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가상 현실)기기. 기자에겐 아직 낯선 이름이다. 2015년 삼성 기어 VR이 나오고, 2016년 오큘러스 리프트, 플레이스테이션 VR이 발매되며 이제는 안방에서도 VR을 즐기는 시대가 되었지만, 아직까지도 VR을 해 본적이 없다.

익숙하지 않아서, 3D 멀미가 있어서라는 변명 아닌 변명이 있었지만, 주변에서 접할 수 있는 '할만한 게임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색다른 방문이었다. 2019년에 찾기 드물다는 VR 경험이 없는 새내기가, 일본 최대의 VR 센터를 방문하게 됐다. 이케부쿠로에 위치한 '마자리아(MAZARIA)'는 VR 어트랙션의 선두주자인 반다이 남코가 지난 6월 개장한 VR 체험존이다. 15일 기준으로 총 19개의 VR 체험존, 게임 체험존이 운영되고 있으며, 건담, 드래곤 퀘스트 등 애니메이션과 게임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게임이 많다.

VR을 체험하기에는 그야말로 최고의 기회였다. 이른 시간에 방문했지만, 체험존에는 제법 사람이 붐비고 있었다. 체험존하나에 약 30분~45분의 웨이팅이 걸렸다. 모든 어트랙션을 탈 순 없으니 신중하게 골라야 했다. 첫 게임은 "건담 VR 다이바 강습 작전"으로 골랐다. 컨트롤 요소가 없어 VR 새내기가 체험해보기 좋았고, 오다이바의 명물 '퍼스트 건담'을 VR로 감상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 애니메이션과 게임 속으로 들어가는 곳, '마자리아'는?

▲ 건담을 보려고 일본 오다이바까지 갔지만 마침 공사중이어서 피눈물을 흘린 기억이 있다


■ 아니, 이거 왜 이렇게 떨어질 것 같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VR 기기를 썼다. 기기는 HTC사의 HTC VIVE™라고 한다. 안경을 써서 그런지 착용감이 불편한 것을 빼면, 3D 멀미나 어지러움 등 큰 불편은 없었다. "뭐야, 별거 없네"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시야에 따라 화면이 움직이는 것을 빼면, 일반적인 3D 게임과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3D 영화를 볼 때와 비슷한 감각이었다.

'충격'은 건담을 타고 공중으로 날아갈 때 왔다. 분명 별반 다를 거 없는 그래픽이었는데도, 건담이 하늘을 날기 시작하자 상당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정말로 고층 빌딩에 올라간 것 같은 느낌, "떨어질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영상 상황에 맞춰 의자가 흔들리거나 진동이 느껴지고, 바람이 나오는 등 디테일한 요소들이 건담의 움직임과 더해져 제법 실감 나는 느낌을 주었다. 한번 감각이 '당황'하자, 이어지는 건담과 자쿠의 전투도 넋을 잃고 볼 수밖에 없었다. 분명 시각적 착시 현상이고, 나는 올라가거나 내려간 적이 없음에도, VR 기기를 쓰고 있는 동안에는 묘한 착시 현상이 계속됐다.

▲ 아...아니!

▲ "오오오오오"... 이 느낌은 정말 써 봐야 안다


■ 오다이바 건담의 모습을 살벌하게 재현!... 근데 보려니 목이 아프다



첫 게임 "건담 VR 다이바 강습 작전"은 정말 간단한 시청형 게임이다. 실제 장소인 '오다이바'의 명물 조형 '퍼스트 건담'이 기습적인 자쿠의 공격에 깨어나 적과 싸운다는 스토리로 건담의 손에 올라타 전투를 '감상'하면 된다.

시연 직후 10초 정도 건담과 오다이바 공원의 풍경을 감상할 시간을 주는데, 이게 정말 멋있다. VR 기기의 한계상 세세한 그래픽은 썩 좋지 않지만, 위풍당당한 퍼스트 건담의 모습이 실제 크기로 재현되어 있고, 부분 부분의 디테일을 직접 고개를 돌려 감상할 수 있어 신선한 느낌이었다

특히, 오다이바 공원의 퍼스트 건담은 현재 유니콘 건담으로 교체되어 더는 볼 수 없다. 우주 세기 건담 시리즈의 팬이라면 이 게임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퍼스트 건담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 건담의 모습을 보여주는 점은 좋은데, 게임의 스토리 상 건담의 손에 앉아 전투를 감상하게 되는데, 이렇다 보니 정작 메인 전투에서는 적대 기체인 자쿠의 모습 밖에는 볼 수가 없다. 건담을 보려면 고개를 뒤로 돌려야 하는데 그렇게 하자니, 전투가 보이지 않는다. 체험존에서 내리고 나니 목이 뻐근했을 정도다.

전투 구성도 총격전을 펼친 뒤 빔샤벨로 주고받는 간단한 액션이라 큰 기대를 하면 실망할 수도 있다. 제자리에서 입력 없이 감상하는 시청형 게임이다 보니 한계가 있다.

▲ 지금은 더 이상 볼 수 없는 오다이바 퍼스트 건담의 모습을 볼 수 있다

▲ 의자의 이 부분이 건담의 엄지 부분이다

▲ 게임 영상도 이정도 위치에서 진행된다


■ 이게 VR 게임이지! 건슈팅 VR 게임 - "대량 파괴 VR 슈팅 갤러그 피버"



VR 새내기의 체험이 끝났으니, 이제 실전을 할 차례였다. 기자의 눈을 끈 게임은 '대량 파괴 VR 슈팅 갤러그 피버'였다. 지금은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은 영화지만, 2015년 개봉한 '픽셀'이라는 영화가 있다. 비록 흥행은 실패했지만, '갤러그'의 적들이 지구를 침공하는 것을 막아내는 장면이 인상적인 영화였다. 재밌게도 '대량 파괴 VR 슈팅 갤러그 피버'의 콘셉트도 영화 픽셀과 동일하다. 하늘에서 등장하는 '갤러그'의 적들을 주어진 총기로 격파하는 간단한 슈팅 게임이다.

VIVE와 연동된 총을 들고 VR기기를 착용하면 간단한 튜토리얼이 시작된다. 뛰어난 실력의 과학자 '매드 박사'가 하이퍼 승강기를 이용해 주인공을 지상 150m 위로 올려주고, 상공에서 공격하는 갤러그들을 무기로 처치하면 된다.

처음에는 단발 무기로 시작하지만, 기관총, 레이저 총, 미사일 런처까지 무기가 점점 강화되며, 몰려오는 적들도 늘어난다. 갤러그의 공격을 받으면 승강기가 점점 부서지기 때문에 빠르게 적을 처치해야 한다. 갤러그를 모두 처치하면 보스전이 시작되며, 보스가 입을 벌릴 때 미사일 공격을 퍼부어 스테이지를 클리어할 수 있다.

간단한 방식의 게임이지만, 긴장감과 속도감이 있는 게임이었다. 상공 150m로 올라가는 연출과 기기 움직임으로 인해 항상 상공에 있는 느낌이 들어 무서웠고, 특히 적들의 레이저 공격을 피하고자 몸을 숙이다 보면 몸이 휘청휘청하는 느낌이 든다.

이런 식으로 긴장감을 느낀 상태에서 몰려오는 적들을 처리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게임에 몰입이 가능했다. 시원시원한 이펙트와 대량의 갤러그들, 빠른 속도감이 게임의 재미를 더해주었다. 특히, 페이즈별로 사용하는 무기가 변해 게임의 신선함이 계속 유지되었다.

▲ 총을 메고 VR기기를 착용하면 준비가 끝난다

▲ VR기기와 연동되어 진동 등을 느낄 수 있는 총

▲ 공중에서 내려오는 '갤러그'의 공격을 막는 건슈팅 게임이다

▲ 영화 '픽셀'을 기억한다면 이 게임을 반드시 해보자(출처 : 영화 픽셀)



■ 직접 체험해보니...VR 게임, "생각보다 괜찮네"


직접 하루 동안 부스를 돌며 다양한 VR 게임을 체험해보니 생각보다 VR 게임들이 할 만했다. VR 기기를 3D 안경정도로 생각하던 기자의 생각과 달리, 단순한 미니게임 정도에 불과한 게임이라도, VR기기로 감각이 확장된 상태로 체험하면 보다 다양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특히, 전문 체험존에서 다양한 액세서리, 연동 기기, 어트랙션 등과 함께 게임을 진행하여 더 풍성한 체험을 느낄 수 있었다. 불편한 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착용하기 불편한 장비와 영상 시청 등의 문제로 10분 이상이 걸리는 체험 시간, 그로 인한 대기줄과 지나치게 간소화된 게임성 등등...

하지만, 게임의 재미에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몰입감'을 VR 기기를 통해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단 게임의 흐름에 몰입하게 된다면 간단한 종류의 게임이라도 괜찮은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그것이 VR 게임들의 가장 큰 의의가 아닐까 싶다.

▲ VR게임이라면 힘든 운동이라도 몰입할 수 있을 것 같다

▲ 다양한 액세서리가 있다보니 체험 한 번이 불편하긴 하다



현지시각 9월 12일부터 15일까지 일본 도쿄에서 '도쿄게임쇼2019' 행사가 진행됩니다. 현장에 나가 있는 기자들이 다양한 소식과 정보를 생생한 기사로 전해드립니다. ▶ 인벤 TGS 2019 뉴스센터: https://goo.gl/gkLq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