챌린저스 코리아를 갓 벗어난 새내기 팀. 게다가 대부분 1부 리그 경력이 없는 선수들로 꾸려진 로스터. 이런 담원게이밍에 롤드컵 우승의 기쁨이 채 가시지도 않았을 김정수 감독이 합류한다고 했을 때, 그것도 감독직이 아닌 코치직으로, 놀라지 않는 사람이 있었을까.

기대 반, 걱정 반의 시선이었다. 3년째 가는 팀마다 롤드컵에 진출시킨, 그리고 마지막 IG에서는 우승컵까지 들어 올린 김정수 감독의 지도력이 담원게이밍을 강팀 반열에 올릴 수 있을지. 아니면, 여태껏 쌓아온 커리어에 1년의 공백이 생길지.

하지만, 김정수 코치와 담원게이밍은 그런 걱정을 불식시킨 것은 물론이고, 모든 기대를 뛰어넘는 성과를 만들어냈다. 스프링에 그 치열하다는 LCK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더니, 섬머에는 한 단계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고, 기어코 롤드컵으로 가는 티켓을 따냈다.

1년 전, LCK 입성에 열렬히 환호하던 담원게이밍은 이제 전 세계 최강의 팀들과 겨루기 위해 떠난다. 김정수 코치 역시 자신의 네 번째 롤드컵 무대를 밟는다. 매번 그래 왔듯 올해도 다른 이름표를 찼다. 2016 삼성 갤럭시, 2017 롱주 게이밍, 2018 IG, 그리고 2019 담원게이밍.

롤드컵에 앞서 김정수 코치를 만나 궁금했던 모든 것을 털어내는 시간을 가졌다. 그는 왜 매년 소속을 바꾸고, 어떻게 매번 롤드컵에 입성하며, 어떤 마인드를 가지고 선수들을 이끌어 가고 있을까.



Q. 곧 롤드컵을 위해 출국이다. 어떻게 단련 중인가.

추석 연휴로 일주일 정도 쉬었고, 다음 일주일은 인터뷰랑 촬영 같은 게 있어서 스크림은 실질적으로 3~4일 정도 한 것 같다. 출국까지 긴 시간이 남아있는 건 아니라 특별히 많이 준비할 건 없었다.


Q. 올해부터 LCK 3시드는 플레이-인 스테이지부터 시작하게 됐는데, 아쉽기도 할 것 같다.

플레이-인 스테이지를 안 겪어봐서 장점이 될지 단점이 될지는 잘 모르겠다. 둘 다 있을 거라고 본다. 경기 수가 많다는 건 그만큼 경험을 많이 할 수 있는 거라 긍정적으로 보고 준비 중이다. 단점이라고 하면 스크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고, 해외에 오래 있으면서 선수들이 지칠 수 있다는 정도?

사실 개인적으로는 바로 본선 그룹 스테이지부터 하는 게 좋다. 선수들은 음, 아무 생각이 없다(웃음). 아무래도 그룹 스테이지든 플레이-인 스테이지든 경험이 없기도 하고, 롤드컵에 참가한다는 자체만으로 좋은 것 같다.


Q. 플레이-인 스테이지는 자신 있나.

일단, 플레이-인 스테이지는 당연히 뚫을 거라고 생각한다. 고비는 8강부터가 될 것 같다. 8강에서 LCK 팀을 만나면 힘들고, 안 만나면 4강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본다. 목표는 4강이다. 결승까지 가면 더 좋은 거고(웃음). 이번 롤드컵은 정말 재미있을 것 같다. '애기'같은 이 선수들을 데리고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 기대된다. 열심히 준비한 만큼 최선을 다해 후회 없는 경기 하고 싶다.


Q. 올해로 4년 연속 롤드컵에 가게 됐다. 매번 어떤 마음가짐인지 궁금한데.

근데, 롤드컵은 선발전으로 갈 때가 진짜 힘들다. 이번이 3년 만에 치른 선발전이었는데, 정말 힘들었다. 매번 올해는 롤드컵 못 갈 수도 있겠다 싶어도 어떻게든 가더라. 갈 때마다 말도 안 되게 좋다. 정말 말로 표현하기 힘든 기쁨이다.


Q. 그러고보니 코치님에게는 두 번째 롤드컵 선발전이었다.

우리 선수들이 킹존 드래곤X를 상대로 라인전 우위는 점하는데 긴장을 너무 많이 한다. 그래서 경기 중간에 멘탈 나가면 허무하게 지겠다는 우려가 있었다. 삼성 시절에는 나름 베테랑들이 있어서 걱정이 확실히 덜했다.



Q. 아무래도 두 번의 다전제에서 모두 셧다운을 당해 걱정스러운 시선이 있긴 했다.

나도 똑같은 생각이었다. 우리가 준비한 걸 다 못 보여주고 질 수도 있겠다. 멘탈을 케어해주기 위해서 이런저런 방법을 써봤다. 달래주기도 해봤고, '괜찮다. 잘할 수 있다' 격려도 해봤다. 그래도 안 되더라. 그래서 선발전 때는 마지막이기도 하니까 단호하고, 강하게 피드백을 했다. 이 경기 지면 롤드컵 떨어지고, 3개월 동안 무의미한 스크림만 하게 될 텐데 그러고 싶으냐고 말하기도 했다.

루시안에게 바론을 빼앗겼을 때도 비슷했다. 이건 말도 안 되는 실수다. 단순히 집중을 못 해서 그런 거다. 15, 20분대에 집중력 떨어지면 그걸로 끝이다. 그런 거 한 번 한 번이 롤드컵에 가는 선수와 못 가는 선수의 차이다. 이런 식으로 세게 말했던 것 같다.


Q. 결과적으로 잘 통했던 것 같다. 선수들은 어떤 반응이었나?

맞다. 오히려 달래줄 때보다 효과가 있었다. 선수들도 오히려 그렇게 멘탈을 잡아주는 게 더 좋았다고 하더라. 장난식으로 '저 한 대만 때려주세요' 라고 하기도 했다(웃음).


Q. 담원게이밍 입단 당시 게임단의 적극적인 구애가 있었다고 들었는데.

FA가 되고 국내, 해외 팀 가릴 것 없이 여러 곳에서 제의가 왔었다. 몇몇 팀을 만나 봤는데, 담원게이밍의 이유영 대표님이 정말 적극적이셨다. 감독님도 원래부터 알던 형이었고. 그때는 누구와 같이하는지도 되게 중요했던 것 같다.

담원게이밍은 유일하게 코치로 제의가 왔고, 연봉도 가장 적었다. 근데, 그건 그렇게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작년에 IG에서 많은 성공을 거뒀으니, 올해는 신생팀에서 한 번 성적을 내보자는 마음도 있었다. 담원게이밍의 선수들도 충분히 포텐이 있다고 생각했다.


Q. 롤드컵을 갈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하고 왔나.

전혀 아니었다. 물론 가고는 싶었는데, 처음 담원게이밍에 들어왔을 때는 솔직히 롤드컵까지 갈 수 있는 실력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솔로 랭크 잘하고, 스크림 잘하는 팀들은 매년 엄청나게 많았다. 근데, 그런 팀 중에 승강전을 벗어나지 못하는 팀도 많았다. 근데, 선수들이 정말 많이 성장했다. 섬머 스플릿에서 7연승을 하는 순간에 처음으로 롤드컵에 대한 기대가 생겼다.



Q. 담원게이밍에 들어와서 선수들에게 제일 처음 요구했던 게 있다면?

나는 기본기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지역 리그를 우승하고, 롤드컵을 우승하는데 무언가 엄청난 게 필요한 건 아니다. 정말 기본기가 차곡차곡 쌓여서 그런 결과를 만들어내는 거다. 일단은 선수들의 챔피언 폭을 넓혔다. 솔로 랭크에서 하고 싶은 챔피언이 아니라 그때그때 해야 할 챔피언을 쥐어줬다. 점수에 연연하지 않게 했다. 챔피언 풀이 넓어야 선수도 자신감이 생기고, 밴픽도 유연해진다.

팀원들끼리 소통하는 법도 익혔다. LoL은 다섯 명이서 하는 게임이기 때문에 좋지 않은 판단이라도 다섯 명이 함께 한다면 최악은 면한다. 그런 호흡을 강조했다. 그리고, 기초적인 운영의 메뉴얼. 1차 타워를 밀면 어떻게 할지, 이런 조합에서는 어떻게 할지를 하나하나 정하는 거다. 스프링 스플릿은 그런 메뉴얼을 완전히 익혀내는 기간이었다.


Q. 코치님의 시선에서 가장 많이 성장한 선수는 누구인가.

다들 정말 잘 성장해줬는데, 성장 폭으로 보면 '캐니언' 김건부와 '베릴' 조건희 선수다. '캐니언'에게 가장 많은 피드백을 했던 것 같다. 정글을 도는 동선과 타이밍 같은 기초적인 것부터 해서 심화적인 부분까지 세세하게 이야기했다. 거기에 더해 과감한 플레이를 가장 많이 요구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다 지는 건 정말 싫었다. 타워 다이브를 하다 실수가 나오면 피드백을 하고, 다음 경기에 조합을 맞춰서 다시 시도해보면 되는데 아무것도 안 하면 고칠 것도 없다. 실수에 대한 부담감도 있고 하다보니 힘들어했는데, 나중엔 잘 따라와 주더라.

'베릴'과는 오더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베릴'은 게임을 보는 눈이 굉장히 좋고, 똑똑하다는 장점이 있는 선수다. 한데, 소통이 안 됐다. 앞서도 이야기했는데, 경기를 할 때는 다섯 명이 하나의 오더를 가지고 움직이는 게 중요하다. 예를 들어 지금 바론을 먹는 게 맞다 해도, 팀원들이 미드를 밀자고 하면 그렇게 해야 한다. 그런 고집스러운 부분을 제외하면 정말 모든 면에서 뛰어난 선수였기 때문에, 단점을 고쳐가면서 자연스레 주전으로 나서게 됐던 것 같다.


Q. 팀 전반적으로 가장 달라진 점은 어떤 점인 것 같나.

운영이다. 이전에는 말도 안 되는 운영을 했다면, 이제는 곧잘 한다. 여기서 말하는 운영은 안 싸우는 운영이 아니다. 싸우면서 이기는 운영이다. 요즘 그런 걸 선수들이 되게 잘해낸다. 이렇게 내가 팀에 들어오면서 요구했던 플레이가 되는 걸 보면 되게 뿌듯하다. 거기에 성적까지 추가로 얻게 돼 정말 좋았다.



Q. 지금 담원게이밍도 마찬가지인데, 유독 코치님이 가는 팀마다 상체 파워가 막강하다.

매년 똑같은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다. 상체가 센 팀을 가게 된 것도 있고, 내가 그런 전술을 좋아하기도 한다. 밴픽과 운영에서부터 상체에 투자해 상체가 캐리하는 게임을 선호한다. 왜냐하면, 그런 게임이 가장 편하다. 빠르고 확실하게 이길 수 있다. 피지컬이 좋은 선수들을 많이 만나서 시너지가 더 잘 나지 않았나 싶다.


Q. 사실 e스포츠의 감독·코치로서는 매해 팀을 옮기는 게 굉장히 특이한 케이스다. 이전 팀에서 충분히 좋은 성적을 거두기도 했고. 팀을 옮기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이유는 매번 달랐다. 연봉이 맞춰지지 않아서 나온 적도 있었고, 그쪽 사람들과 나의 가치관이 맞지 않아서 나오기도 했다. 어느 순간부터는 팀을 옮겨 다니면서 성적을 내는 게 재미있게 느껴지기도 하더라.


Q. 2017년에 디그니타스에 잠깐 몸 담았던 적도 있다. 북미와는 맞지 않았던 건가?

그때 내가 미국에서 정확히 38일 만에 돌아왔다. 북미에서는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무대에 올라가서 밴은 물론이고 챔피언 픽, 밴픽 순서 아무것도 못 했다. 그리고, 경영 쪽 사람들의 간섭도 심했다. 이런저런 하지 말라는 게 많았다.

선수들도 피드백에 수용적이지 않은 편이었다. 예를 들어, 망한 라인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면 '난 망하지 않았는데'라는 식의 대답이 돌아왔다. 코치진을 약간 매니저 느낌으로 생각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4~5경기 정도 하고, 집에 가라고 해서 왔다(웃음). 오히려 잘 됐다는 생각을 했다. 할 수 있는 게 없었으니까.


Q. 롤드컵 우승이라는 최고의 커리어를 만들어냈던 IG는 어땠나.

IG 같은 경우에는 코치진과 선수 사이가 수평적이었다. 선수가 나에게 지적도 하고, 칭찬도 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예를 들면 '더샤이' 강승록 선수가 장난식이긴 해도 '코치님이 하라는 대로 하니까 이기네요. 코치님 좀 괜찮네요' 이런 말도 했다. 한국은 아무래도 선수들이 감독이나 코치에게 그렇게까지 편하게 하지는 못한다.

담원게이밍도 그런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물론 혼을 내야 하는 상황에서는 강하게 하기도 하지만, 서로 농담도 주고받을 수 있을 만큼 편한 사이다. 선수들한테 밴픽이 이상하거나, 잘못된 점이 있다고 생각하면 언제든지 이야기하라고 항상 말한다. 나도 원래 이런 스타일이 아니었는데, IG에 다녀오면서 바뀌었다.



Q. 2018년을 함께 했던 IG도 힘들었지만, 어쨌든 LPL 3시드로 롤드컵에 왔다.

IG가 지금 힘든 상황은 맞는 것 같다. IG 선수들과 여전히 친한데, 경기력이 나빠진 것도 맞고 힘들어 보이더라. 그래도 다들 워낙 경력 많은 베테랑이기도 하고, 롤드컵에서 힘냈으면 좋겠다. '루키'가 매번 담원게이밍과 IG는 하나라고 메시지를 보낸다(웃음). 시즌 내내 이상하게 우리가 지면 IG도 지고, 우리가 이기면 IG도 이기는 경우가 많더라. 롤드컵 선발전을 앞두고도 '루키'가 담원게이밍이 이기면 우리도 이길 것 같다고 화이팅하라고 했는데, 실제로 우리가 이기고 나서 IG도 선발전을 뚫고 롤드컵에 갔다.


Q. 여러 팀에서 정말 많은 선수들을 겪었는데, 지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선수를 꼽자면 누구인가.

'너구리' 장하권 선수다. '너구리'는 고집이 굉장히 센 편이다 보니 소통하기가 힘들었다. 틀린 게 있어도 자기가 맞다고 생각하면 듣지를 않았다. 지금은 많이 고쳐졌고, 수긍도 곧잘 한다. 근데, 경험상 탑 선수들이 대체로 컨트롤하기 힘들더라(웃음). 주관이 굉장히 뚜렷한데, 라인에 대한 집착도 심하다. '큐베' 이성진 선수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그런 성향이었던 것 같다.

타워 골드를 예로 들 수 있다. 운영상 14분 내내 타워 골드를 가져갈 수는 없다. 근데, 탑라이너는 그렇게 해야 직성이 풀린다. 또, 경기를 승리하고도 라인전을 지면 우울해 한다. 보면서 신기하기도 했다. 예전에는 나도 안 믿었는데, 이제는 안 그런 사람도 탑을 하다 보면 오히려 그렇게 바뀌는 것 같다. 아무래도 혼자서 해내야 하는 라인라는 생각이 강해서 그러지 싶다.


Q. 그렇다면 이 선수는 내가 봐도 본받을 만 하다 싶은 선수가 있었나.

딱 두 명 있다. '프레이' 김종인 선수와 '루키' 송의진 선수다. 선수한테도 배울 점이 있구나 싶었던 건 '프레이'고, '루키'는 정말 대단하다 싶었다.

선수들이 사실 자기 잘못을 쉽게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다. 다들 한 게임 하는 선수들이기 때문에 자존심이 있다. 근데 '프레이'는 피드백 과정에서 '내가 이런 부분에서 실수하고, 잘못한 것 맞다. 미안하다' 먼저 인정을 하고, 그다음에 전체적인 상황을 보려고 한다. 그게 정말 쉽지 않다. 연습도 가장 늦게까지 하고, 어린 선수들을 이끌어가면서 팀 분위기도 좋게 만들려 많이 노력했다. '프레이'는 코치의 역할도 함께 하는 선수였다. 한마디로 리더다.

'루키'도 비슷한 스타일이다. 리더형 선수다. 또, '루키'는 중국에서 살아남기 위한 노력을 스스로 정말 열심히 했다. 중국어를 완벽하게 하려고 열심히 공부하고, 중국 음식도 먹으려고 노력했다. 중국 리그에서 최적의 경기력을 내기 위해 환경에 적응하려고 한 거다. 실력적으로도 물론 완벽했다.

'프레이'도, '루키'도 경기가 끝나고 휴가를 주면 돌아와 혼자 경기 복기를 하거나, 솔로 랭크를 돌리는 선수였다. 그런 선수를 누가 싫어할 수 있겠나. 작년 롤드컵을 예로 들어보면, 중국 선수들이 보통 새벽 1~2시면 퇴근했다. 근데 '루키'는 매번 5시가 지나서 퇴근하더라. 끝없이 노력하는 선수다. '루키'에게 '너는 은퇴하기 하루 전날까지 잘할 거다'고 했을 정도다.



Q. 여러 인터뷰에서 '쇼메이커' 허수 선수를 자주 언급하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쇼메이커'에게는 항상 고맙다. '쇼메이커'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해서 다른 선수들에게 미안한 감도 있긴 하다(웃음). 누가 보면 내가 '쇼메이커'를 편애한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칭찬을 많이 해왔다. 근데, '쇼메이커'는 정말 모든 게 완벽한 선수다. 성격도 좋고, 마인드도 좋고, 실력도 좋고, 피드백도 좋다. 아마 담원게이밍에 와서 한 번도 혼내본 적 없는, 혼낼 필요가 없는 선수다.


Q. '쇼메이커' 선수가 무대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던 시절에는 아쉬움도 컸겠다.

대회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다.


Q. 신인 선수들을 보면 데뷔전부터 곧잘 하는 선수가 있는 반면, '쇼메이커' 선수처럼 적응 기간이 필요한 선수도 있다. 어떤 차이인가?

선수의 능력 차이긴 한데, 성격도 분명 영향을 끼친다. 대범함? 극단적으로 말하면 이기적인 면이 있는 선수들이 보통 처음부터 두각을 드러낸다. 긴장감 없이 자기 것만 보고, 내 플레이만 하니까 실력이 그대로 드러난다. 반면에 순둥순둥하고, 배려심 있는 친구들은 새가슴인 경우가 많다. 그런 선수는 확실히 떨기도 많이 떨다 보니 적응하는데 시간이 다소 필요한 거다.


Q. 냉정하게 말하면 담원게이밍의 약점은 봇, 특히 원거리딜러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롤드컵에 앞서 보완점을 찾았는지.

정말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코치진이 해줄 수 있는 건 없다. 라인전 챔피언 상성, 봇 듀오의 호흡, 운영 같은 부분은 우리가 해줄 수 있는데, 선수 개인의 기량은 선수가 극복해야만 하는 문제다. 하지만, '뉴클리어' 신정현 선수에게 그런 문제로 한 번도 뭐라고 한 적이 없다. 우리는 '뉴클리어'가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 알고, 팀 내에서 형의 역할을 얼마나 잘 해내고 있는지도 알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원거리딜러가 20대 초반에서 중반으로 넘어가면 나이가 많아지는 거라고들 하는데, 나는 아직 아니라고 생각한다. 분명 더 늦게 꽃피는 선수도 있다. 정현이가 이번 롤드컵을 기점으로 만개할 수도 있는 거다. 그만큼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스스로가 제일 힘들 텐데 잘 극복했으면 좋겠다. 항상 응원하고, 고맙게 생각한다.



Q. 이번 롤드컵의 판도는 어떻게 보나. LCK가 빼앗긴 왕좌를 되찾아올 수 있을까.

진짜로 이번에 LCK가 우승할 것 같다. 옛날처럼 압도적이지는 않아도 지금은 LCK가 가장 앞서 있는 것 같다. 올해 직접 LCK에서 뛰면서, 리프트 라이벌즈를 겪으면서 드는 생각은 그렇다. G2 e스포츠가 매우 강하다고는 하는데, 겪어보지 않아서 체감은 안 된다. 아직 롤드컵 커리어가 있는 팀도 아니기 때문에 무서워할 건 없다고 본다. LCK가 충분히 우승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 중에서도 SKT T1이 우승권 가까이에 있지 않나 싶다.


Q. SKT T1 이야기가 나와서 그런데, SKT T1은 휘청거리나 싶다가도 어느새 보면 다시 정상에 서 있는 팀이다. 지도자로서 SKT T1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개인적으로 김정균 감독은 정말 인정하고 있는데, 그건 그냥 능력인 것 같다. 그간 SKT T1을 다양한 무대에서 정말 많이 만나봤다. 결승에 가면 항상 SKT T1이 있었던 것 같다. 그만큼 진짜 잘하는 팀이고, 그만한 내공을 가진 선수들이 모여있다. LoL e스포츠씬에 최고의 감독님 같다. '페이커' 선수도 마찬가지다. 실력에 경험치가 더해지니 너무 강한 팀이 됐다.


Q. 쉬지 않고 몇 년간 달려오면서 정말 힘들었던 순간도 있었을 것 같다.

진짜 매년 힘들다. 너무 힘들어서 다 때려치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많다. 티를 안 낼 뿐이지, 경기 질 때도 정말 힘들다. 근데, 막상 시즌이 끝나고 쉬는 타이밍이 오면, 3주만 지나도 몸이 근질근질하다. 그래서 또 팀을 찾고 있더라(웃음).


Q. 마지막으로 롤드컵을 앞두고 팬들과 선수들에게 응원과 격려의 메시지를 전해달라.

국내 팬분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고 있다. 팬들의 기대에 매번 부응하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지만, 우리가 해내야 하는 일이라는 것도 안다. 열심히 할테니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팬들이 우리를 응원할 수 있도록 화끈한 플레이 보여주겠다.

선수들에게는 여기까지 와줘서 고맙다고 전하고 싶다. 담원게이밍에 처음 왔을 때 농담으로 설렁설렁하는 코치랑 해서 성적 안 나오고 싶냐, 정말 힘들게 시키는 코치랑 해서 좋은 성적 받고 싶냐고 물은 적이 있다. 그때 다들 아무리 힘들어도 롤드컵만 가면 상관없다고 하더라. 그 말이 현실이 됐다.

이제 더이상 성적에 압박받지 말고, 제 기량을 다 보여주고 오길 바란다. 그래서 더 유명해지고, 나중에 연봉 협상도 잘 돼서 돈도 많이 벌었으면 좋겠다(웃음). 진심이다. 마지막으로 다같이 유럽에서 한 달간 정말 재미있게 대회 치르고 오자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