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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15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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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TGS 패밀리존, 가족들을 위한 또 다른 게임쇼

양영석 기자 (Lavii@inven.co.kr)

TGS가 열리는 마쿠하리 멧세의 본 전시장 옆에 존재하는 이벤트홀. 2017년 TGS에서 이 이벤트 홀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거대한 홀 하나는 푸드코트로 활용되고 있었고, 그마저도 공간 활용이 좋지 않았다. 중앙에는 덩그러니 분리수거용 쓰레기통과 관람객들이 떨어뜨린 전단지만 무성했다. 말 그대로 밥 먹고 쉬어가는 곳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2년만에 방문한 이번 TGS도 그러려니 하고 점심에 잠깐 짬을 내서 식사를 하러 찾은 이벤트홀은 달라져있었다. 일단 비즈니스 데이에 찾아간 이벤트홀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무엇인가 준비만 하는 모습이 보였을 뿐, 그리고 거기에서 '패밀리존'이라는 간판을 발견했다. 아, 여기를 이제 패밀리존으로 쓰는구나, 공간 활용이 좋네~하고 넘어갈 뻔했다.

패밀리존은 가족 단위의 방문객을 위한 곳이다. 이번 TGS 취재에 앞서 정보를 찾아보았을 때도 패밀리존이 작년에 반응이 좋아서 올해도 한다 정도로만 인식했었다. 실제로 다른 게임쇼를 돌아봐도 패밀리존이 큰 성황을 이룬 경우는 보지 못했다. 사실 성황을 이뤄도 별로 좋지 않다. 너무 많은 관람객이 몰리게 되면, 당연히 가족과 함께하는 즐거운 나들이에서 '여유'가 빠져버리니까.

PlayX4의 패밀리존은 스피드 스택스, 큐브가 있었다.

아무튼, 그동안 다른 게임쇼들을 둘러보면서도 패밀리존이 정말 의미 있게 다가왔던 건, 아무래도 '게임스컴'과 'PAX' 정도였던 것 같다. PAX는 게이머들끼리 모여서 노는 행사고, 게임스컴은 쾰른시에서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관 자체를 가족 단위의 방문객이 놀 수 있는 다양한 코너들을 마련했다. 그리고 게임스컴은 정말 가족단위 방문객들이 많은 행사라, 오히려 패밀리존에서는 남녀노소 상관없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놀이거리를 제공하는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보통의 패밀리존은 테이블탑 게임이나, 저연령층이 즐길 수 있는 아주 간단한 게임들과 보드게임이 주를 이루거나 레트로 게임들이 전시되곤 했다. 아니면 머리(?)로 하는 탁구나 뭐, 아무튼 '전자오락'이라고 할 수 있는 게임이 아닌 다른 게임, '오락거리'가 많았다는 뜻이다. 말하자면 가족단위 방문객을 위한 '놀이터'가 마련됐다고 할 수 있겠다.

게임스컴은 정말 많은 '가족'들이 방문하는 게임쇼다.

그런데 이번 TGS의 패밀리존은 다른 게임쇼의 패밀리존과는 사뭇 다르게 느껴졌다. 일단 입장 입구부터 다르고 입장 등록도 다르다. 여긴, 진짜 말 그대로 또 하나의 '가족을 위한 게임쇼'가 열리고 있었다는 게 더 맞을 것 같다. 방문한 가족들은 함께 코나미의 야구 게임을 즐기고, 리그 오브 레전드를 하는 아이들을 지켜보았으며 드래곤 퀘스트로 함께 모험을 떠났다.

스트리트파이터가 전시된 코너에서는 아들이 아버지에게 격투 게임을 가르쳐주며 즐기고 있었고, 록맨을 하는 아버지를 아들이 응원하고 있었다. 한편에서는 어린이들을 위한 프로그래밍 교실이 열렸고, 어린이들이 좋아할 만한 간식들도 판매됐다.

청소년들을 위한 e스포츠 무대에서는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이 대회에 직접 등록하고, 서로의 빠요엔 실력을 뽐냈다. 어린이들의 야구 리그는 선수뿐 아니라 중계도 체험해볼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됐다. 참여한 가족들의 표정은 밝았고, 가족들이 대화를 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다.



패밀리존의 규모가 거대하진 않았다. 실내 경기장 하나 정도의 규모다. 시연된 게임도 많지 않고, 한정적이었다. 무대도 우글우글보다는 오손도손 모일 수 있는 규모라고 말하는 게 적합할 것 같다. 시연의 줄도 길지 않았고, 시연 시간 대기도 15~20분 내외였다. 작고 아담한 게임쇼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규모가 중요한 게 아니다. 작지만, 게임쇼로서 있어야 할 건 다 있었다. 시연, e스포츠, 이벤트와 볼거리, 먹거리, 지친이를 위한 휴식 공간, 그리고 친절한 도우미들. '게이머'들이 마땅히 게임쇼로 즐기고, 이해하고, 경험할 수 있을 기본적인 모든 게 갖춰졌다. 다른 게임쇼에서는 볼 수 없는, TGS만의 패밀리존 문화다.

예전에도 주요 시연작을 시연하거나 놀 수 있는 이벤트는 충분했지만 보호자는 뒤에서 보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이제는 보호자, 가족들도 모든 이벤트에 참여하고 같이 아이들과 즐기는 모습으로 바뀌었고 도우미들도 그걸 적극적으로 권장했다. "아이와 같이 해보세요!", 나는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오늘날은 게임으로 인해 부모와 자녀 간의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당장에 나도 그랬고, 내 주변에 게임을 하는 친구들도 대부분이 겪었던 문제다. 청소년들과 어린이들의 경우가 게임으로 인해 갈등이 많이 발생했다. 그럴 때면 언제나 '게임이 나쁘다'로 대화가 귀결되곤 했다.

게임은 언제나 학무보들의 적이었다. 내 아이가 공부를 하기 위해서는 게임이 사라져야 한다, 그런 게 대부분의 시각이며 관점이다. 언론에서도 너나할것없이 부정적 사건에 게임을 엮곤 했다.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한국에서 이미 극한까지 와 있는 상태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와의 갈등을 제대로 풀기 위해서, 누가 먼저 다가서야 하느냐에 대한 답은 정해져 있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은 청소년과 아이들에게 부모의 삶과 경험을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게 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당연히 부모가 먼저 다가가야 한다.

하지만 청소년을 자녀로 둔 대부분의 부모들은 게임을 모른다. 어떤 게임이 있고, 어떤 경험을 주고, 무엇이 재미있어서 자녀들이 이 게임을 플레이하는지 이해하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학부모에게 게임은 나쁜 '무엇인가'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무섭고 나쁜거다. 무지는 공포를 부른다. 진정한 소통을 위해서는 이해가 필수다. 게임으로 갈등이 발생했다면 게임을 이해하고 대화하는게 더 효과적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게임 리터러시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고 국내에서도 교육이나 강연이 많이 진행되고 있다.


대부분의 게임쇼에서 패밀리존은 그저 놀이들로 꾸려진 경우가 많았다. 기본적인 게임들은 있었지만, 실제로 우리 아이가 할만한 게임들, 혹은 재미있거나 인기 있는 게임들은 별로 없었다. 게이머들에게 익숙한 게임이라기보다는 가족단위 방문객이 해보면 좋은 게임, 놀이들이 마련됐다는 느낌이었다.

TGS의 패밀리존은, 게이머들이 알고 있는 게임쇼의 익숙한 모습을 작고 다른 분위기로 만들어 놓았다고 볼 수 있었다. 현세대 게이머라면 즐기는 문화가 전부 다 있었다. 놀이 공간도 있고, 인기 게임도 있으며 게임으로 하는 '대회'도 있다. 말 그대로, 우리 게이머들이 즐기는 문화가 모두 들어가 있다.

이런 자리라면, 정말로 아이들이 하는 게임을 부모로서도 직접 이해하고 경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다못해 자녀가 롤드컵을 봐도 '아, 그때 TGS가서 했던 거랑 비슷한거구나?'라고 e스포츠에 대한 큰 맥락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게임을 하면서 자녀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 수 있다고 본다.

게임으로 대화가 열리고, 게임을 이해하고 자녀와 소통이 이뤄진다. 실제로 패밀리존에서도 아들이 아버지에게 게임을 가르쳐주거나, 반대로 아버지가 아이들에게 게임을 가르쳐주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해와 소통이 이뤄지고 있는 장면을 눈앞에서 보고 있자니 흐뭇했다.


물론 일본이라는 환경에서 가능한 부분이라고 생각되기도 한다. 한국보다도 10년은 게임 시장의 성장이 빨랐고, 즐긴 세대들도 그만큼 빨랐다. 그만큼 부모 세대에 게임을 즐기고 이해한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인구도 한국보다 많으니 게임에 관심을 갖는 부모도 많은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보다는 이런 '환경'과 정말 게이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행사를 마련한 일본 게임업계와 TGS 측의 노력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게임 리터러시. 모두가 게임을 이해할 수 있는, 폭넓게 참여할 수 있는 행사가 아닌가? 단순히 패밀리존을 가족단위 방문객의 '놀이터'가 아닌 '게이머 가족'의 작은 게임쇼로 접근하려는 발상의 전환. 언젠가는 다른 게임쇼들에서도 이런 모습들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현지시각 9월 12일부터 15일까지 일본 도쿄에서 '도쿄게임쇼2019' 행사가 진행됩니다. 현장에 나가 있는 기자들이 다양한 소식과 정보를 생생한 기사로 전해드립니다. ▶ 인벤 TGS 2019 뉴스센터: https://goo.gl/gkLq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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