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
2019-09-0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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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유저로서 지켜본 에픽세븐 1주년, 그리고 에픽 버스데이

윤서호 기자 (Ruudi@inven.co.kr)

"계승자님 안녕하세요. 에픽세븐 1주년을 기념하는 에픽 버스데이에 초청되셨습니다."

지난 주 월요일(26일)에 걸려온 전화였다. 이미 전화를 받기 전부터 짐작은 하고 있었다. 혹시나 해서 공식 커뮤니티를 체크해봤는데, 내 아이디로 추정되는 아이디가 명단에 있었기 때문이다. 비슷한 아이디가 또 있나 싶어서 검색해봤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그런 상황이었는데 잠시 후에 걸려온 전화가 이를 확실하게 알려준 것이다.

현장에서 들어보니 유저를 선정할 때 주로 사연을 보았다고 했다. 내가 적은 사연은 사실 간단했다. 지난 1년 간, 에픽세븐을 플레이하면서 느꼈던 것들을 적은 것뿐이었다. 아니, 정확히 1년은 채우지 못했다. 중간에 이탈해있던 기간도 꽤 길었으니 한 6개월 정도라고 하는 게 맞았다.



직접 경험한 에픽세븐 1년: 시작은 창대했지만 갈수록 한계를 드러내다


돌이켜보면 에픽세븐은 에픽세븐은 처음엔 놀라웠지만 가면 갈수록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드는 게임이었다. 확실히 "플레이 더 애니메이션"이라는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애니메이션이라고 말해도 무방할 정도로 놀라운 컷씬 연출과 2D 모바일 게임 중에서 탑급인 섬세한 스프라이트와 이펙트, 퀄리티 있는 캐릭터 일러스트는 눈을 사로잡기엔 충분했다. 스토리를 클리어할 때는 처음에는 악전고투하다가 소울번 효과나 신수 등을 활용하고, 조합을 바꿔가면서 차츰차츰 나아가는 맛도 있었다.

그렇지만 리세마라를 안 하는 이상한 철학(?) 때문에 당시 대표적인 5성 약캐인 타이윈과 바알&세잔을 들고 플레이했던 터라, 에픽세븐의 구조적인 문제점들을 지독히도 체감할 수 있었다. 우선 4성은 어느 정도 획득했지만, 결국 알렉사, 카마인 로즈, 키리스, 아이테르 등 3성만 들고서 루나가 나올 때까지 악전고투할 정도로 간간히 먹은 4성도 함정 카드들이 많았다. 5성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어찌저찌해서 쓸만해보이는 캐릭터가 나왔어도, 캐릭터 하나를 새로 키우는 것이 너무도 고된 단순 반복작업에 그쳤었다. 여기에 가뭄에 콩나듯 할 수 있는 월광소환에서 3성이 나올 때면 말 그대로 현자타임이었다. 휴 너두? 휴 나두. 이런 식으로 말이다.

▲ 기껏 마일리지 모아서 월광소환했는데 이렇게 나오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여기에 캐릭터의 스탯과 스킬을 올리기 위한 촉매제도 굉장히 드랍률이 낮았다. 뿐만 아니라 획득량 자체가 아예 제한된 머라고라는 캐릭터의 스킬을 올리기 두렵게 만들었다. 이 캐릭터를 키우는데 사용했다가, 다음에 좋은 캐릭터를 뽑으면 어떡하지? 라는 마음이 앞섰으니까. 조금이라도 여유가 있었다면 그런 걱정은 하지 않고 부담없이 캐릭터를 키워보겠지만, 에픽세븐은 그러지 못해서 캐릭터 게임의 묘미를 살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마저도 3성 캐릭터들 몇몇이 너프를 먹는 모습을 보면서 불안감은 더해갔다.

▲ 취향도 안 맞는데 억지로 키우고 있다가 너프먹으니 갑자기 우울해졌다

▲ 뺑뺑이를 돈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니까 그저 기다릴 수밖에

그렇지만 이 문제에 대해 해결해나가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캐릭터 게임의 묘미인, 캐릭터성을 살릴 수 있는 설정과 스토리, 세계관, 그런 것들이 엉성했다. 메인스토리는 클리셰 그 자체였고, 중간중간에 서브스토리로 채우려고 했는지 몇몇 스토리가 구멍이 나있었다. 그런데 그 서브스토리도 실망스러운 것들이 많았다. 오죽하면 반성문 1억 장이라는 밈까지 생겼을까. 그나마 디에네 서브스토리에서 조금은 바뀌었지만, 퀘스트의 진행 방식은 달라지지 않았다. 타 게임에서 하는 룰렛 이벤트처럼, 유저들이 무언가를 비축하고 넘어갈 수 있는 이벤트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싶지만 그런 것도 없었다. 그래서 점차 지쳐갔고, 한동안 손을 떼고 있었다.

그러다 길티기어 시리즈의 팬이라서 길티기어 콜라보에서 복귀했지만, 평가는 더욱 더 떨어지고 있었다. 길티기어를 쭉 플레이해본 입장에서 보면 콜라보에 추가된 캐릭터 간의 관계나, 성격에 대한 이해도는 있었다. 그리고 그걸 에픽세븐에 맞게 녹여내려고 한 점은 괜찮았다.

그렇지만 콜라보 전에 유저들에게 바람을 넣은 것이나, 콜라보 이벤트의 레벨 디자인 등은 유저들을 실망하게 만들었다. 별로 바뀌지 않은 서브 스토리 방식에, 그마저도 행동력 대비 재화 획득량이 적었다. 뿐만 아니라 중간에 삽입한 토너먼트의 난이도는 콜라보를 보고 복귀하는 유저나, 신규 유저를 배려한 것이 아니었다. 지쳐서 이탈하고 있는 유저들이 있는데, 그들을 돌아오게 할 만한 어떤 것도 없던 셈이다.

▲ 특히나 토너먼트 모드는 최악의 콜라보로 손꼽히게 하는 주요 원인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터졌던 에픽 페스타, 오토마톤, 그리고 치트오매틱 사태는 그간 열심히 하던 유저에게는 쌓여있던 울분이 폭발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문제를 개선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질의응답에서 돌아온 것은 엉뚱한 답뿐이었다. 캐릭터의 성별에 대한 이야기, 굿즈, 유나 엔진에 대한 자랑 등. 거기에 미디어 간담회에서 나온 발언까지 총체적 난국이었다. 거기다가 초보자를 위해서 만들었다는 오토마톤의 후반부 난이도는 정말 지독했고, 중간에 주어지는 보상은 형편없었다. 결정적으로 그렇게 자랑했던 기술력마저도 보안 문제가 불거졌다.

이 내용은 신청서에 적은 것과 완벽히 동일하지는 않다. 길티기어 콜라보 직후 그만뒀다가, 이슈가 발발했을 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직접 느껴보기 위해서 복귀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페스타, 오토마톤, 치트오매틱에서 유저들이 느꼈던 점까지는 생생히 담아내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복귀 직후, 그만뒀을 때 느꼈던 실망감을 다시금 느꼈다. 그 실망감까지 다 적어서 냈고, 그건 기사에 쓸 수 있을 만한 말은 아니었던 걸로 기억한다. 아마 오픈부터 계속 열심히 했던 유저들은 더욱 더 실망감이 컸을 것이다. 그렇기에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새벽 4시 20분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지 않았을까.

▲ 결국 대관시간이 지나서 스마일게이트 캠퍼스에서 쭉 간담회가 이어졌다


길었던 간담회 그 이후,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게 내딛어간 에픽세븐


간담회 이후 19일에 스마일게이트 메가포트의 장인아 대표가 사과문을 올리고, 소환 시스템 개선을 약속했다. 그리고 31일에 소환 시스템 개선안과 밸런스 패치안, 신비 소환 및 월광 소환 개선에 따른 보상안이 우선적으로 발표됐다.

이후 8월 8일에 성약 소환에서도 월광 영웅들을 뽑을 수 있게 되고, 그간 말이 많았던 월광 영웅 4명에 대한 너프 패치가 진행됐다. 신비 소환에도 천장이 생겼다. 그러나 간담회에서 7월 말까지 진행하기로 하거나, 혹은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말하겠다고 발표한 내용이 나오지 않은 것에 대해 유저들은 항의했다. 일부에서는 간담회 이전의 불통 운영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언급했다.

▲ 8월 8일 이후 월광 영웅이 성약 소환에서도 나오게 되고

▲ 신비 소환에 천장이 생기는 등 개선이 이루어졌다

8일 업데이트에도 큰 변화가 느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문제를 이제야 인식하고, 어떻게든 풀어보려고 하는 모습은 보였다. 행동력 대비 재화 수급량이 적다는 걸 풀기 위해서 종종 버프 이벤트를 진행했으며, 웹이벤트의 보상을 늘렸다.

20일부터 조금씩, 업데이트의 방향에 대한 로드맵과 에픽 1주년 행사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우선 22일 업데이트로 잘 안 쓰이게 된 영웅들의 성능을 보완하는 전용 장비와, 이를 획득할 수 있는 시련의 전당이 추가됐다. 그러면서 행동력 대비 보상이 적어서 외면받던 훈련소와 기간제 도전이 사라졌다. 기간제 도전에서 얻을 수 있던 특수 아티팩트와 영웅들은, 시련의 전당 교환소에 기간제 상품으로 추가됐다.

23일에는 9월 5일 진행할 밸런스 패치에 대한 사전 공지가 올라왔다. 8월 8일에 월광 영웅 네 명을 우선 패치한 뒤, 나머지 대상 영웅들의 패치 방향에 대해서 언급한 것이다. 릴리벳, 바사르, 유피네, 유나 등 그간 유저들이 개선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던 영웅들의 상향안이 올라왔으며, 그 외에도 일부 마도사의 별자리 속도 스탯 조정, 아티팩트 밸런스 조정 등이 예고됐다. 패치에 대한 공식 커뮤니티의 반응은 우호적이었고, 조금은 숨통이 트이는 분위기였다.



▲ 9월 5일 진행될 대규모 밸런스 패치안이 공개되면서

▲ 공식 커뮤니티 반응도 조금은 우호적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행사를 3일 앞둔 28일에는 16일부터 받은 유저들의 질문과 건의사항을 모아서 정리한 토크콘서트 사전 질문이 공개됐다. 행동력과 재화수급 문제, 보상체계 및 소환시스템 추가 개편, 업데이트 개편 등 그간 유저들이 줄곧 건의했던 내용들이었다. 지난 간담회에서 급하게 언급되기도 한 것들이었고, 그 유예 기간은 대부분 1주년 행사까지였었다. 어떻게 보면 1주년 행사, 에픽 버스데이가 에픽세븐에 남은 정말 마지막 기회인 셈이었다.

▲ 토크 콘서트 사전 질문으로 선정된 문항들


큰 고비를 넘긴 '에픽 버스데이', 사실은 에픽 페스타 때부터 이랬어야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에픽 버스데이'는, 지금까지 에픽세븐에 남아서 즐기고 있는 유저들을 위한 축제 그 자체였다. 그 관점에서 보면 흠잡을 곳은 없었다. 오프라인 이벤트까지 참석하는 팬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이제야 조금은 감을 잡은 듯한 느낌이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틀 자체는 완전히 새로운 것은 없었다. 얼핏 보자면 게임쇼 부스에서 흔히 하는 스탬프 이벤트 및 미니 게임들이 더 확장된 것이 눈에 띄었다. 뷔페나 코스프레, 메인 무대 이벤트는 유저 간담회하면 흔히 생각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진행됐다.


▲ 진행 방식 자체가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디테일에서 확연히 차이가 느껴졌다. 에픽세븐을 하는 유저라면 "이런 것까지 신경을 썼어?"라고 생각할 정도로, 사소한 것에도 세세하게 신경을 쓴 흔적들이 보였기 때문이다. 준비한 음식들도 나름 다 의미가 있었다.

일례로 뷔페에서 준비한 음식들은 전부 다 에픽세븐 내 지역 특산물 혹은 지역의 느낌이 나는 음식, 혹은 캐릭터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대입해서 내온 것들이었다. 화산지대이자 불의 정령 말리쿠스가 있는 땅인 멜즈렉의 열기로 만든 스테이크라던가, 실크가 직접 사냥해온 오리로 만든 훈제 오리구이라던가, 알키가 인정한 맛집 타르트 3종 세트 등.

이런 디테일에 무슨 의미가 있다고 코웃음을 칠지 모르겠다. "이게 무슨 의미가 있니"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런 사소한 것이 팬 입장에서 현장의 느낌을 바꿀 수 있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진짜로 이 게임과 관련된 이벤트에 왔구나, 나름 신경 썼네, 라고 웃고 즐길 수 있는 그런 밑바탕이 되는 것들이다.


▲ 사소하지만, 이런 디테일 하나하나도 팬 이벤트의 완성도를 결정하는 요소다

굿즈를 얻을 수 있는 스탬프 이벤트와 미니 게임들도 소소하지만, 파티의 느낌을 살릴 수 있는 것들로 배치가 되어있었다. 에픽세븐에 대한 이해도를 시험하는 스피드 퀴즈, 실크의 캐릭터성을 대입한 다트 이벤트 등이 그 예였다. 혹은 도전 토벌왕이나 더 지니어스 게임 등 승부욕이나 도전욕구를 자극하는 게임들도 일부 배치하면서 흥미와 참여를 유발하는 것들도 있었다.

그렇지만 여기에서는 에픽세븐의 세간의 인식처럼, 일부 운 좋은 유저에게만 굿즈를 주는 식이 아니라 모두에게 소정의 굿즈를 주면서 웃고 즐기는 파티의 느낌을 살렸다. 이기지 못해 다소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다 같이 즐기고 축하하는 자리라는 것은 잊지 않은 것이다. 실제로 이벤트에서 승률이 처참하고, 도전 토벌왕도 클리어하지 못했지만 스탬프는 다 모으고 굿즈도 모을 수 있었기 때문에 웃으며 넘어갈 수 있었다.

▲ 최종 결과물.jpg, 지니어스 게임은 결국 계속 져서 선풍기는 못 구했다

▲ 생일 파티라는 컨셉이 흐트러지지 않을 정도로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다

또한 에픽세븐에서 가장 부족했던 요소로 손꼽혔던 '소통'에 대한 것도 인지하고, 이를 고쳐나가고자 하는 느낌이 들었다. 인게임 내 라이브채팅에서 사연을 선정해서 진행하는 타마린느의 실황 라디오라던가, 유저들의 '진짜' 질문을 듣고서 그에 대해 답하는 토크콘서트와 질의응답 시간이 그랬다. 시간관계상 지난 간담회에서 나온 것들 모두를 다루지는 못했다. 하지만 적어도 실제 플레이하는 유저들이 입을 모아서 언급한 것들에 대해서 언제 어떻게 패치할 것인지, 그 로드맵이 구체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 간담회에서 나왔던 안건에 대한 로드맵이 나오고

▲ 그날 저녁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서 유저들에게 공유됐다

로드맵에서 나온 것들 다수가 15일 간담회에서 나왔던 것들을 다시 확인하는 것에 그쳤다는 아쉬움도 있었다. 일부는 시간 문제상 다루지 못하기도 했다. 그런 만큼 행사에 대한 평가는 갈릴 여지가 있다. 그렇지만 적어도 이건 확실히 말할 수 있었다. 에픽 페스타 때부터 이랬어야 한다고 말이다. 이렇게 유저들의 질의응답을 받아서 소통할 수 있고, 디테일에 대해서 어느 정도 신경을 쓸 수 있는데 에픽 페스타는 그러지 못했다. 겉도는 질의응답, 빈약한 보상과 굿즈 등. 에픽세븐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확고히 못박아버린 결정적인 계기였다.

'에픽 버스데이'는 이런 점들을 보완했고, 유저들과 함께 하는 현장 이벤트로서 부족한 점은 없었다. 하지만 그 이미지를 다 떨쳐내기에는, 아직 에픽세븐이 가야 할 길이 멀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보여줘야 할 것들이 많았다.

▲ 에픽 페스타 때 이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지옥에서 한 발짝 내딛은 에픽세븐, 아직 갈 길은 멀고 험하다


신뢰를 잃는 건 한 순간이지만, 다시 얻는 것은 어렵다. 개인과 개인만의 문제, 혹은 금전적인 문제만이 아니다. 유저와 게임사 사이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더군다나 에픽세븐 유저들은, 그간 에픽세븐을 하면서 쌓여있던 것들이 많은 상태다. 이미 한 차례 폭발했었고, 지금은 유예 기간이 주어진 셈이다.

에픽세븐 앞에 쌓여있는 문제는 산더미 그 자체다. 하루 아침에 해결될 것들이 아니다. 아직 하고 있는 유저들은 있지만, 다른 유저들은 이미지 때문에 들어오거나 다시 하기를 꺼리는 눈치다. 뿐만 아니라 에픽세븐은 아직 그간의 문제점을 다 고친 것이 아니다. 간담회 이후로 조금씩 바뀌고 있지만, 이걸 강조해봐야 아직은 의미가 없다. 에픽세븐이라는 한 게임에 대한 불신뿐만 아니라, 국내 게임계 전반에 대한 유저의 불신까지도 엮일 만큼 에픽세븐의 문제가 컸기 때문이다.

▲ 그나마 공식 커뮤니티 반응은 비난 일색에서 조금은 바뀌었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는 남았다

그 한 올 한 올을 조심스럽게 풀어나간다고 해도, 에픽세븐은 전과 같은 위상을 찾기는 어려울지 모른다. 이미 벌어졌던 일은 다시 되돌릴 수 없고, 주홍글씨는 사라지지 않는다. 사실 할 수 있는 말은 딱 하나밖에 없지만, 그마저도 공허하게 느껴질 것이 에픽세븐의 현 상황이다. 계속 문제를 고쳐나가고, 소통해나가라는 것. 말로는 누구나 쉽게 이야기하지만, 그게 만족스러운 결과를 낳을지는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그간 유저들이 지적했던 문제 외에, 또 다른 문제도 나올 수 있다. 에픽 버스데이에서 한 유저가 3성 영웅의 스킬 레벨업에 소모되는 재화가 변경되자 지적했던 것이 그 예다.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다수는 스티그마라는 재화가 쌓여있겠지만, 처음 시작하거나 혹은 복귀하는 유저에게는 심각한 문제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부 현장 유저들은 그 말을 듣고 코웃음을 쳤지만, 복귀했던 유저 입장에서는 공감이 갔다.

현장에서 유저 입장에서 질문하고 싶었던 것들은 사실 몇 개가 있었다. 신규 유저나 복귀 유저들을 위한 플랜은 없는지, 서브 스토리 이벤트를 계속 같은 방식으로 진행할 것인지, 팬아트 공모전 같은 캐릭터 게임에서 필수적인 추가 이벤트의 보상은 늘릴 생각이 없는지, 펫 시스템 이후에 불거질 수 있는 패키지 논란에 대한 대처 방안은 생각하고 있는지 등등. 지금 게임을 하고 있는 유저들이 가장 많이 제시했던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이 되고 나면, 아마도 이와 같은 문제들이 또 다시금 제기될 것이다.

에픽 버스데이를 현 단계에서 에픽세븐의 전환점이라고 하기에는, 아직 보여준 것은 적었다. 행사 자체로 놓고 보면 유저들을 위한 오프라인 이벤트로서 손색은 없었지만, 이미 전에 치러졌던 두 간담회의 임팩트가 너무 컸다. 아직 남아있는 문제들도 산적해있다. 15일 간담회에서 나왔던 대로라면 에픽 버스데이 전에 중간보고가 몇 번 있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고, 15일 간담회에서 언급했던 몇 가지 문제는 결국 중간에 또 다른 문제를 겪고 연기됐다고 밝혔다.

▲ 레이드 미궁 개선은 의견 수렴 후에 개편으로 방향이 전환됐고, 기획안을 먼저 밝히는 자리가 됐다

그렇지만 적어도, 지금 남아있는 유저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 감을 잡아가고 있는 모양새였다. 리듬게임으로 따진다면 지금 계속 미스만 해서 게임오버 직전까지 도달했다가 가까스로 미스의 연계를 끊었다고 할까. 아슬아슬하게 굿인지, 그레이트인지, 퍼펙트인지, 아니면 미스가 계속 된 것이라고 판정할지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개인적으로 에픽 버스데이는 최소 에픽세븐이 앞으로 이렇게는 해야 한다는 기준점이라고 본다. 적어도 행사에 참가한 유저들이 야유하지 않고, 현장에 있는 동안에는 온전히 즐기면서 앞으로를 기대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 작은 발걸음이 계속 콤보로 이어질지, 혹은 어긋나서 주저앉을지는 이제 앞으로의 행보에 따라 달려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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