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AI를 강조했다. 이후 손정의 회장은 기업인들과 저녁 자리를 가졌고, 이 자리에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도 함께했다. 엔씨소프트는 이미 2011년부터 AI를 중요하게 여겨 팀을 따로 꾸렸다. 그리고 최근 영국은 컴퓨터 수학과 AI의 아버지로 불리는 앨런 튜링을 50파운드 초상 인물로 선정했다. 모두가 AI의 중요성을 가리키고 있다.

18일 엔씨소프트는 판교 R&D 센터에서 자사의 AI 기술을 소개하는 간담회를 진행했다. 현재 엔씨의 AI 연구개발 조직은 ‘AI 센터’와 ‘NLP 센터’ 산하 5개 랩(Lab)으로, 150여 명의 AI 전문가가 함께하고 있다. AI 센터는 게임과 스피치(speech), 비전(vision) 관련 AI를 연구하고, NLP 센터는 언어와 지식 관련 AI 연구를 한다.

간담회에 앞서 엔씨소프트 한운희 미디어인텔리전스랩 실장은 AI 기술 정의에 대해서 “기술을 통해 더 나은 해결책을 제시하고, 사용자가 새로운 가치를 경험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엔씨소프트는 2011년 2월부터 AI 기술 연구를 1명이 시작해 현재 150여 명에 이르렀다고 한 실장은 소개했다.

한운희 실장은 엔씨소프트가 기반기술로서의 AI를 추구한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엔씨소프트는 단기적인 관점에서 성과를 내는 연구보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연구와 투자를 진행한다. 그리고 단순히 AI 센터에서 자신들끼리만 연구하는 게 아닌, 실제 개발자와 사업팀과 협업해 현장에서의 어려움을 AI로 풀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이어 한운희 실장은 김영하 작가의 인사말을 소개했다. 영상 속 목소리는 김영하 작가가 직접 말을 한 게 아니다. 한운희 실장은 “김영하 작가의 말을 10분 정도 녹음한 뒤, 이를 엔씨소프트의 AI 기술로 만든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후 이재준 AI 센터장과 장정선 NLP 센터장이 소개를 이어나갔다.

AI로 구현한 김영하 작가의 인사말



이재준 센터장 "AI로 인간은 더 창의적인 일에 몰두한다"

▲ 이재준 AI 센터장

이재준 센터장은 엔씨소프트의 AI 기술 중 게임 분야는 “복잡하고 번거로운 작업은 AI가 하고 인간은 더 창의적인 일에 몰두할 수 있도록 한다”라고 목표를 밝혔다. 예를 들어 MMORPG 속 수많은 NPC의 생김새를 AI를 통해 설정할 수 있다. 또는 게임 내 컷씬에서 수많은 캐릭터가 절벽으로 올라가는 장면을 연출할 때, 담당자가 캐릭터를 일일이 그리지 않고 AI를 통해 구현할 수도 있다.

사용자 편의를 위한 음성인식 기술은 보이스 커맨드 기술로 구현되고 있다. 이재준 센터장은 "사용자, 내용, 감정을 인식하고 사용자 주변의 음향 환경을 이해하는 AI 개발을 목표로 한다"고 전했다. 사용자가 음성 인식 기술을 사용하는 환경은 모두 동일하지 않다. 또한, 기기와 사람 간의 거리는 보통 1~2m씩은 떨어져 있기 때문에 주변 소음이 발생한다. 그리고 "가" "가자" "갈래?"와 같이 다양한 말을 기기가 이해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수준높은 음성인식 처리 시스템이 필요하다.

먼저 공개했던 '비무 AI'는 기존 사람 만큼에서 현재 사람처럼 발전했다고 이재준 센터장은 소개했다. 일례로 방어형 AI는 자신의 체력 보존을 중요하게 여겨 상대 선수와 거리를 벌려 유리한 기회에 반격한다. 공격형 AI는 상대에 근접해 빠른 시간에 승부를 내려는 모습을 보인다. 이런 특성은 실제 사람이 플레이하는 것과 굉장히 닮았다.

지난 2018년 9월 열린 '블소 토너먼트 2018 월드 챔피언십'에서는 비무 AI가 수준급 유저와 대결도 펼쳤다. 당시 비무 AI는 유럽, 중국, 한국 최고 선수와 접전을 보여주었다. 엔씨가 상용 게임에서 AI를 적용한 서비스를 충분히 개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셈이다.



장정선 센터장 "AI는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

▲ 장정선 NLP 센터장

언어 AI 및 지식 AI R&D 현황에 대해선 엔씨 NLP 장정선 센터장이 설명했다. 엔씨는 이 기술들을 연구하는 데 야구를 활용했다. 자사가 구단을 갖고 있는 건 물론이고 매일같이 수많은 데이터가 쏟아져서다. 엔씨는 언어 AI가 데이터를 습득하는데도 용이하고 지식 AI 이를 가공해 유의미한 콘텐츠로 만들기도 좋다고 판단했다. 그 결과 엔씨는 AI 야구 서비스 ‘NC PAIGE’를 만들었다.

‘NC PAIGE’는 AI를 활용해 이용자의 흥미도를 기준으로 콘텐츠를 선별해 제공한다. 장정선 센터장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뉴스들 속에서 주요 이벤트를 기반으로 요약해 경기와 관련된 하이라이트만 뽑아내는 것은 AI라 가능한 일"이라고 소개했다. 엔씨는 AI 기술을 이용해 야구 3시간 경기에서 중요한 장면만 뽑아 10분 내외로 줄일 수 있다.

엔씨의 AI 기술은 분석하고 요약하는 것을 넘어 사용자와 교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AI로 만들어낸 하이라이트를 분석해 이용자에 맞는 음성 해설을 제공할 수도 있다. 이때 이용자가 응원하는 구단에 따라 음성 해설의 뉘앙스까지 달라진다.

장정선 센터장은 "사용자가 인지하지 못할 만큼 생활 속에 스며드는 AI가 엔씨의 목표"라며 "콘텐츠 분류와 정보 분석을 넘어 사용자와 교감하는 'AI 페르소나'를 연구하는 게 현재의 엔씨"라고 소개했다.



현장 QnA


Q. 보통 인공지능 연구는 완성하기 전까지 감춘다. 엔씨가 공개적으로 간담회를 열어 자사의 인공지능 연구 현황을 알리는 이유가 궁금하다.

= 요즘 인공지능 연구는 협력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한다. 엔씨가 공유하는 것은 내부적으로 어느 정도 방향성이 잡히고 가능성이 보이는 걸 내보이는 거다. 내부적으로는 더 많은 프로젝트가 있다. 이것들은 아직 공유하지 않는다. 국내에서는 엔씨가 인공지능 연구를 빠르게 시도했고, 여러 시행착오도 겪었다. 이를 공유하고 알려드리면 전체 인공지능 연구에 좋을 거라 판단했다.


Q. 최근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인공지능을 강조했다. 이후 손정의 회장이 기업인들과 만났을 때, 김택진 대표도 함께했다. 이 만남 이후 김택진 대표가 AI 센터에 전달한 메시지가 있나?

= 우선 손정의 회장이 인공지능 화두를 다시 꺼낸 것에 감사하다. 2016년 알파고가 인공지능 붐을 일으킨 뒤에 점차 관심이 꺼져가는 느낌이었다.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을 다시 손정의 회장이 일으켰다.

만남 이후에 김택진 대표가 우리에게 특별히 지시한 사항은 없다. 다만, 손정의 회장과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했다. 둘은 인공지능이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쪽에 어떤 역할과 기여를 할 수 있을지 정도의 얘기를 나눴다고 들었다


Q. 아직 국내에는 음성을 받아적어 주는 기술이 없다. 엔씨가 개발할 수 있을까?

= 음성을 자연스럽게 받아적는 기술은 굉장히 어렵다. 물론 딥러닝 기술이 발전했지만, 아직 자연스러운 정도는 아니다. 이렇게 어려운 게 우리에게는 도전으로 다가온다. 이런 기술은 우리도 회의록을 남길 때 필요성을 느낀다. 언제 해결될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도전할 것이다.


Q. 보이스 커맨더 기술을 다른 게임사의 게임에서도 활용할 수 있을까?

=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다른 회사에서 요청할 경우 협력해 쓰도록 할 것이다.


Q. 회사이니 실적과 매출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향후 목표는 어떻게 되나?

= 한 명의 연구자로서 바람이 있다. 인공지능 연구를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봐달라는 거다. 인공지능 연구는 정답이 없는 문제를 푸는 것과 같다. 분명한 것은 점점 나아지고 성과가 조금씩 보인다는 점이다. 이제 인공지능이 싹을 틔우는 단계인데, 당장 열매를 내놓으라고 하면 안 된다.

우리는 개선보다는 혁신을 노린다. 2~3배 정도 나아지는 개선보다는 10~20배 나아지는 혁신을 바란다. 그리고 앞으로 엔씨소프트의 가장 큰 경쟁력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당당히 인공지능이라 말하게 할 것이다.


Q. 김택진 대표와 윤송이 사장이 AI 센터에 특별히 바라는 게 있나?

= 우선 AI 센터를 처음 만든 게 윤송이 사장이다. 나에게는 조직을 만들라는 지시를 했다. 윤송이 사장이 미국으로 간 뒤에는 김택진 대표가 이끌었다. 개인적으로 엔씨소프트에 놀란 게 있다면, 대표와 직접 업무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는다는 것이다. 김택진 대표 스스로 인공지능에 관한 공부를 많이 하고 의견을 낸다. 초기에 내가 게임에 어떻게 인공지능을 활용할지 몰랐을 때, 방향을 제시한 것도 김택진 대표다.

윤송이 사장은 지금도 미국에서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고민이 있을 때 만나보라는 연락을 하는 등 교류를 하면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윤송이 사장은 지난 3월 미국 스탠퍼드 대학에서 설립된 인간중심 인공지능 연구소(HAI)에서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같은 자문위원으로는 에릭 슈밋 전 구글 회장, 야후 창업자, 구글 AI 책임자 등 쟁쟁한 ICT 전문가들이 있다.


Q. 게임이용장애 질병화와 관련해 엔씨가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선제적으로 조치할 방법은 없을까?

= 질병화에 우려는 하지만, 관련 기술을 고민해보진 않았다. 앞으로 고민해보겠다. AI 기술은 문제를 푸는 방법이다. 자율규제 측면에서 인공지능이 어떻게 활용될지 고민하겠다.


Q. AI 센터 내부적으로 작년과 차이를 느끼나?

= 초기 성과가 긍정적으로 보인다. 뭔가가 나올 거 같았던 게 나오기 시작한다. 세계와 비교하면, 게임 분야는 엔씨가 독보적이다. 나머지 4개 분야 역시 최상위권에 있다. 최근 GDC에서 강연을 했을 때에도 전 세계 개발자들이 따로 물어볼 만큼 많은 관심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