다. 이번 LCK 팀들이 전체적으로 폼이 올라와 있는 상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우리가 맡은 경기들은 꼭 이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LoL을 좋아하고, LoL e스포츠 경기를 시청해주시는 모든 한국 팬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