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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29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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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검은사막' PS4, 펄어비스가 나아갈 미래를 위한 포석

정재훈 기자 (Laffa@inven.co.kr)

검은사막은 MMORPG의 황혼기였던 2014년에 출사표를 내던진 작품입니다. 파티 플레이와 협동이라는 기존의 MMORPG 문법에 정면으로 도전하듯 싱글 플레이 중심의 MMORPG를 만들어냈고, 큰 성공을 거두었죠. 하지만 시대의 흐름은 거스를 수 없었던 걸까요? 모바일 게임 시장의 대두와 함께 MMORPG의 헤게모니도 모바일 게임으로 넘어가버렸습니다. 도전적인 타 장르로 인해 유저가 줄어가던 PC 기반 MMORPG에게는 치명타라 할 수 있었습니다.

검은사막의 개발사인 '펄어비스'는 생각을 조금 바꿨습니다. PC 게이머가 점점 모바일화되고, 라이트화되는 지금, 아예 대놓고 게임에 시간을 투자하는 게이머층에 초점을 집중했죠. 바로 '콘솔' 유저입니다. 그렇게 'XBOX One'을 기반으로 하는 검은사막 콘솔 버전이 서비스되었고, 좋은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펄어비스는 거치형 양대 콘솔의 또 다른 축인 PS4 버전을 출시했죠.

이번 리뷰에서는 검은사막을 소개한다거나, 시스템 하나하나를 살펴보지 않습니다. 검은사막은 이미 5년 가까이 된 게임입니다. 5년 지난 게임을 리뷰할 이유는 없죠. 이번 리뷰에서 집중할 것은 단 하나. PS4와 검은사막이라는 게임의 궁합입니다.



생각보다 쾌적한 조작 환경
개발자들의 고민이 드러나는 부분.

일단, 검은사막이라는 게임과 콘솔 플랫폼은 꽤 어울리는 조합이라는 전제를 깔고 가고 싶습니다. 이는 검은사막의 게임적 정체성과 관련이 있는 부분입니다. 동시에, 검은사막이 다른 MMORPG와 차별화되는 정체성과도 관련되어 있죠.

검은사막은 에버퀘스트 시절부터 내려오는 파티 플레이 중심의 MMORPG와는 다른 맥락의 게임입니다. 대부분의 콘텐츠를 혼자 할 수 있어 느긋한 페이스로 게임을 즐길 수 있고, '액션과 전투'의 중요도가 높아 게임을 이루는 요소 중 하나를 넘어 게임의 근간이라 할 수 있죠. 다시 말하면, 그냥 액션 게임 즐기는 감성으로 천천히 즐길 수 있는 게임이라는 뜻입니다.

▲ 게임 패드에 맞춰 설계된 UI

과거, 검은사막이 처음 릴리즈되었을 때도 콘솔 플레이가 잘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던 바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플레이해본 결과, 콘솔 컨트롤러로 플레이하는 검은사막은 생각 이상으로 괜찮았습니다. 'Xbox One'에서 이미 한 번 증명되었었지만, PS4의 컨트롤러인 '듀얼쇼크'에서도 문제 없이 쾌적한 플레이를 할 수 있었죠.

콘솔 버전 검은사막의 UI는 비교적 적은 조작을 통해 모든 메뉴에 접근할 수 있도록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최근, PC 버전의 UI도 변하면서 유저 일각에서 불만을 표하기도 했던 부분인데, 컨트롤러를 사용하는 상황에서는 다행이다 싶을 정도지요. 그럼에도 간혹 불편한 부분이 있지만, 어떻게든 더 편하게 만들어 보려고 머리를 싸맨 흔적은 이곳 저곳에 남아있습니다.

물론, PC 버전 검은사막을 접해보지 못하고 PS4로 처음 게임을 시작할 경우 꽤 어렵습니다. 검은사막이라는 게임은 단순히 액션이 강조된 게임이 아닌, 게임 내에 엄청나게 많은 콘텐츠를 숨겨둔 게임입니다. 때문에 필요한 기능을 찾아내고, 기술 커맨드를 익히는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됩니다.

▲ 패드에 익숙하지 않으면 꽤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검은사막의 알파이자 오메가라 할 수 있는 '액션'은 충실히 구현되어 있습니다. 기존 검은사막에서도 단축키 지정이 아닌, 커맨드 입력을 통한 기술 사용을 권장했기 때문이죠. 진동이 묻어나기 때문에 오히려 손맛은 PC판보다 더 좋습니다. PC 없이 콘솔만을 보유한 게이머가 아닌 경우, 콘솔 버전 검은사막을 플레이해야 할 이유를 꼽자면 아마 이것이 가장 대표적인 이유가 될 것입니다.


다소 밋밋해져 버린 비주얼
다소 아쉬운 그래픽 처리. 하드웨어의 한계일까?

하지만, 검은사막의 다른 한 가지 매력포인트는 제대로 살리지 못했습니다. 요즘 대부분의 게임이 기본 탑재하다보니 딱히 특별해보이지 않습니다만, 시스템과 액션만큼이나 검은사막을 살려주는 매력포인트가 바로 '그래픽'입니다. 검은사막의 그래픽 퀄리티는 출시 기준 당대 최고 수준이었고, 현재 기준으로도 어디서 밀리지 않습니다.

문제는 PS4라는 하드웨어가 '검은사막'이라는 게임을 모두 소화하지 못하고, 규격에 맞춰 구겨넣은 검은사막이 우리가 생각하던 그 모습과 상이하다는 것입니다. 당장 캐릭터 생성창부터 텍스처 팝인과 프레임 드랍이 여실히 느껴집니다. 캐릭터 생성창의 경우 게임의 실사 그래픽을 느끼는 첫 장면인데, 여기서 팝인이 일어나버리니 인게임 최적화와 별개로 덜 만들어진 것 같다는 느낌이 굉장히 강하게 왔죠.


반면, 다른 콘솔인 XBOX One 버전의 경우 PC 버전을 그대로 살리지는 못했지만 팝인 현상이나 프레임 저하가 두드러지는 느낌은 크게 없습니다. 높은 프레임 유지는 불가능하지만 적어도 안정적인 수준에서 유지되죠. PS4가 나쁘다는 것도 아니고, 검은사막이란 게임이 문제라는 건 더더욱 아닙니다. 호리병도 나름 쓸데가 있고 짜장면은 맛있는 음식이지만, 호리병에 짜장면을 담으면 문제가 생기는 그런 개념이라 해야 할까요?

이 비주얼적 불협화음은 게임을 하는 내내 꼬리표마냥 붙게 됩니다. 좋은 부분을 발견하면 '와 정말 좋은데 비주얼도 좋았으면 더 좋았겠다.'가 되고, 좋지 못한 부분을 발견하면 '비주얼도 이모양인데 이것마저?'라는 생각을 하게 되죠. 제가 구동했던 환경은 기본형이 아닌 PS4 Pro였지만, 딱히 큰 차이는 없었습니다. 여전히 팝인과 프레임 저하를 목격할 수 있었죠.

▲ 뭔가 밋밋해진 에단

그리고 그 과정에서, 대규모의 인원을 만나본 적은 없습니다. 아직 오픈 초기라 그런지 사람이 넘쳐나는 광경은 볼 수 없더군요. 하지만 온라인 게임이 생명력을 얻으려면 많은 인원의 동시 접속은 필수입니다. 자연스럽게 한 화면에 굉장히 많은 플레이어가 존재하는 그림도 생각해야 하겠죠. 분명 그 상황에서는, 제가 리뷰할 당시보다 더 많은 부하가 PS4에 가해질 겁니다. 되어 봐야 알겠지만, 걱정되는 건 어쩔 수가 없습니다.


다음 수순을 위한 밑거름이 될까?
보다 큰 미래를 향한 포석으로서의 의미

이제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해 봅시다. 검은사막 PS4 버전은 분명 본작을 잘 구현했고, UI 조작이나 편의성 면에서도 다소 복잡할지언정 어려운 편은 아닙니다. 그래픽 수준이 예상 이하이고 프레임 드랍이 생긴다는 결정적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이는 추후에라도 여러 방법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죠. 문제는 '경쟁력' 입니다. MMORPG는 긴 플레이시간을 필요로 하는 장르이고, 각각 다른 플랫폼에서 같은 MMORPG 게임을 하는 상황은 좀처럼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PS4 버전에서만 느낄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뜻이죠.

하지만, 지금의 상황에서 PS4 검은사막은 아무리 좋게 봐도 PC판을 대체할 이유를 찾기 힘듭니다. 가장 먼저 다가오는 장벽이 '가격'입니다. PC버전 검은사막은 오랫동안 부분유료화 게임으로 유지되었습니다. 원한다면 돈을 쓸 수 있지만, 컴퓨터만 있다면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이 검은사막이죠. 하지만 PS4 버전은 게임을 따로 구매해야 합니다. 온라인 게임을 패키지화해 파는 서구권 게임 시장의 문법을 따르죠. 가장 싸게 스탠다드 에디션을 구매하면 34,000 원. PSN+에 가입되어 있어도 30,600 원입니다. 또한, 접속을 위해 PSN + 멤버십 결제가 필요하죠. 다른 콘솔 플랫폼인 'XBOX One'버전에 비해서도 비싼 가격입니다.

▲ 콘솔을 갖고 있어도 진입 허들이 있는 편입니다.

하지만, 그 가격차이만큼의 무언가가 더 주어지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PS4 버전의 경우 아직 구현되지 않은 콘텐츠가 많기 때문에 열화판이라 보아도 과언이 아니죠. 때문에 국내 시장에서, 게이머가 PC판을 외면하고 PS4 버전을 플레이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더 많은 콘텐츠와 더 나은 퀄리티의 게임을 무료로 즐길 수 있으니 말이죠. 유일하게 어필할 수 있는 게이머층이 게이밍 PC 없이 PS4로만 게임을 즐기는 그룹입니다만, 국내 PS4 보급량이 적지 않음에도 PC 보급량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소수의 유저만이 게이밍 PC 없이 PS4로 게임을 즐기죠.

결국, 검은사막 PS4 버전은 국내 시장이 아닌, 해외 시장을 겨냥한 상품일 수밖에 없습니다. 일본이나 서구권 게임 시장의 경우 콘솔 보급 비율이 국내보다 더 높고, 게임라이프를 전적으로 콘솔에 의존하는 경우가 적지 않죠. 한국 시장에서의 서비스는 사실상 '서비스를 하긴 한다'라는 상징적 제스처입니다.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해보면 국내 단일 서버가 아닌 글로벌 서버를 사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고, 일본어 공지와 채팅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 한국어보다 자주 보이던 일본어 공지

다만, 다른 시점에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지난 8월 9일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펄어비스는 네 종의 신작 타이틀을 통해 차기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그 중 가장 큰 프로젝트로 여겨지는 '프로젝트 CD'의 경우 멀티플랫폼 MMORPG가 될 것이라는 내용도 함께 발표했죠. 현재 검은사막이 걷고 있는 길이 멀티플랫폼 MMORPG입니다.

결과적으로, 검은사막 PS4는 두 가지 의미를 지닙니다. 하나는 글로벌 콘솔 시장에서의 주도권 확보입니다. 이미 성공적인 행보를 보이는 검은사막의 콘솔 시장 진출의 두 번째 수순이죠. 이미 출시 첫 날 서버 확충을 단행할 정도이니 국내 시장은 둘째치고라도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장기적인 결과는 두고 보아야 알 일이지만 말이죠.

두 번째 의미는 차세대 신작의 개발에 앞서 치르는 전초전입니다. 상기한 '프로젝트 CD'의 경우 아예 엔진부터 바뀝니다. 검은사막과 같은 플랫폼에서 서비스되는 같은 장르의 게임이지만, 게임의 내용 자체는 완전히 다른 또다른 펄어비스의 간판이 될 작품이겠죠. 그리고 펄어비스는 이 신작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검은사막'의 서비스를 통해 얻은 모든 노하우를 쏟아붓게 될 겁니다. 아시다시피, 콘솔 시장에서 MMORPG는 꽤 드문 편이며, 의미있는 성공을 거둔 타이틀은 더욱 적습니다. '프로젝트 CD'가 성공적으로 출시된다면, 펄어비스는 두 개의 성공작을 내놓은 멀티플랫폼 MMORPG의 명가가 될 수 있습니다.

여러번 말했지만, 국내 게이머들에게 PS4 버전의 검은사막은 게임으로서 큰 의미를 가지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보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검은사막'이 아닌 '펄어비스'를 주체로 놓고 바라볼 때 이번 출시는 의미있는 한 걸음이라 볼 수 있겠죠. 리뷰를 진행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부분이 이런 개발사의 움직임이었습니다. 게임은 새로울 게 없었습니다. 적당히 할 만 했고, 적당히 새로웠으며, 적당히 아쉬웠죠. 그러나 펄어비스가 지향하는 미래를 엿볼 수 있었으며, 그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길을 다지는 수순을 훌륭하게 해냈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가치있는 리뷰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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