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좌측부터 '각' 이일호, '이노닉스' 나희주, '막내' 신동주, '주원' 김주원

2019 PUBG 코리아 리그(이하 PKL) 페이즈2는 그 누구도 결과를 예측할 수 없었다. 화끈한 플레이를 장착한 APK 프린스를 필두로 OGN 엔투스 에이스, 쿼드로 등 이 최상위권에 얼굴을 내밀며 팽팽한 긴장감을 연출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웃은 건 DPG 다나와-EVGA 형제 팀이었다.

DPG 다나와-EVGA는 창단 이래 줄곧 중위권을 기록했다. 2019 PKL 페이즈2 중반까지도 마찬가지였다. 두 팀 모두 최상위권 도약에 실패하며 이번에도 국제 대회와는 인연이 없는 듯했다. 그러나 다른 팀들이 주춤한 후반부에 DPG 다나와는 꾸준한 득점을, DPG EVGA는 한 경기에 70점을 챙기는 폭발력을 선보이며 각각 최종 순위 2위, 4위에 오르는 기적을 만들었다.

방콕에서 열리는 MET 아시아 시리즈를 앞두고 만난 DPG 다나와-EVGA의 분위기는 더없이 들떠 있었다. 첫 국제 대회를 형제 팀과 함께 치른다는 사실에 선수들은 즐거운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PKL에 이어 국제 무대에서의 활약도 지켜봐 달라는 두 팀의 이야기를 지금 바로 들어보자.



Q. 팬분들께 간단한 인사를 부탁한다.

'각' 이일호 : DPG 다나와의 오더를 맡고 있는 '각'이다.

'이노닉스' 나희주 : DPG 다나와의 포탑 '이노닉스'다.

'주원' 김주원 : DPG EVGA의 '주원'이다.

'막내' 신동주 : 21살 '막내'다. DPG EVGA의 오더를 맡고 있다.


Q. 각각 2019 PKL 페이즈2에서 2, 4위를 기록하며 형제 팀이 함께 MET 아시아 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소감이 궁금한데.

'주원' : 어떤 일이든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면 결과가 따라온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페이즈였다.

'이노닉스' : 기대 이상으로 좋은 성적을 거둬서 많이 놀랐다. 다음 페이즈에서는 기대치를 높여서 우승을 목표로 달리겠다.

'막내' : 페이즈 중반까지는 중상위권에 드는 게 목표였는데, 팀원들이 매우 잘 해줘서 4위에 오를 수 있었다. 보는 사람도, 하는 사람도 재밌는 경기를 만든 것 같다.

'각' : 배틀그라운드 프로게이머를 시작하며 국제 대회 진출을 목표로 했다. 이번에 형제 팀과 함께 꿈을 이뤄 기쁘다.


Q. 페이즈2를 앞두고 '각'-'이노닉스', '주원'-'슈빡'이 서로 팀을 교체했다. 이유가 무엇이었나.

'각' : 비시즌동안 팀원들을 계속 섞어가며 연습했다. 많은 시행착오 끝에 호흡과 시너지가 가장 잘 맞는 선수 조합을 만든 것이다. 두 팀 모두 선수 구성이 잘 되어 좋은 성적으로 이어진 것 같다.


Q. 페이즈2 경기는 페이즈1과 확연히 다른 양상으로 진행됐다. 두 팀의 경우 어땠나.

'각' : 모든 팀이 공격적으로 변했고. 전반적인 기량이 상향 평준화됐다. 우리 다나와의 경우 공격적인 팀들을 이용해 싸움을 피해 가며 좋은 자리를 차지하는 쪽으로 경기에 임했다. 불필요한 싸움을 싫어하는 내 오더 스타일과 잘 맞아떨어졌다.

'주원' : EVGA는 적극적으로 플레이했다. 우리가 일부러 싸우러 간 적도 있고, 들어오는 싸움은 피하지 않았다. 페이즈1보다 확실히 교전을 많이 치른 느낌인데, 결과적으로 도움이 된 것 같다.


Q. DPG 다나와의 경우 출발이 매우 불안정했다. 후반으로 갈수록 경기력이 급격히 좋아졌는데, 시즌 중 어떤 변화가 있었나.

'각' : 2주 차 동안 우리가 준비한대로 플레이하지 못했고, 긴장도 했다. 점수를 잘 내지 못해 맘이 아팠지만 초반이니까 감을 잡는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았다. 3주 차부턴 청심환과 야식을 꾸준히 챙겨먹었는데, 그때부터 긴장이 풀리면서 경기도 잘 풀렸다.

'이노닉스' : 우리 팀 경기력의 비결은 청심환이다. 나도 원래 안 먹다가 3주 차부터 먹기 시작했다(웃음). 사실 우리가 연습한대로 실전에서 잘 플레이하고, 유리한 안전 구역을 받았을 때 기회를 놓치지 않고 치킨을 챙긴 게 주효했다.


Q. 다나와 EVGA는 70점을 획득한 6주 차 1경기가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다.

'막내' : 물론이다. 특히 3라운드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기존 음성 프로그램 오류로 다른 음성 프로그램을 사용했는데, 노이즈 때문에 의사소통이 어려웠다. 다른 팀도 마찬가지였을 텐데, 안전 구역이 마지막 순간까지 우리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운이 정말 많이 따라줬다.

'주원' : 5주 차 2경기를 치르기 전에 우스갯소리로 남은 3경기에서 50점씩 챙기면 국제 대회에 갈 수 있다고 얘기했다. 그런데 농담이 현실이 되더라(웃음).


Q. 페이즈2 경기를 치르며 만난 팀 중 기억에 남는 팀이 있다면?

'각' : '이노닉스'가 OGN 엔투스 에이스 킬러였다.1:4로 붙든, 1:3로 붙든 전부 이겼다.

'이노닉스' : OGN 엔투스 에이스를 자주 만나다 보니 상대하는 방법을 알게 됐다. 플레이 스타일을 얼추 파악해서 유리하게 교전을 치를 수 있었다.

'주원' : OP 게이밍 아더다. 4:4 맞대결을 하면 이길 자신이 있는데, 여기저기 숨어서 한 명씩 자르는 플레이를 선호하더라. 팀적으로도 OP 게이밍 아더를 조심하며 플레이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Q. ('이노닉스'에게)네이션스컵 출전을 예상했나? 또 네이션스컵에 임하는 각오가 궁금하다.

'이노닉스' : 내가 출전할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막내' : 분명히 생각하고 있었다.

'이노닉스' : 솔직히 조금 했다. 아니, 많이 했다(웃음). 다른 팀 선수분들과 친분이 많이 없긴 하지만, 페이즈2에서 보여준 게 많기 때문에 충분히 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함께 출전하는 팀원들이 모두 우수한 선수들이기 때문에 난 하던 대로 사격에 집중하겠다. 다른 선수들과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열심히 연습할 것이며,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인 만큼 한국 대표가 우승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Q. 두 팀 모두 줄곧 중위권에 머물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다. 드디어 상위권을 기록하며 팬분들의 관심을 얻었는데, 이에 아쉬움은 없었나.

'막내' : 상위권 팀들에게 스포트라이트가 가는 건 당연한 것이다. 이를 바득바득 갈며 우리도 상위권에 올라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웃음).

'각' : 이번 한 번으론 잘 모르겠다. MET 아시아 시리즈와 페이즈3에서도 상위권에 오른다면 팬분들이 인정해주시지 않을까.


Q. MET 아시아 시리즈에서 만날 해외 팀들 중 견제되는 팀은?

'주원' : 아시아 각지의 상위권 팀들이 모두 모인 대회인 만큼, 어느 팀 하나 쉬워 보이지 않는다. 만반의 준비를 해서 경기에 임하겠다.

'막내' : 국제 대회에 항상 진출하는 중국의 17 게이밍이다. 그 팀 말고는 딱히 견제되는 팀이 없다.


Q. 함께 MET 아시아 시리즈에 출전하는 젠지와 디토네이터에게 한 마디 한다면.

'이노닉스' : PKL에선 젠지 뒤꽁무니만 쫓아다녔다. 이번 MET 아시아 시리즈에선 앞뒤가 바뀌도록 해 주겠다.

'막내' : 디토네이터의 경우 연습 경기에서 만나 보니 오래 쉬다 온 티가 나더라. 그러다간 데이 0점을 한 번 더 할 것 같으니 분발하셔야 될 것 같다(웃음).


Q. DPG 형제 팀의 목표가 궁금하다.

'각' : 2019 PUBG 월드 챔피언십에 꼭 진출하고 싶다.

'주원' : 6주 차 재경기 때문에 운으로 국제 대회에 진출했다는 인식이 많다. 이번 MET 아시아 시리즈를 좋은 성적으로 마무리해서 좋은 평가를 듣고 싶다.

'이노닉스' : 2019 PKL 페이즈3에서도 상위권에 들어서 근본 팀이 되고 싶다. 또 이번 페이즈2에서 최대 대미지 기록을 '블랙나인' 선수에게 뺏겼는데, 페이즈3에선 최다 킬, 최대 대미지, 최장 생존을 모두 달성해보고 싶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주원' : 항상 응원해주시는 팬분들께 감사드리며, 이번 MET 아시아 시리즈를 마치고 웃으면서 귀국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각' : MET 아시아 시리즈에서 우승하면 친구가 100만 원짜리 꽃다발을 들고 인천공항에 마중 나오기로 약속했다. 꽃다발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막내' : 이번에 형제 팀이 좋은 성적을 내기까지 우리의 자존심을 키워 준 코치님들의 역할이 컸다. 코앞에 놓인 MET 아시아 시리즈부터 남은 대회들까지 잘 부탁드린다.

'이노닉스' : DPG에 입단한 지 약 1년이 됐는데, 아낌없는 지원에 감사드린다. 이번 페이즈2에서 좋은 성적으로 팀에 보답할 수 있어서 기뻤다. MET 아시아 시리즈에서도 좋은 성적을 낼 테니 앞으로도 많이 지원해달라(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