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객보다 도우미가 더 많은 것 아냐?'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중국 게임시장에 대해서 배워오겠다는 굳은 결심을 하고 방문한 차이나조이 2009는 전시관 입구부터 끝까지, 양 옆으로 길게 늘어선 무대와 도우미들에게 정신을 빼앗기고 말았다.



[ 도우미의 질과 물량에서 따라올 게임전시회는 없을 듯했던 차이나조이 2009 ]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특색있는 부스와 눈길을 끄는 이벤트, 그리고 전시회의 꽃 아름다운 도우미가 있는 곳이라면 자연스럽게 방문객이 모여들게 된다. 백여개에 이르는 게임 부스들 사이의 보이지 않는 전쟁 속에서 한명이라도 더 많은 방문객들을 유치, 게임 홍보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게임 전시회에 참여한 업체들은 이 점을 십분 활용, 이름있고 아름다운 도우미들을 동원하기도 한다.


하지만 옛말에 과하면 아니한만 못하다 했던가?


각 부스에는 게임보다는 도우미가 부각되면서 게임이 아닌 도우미를 보기 위해 부스를 방문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도우미를 잔뜩 동원한 게임 부스에는 많은 방문객들이 모여들어 겉으로는 좋을지 모르겠지만 게임전시회에 참가한 주 목적인 게임에 대한 홍보는 저 멀리 날아가버리고 만다.


중국의 상해 국제 박람회장에서 7월 23일부터 26일까지 진행된 차이나조이 2009에서 도우미와 이벤트에 과하게 투자하여 오히려 실속이 없었던 게임전시회의 모습을 충실하게 재현해 보였다.




▶ 선정적인 쇼와 도우미 활용


차이나조이 행사장은 각 관별로 대형 메인부스가 중앙의 통로를 따라서 마주보고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서로 마주보고 있는 대형 업체에서는 경쟁이라도 하듯이 수 십명의 도우미들을 동원하여 자신의 부스에 더 많은 방문객들을 붙잡기 위해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 하였다.


하지만 서로의 경쟁이 과하다보니 도우미들의 숫자와 쇼에만 집중할 뿐 게임에 대한 이벤트나 설명, 홍보는 거의 없었고 이런 모습은 거대 게임사들이 모여 있는 W1관은 물론 중, 소규모 게임사들이 모여 있는 W2관에서도 비슷한 모습이었다.


심지어는 아침 10시 개장 시작 후 오후 5시의 폐장 시간까지 패션쇼와 흡사한 도우미들의 워킹 쇼를 보여주기에 여념이 없었던 Youqu사, 2~3층의 높이에 짧은 치마를 입은 도우미들을 올려놓고 마치 도우미 전시회를 하는 듯 했던 완미시공사, 낯 뜨거운 스트립쇼를 보는 듯 했던 '봉 쇼'의 기린 게임사 등 도우미를 활용한 여러가지 쇼들은 도를 넘어서 사진을 찍는 기자를 부끄럽게 만들기도 하였다.











많은 도우미를 동원하여 방문객들의 시선을 끌고 인기 몰이를 하는 것까지는 좋았지만 정작 게임들과 관련도 없는 쇼만 진행된 부스를 기억해줄 사람이 몇명이나 될런지 생각해보면 대형 게임사들의 세 과시용 밖에 되지 못했다. 오히려 위치가 중앙 통로에서 떨어져 구석에 위치해 있고 규모도 작아 부스걸을 한 두명 정도 밖에 동원하지 못했던 게임와 그들의 게임이 더 기억에 남는다.


이런 상황에서도 몇몇 부스들에서는 쇼 중간 중간에 게임을 이용한 이벤트나 코스프레를 진행하기도 하였지만 이는 전체 전시관의 규모를 보자면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 이렇게 작은 부스에서 더 알찬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




[ FPS다운 밀리터리 코스프레와 부스 꾸미기로 강한 인상을 남겼던 MKZ 부스 ]





▶ 화려한 무대 뒤, 실속 없는 게임 코너


많은 게임사의 부스들이 쇼에 중심을 두면서 부스의 형태가 중앙 통로 방향의 무대 꾸미기에 집중 됐고 이 무대가 커지면 커질 수록 정작 게임을 홍보해야할 공간은 점점 줄어들게 되었다.


가장 큰 부스 면적을 가지고 있는 W1관에서는 마주보고 있는 회사들의 자존심 대결이라도 하듯이 무대에 쏟는 노력이 더 심했고 무대에 대부분의 공간을 활용해 정작 게임을 체험하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코너는 가장 작은 부스 면적을 가진 W3관보다 못한 곳도 여럿 이었다.


이렇게 무대에 집중한 부스를 돌아보면서 게임에서 내세울 것이 없다보니 쇼에 치중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 화려한 쇼 뒤에 볼 것이 없었던 게임 코너 ]





이렇게 많은 방문객들이 쇼에 정신을 빼앗긴 사이에 게임을 알리고 체험해보는 코너는 찾는 사람이 없어 썰렁하기까지 하였고 오후가 되면서 쉴 곳이 없는 도우미들과 넓은 전시관을 둘러보느라 지친 방문객들의 쉼터로 바껴버리기도 하였다.


또한 대부분의 메인 부스에서는 대형 무대 뒤에 게임 코너가 위치, 게임을 직접 체험해보려면 부스 뒷편으로 돌아서 가야하는 불편이 있었으며 계속되는 화려한 쇼를 뒤로하고 게임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부스에 들렸지만 정작 게임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거나 대형 TV에 동영상만 재생되고 있는 당황스러운 모습도 여러 부스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일부 방문객들은 인터넷에서 10분이면 찾아볼 수 있는 게임에 관한 정보들을 정작 관련 게임 부스에서는 찾아보기가 더 어려운 점을 답답해하기도 하였다.



[ 찾는 사람이 없는 게임시연 코너에서 직접 게임을 하고 있는 도우미 ]





▶ 훌륭한 반면교사 차이나조이 2009


표를 사기 위해서 몇시간을 기다려야하는 수 km나 되는 줄을 서고 전시장 안이 사람으로 가득할 정도로 많은 방문객이 찾은 차이나조이 2009는 언듯 보기에 성공적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방문객과 규모가 아닌 게임전시회로서의 성공은 '글쎄'라는 답을 할 수 밖에 없다.


방문객들의 시선을 끌고 행사의 진행을 부드럽게 도와주는 도우미가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쇼와 함께 게임과 관련된 이벤트를 진행한 몇몇 부스를 제외하면 거의 전 부스에서 게임과 관련이 없는 도우미 위주의 자극적인 행사만 펼처져 게임전시회가 아닌 도우미 전시회로 보일 지경이었다.


차이나조이를 찾는 주요 방문객이 화려함을 좋아하는 10대 ~ 20대의 젊은 층이라고는 하지만 선정적인 도우미 위주의 진행은 정도가 심했으며 주 목적인 게임보다는 행사에 관심을 둘 수 밖에 없었던 방문객들을 보면 차이나조이 2009는 세계적인 게임전시회로 가야할 길은 아직 멀어 보인다.



[ 이런 복장을 한 도우미들이 우글거리는 곳에서 게임 이야기는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




차이나조이 돌아보면서 3개월 가량 남은 국내 최대 게임쇼인 지스타에 대한 걱정이 떠오른다.


아직 자국내의 게임전시회에 머물고 있으며 서양의 게임전시회가 비디오 게임 중심인 반면 온라인 게임 중심이라는 것, 매년 개선되고는 있지만 게임보다는 쇼와 도우미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자칫 지스타 2009도 차이나조이와 같이 겉만 화려하고 내실이 없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하는 걱정 말이다.


차이나조이 2009에서 과도한 도우미와 보여주기식 행사를 위주로한 게임쇼가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지 확인할 수 있었던 만큼 지스타 2009에서는 이런 반면교사를 잘 본받아 어떻게 하면 게임 그 자체의 순수한 엔터테인먼트를 잘 살리는 게임전시회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봤으면 한다.


이미 끝나버린 차이나조이에서는 어쩔 수 없었지만 11월에 개최되는 지스타 2009에서는 레이싱 모델의 사진보다는 게임에 대한 감동과 추억을 남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