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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20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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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서브 게임계의 2인자를 노리다, '방주지령'

윤서호 기자 (Ruudi@inven.co.kr)

중국에서 제작한 서브컬쳐풍 게임인 '2차원 게임'은 어느 덧 국내에서도 입지를 잡아가고 있는 장르입니다. 소녀전선, 붕괴3rd 등을 필두로 해서 여러 게임들이 지금도 국내에 소개되고 있고, 출시를 예고하기도 했죠.

밍차오 인터렉티브에서 개발하고 디앤씨오브스톰에서 국내 퍼블리싱을 맡은 '방주지령'도 그런 작품 중에 하나입니다. 좀 더 자세히 따진다면, 각종 신화나 민담 속의 존재들의 이름을 딴 서령이라는 소녀 인형들과, 그들을 다루는 어령사 중 한 명인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룬 이른바 모에화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에화 게임 자체는 한 때 국내에서는 기피하거나 낯설어하는 유저층이 많았지만, 점차 '그런가보다'라는 식으로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물론 좋아하게 됐다, 이런 것보다는 많이 봐서 익숙해진 나머지 "왜 소녀들로 모에화를 했지?"라고 묻지 않고 그냥 넘어가는 정도가 됐다고 보는 게 정확하겠지만요. 그리고 그 장르의 게임 다수가 갖고 있는 가볍거나, 다소 과장된 로맨틱 코미디스럽다던가 특정 캐릭터 유형이 있다던가 하는 부분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비중도 높아졌습니다.


그래서인지 서브컬쳐 게임계를 살펴보면 무게감 있는 설정이나 특유의 게임성을 강조하는 것 외에도 본래 서브컬쳐 게임의 특징인 캐릭터, 세계관, 시나리오, 그리고 알콩달콩하거나 귀여운 분위기를 내세운 작품도 점차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것들이 모두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잘 만들어진 캐릭터들과 스토리 연출, 상호작용 등 전통적인 캐릭터 게임의 요소를 100% 이상 발휘한 게임이 국내에서 호응을 얻는다는 건 몇 년 전만 해도 생각하기는 쉽지 않았거든요.

그런 흐름 속에서 등장한 '방주지령'은 일견 그런 캐주얼하면서도 가벼운 분위기 속에서 다른 측면에서 캐릭터의 매력을 100% 끌어올리고, 그쪽에 치중한 유형의 게임처럼 보였습니다. 인게임에서 약간 심심해보이는 연출이라던가, 그런 부분들이 그렇게 생각하게 만들었거든요.

하지만 실제로 파고든 '방주지령'은 여러 가지 기본기를 갖춘 게임이었습니다. 게임으로서의 기본기뿐만 아니라, 캐릭터 게임이라는 장르의 특성에 맞는 기본기도 잘 갖추고 있었죠. 그렇지만 아마 처음 보는 사람들은 "진짜?"라고 물을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점들도 엿보였기 때문이죠.


가볍지만, 독특한 전략성을 살린 구성
독특한 상성구조와 진형, 제약, 시스템으로 전략을 만들어내다


이제는 귀여운 모에화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SRPG는 메이저까지는 아니더라도, 엄연히 한 축을 차지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자리를 잡아가면서, 장르의 문법도 어느 정도 정리가 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이는 곧 해당 장르를 몇 번 접하다보면 비슷한 유형의 게임이 어떤 식으로 진행될 것이다, 라고 감을 잡을 수 있게 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마치 클리셰처럼 말이죠.

사실 클리셰가 꼭 나쁜 것은 아닙니다. 어떻게 보면 해당 장르에서 잘 먹히는 요소들이라는 뜻이니까요. 그렇지만 그 문법만 따르는 나머지, 정작 그 게임만의 특색이나 차별화된 포인트를 유저에게 어필하지 못하게 되면서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지게 되는 것이죠.

특히나 게임플레이와 관련됐을 때 이런 부분은 상당히 감점 요소가 되고는 합니다. 종종 그냥 지나쳐버리는 스토리나 설정과 달리, 어찌 되었건 유저가 필히 직접 경험하면서 체감하는 영역이기 때문이죠. 요즘은 자동으로 알아서 해준다는 것이 기정사실화되어있긴 하지만, 그래도 유저가 종종 난관을 극복해나가는 구간을 양념처럼 넣으면서 그 게임만의 특징을 어필하고는 합니다. 그때 플레이 경험이 썩 좋지 않으면 캐릭터의 매력으로 벌어왔던 긍정적인 반응이 금세 소진되고는 하죠.

'방주지령'은 그런 점에서 봤을 때 클리셰를 따르긴 하지만, 그것에 다른 것들을 더하고 비틀어낸 모양새입니다. 상성이나 턴 방식 등 턴제 SRPG에서 흔히 기대하는 요소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여기에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것이 더해졌거든요.

▲ 흔히 볼 수 있는 2차원 SRPG 느낌이지만, 좀 더 파고들면 살짝 다릅니다

좀 더 이해가 쉽게 전투방식을 설명하자면, 아마 포켓몬스터를 예로 드는 게 좀 더 빠를 것 같습니다. 일례로 들자면 한 스테이지에서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이 제한이 되어있다거나, 타 SRPG처럼 캐릭터의 스킬이 캐릭터의 속성에 종속되지 않는다는 점 등이 유사하거든요. 또 특정 캐릭터가 고유 스킬을 갖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대다수는 그 속성의 캐릭터들이 사용하는 스킬풀에서 몇 개를 골라서 배정받은 방식으로 스킬이 구성이 되어있습니다. 그리고 각 캐릭터마다 스킬들이 최소 6개에서 최대 8개까지 있고, 그 중 실제로 사용하는 3개를 고르는 방식이죠.

이 역시도 기존의 서브컬쳐풍 SRPG와 다소 방식은 다르긴 하지만, 어쨌든 클리셰인 만큼 적응하는 데에는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습니다. 여기에 조금 독특한 상성 구조와 패시브 스킬이 더해지면서 '방주지령'만의 독특한 맛을 살렸죠. 일반적으로 SRPG에서는 5속성 혹은 3속성을 많이 채택하지만, '방주지령'은 독특하게 바위-물-불-바람 그리고 빛-어둠 6속성의 상성 관계를 채택했습니다.

상성 보너스에 대한 해석도 조금은 특이합니다. 일반적으로 5속성, 3속성이면 마치 가위바위보처럼 서로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방식이지만, '방주지령'은 꼭 그렇진 않기 때문이죠. 예를 들면 바위는 물에 강하고 바람에 약하지만 불 속성과는 크게 연관이 없고, 물 속성은 불에 강하고 바위에 약하지만 바람 속성에 별 영향을 안 받는 식입니다.

▲ 바위 속성이라고 바위 속성 스킬만 쓰는 것도 아니고, 스킬 조합에 따라서 플레이 양상도 달라집니다



▲ 패시브는 제각각이지만, 스킬은 한 속성 내에서 공통적으로 들고 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물 속성에게 불 속성으로 데미지를 주면 효과가 반감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특이하게 '방주지령'에서는 약한 상성의 스킬에 페널티가 아닌 적과 동일 속성 스킬에 페널티를 주는 방식입니다. 즉 물 속성 스킬은 물 속성 적에게 반감되서 적용되는 식인 것이죠. 더 나아가서 일부 캐릭터는 동일 속성 공격에 피해를 입지 않거나, 오히려 체력을 회복하는 경우까지도 있기 때문에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덱을 꾸려야만 합니다.

이렇듯 속성에 대한 해석이 다른 데다가, 해당 속성 캐릭터가 꼭 자기 속성의 스킬만 들고 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의외의 변수들이 상당히 많은 편입니다. 여기에 캐릭터에게 단순히 버프, 디버프만 주는 것뿐만 아니라 필드의 날씨까지 바꾸는 스킬도 있고, 날씨에 따라 일부 스킬에 추가 효과가 붙기도 하죠. 스킬도 단순히 단일, 범위형 이런 식이 아니라 범위 스킬도 고전 SRPG처럼 가로형, 세로형으로 나뉘고 진형 효과까지도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고심할 부분이 많은 편입니다.




▲ 캐릭터에 대한 디버프, 버프 외에도 날씨 등이 상태 이상과 스킬에 영향을 미칩니다

▲ 몇몇 캐릭터들은 동속성, 혹은 특정 속성에 대한 면역이나 저항력을 갖추고 있으니 주의

그렇게 전략적으로 고민해야 할 점들이 많다는 것은, 유저가 가장 효율적인 조합을 찾아서 이래저래 실험을 해봐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최근에 일부 게임에서는 이를 제약하는 요소들이 문제가 되기도 했는데, '방주지령'은 이 부분에 있어서는 굉장히 자유로운 편입니다. 우선 장착 이후 해제에 재화가 든다거나, 강화 실패가 있다거나 그런 페널티가 전혀 없죠. 각 캐릭터별로 스탯을 올리는 것도 제한이 적습니다. 처음에 서령들의 특화 스탯을 올릴 때는 다른 서령들을 필요로 하지만, 한 번 올린 뒤에는 추가 코스트 없이 얼마든지 재분배할 수 있게끔 했습니다.

처음에 겉으로 훑어봤을 때는 '그냥 캐주얼한 게임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래저래 '방주지령'은 이래저래 자신들에게 맞춘 전략적인 요소를 곳곳에 배치하고, 이를 유저가 부담없이 실험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특유의 전략성이 엿보였습니다.

▲ 장비 교체 등에 부가 코스트가 들지 않고


▲ 스탯도 서령을 활용해서 올린 한계치 내에서는 자유롭게 분배가 가능합니다


왕도를 따르면서, 부담감은 최소화
각각 다른 유저의 니즈, 그 균형을 맞추기 위한 다양한 시도


앞서 언급한 것처럼 '방주지령'은 기본적으로 클리셰에 충실한 작품입니다. 전략적인 요소는 어느 정도 틀어놨지만, 결국 육성과 전투의 기본기는 동일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이미 이런 부류의 게임을 즐긴 유저들이 적응하는 데 큰 문제는 없습니다. 시스템이 다소 달라도, 스테이지를 몇 번 돌다보면 이렇게 바뀌었다라고 금방 알아챌 정도니까요.

요는 스테이지를 돌면서 캐릭터나 진화 재료를 모으고, 캐릭터를 육성하고, 그러면서 스테이지를 하나하나 클리어하거나 PVP를 하는 왕도적 구성이라는 뜻입니다. 이 중에서 개별 단계에 해당하는 전투 부분은 이미 짚고 넘어갔으니, 전체적인 흐름에서 '방주지령'을 볼 필요가 있겠죠.

수집형 RPG를 하면 으레 보이는 패턴이지만, 후발주자나 혹은 오픈 유저라고 해도 플레이할 시간이 부족하거나 뒷심이 부족해져서 뒤쳐지는 유저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렇게 해서 잠시 뒤쳐지기 시작하면 유저 간 격차가 벌어지고, 그 격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접게 되는 경우가 많죠.

특히 PVP 등 경쟁 요소가 있는 게임은 이 문제가 더욱 더 크게 다가옵니다. 아무리 캐릭터에 애정을 쏟았고, 미련이 남았다고는 하지만 격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지는 모습을 보면 감정 소모가 상당히 심해지기 때문이죠. 뿐만 아니라 성능이라는 또다른 요소가 자꾸 개입하면서 애정도를 들었다놨다하는데, 이렇게 흔들리는 경험 자체가 썩 유쾌하기만 한 건 아닙니다.

이런 이유에서 캐릭터 게임에서 가장 다루기 어려운 것이 PVP입니다. 결국 모든 걸 다 끝낸 유저들의 관심사가 쏠리게 되는 엔드 콘텐츠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그렇지만 캐릭터에 대한 애착으로 붙잡고 있던 게임이 다른 요소와 저울질을 하게 되면서 결국 하드하게 하지 않는 유저의 손을 놓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하죠. 그래서 일부 서브컬쳐풍 게임에서는 PVP를 제외하는 결단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 일부 캐릭터 게임은 PVP를 포기하기도 하지만, '방주지령'은 이를 다르게 해석했습니다

'방주지령'은 그와는 다르게 접근했습니다. PVP라는 요소는 있지만, 패배 페널티를 없애버린 것이죠. 오히려 상대방 레벨에 따라서 패배해도 경험치를 주고, 그보다는 적지만 어쨌든 지위 경험치까지도 주는 식입니다. 뿐만 아니라 자동 전투 그 이상인 '빠른 전투'를 도입해서 유저가 패배의 과정을 직접 지켜보지 않게끔 했습니다. 그러면서 패배할 때의 감정 소모 및 자신의 애정 캐릭터에 대한 자괴감 등 여러 가지를 줄여나갔죠.

대신에 실제 PVP를 즐기는 하드코어한 유저들을 위해서 실시간 대전인 '서령전투'도 따로 마련했습니다. 그 외에도 흔히 볼 수 있는 탑류 콘텐츠를, 하드하게 자신의 전략을 시도해보고 싶은 유저를 위한 콘텐츠로 변경했습니다. 자신이 갖고 있는 캐릭터, 혹은 친구의 캐릭터들을 이용할 수는 있지만 50레벨로 고정이 된 상태에서만 플레이할 수 있거든요. 사전에 어느 정도 세팅이 가능하긴 하지만, 층을 올라가면서 체력이 회복되거나 하지 않기 때문에 흔히 말하는 렙찍누가 아닌 전략과 조합, 캐릭터의 이해도, 장기전 운용 능력 등을 요구했습니다.

▲ 빠른 전투로 패배시의 감정소모를 줄였고, 패해도 캐릭터 경험치를 얻을 수 있습니다

▲ 좀 더 하드한 PVP를 원하는 유저를 위해서

▲ 실시간 대전 모드인 '서령전투'도 준비됐습니다

▲ 탑류 콘텐츠인 무한지역도 제약 조건을 둬서 전략을 시험해보게끔 했죠

이런 하드코어한 콘텐츠가 유저들이 숙제로 느끼는 일일미션, 혹은 주간미션에 미치는 영향은 굉장히 적습니다. 그냥 스테이지를 몇 번 돌거나, 그냥 빠른 전투로 결과만 보고 끝인 서령도전으로 빨리 끝내거나 하는 게 가능하기 때문이죠. 하드하게 즐기고 싶으면 그 콘텐츠를 파고 들어도 무방하지만, 그렇지 않은 유저는 일일미션을 돌거나 하는 식으로 하도록 선택권을 준 셈입니다.

▲ 굳이 하드한 콘텐츠에 매달리지 않아도, '숙제'를 처리하는 데는 지장이 없습니다

다만 캐릭터를 뽑아도 바로 사용할 수 있다던가, 그런 부분은 조금은 아쉬웠습니다. 물론 고등급 캐릭터라고 해서 무슨 특별한 스킬들로 가득 무장한 것은 아니고, 일정 스킬풀에서 골라서 쓰는 형태다보니 캐릭터 등급 간의 격차는 적은 편입니다. 물론 이건 드라이하게, RPG라는 장르 측면에서만 본 것이고 캐릭터 게임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전혀 다른 이야기죠. 누구나 고등급 캐릭터를 뽑아서 쓰고 싶거나, 혹은 자신이 원하는 캐릭터를 쓰고 싶으니까요.

'방주지령'에서 일부 게임처럼 경험치 티켓을 준다거나 하는 제도는 있지만, 그렇게 해서 수급할 수 있는 경험치가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현재 자동 전투가 스테이지를 1회 완주하는 게 아닌, 스테이지 내에 전투 한 번 하는 식으로만 진행되기 때문에 반복해서 계속 육성하기가 조금은 어려운 편이고요. 다만 자동반복 전투는 중국 서버에서는 개선된 버전으로 서비스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곧 해결될 것으로 보입니다.



캐릭터 게임의 기본기는 갖추다
괜찮은 일러스트와 무난한 SD, 폭넓은 캐릭터 유형과 그에 대한 이해도, 기본 시스템까지


"애캐만 믿고 간다"

캐릭터 게임을 하는 유저들이 흔히 하는 말입니다. 요즘은 캐릭터 게임에서도 게임성을 어느 정도 갖추거나, 메이저한 게임의 요소들을 넣은 게임들이 많습니다. 또 전통적으로 캐릭터들을 별로 중시하지 않던 장르에서도 캐릭터성을 강조하면서 그 경계가 흐려지긴 했죠. 하지만 일반적으로 캐릭터 게임, 혹은 애니메이션풍을 좋아하는 유저들은 전통적으로 캐릭터를 중시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캐릭터의 일러스트는 기본이고, 좀 더 나아가면 그 캐릭터가 활약하는 무대와 그들의 서사, 즉 세계관과 시나리오가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세계관과 시나리오라고 크게 보긴 했지만 이를 좀 더 쪼개본다면 그 캐릭터를 구성하는 여러 가지 요소라고 볼 수 있겠죠. 어디에서 태어났고, 어떤 배경에서 자랐고, 어떤 성격이며, 버릇이나 습관 같은 것은 무엇이고 다른 캐릭터들과는 어떤 관계인지 등등이 그 예라고 하겠습니다.

어떻게 보면 게임하는 게 아니라 소설 작법에 대한 이야기하는 것 아닐까 싶지만, 캐릭터 게임을 좋아하는 유저들은 은연 중에 이런 것들을 신경쓰게 됩니다. 더 나아가면 사소한 말버릇, 말투의 부조화 혹은 맥락의 불일치 같은 것도 바로 캐치해서 피드백을 주고는 하죠. 혹은 작가, 개발자들이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캐릭터의 또 다른 면을 캐치해서 2차 창작을 하는 등, 캐릭터를 중심으로 해서 다양한 소비 활동이 벌어집니다.



▲ 캐릭터를 쓰면 쓸수록 더욱 알아간다는, 캐릭터 게임의 기본기에도 충실합니다

'방주지령'을 살펴본다면, 일러스트의 퀄리티는 준수하고, 그 편차도 크지 않은 편입니다. S의 퀄리티도 마찬가지고요. 이런 부분에서만 본다면 캐릭터 게임으로서의 점수는 합격점을 넘고도 남았습니다. 각 유형의 캐릭터들이 고루 분포하고 있고, 그런 캐릭터들을 좋아하는 유저들의 니즈도 잘 포착한 편입니다. 좀 더 명확히 말한다면 로리형 캐릭터부터 누님형 캐릭터, 큐트한 캐릭터에서부터 당돌한 캐릭터까지 폭도 넓고, 각각의 특색도 잘 살렸습니다. 단순히 일러스트뿐만 아니라 성우, 대사까지 말이죠.

그 외에도 캐릭터의 상호작용이라던가, 숙소 등 꾸미기 요소와 게임 내 시스템을 연결하는 것 등 최근의 캐릭터 게임에서 볼 수 있는 요소들 역시도 충실히 잘 갖췄습니다. 연출은 다소 심심하기는 하지만 어차피 빠르게 스쳐지나가기 때문에 신경이 거슬리지 않을 정도로 무난히 넘어갔습니다. 여기에 SRPG로서의 전략성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여러 가지 요소를 잘 버무렸으니, 캐릭터 게임과 SRPG로서의 기본기는 고루 잘 갖췄다고 할 수 있겠죠.



▲ 숙소 꾸미기나 기능 같은 것도 기본적으로 갖춰야 될 것들은 다 갖췄습니다

뿐만 아니라 앞서 언급한 스킬풀 시스템, 패시브 등의 요소 때문에 캐릭터의 등급 간 격차가 생각보다 낮은 편입니다. 여기에 등급이 낮으면 행동력을 낮게 소모하고, 등급이 높으면 행동력을 높게 소모하는 코스트 시스템까지 더했죠. 그런 식으로 등급의 격차로 인해 저등급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낮아진다거나 하는 일을 방지했습니다. 또 코스트 격차는 생각보다 크지 않아서, 조금만 지나면 고등급 캐릭터를 운용하는 것 자체에 큰 페널티가 없다보니 고등급 캐릭터를 기피하는 일도 적었고요.


하지만 결정타가 부족하다
처음 접하는 유저의 시선을 사로잡을 2%, 그것이 문제다


팔방미인이라는 말이 때로는 좋은 뜻이 되긴 하지만, 뒤집어서 이야기하면 무난하다는 말이 되기도 합니다. 그것 자체가 좋은 말이긴 합니다만, 특징을 잡아서 어필을 하기에는 썩 석연찮은 부분이 많습니다. 이것을 말하자니 저것도 말해야 할 것 같고, 그러면 너무 수식어가 길어지는데 그렇다고 무얼 빼자니 어색한, 그런 느낌이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볼 때 '방주지령'의 포지션은 좀 애매합니다. 그게 일러스트를 못 그렸다라던가, SD가 이상하다던가 그런 의미는 아닙니다. 기본기가 부족하다는 말도 아니고요. 이미 그런 것들이 갖춰져있다는 건 앞서 언급했습니다. 오히려 그것들이 잘 갖춰져있는 편이라고 말이죠.

그렇지만 서브컬쳐 게임계는 기본기를 고루 잘 갖춘 것만으로 눈에 띄지는 않는 시장입니다. 확실하게 눈을 사로잡거나, 혹은 유저에게 기억에 남을 수 있는 무언가가 있어야 그것을 기점으로 해서 알려지는 것이 일반적인 흐름이거든요. 그냥 단순히 일러스트가 괜찮다거나, 혹은 게임성이 어느 정도 괜찮다는 정도만으로는 다소 부족합니다. 게임계 자체에는 그리 좋은 경향은 아니겠습니다만, 극단적으로 어느 한 쪽을 버리고 다른 쪽을 취한 게임에 더 호응을 하거나, 유저들이 찾아드는 경향도 보이거든요.

특히나 서브컬쳐 게임계는 전통적으로 캐릭터라는 요소에 더 비중이 훨씬 많이 실린 영역이다보니, 아무래도 그쪽에 좀 더 관심이 갈 수밖에 없습니다. 괜히 "애캐만 믿고 간다"라는 말이 나오는 게 아닐 정도로, 그 비중은 생각보다 큽니다.

▲ 캐릭터 일러스트가 못 그렸다거나 그런 의미는 아닙니다. 플러스 알파가 더 필요하다는 것이죠

'방주지령'의 캐릭터들이 매력이 없다, 이런 말은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짚어줘야 할 부분들은 다 짚어줬어요. 특히 다양한 캐릭터들의 유형과, 그런 캐릭터들이 보여줘야 할 덕목이나 면모들은 핵심을 콕콕 잡아냈죠. 로리에 니트형 캐릭터인 고블린이나, 취한 누님형 캐릭터인 야마타노오로치, 느긋한 누님형인 기린, 활달한 히로인형의 프로메테우스, 청순하지만 알고 보면 4차원 규방아가씨인 카구야히메 등 그 폭도 넓고, 그 캐릭터들의 특징을 짚어낼 대사나 여러 요소들도 쏠쏠히 다 넣었습니다. 보다보면 "아 이런 캐릭터였구나"하고 찾아내는 소소한 재미가 느껴질 정도였죠.

▲ 네?

그렇지만 요즘 서브컬쳐 게임들이 워낙에 이런 부분들은 기본으로 깔고 가기 때문에, '방주지령'은 여기서 아주 독보적으로 특출나다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결국 이런 부분까지 다 포함해서 봤을 때 기본기는 충분히 갖췄다, 캐릭터를 보고서 호감을 갖게 할 준비는 되어있다, 이런 정도였죠.

이렇게 다져둔 기반을 바탕으로 좀 더 나아가 '방주지령'만의 매력,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캐릭터들의 매력을 유저에게 어필하기에는 현 단계에서는 아직 뒷심이 부족합니다.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그 캐릭터의 과거나 배경, 그리고 유저와 같이 만들어가는 이야기나 추억, 상호작용 등을 들 수 있겠죠. 뿐만 아니라 그 캐릭터들과 관계를 맺어가는 유저의 분신 '어령사'나, 캐릭터 그리고 유저가 활동하는 세계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를 풀어가는 방법도 포함이 됩니다.

게임 내에서 이런 문제는 어느 정도 풀어가고 있기는 합니다. '어령사'가 무엇이며, 왜 신의 이름을 빌린 서령들이 존재하는지 나오거든요. 2353년에 재앙이 닥쳐오자 인류는 이를 막는 한편, 생존을 위한 도시를 재건하기 위해서 신화 속 신의 이름을 딴 소녀인형(서령)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다루는 이들이 '어령사', 즉 유저의 분신인 주인공인 셈이죠.

그렇지만 모든 서령들이 어령사를 따르는 것은 아니었고, 급기야 몇몇 서령들은 인간에게 반기를 들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반기를 든 서령들이 어령사들과 서령 그리고 인류들이 피신해있는 시설인 방주를 습격하기에 이르고, 이를 주인공이 막아내면서 이야기가 진행되는 구조입니다.


'방주지령'에서는 이 이야기들을 그냥 풀어내는 것이 아니라 모티프가 된 신, 그리고 신화의 이야기를 적절히 녹여내면서 차근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런 시도 자체는 나쁘진 않고, 오히려 왜 그 캐릭터에 그 신의 이름을 붙였나 납득할 수 있는 요소이긴 합니다.

그렇지만 단순히 모에화를 시킨 것이 아니라 이를 낯선 개념, 낯선 언어에 녹여내는 시도를 하는 만큼, 처음부터 거리감이 느껴질 수밖에 없는 셈이죠. 또 모티프로 든 신화마냥 거시적인 측면에서만 이야기가 진행되다보니 그 캐릭터 자체에 대한 비중이 적은 편이고요.

즉 덕심을 자극하기 위한 2%, 캐릭터에 대한 몰입 요소나 개개인의 에피소드, 그리고 설정이나 설명 등 디테일이 조금은 부족한 편입니다. 그런 요소에서부터 보통 2차 창작이나 밈이 시작되고, 그러면서 점차 유저에게 알려지는 것을 봤을 때 '방주지령'의 이런 점은 다소 아쉬울 수밖에 없었죠. 이런 문제를 개발사와 퍼블리셔에서도 인지하고 있는지 웹툰 등으로 보강하는 중입니다. 그리고 미리 서비스를 진행한 중국 서버에서는 이벤트 등을 통해서 풀어가고 있기도 하고요.

▲ 캐릭터들과의 개별적인 스토리를 다룬 극장 콘텐츠, 추후 업데이트 에정입니다

▲ 웹툰 등 게임 외적으로도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죠


제 2의 서브 게임으로는 충분한 '방주지령'
수수하지만 심플하게, 기본기를 갖췄다. 남은 건 플러스 알파를 구축하는 것


모바일 게임의 시장 점유율이 점차 높아지면서, 이제는 '서브 게임'이라는 말이 다소 낯설지 않게 됐습니다. 한 게임만 줄창 하기보다는, 이것저것 다 하다가 마음에 드는 것을 주력으로 플레이하고 나머지 게임은 적정 코스트만 들여서 플레이하는 식이죠.

이런 플레이 유형은 서브컬쳐 게임계에는 이전부터 있어왔었던 터라 그리 낯선 개념은 아니었습니다. 그와 같은 방향을 추구하는 게임들은 게임성이 다소 가볍다는 말을 듣기도 하지만, 캐릭터의 매력을 한 층 더 가미해서 캐릭터와 함께 차츰차츰 이야기를 진행하고, 성장해나간다는 측면을 좀 더 강조해나갔죠. 유저들이 적응하기 쉽도록 클리셰적인 요소를 최대한 살리되, 어레인지를 살짝 가미해 자신만의 개성을 살려냈고요.

그런 서브 게임의 측면에서 봤을 때 '방주지령'은 2인자까지 올라갈 수 있을 자질이 엿보였습니다. 우선 일러스트나 SD 퀄리티, 캐릭터 유형에 대한 이해도도 괜찮은 편이죠. 연출은 캐릭터 게임임을 감안했을 때 그럭저럭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이고, 왕도적인 구성도 라이트하게 잘 담아냈습니다.

여기에 유저들의 니즈에 맞춘 어레인지나, 타 게임류에서 따온 요소들을 믹스해서 특유의 전략적인 플레이를 구축한 것도 합격점을 주기엔 충분했습니다. 오히려 이 부분은 서브 게임이라는 포지션에만 국한되지 않고, 메인 게임으로까지 넘나들 수 있는 가능성까지 엿보였습니다. 그간 서브컬쳐 게임에서 자주 선보이지 않았던 실시간 PVP나 전략 및 캐릭터 조합, 스킬의 구성 이해도를 겨루는 하드한 도전 콘텐츠도 선보였으니까요.

▲ 서브 게임으로서의 덕목과 기본기뿐만 아니라, 진득하게 연구할 실시간 PVP까지도 갖췄습니다

그렇지만 캐릭터 게임이라는 관점에서 보았을 때, '방주지령'은 서브게임의 1인자를 노리기엔 부족한 점들이 엿보였습니다. 사실 이건 게임성이 문제라기보다는, 해당 장르의 독특함 때문이긴 합니다. 캐릭터의 매력과 가치는 단순히 일러스트만 좋다, 혹은 성능이 좋다, 이것으로만 판가름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이 영역은 유저와 캐릭터의 관계, 캐릭터의 성격과 디테일, 이야기, 그리고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 무대, 각자의 후일담, 유저의 재해석 등 여러 가지가 섞여야 비로소 완성이 되고는 합니다. 때때로 모에화 게임에는 모에화에 대한 합리화 등이 추가되기도 하죠.

'방주지령' 속에서 녹여낸 모에화에 대한 이유 제시, 세계관, 캐릭터들의 거시적인 설정, 유저와 캐릭터의 관계, 스토리 등을 풀어내는 방식 자체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신은 디테일에 깃든다"라는 말처럼, 그 캐릭터들의 세부 이야기 그리고 자잘한 요소들에서 서브컬쳐 유저들을 사로잡기에는 아직 부족한 점들이 많이 엿보입니다. 초기인 것을 감안한다고 쳐도 말이죠.

▲ 유저의 눈길을 첫 눈에 확 사로잡기엔 조금은 부족할지도

각 유형에 맞춰서 구색은 갖췄지만, 메인이 되는 캐릭터들이 확실하게 유저에게 어필하기에는 그 파워가 부족해서 뒷심이 딸리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처음에 유저를 확 사로잡을 수 있는 무언가가 부족하다고 할까요? 눈을 사로잡을 정도로 압도적인 비주얼이나 연출을 갖췄다면 또 다른 이야기지만, '방주지령'의 연출은 캐주얼하고 가벼운 느낌이라서 그냥 스무스하고 빠르게 넘어가기엔 좋을지 몰라도 눈길을 사로잡을만한 힘은 부족했습니다.

다만 그 고비를 넘겼을 때 유저가 꾸준히 서브 게임으로 붙잡게 할 만한 자질은 충분히 갖춘 터라, '방주지령'이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지 지켜볼 필요는 있어보입니다. 개인적으로 서브컬쳐 유저들이 우려하는 첫 관문도 무사히 통과한 만큼, 앞으로 중국 서버를 통해서 미리 예고된 콘텐츠들과 이벤트의 업데이트 및 현지화까지도 탈없이 진행된다면 국내 서브게임계에서 서브 게임으로서의 입지를 어느 정도 다져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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