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나희, 황도원, 최수원(왼쪽부터)

제11회 대통령배 아마추어 e스포츠대회(이하 KeG)에는 특별한 종목이 있다. 모두의 마블이다. 당연히 게임이 특별한 건 아니다. 이 대회의 취지가 특별하다. 모두의 마블 KeG에 참여하는 아마추어들은 발달-지체 장애를 가진 학생들이다.

이미 스포츠계에선 장애인을 대상으로 많은 대회가 열린다. 올림픽을 모방한 '패럴림픽'은 대중들에게 익히 유명할 정도다. 패럴림픽은 신체적-감각적으로 장애가 있는 운동선수들이 참가하는 종합 스포츠 대회로, 몇십 년 동안 이어진 깊은 역사가 있다.

이 같은 스포츠 대회는 참여하는 장애인뿐만 아니라 모든 이들에게 널리 긍정적인 메시지를 보낸다. '할 수 있다'는 용기와 희망. e스포츠도 같은 메시지를 줄 수 있다. 오히려 신체를 크게 이용해야 하는 몇 스포츠에 비해서 더 자유롭기도 하다. KeG가 그 시작을 보여주고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대전 신탄진 초등학교 특수학급에 재학 중인 최수원(13) 학생은 탈락의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최수원 군은 "1승 1패를 했는데, 탈락하게 돼서 너무 아쉽다"며 먼저 입을 열었다. 친구인 황도원(13) 군도 "처음에 수원이가 대회에 나가자고 해서 왔는데,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승리했던 순간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인솔자인 서나희 교사(30)는 옆에서 흐뭇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아이들이 평소에는 학교에서만 공부하다가 이렇게 밖에 나와서 게임을 같이 하니 좋은 추억이 된 것 같다. 오늘 하루 너무 열심히, 그리고 재밌게 참여해서 뜻깊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대회에 참여한 계기는 평소 최수원 군의 취미를 파악하고 있던 서나희 교사의 덕분이었다. "국문이 학교에 왔는데, 수원이가 참여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원이가 도원이에게 권유해 둘이 참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서나희 교사는 물론 두 학생은 대회 활성화를 강하게 바랐다. 최수원과 황도원 학생은 피파온라인4, 배틀그라운드, 브롤스타즈 등 또래 아이들이 주로 하는 게임에 열성적이었다. 황도원 학생은 "내가 좋아하던 게임으로 했으면, 더 활활 타올랐을 것 같다. 나중에 대회가 열리면 꼭 참가하겠다"며 웃었다.

서나희 교사는 "이번 대회는 시범 종목인데, 앞으로는 더 다양하고 많은 종목으로 대회가 열렸으면 한다. 전국에 있는 학생들이 모두 참여할 수 있도록 정식 종목으로 말이다"라고 말한 뒤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고, 집중하고, 재밌게 하는 모습을 보는 거 자체가 기억에 남는다"며 말을 끝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