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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9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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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한성 토마토VR 대표, "정부지원과제, 기획 없이는 비전도 없다"

박광석 기자 (Robiin@inven.co.kr)
▲ 토마토 VR 김한성 대표

최근 VR 업계에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 한쪽에서는 KT와 LG유플러스 등 대형 통신사들이 VR 시장에 뛰어들어 침체된 시장 분위기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희망이 담긴 소식을 전하고 있지만, 동시에 현장에서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소규모 VR 개발사들이 줄줄이 문을 닫는 등, 어두운 분위기도 함께 팽배해지고 있다. 덩달아 최근에는 문체부가 주도해서 진행한 VR 산업 추경예산안이 국회 문턱에 걸리는 등, 부정적인 소식들도 잇달아 이어지며 VR 업계 전체가 크게 위축된 상황이다.

'토마토 VR'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다양한 장르의 VR 게임을 개발하고, 계속해서 플랫폼을 확대해나가며 글로벌 VR 게임 시장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국내의 VR 게임 개발사다. 현재 정부지원사업으로 선정된 5개의 VR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이를 통해 지속적으로 새로운 경험을 쌓아가고 있다. 어둡게만 보이는 현시점에서, 그들이 꾸준히 신작 VR 게임 개발을 이어나갈 수 있었던 비법이 무엇인지, 토마토 VR의 김한성 대표를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들어봤다.




Q. 먼저 '토마토 VR'은 어떤 기업인지, 간단하게 소개 부탁한다.

- 인터넷 시대를 넘어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왔다고 흔히들 이야기하는데, 4차 산업혁명은 혁명의 개념을 넘어 '화합의 시대'를 불러왔다고 생각한다. 토마토 VR은 VR 게임을 전문으로 개발하는 개발사이지만, 단순히 '오락거리'로서의 게임을 넘어 화합을 담은 게임을 만드는 회사라고 할 수 있다. 이제 게임에는 이슈도 담아야 하고, 사랑도 있어야 하고, 교육, 문화까지 모든 것을 아울러야 한다. 그런 게임의 시대가 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Q. 화합과 사랑, 교육, 문화까지 아우르는 게임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게임인가?

- 이해하기 쉽게 콜라를 예로 들어보자. 콜라의 맛은 자극적이어야 하고, 달아야 하고, 마시면 트림이 나오는 등 확실한 효과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더 진보된 음료는 달지 않아야 하고, 물보다 흡수가 빨라야 한다는 등, 이런 식으로 변화를 맞이했다.

게임도 이처럼 바뀌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무조건 자극적인 것만 찾으려다 보니 오직 고퀄리티만 추구하게 됐는데, 이러다 보니 게임이 가지고 있는 궁극적인 목적이자 원초적인 목표인 '즐거움'에 대해 오해가 생긴 상황이다. 여기서 말하는 오해는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게임이 능사가 된 현실을 말한다.

또 하나의 예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최근 들어 인문계, 예체능계 출신의 과학자들을 뽑기 시작했다. 과학연구소이지만 이과계 출신만 있다 보니 다양한 방향으로 연결되지 못했고,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각각의 단편적인 결과로는 문제 해결을 할 수 없으니,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게임도 똑같다고 본다. 게임에서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목적은 즐거움이지만, 이 목적 안에는 반드시 인간을 사랑하는 인문학적인 소양이 존재해야만 한다.


Q. 좋은 방향성이라고 본다. 하지만 콜라라면 응당 톡 쏘고 달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는 것처럼, 게임도 일단 단순하더라도 자극적이고 재미있는 것을 선호하는 유저들이 많다. 이상을 담는 것은 좋지만, 그만큼 수요가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든다.

- 불과 5년, 10년 전만 해도 한국의 액션 영화는 헐리우드의 액션 영화에 따라가는 것조차 할 수 없었다. 잘 짜인 시스템과 거대 자본으로 만들어지는 헐리우드 영화를 지금 현재의 모습까지 뒤쫓을 수 있게 된 원동력은 한국인이 가지고 있는 정서를 담아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 정서를 게임 속에 담아내는 것이 바로 토마토 VR이 추구하는 인문학적 소양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정서를 대변하는 것은 게임 속 캐릭터가 될 수도 있고, 게임을 이끄는 스토리가 될 수도 있고, 비주얼이나 음악이 될 수도 있다.


Q. 음악이라고 하니, 김한성 대표의 독특한 이력이 눈에 띈다. 이전에는 중부대학교 실용음악과 교수직과 선문대학교 3D창의융합학과 교수직을 맡기도 했었는데, 어떻게 VR 관련 법인을 설립하고 VR 게임을 만들게 됐나?

- 교수직을 맡기 전에는 드라마나 영화, 게임 음악 감독으로 10년 정도 일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3D 게임과 영화 관련 업무를 익혔고, 흥미를 가지게 됐다. 당시 '지금까지 TV 영화에서 게임까지 스크린의 영역이 발전됐으니, 이제는 VR로 넘어갈 차례가 아닐까?'라는 기대를 가졌고, 지인과 함께 첫 VR 게임인 '울프 머스트 다이'를 만들며 토마토 VR을 결성하게 됐다.


Q. 계속 성장하는 VR 시장에 발맞추어 나가기 위해 특별한 준비가 필요했을 것 같은데, 토마토 VR 설립 당시에는 어떤 식으로 대비했나?

- 현재 국내에 있는 대부분의 VR 개발사들은 두 가지 방식으로 운영되곤 한다. 일단 창업을 하고 개발비를 모은 다음 결과물을 내기 위해 애쓰다가 그대로 전사하거나, 운이 좋으면 어떤 결과물을 만들고 난 뒤 장렬히 전사하는 식이다. 하지만 토마토 VR의 경우, 먼저 '울프 머스트 다이'라는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어 놓고 창업을 시작했기에 다른 개발사들보다 시작이 크게 힘들지 않았던 편이다. 결국, 준비한 것이라고 하면, 처음부터 눈에 띄는 결과물을 마련해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Q. 만약 지금 VR 게임 개발사 창업을 준비한다면, 이외에 어떤 것들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 결과물을 만든다고 할 때, 퀄리티는 둘째 치더라도 우선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것을 만들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돈의 액수가 크고 작고의 문제가 아닌, 관심을 끄는 것이다. 다른 사업이라면 문서 작업으로도 충분하겠지만, VR 콘텐츠 산업에서는 뭔가 눈에 보이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이외에도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을 만들어야 하며, 이때 정말로 믿을 수 있는, 오랫동안 같이 협력할 수 있는 파트너와 함께해야만 한다. 매일 싸운다고 해도 흩어지지 않는, 그런 끈끈한 파트너 말이다. 실제로 토마토 VR은 30년 지기 친구와 함께 운영하고 있다. 이런 것들이 꼭 필요하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철저한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자금을 먼저 조달해서 콘텐츠를 만들거나, 본인이 소화할 수 있는 수준에서 콘텐츠를 만든 다음에 출발하거나, 어떤 방향을 선택하든지 사전 준비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Q. 최근 스팀 마켓에 출시한 궁술 액션 VR 게임 '파이널 아처'부터 곧 출시 예정인 'The LOST'와 '푸드 팩토리 VR'까지, 토마토 VR에서는 동시에 여러 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개발 방식을 선택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

- 많은 자본을 투자한 긴 볼륨의 작품을 만들려면 그만한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VR은 기본적으로 멀미나 피로 등 여러 가지 불편함을 극복하기 위한 아이디어가 함께 요구되기 때문에, 상황상 긴 호흡의 게임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은 편이다. 경영하는 입장에서도 개발 기간을 고려했을 때 얼마나 많은 다양성을 가질 수 있을지, 여러 가능성을 보며 시장의 반응을 함께 봐야만 했다. 그렇기에 더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이다.

토마토 VR에서 현재 공개를 앞두고 있는 게임은 'The LOST'와 '푸드 팩토리 VR'이다. 오는 8월 초에 출시 예정인 총기 액션 VR 게임 'The LOST'는 앞뒤로 스토리 확장성을 가지고 있는 게임이며, 처음 공개하는 버전은 유니티 엔진을 활용한 실감나는 그래픽과 VR 멀미를 최소화한 전투 콘텐츠가 주로 담길 예정이다. '푸드 팩토리 VR'은 다양한 요리 재료를 활용해 즐기는 리듬 액션 게임으로, 총 10개의 각기 다른 게임이 함께 삽입되는 아케이드 형태의 게임이다.

▲ 8월 초 출시 예정인 VR 총기 액션 게임 'The LOST'

▲ 아케이드 VR 게임 '푸드팩토리 VR'


Q. 그러고 보니 토마토 VR에서는 최근 경제 시뮬레이션 게임 '게임 오브 에셋'을 플레이스토어에 출시하기도 했다. 이것 또한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활동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나?

- 그렇다. 일반 게임도 PC에서 모바일로 옮겨지는 것처럼, 6G 시대가 오면 VR 게임도 모바일에서 플레이할 수 있다고 본다. 더군다나 VR 게임은 눈을 가린다는 제약이 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행동반경에 여유를 주기 위해서는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모바일 디바이스 적용이 꼭 필요한 상황이다. 50㎝ 두께의 브라운관으로 보던 만화영화를 5mm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게 됐으므로, 곧 다가올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 모바일 게임 서비스 역량도 함께 기르고 있다. 또한, 향후에 공개할 VR 게임들은 PC와 모바일 플랫폼을 병행할 계획이며, 때에 따라서 둘 중 모바일에 더 집중할 계획도 있다.

▲ 토마토VR에서 개발한 모바일 경제 시뮬레이션 게임 '게임 오브 에셋'


Q. 토마토 VR의 기업 비전에 '글로벌 VR 시장에서 통하는 게임을 만든다'라는 것이 있다. 이를 위해 토마토 VR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노력하고 있나?

- 가장 좋은 개발 환경의 모습은 정해져 있는 몇 명이 각자의 업무만 수행하는 것보다, 모두가 기획자가 되고 모두가 아티스트가 되고, 모두가 프로그래머가 되는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기본적인 방향과 계획은 있어야 하겠으나, 소수 수뇌부에 의해 만들어진 콘텐츠는 창의적이지 못하다. 게임의 전개 과정도 단순히 '1-2-3-4-5' 순서로 결말을 맞이하는 것이 아닌, '1-1-1-1-1' 순서로 결말을 맞이하는 방식이 더 재밌을 수 있다.


Q. 최근 5G를 활용한 클라우드 VR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KT와 SKT와 같은 통신사들도 이러한 움직임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VR 시장이 어떤 형태로 바뀌어나갈 것이라고 생각하나?

-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VR 산업뿐만이 아니라, 4차산업과 관련된 모든 부분에 혁명적인 발전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굳이 시간으로 이야기하자면, 앞으로 3년 안에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술적인 부분 이외에서는, 통신회사들이 수많은 국내 VR 개발사에게 반성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통신사들은 그들의 플랫폼에 VR 개발자들이 개발비 전액을 들여 힘들게 만든 콘텐츠를 별도의 콘텐츠 비용도 지불하지 않은 채 사용하고 있다. 플랫폼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 말도 안 되는 처사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안 그래도 콘텐츠가 부족한 플랫폼인데, 지금과 같은 행태가 이어진다면 제아무리 5G, 6G 시대가 온다고 해도 아무런 발전이 없을 것이다.


Q. 최근 문체부가 추경예산안에 VR 산업 육성을 위한 예산을 기록했으나,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일부에서는 내년 VR 산업 관련 예산이 대폭 줄어들 것이라는, 다소 어두운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데. 이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나?

- 지금 VR 개발사들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정부 과제에 맞춘 콘텐츠 제작이 80% 이상에 다다른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만들어진 작품에 정체성도 없고, 흥행성도 없고, 연계될 수 있는 그룹도 없고, 유저도 없는 최악의 상황이 나오게 됐다. 시장과 전혀 관계없는 게임만 만들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이런 게 정말 큰 문제가 아닐까? 지금까지 이래서 문제였던 것이고, 그래서 정부도 점점 외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Q. 그렇다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는가?

- 현재 토마토VR에서 만들고 있는 5개 게임은 모두 정부 지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정부에서 만들어놓은 틀 안에 갇혀서 게임을 기획하는 것이 아닌, 우리가 만든 기획에 정부의 요구사항이 부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특징이다. 결국, 제작 기획의 초점을 직접 맞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거다.

제작비가 없더라도 스스로 게임을 만들 생각과 고민이 있어야지 정부 지원도 받을 수 있는 법이다. 대부분의 개발사는 정부가 경주 불국사를 VR로 만들라고 하면 그냥 불국사를 만들었고, 이순신 동상을 만들라고 하면 이순신 동상을 만들고 말았다. 이게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순신'을 테마로 한다면 이순신 장군이 노량해전에서 드론을 활용하여 죽음의 위기를 벗어난다든지, 좀 허무맹랑할지라도 이런 독특한 기획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Q. 끝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국내 VR 개발자들, 그리고 유저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 정말 소규모의 개발사, 개발자들은 스팀이나 오큘러스에 입점하기 위해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몰라서 애로사항을 겪기도 한다. 맨 처음은 이러나저러나 힘들 수밖에 없다. 토마토 VR에서는 이러한 이들에게 언제든 자문을 줄 수 있다. 해외 시장 진출을 생각하고 있는 개발자들이 있다면 언제든 함께 협력하고 싶다. 올해를 기점으로 내년부터는 VR 시장이 매우 부정적인 상황을 맞이하게 되리라는 목소리도 있는데, 한마음으로 한뜻으로 이 고비를 이겨낼 수 있기를 바란다.

유저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많은 게임 개발자들이 개발사를 위함이 아닌, 유저들을 위해 게임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게임의 완성도를 떠나서 늘 부족한 모습만 보여주는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 있지만, 그 부족함에도 관심을 표현해주고, 외면하지 말아 주길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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