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LoL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플레이-인 스테이지가 마무리됐다. 모두의 예상대로 한국의 3시드로 출전한 담원게이밍은 큰 위기없이 그룹 스테이지에 안착, 더 강한 팀들과의 대결을 앞두고 있다.

탈 플레이-인급 경기력이라는 평가는 틀리지 않았다. 담원게이밍은 1라운드에서 유일하게 전승을 달성했고, 그 과정에서 다소 불리하게 시작한 경기를 손바닥 뒤집듯 역전해내곤 했다. 또, 승률은 물론이고 경기 시간, KDA, 타워, 드래곤 등 대부분의 지표에서 1등을 차지했다.


믿음직한 보증수표 '쇼메이커'-'캐니언'
일말의 흔들림 없었던 미드-정글

'쇼메이커' 허수와 '캐니언' 김건부는 플레이-인 참가 팀 중 가장 파괴적인 미드-정글 듀오였다. 유리할 때나 불리할 때나 늘 상대적 우위를 점하며 스노우볼의 주축이 되거나 팀원들이 성장할 시간을 벌어주는 보험 역할을 해냈다.

특히, '쇼메이커'는 조별 예선에서 4경기 모두 '플레이어 오브 더 게임'에 선정될 정도로 만개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이제는 시그니처 챔피언으로 거듭난 아칼리는 말그대로 '명불허전'이었다. 전투마다 완벽에 가까운 스킬 활용으로 폭발적인 딜을 꽂아 넣는 플레이는 전 세계 팬들을 홀렸다.

▲ 군더더기 없는 '쇼메이커'의 아칼리 (출처 : LCK 유튜브)

아칼리 외에 이번 플레이-인 스테이지에서 선보인 레넥톤, 르블랑, 키아나 플레이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다. 레넥톤으로 라이즈-카이사라는 쟁쟁한 딜러 챔피언을 제치고 딜량 1위를 달성한 것도 이례적었다. 매순간 활약한 '쇼메이커'는 KDA 9.2를 기록하며, 미드라이너 중 압도적인 1등을 차지했다.

'쇼메이커'가 이렇게 폭발력 있는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었던 데에는 '캐니언'의 공이 컸다. '캐니언'은 캐리맨 '쇼메이커'가 마음껏 날개를 펼칠 수 있도록 전장을 그려나갔다. 정글 주도권를 가져오는 것부터 시작해 함께 움직이며 킬과 어시스트를 두둑히 챙겨줬다. 난전마다 발휘되는 피지컬은 미드-정글의 시너지를 더욱 극대화했다.

'캐니언'의 지표를 보면 그의 장점이 확실하게 보인다. '캐니언'은 정글러 중 가장 적게 죽었으며(평균 1.4데스), 이를 바탕으로 가장 높은 KDA(7.8)를 보유했다. 이런 안정감 속에서 팀 내 대미지 비중은 18.5%(정글러 중 3위), 평균 DPM은 337(정글러 중 1위)로 화력면에서도 꽤나 큰 부분을 담당한다. 기복과 불안정함이 약점이었던 과거의 '캐니언'은 이제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여전히 약점은 존재한다
제대로 허 찔린 로우키전 1세트

'너구리' 장하권도 LCK 때와 똑같이 자신만의 경기를 해나갔다. 라인전 상성이 불리해도 피지컬로 이를 뛰어넘었고, 숱한 갱킹과 방해에도 꿋꿋이 성장해 어느새 팀의 메인 딜러 역할을 해냈다. 골드 수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려주는 '도벽' 룬과 '수확의 낫'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불안감을 안고 출발한 봇 듀오는 처음으로 꺼내든 '뉴클리어' 신정현의 가렌, LCK에서도 종종 깜짝 카드로 등장하던 야스오-그라가스 조합 등 '비원딜'이라는 다른 무기로 팀에 힘을 보탰다. 녹아웃 스테이지 마지막 경기에서는 자야-유미로 오랜만에 '원딜 캐리' 게임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녹아웃 스테이지에서 로우키 e스포츠가 담원게이밍의 약점을 제대로 파고들었다. 바로 라인 스왑이었다. 라인 스왑은 골드 수급에 극단적으로 치중한 '너구리'에게 치명적이었다. 설상가상으로 하필 봇에 가렌이 서면서 타워 압박도 안됐다. 엄청나게 불리해진 상황에서 상대의 실수와 자신들의 실력으로 이를 극복하는 장면이 나오긴 했으나, 만약 체급 차이가 덜 했더라면 일방적으로 패했을 경기였다.


때문에 담원게이밍은 로우키 e스포츠와의 1세트를 좋은 밑거름으로 삼아야 한다. 똑같은 전략이 다시 등장하지 않을 거란 보장은 없다. '너구리'가 제아무리 오뚜기처럼 일어나는 패시브를 지녔다고 해도, 롤드컵은 KO펀치를 날릴 수 있는 충분한 실력을 갖춘 각 지역의 맹주들이 모인 대회다.

더불어 난이도가 올라간 그룹 스테이지를 대비해 봇 라인 역시 더 단단한 채비를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상체가 힘을 꽉 준 상황에서 상대의 갱킹을 잘 받아내거나, 라인 주도권을 잃지 않는다면 경기 양상은 훨씬 더 편하게 흘러가게 된다. 안정감, 단단함이야말로 지금 담원게이밍의 봇이 해주어야 하는 플레이다.


준비된 카드 더 있을까
새로운 메타, 떠오르는 챔피언들

롤드컵은 늘 새로운 메타와 함께 한다. 각 지역 리그 종료 시점에서 패치 버전을 몇단계 건너뛰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새롭게 떠오르는 챔피언이 생기고, 롤드컵이 진행되면서 점점 메타의 완성도가 올라가게 된다. 따라서 소위 말하는 '꿀 챔피언'을 찾아내는 게 모든 롤드컵 참가 팀에게 주어진 과제다.

이미 몇 개의 챔피언은 많은 프로 선수들의 입에서 오르내리고 있고, 실제로 플레이-인 스테이지에 등장했다. 대표적으로 신드라와 트리스타나를 들 수 있다. 두 챔피언의 공통점은 라인 스왑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미드와 봇, 트리스타나의 경우 심지어 탑까지도 가능성을 열어둔 챔피언이다.


밴픽에 변수를 두고, 상대를 교란할 수 있는 스왑 가능 챔피언은 전부터 전략적으로 활용되곤 했다. 특히, 담원게이밍은 '너구리'와 '쇼메이커'의 넓은 챔피언 풀을 활용해 레넥톤, 아칼리, 블라디미르 등으로 수싸움을 하는 모습을 종종 보여왔다.

하지만, 이번 플레이-인 스테이지에서 신드라와 트리스타나는 담원게이밍의 관심 밖이었다. 모든 게임에서 신드라를 스스로 밴했고, 트리스타나는 상황에 따라 금지하거나 열려도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게 그룹 스테이지를 위한 아끼기 전략일지, 혹은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건지는 모르는 일이다. 다만,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은 '쇼메이커'가 신드라 장인 출신이라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담원게이밍이 이번 플레이-인 스테이지에서 보여준 카드는 엄밀히 따지면 가렌 뿐이다. '캐니언'이 키아나를 처음 썼다고는 하나, 당연한 선택이었다. 담원게이밍은 선수들의 챔피언 풀이 좁지 않고, 김정수 코치 역시 밴픽에 일가견이 있기 때문에 아직 손에 쥐고 있는 패가 분명 여러장 있을 것이다. 어떤 깜짝 챔피언으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지, 담원게이밍의 본선 무대가 기다려지는 이유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