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금태 대표의 신작, '카운터사이드'가 지난 8월 1일부터 5일까지 CBT를 진행했습니다. '카운터사이드'는 현실과 이면 세계로 나누어진 세계에서 침식체들과 싸우는 '카운터'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모바일 전략 액션 RPG입니다. 어반 판타지 세계관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서브컬처 게임을 좋아하는 유저들에게는 많은 기대를 모았던 신작이기도 합니다. 특히 류금태 대표라면, 이라는 믿음도 있었고요.

하지만 CBT를 플레이한 유저들의 피드백이 긍정적이지만은 않습니다. 수많은 피드백이 올라왔고, 장문의 글도 많았죠. 매니아층이 확실한 게임인 만큼, 장르와 시스템에 대한 깊은 평가도 이루어졌습니다. 자세하게 어떤 식으로 변화했으면 한다는 의견도 있었고요.

첫 CBT를 마무리한 '카운터사이드'. 유저들이 느꼈던 아쉬운 점은 무엇이었으며, 어떤 가능성을 가지고 있었을까요. 직접 플레이해본 소감을 정리해봤습니다.


흥미로운 세계관, 그리고 콘셉트
다소 아쉬운 스토리텔링: 나의 역할은 무엇인가


카운터사이드는 현실과 이면으로 나누어진 세계관을 기반으로 합니다. '카운터사이드'라는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중요한 것은 이면의 세계죠. 게임에 등장하는 '카운터'들은 기본적으로 이 이면 세계에 진입할 수 있는 사람들을 의미합니다. 세계를 점차 잠식해나가는 침식체들을 정화하기 위해 관리국 산하 여러 컴퍼니들은 카운터를 파견합니다.

스토리는 코핀 컴퍼니에 입사한 신입 카운터, '유미나'를 중심으로 이루어집니다. 관리국 기준 C급일 뿐인 신입이지만, 어째선지 강력한 무기인 전용 무장을 소유하고 있죠. 유미나와 소대장 힐데, 왠지 구린 구석이 있을 것만 같은 주시윤까지 세 명으로 이루어진 펜릴 소대를 중심으로 카운터사이드와 카운터에 대한 의미와 스토리를 진행해나가게 됩니다.


스토리는 크게 유미나를 중심으로 한 메인스토리 외에도 외전 스토리와 캐릭터 스토리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메인스토리는 에피소드마다 액트로 세분되어있고 그 속에 스테이지가 따로 구성되어있는데, 매 스테이지마다 스토리가 들어가 있어 에피소드 클리어에 시간이 꽤 걸립니다. 물론, 한번 본 스토리는 스테이지 시작 시 다시 보지 않도록 설정할 수 있습니다.

세계관 설정은 짜임새 있게 구성되어있는 편입니다. 사실 메인스토리보다는 외전 스토리의 인상이 강렬했는데, 세계관 설정이 잘 드러나는데다가 주요 등장인물인 에디와 오르카의 감정변화와 성격, 그리고 관계가 잘 담겨있죠. 오히려 메인스토리에서는 잘 와 닿지 않았던 세계관 설정이 쉽게 이해될 정도였습니다.

▲짜임새 있는 스토리를 전달한 외전 스토리

어떤 판타지 게임을 하든 으레 그렇듯, '카운터사이드'도 초반은 바로 이해하기에는 조금 어려운 거창한 세계관으로 시작하지만, 그 속에서 처절하게 살아가는 인물들의 군상극을 다룬다는 점에서는 기대되기도 합니다.

반면 메인스토리는 에피소드2까지밖에 공개되지 않았지만, 스토리텔링에서는 조금 아쉬웠습니다. 무엇보다도 플레이어의 역할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서 말이죠. 분명 내가 사장인 줄 알았는데 동일시하기에는 너무 이질적인 신임 사장 로봇이 등장하고, 심지어 동일시하기 어려운 행동과 발언을 합니다. 내가 사장이고, 캐릭터들을 관리하며 유대감을 키워나가는 기본 장르 문법을 생각하면 새로운 시도지만 동시에 혼란을 주는 설정이기도 합니다.

▲캐릭터와 연애도 하는 세상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연봉협상뿐

다소 클리셰적인 캐릭터도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클리셰적인 대사들은 한편으로는 재밌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몰입을 방해합니다. 캐릭터의 매력이 반감되는 이유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컷씬을 통한 연출이나 캐릭터 성격을 반영한 대화 구성에서 스토리를 최대한 흥미롭게 전달하고자 노력했다는 점이 엿보입니다. 특히 캐릭터들간의 농담같이, 쓸데없을 수도 있는 소소한 대화가 아낌없이 들어가 있어요. 분량이 길어지는데 한몫하기도 하지만 반면 쉽게 캐릭터의 성격과 생각을 전달하기도 합니다.

또한, 게임 전체적으로 코핀 컴퍼니라는 회사를 기본으로 구성된 콘셉트가 잘 이루어져 있습니다. 회사라는 기본 전체가 시스템 전체에 깔렸죠. 가령 캐릭터의 경험치 성장은 '연봉협상'을 통해서 진행할 수 있습니다. 연봉을 올려주거나 열정에 호소하면서 협상해나가는데, 협상에 따라서 성장의 정도가 달라집니다. 또한, 캐릭터를 해고할 수도 있는데 이때 획득하는 재화가 '주인 없는 명함'이라던지. 곳곳에 콘셉트에 충실하면서도 특유의 유머를 담은 것이 인상적입니다.

다만 인간형 캐릭터를 전제로 한 것 같은 채용이나 연봉협상이 그대로 메카닉에 적용되는데,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도 듭니다. 메카닉과의 연봉협상이라니, 고민하고 있는 메카닉을 보고 있으면 유쾌하면서도 이질감이 드니까요.


전투, 아쉬운 설계와 전략성
유저가 개입할 여지가 부족하다


전투는 기본적으로 격자 맵을 이동하고, 조우하는 적들과 전투를 진행하는 식으로 이루어집니다. 맵이 크지는 않지만, 기본적으로는 한 부대당 전투를 두 번씩밖에 진행할 수 없기 때문에 어떻게 전투를 분배할지 고려야 합니다. 물론 지도 상에 보급이나 수리 칸이 있다면 전투를 더 할 수 있도록 회복할 수는 있습니다.

횡스크롤로 진행되는 전투는 코스트가 차오르면 이를 소모해 유닛을 투입하는 방식입니다. 카운터의 궁극기나 유닛의 스킬은 자동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언제 어떤 유닛을 투입할지와 함선의 액티브 스킬 정도만을 조작할 수 있습니다. 유닛에 따라서 상성이 달라지기도 하고, 공중 공격이냐 지상공격이냐에 따라서 공격 가능 여부가 달라지기 때문에 전투 자체보다는 덱 조합이 더 중요합니다.


전체적으로 전투는 자원에 따라서 좌우됩니다. 앞서 말했듯 전투를 두 번 진행해 탄환을 모두 소모한 유닛은 전투에 돌입해도 액티브 스킬은 물론 유닛 소환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실상 사망한 것과 다름이 없거든요. 잘못 이동하면 결국 다시 스테이지를 재시작해야합니다. 유닛 투입도 코스트를 소모하는 방식으로 되어있고요.

자원을 통해 행동을 제한해 전략적인 선택을 하도록 구성되어있는데, 전략이 자원으로만 제한된다는 점은 조금 아쉬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맵에서는 인접해있는 아군 유닛이 있다면 지원을 받을 수 있는데, 이러한 전략적 요소가 좀 더 설계되어있다면 좋았을 텐데요.


또한가지 아쉬운 점은 전투를 진행하면서 종종 아무것도 할수 없는 상황에 마주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공중 유닛을 공격할 유닛이 없거나 부족할 때 계속 얻어맞는 상황이 생기기도 하고, 앞서 언급한 2개로 제한된 탄환도 사실상 게임 오버인 상황을 만들어주니까요. 게임 오버는 이상한 것이 아니지만, 전투에서 유저가 개입할만한 요소가 적은데다가 자주 무력한 상황을 마주하게 되니 피로하다는 인상을 받게 됩니다.

덱의 중요성에서 언급할 부분은 유닛, 함선에 따라 승패 여부가 크게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카운터사이드'에는 카운터, 메카닉, 솔저로 유닛이 나누어져 있는데, 초반에는 메카닉의 이점이 두드러집니다. 테스트를 하던 다른 동료 기자는 카운터 중심으로 채용했고, 저는 메카닉 중심으로 유닛을 확보했는데, 에피소드1의 액트 3 정도부터 그 차이가 극명하더라고요.


특히 카운터는 궁극기의 위력이 강력한데, 필드에 나와 있지 않을 때는 궁극기 게이지가 차오르지 않는데다가 직접 사용 타이밍을 수동으로 조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서 위력을 100% 활용하기 어렵습니다. 게이지는 그렇다고 쳐도 궁극기 활용 여부를 직접 조작할 수 있다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전투에서 캐릭터의 모션은 예상외로 자세하게 되어있습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머리카락이나 의상도 그렇고, 궁극기를 쓴 카운터의 스킬까지 모션이 디테일하고 부드러워요. 하지만 이러한 디테일함을 제대로 보기에는 가시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여러 유닛이 엉켜 싸우는 전장인 만큼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한눈에 알아보기 어려운 편입니다. 기껏 뽑아서 키워둔 캐릭터의 활약을 제대로 확인할 수 없다는 점도 아쉽고요.


다소 아쉬운 정체성
미소녀인가 메카닉인가, 가챠인가 제조인가


앞서 중간마다 언급했지만, '카운터사이드'에서 아쉬운 점은 애매한 정체성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많은 요소가 들어가 있지만, 조금씩 부족한 점들이 눈에 띈다는 것이죠.

가장 쉽게는 채용 방식을 꼽을 수 있습니다. 캐릭터 채용은 일정한 재화를 활용해 뽑고, 시간이 지나면 채용이 완료되는 방식입니다. 얼핏 보면 소녀전선과 같은 코레류 게임처럼 캐릭터를 제조하는 방식인 것 같지만, 사실상 가챠에 더 가깝습니다. 인게임에서 얻을 수 있게 되어있지만, 유료 재화로 구매할 수 있는 채용권과 골드를 사용해 뽑는 것이죠. 여기에 제조 시간이 걸리도록 되어있는데, 어떤 의미인지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덧붙여 특별채용 시스템의 의의도 약합니다. 일반 채용을 진행하거나 게임을 진행하면서 얻을 수 있는 재화 20개로 좀 더 상향된 확률의 채용을 진행할 수 있는 방식인데, 역시나 R등급 유닛의 비율이 높아 큰 의미는 없습니다.

또한, 카운터, 메카닉, 솔저로 나누어져있는 유닛도 게임의 정체성을 애매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카운터가 메인이고 밀리터리는 거들뿐... 이라고 생각하고 게임을 시작했는데, 강력하지만 원하지는 않았던 메카닉 위주로 획득할 수 있었죠.

여러 취향을 반영하기 위한 시도로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어느 쪽도 만족시키기 어려운 게임이 되어버릴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전체적으로 유닛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소위말해 '덕심'을 자극하는 요소가 부족합니다. 개인적으로 미소녀 유닛을 기대했지만, 밀리터리 측면에서 봐도 메카닉이나 솔저 디자인은 특별하다는 느낌을 주기에 부족했습니다.


수집을 중요하게 내세웠다면 수집하고자 하는 욕구를 자극하기 마련입니다. '카운터사이드'는 이 부분에서 어떤 유저들을 겨냥하고 있는지, 그 방향성이 애매합니다. 아끼는 캐릭터를 육성해가며 플레이하기에는 수집 방식도 애매하고, 능력치가 확실히 차이가 있어 활용하기 어렵죠. 유닛들의 매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에서도 애정 하는 캐릭터를 키워가는 수집형 게임이라는 정체성도 애매합니다.

애매한 정체성은 정확히 '카운터사이드'가 가진 매력을 정의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애매한 캐릭터의 매력과 미소녀도 밀리터리도 아닌 그 중간쯤. 기본적으로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는 게임이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노선을 타고 있다는 인상이 들었죠. 사실 개인적으로 스토리도 흥미롭게 다가왔고, 곳곳에 들어가 있는 유머 코드도 재미있었어요. 하지만 그래서 '카운터사이드'의 매력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한 문장으로 정리하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첫 CBT의 마무리, 어떻게 개선될까
유저들의 애정어린 피드백, 제대로 개선되길


'카운터사이드'의 CBT가 마무리되고 수많은 유저들의 피드백이 올라왔습니다. 단순히 게임이 별로다, 재미없다는 피드백이 아니라, 정말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 어떤 부분이 개선돼야 하는지 자세한 의견을 게시하는 유저들이 많았습니다. 좋은 게임이 되었으면 한다는 기대와 소망이 담겨있기도 하죠.

류금태 대표가 이전 인터뷰에서 언급했듯, 서브컬쳐 장르는 "단순한 게임 이상의 콘텐츠"로서 소비되는 경향이 있고, 그만큼 애정을 가지고 바라보는 유저들이 많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에 보답하듯, CBT 기간 내 피드백 반영 또한 빠르게 이루어지기도 했습니다. 채용 확률부터 시간 단축, 재화 수급량 증가까지 유저들의 피드백 중 바로 개선할 수 있는 요소들은 변경되고 적용됐죠. 그에 대한 유저들의 반응도 긍정적입니다. 아쉬운 점은 많았지만 앞으로를 기대해볼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고요.

'카운터사이드'는 이제 첫 CBT를 마무리했습니다. 고쳐져야 할 부분은 많습니다. 하지만 유저들은 놀라울 정도로 자세한 피드백을 제시했고, 최소한 CBT 기간 내 스튜디오비사이드는 발 빠르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줬죠. 그만큼 정식 서비스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개선된 작품으로 만나볼 수 있을지, 기대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