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12개 팀이 승부를 벌인 2019 LoL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플레이-인 스테이지가 종료됐다. 6일간 펼쳐진 치열한 승부 끝에 담원게이밍과 클러치 게이밍, 홍콩 애티튜드, 스플라이스가 그룹 스테이지로 향했고, 나머지 8개 팀은 아쉬움을 뒤로한 채 본국으로 돌아갔다.

한편, 이번 롤드컵의 모든 경기는 LoL 클라이언트 9.19 버전으로 진행된다. 그로 인한 크고 작은 밸런스 변화와 각 지역별 메타, 선수들의 챔피언 숙련도로 인해 플레이-인 스테이지부터 흥미로운 밴픽 양상이 그려졌다. 이에 플레이-인 스테이지의 전반적인 챔피언 밴픽 흐름과 그룹 스테이지에서 눈여겨봐야 할 챔피언을 정리했다.


여전한 탑
사라진 아트록스, 메타는 그대로

탑 라인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아트록스의 몰락이다. 아트록스의 경우 4대 리그 섬머 스플릿에서 상체 라인을 마음대로 오가며 밴픽률 78.4~92.5%를 기록하는 인기 챔피언이었다. 그러나 9.18 패치에서 라인 유지력과 미니언 정리 능력이 극단적으로 크게 너프됐고, 플레이-인 스테이지에선 탑에 단 4번 등장해 1승 3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아트록스가 사라진 탑 라인에 큰 메타 변화는 없었다. 각 리그에서 활약한 갱플랭크, 레넥톤, 나르, 카밀, 케넨이 그대로 얼굴을 자주 내밀었다. 갱플랭크의 경우 이수러스 게이밍이나 로우키 e스포츠, 맘모스 등 군소 지역 팀들이 특히 선호했는데, 12전 7승 5패로 무난한 성적을 기록했다. 이외 각 선수의 성향에 따라 라이즈, 블라디미르, 클레드, 니코 등이 종종 탑으로 향했다.

미드 깜짝 카드로 연구된 트리스타나의 경우 탑에도 등장했다. '후니' 허승훈이 1승 1패, '3Z'가 1승을 거둔 가운데 오래 전부터 탑 원딜을 선호한 '후니'는 2라운드 경기서 이즈리얼로도 1승을 추가했다. 또한 큰 너프를 당한 카르마를 비롯해 케일, 파이크 등이 탑 라인에 한 번씩 등장했지만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하고 패배했다.

한편, 단 한 선수만 사용한 럼블은 2전 2승을 기록했다. '후니'의 시그니처 픽인 럼블은 1라운드 네 경기서 모두 저격 밴을 당했는데, 2라운드 상대 로얄 유스가 밴을 하지 않자 곧바로 등장해 맹활약했다. '후니'의 럼블은 언제든 나올 수 있는 필승 카드이기 때문에 그룹 스테이지서 클러치 게이밍과 만나는 팀은 밴픽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육식 가득한 정글
너프 직격탄 세주아니-사일러스 멸종

세주아니와 사일러스가 플레이-인 스테이지에서에서 자취를 감췄다. 세주아니의 경우 LCK와 LCS 섬머 스플릿 정규 시즌에선 90% 이상의 밴픽률을 보였고, LEC과 LPL에서도 꽤나 사랑받았던 챔피언이다. 사일러스는 준수한 성능과 함께 라인 스왑이 용이해 전략 픽으로 자주 활용되며 4대 리그 평균 밴픽률 72%를 기록했다. 하지만, 9.19 패치에서의 뼈아픈 직접 너프로 인해 세주아니는 정글에서, 사일러스는 미드에서 나란히 1전 1패를 기록했다.


두 챔피언이 빠진 정글은 여전히 육식 세상이다. 리 신, 렉사이, 엘리스, 자르반 4세 등이 가장 사랑받는 대세 챔피언으로 활동 중이다. 이외 그라가스가 8전 6승 2패로 건재함을 과시한 가운데 '캐니언' 김건부는 탈리야로 높은 숙련도를 뽐내며 3전 3승을 달성했다. 'Xerxe'는 오랜만에 헤카림을 선보여 2전 1승 1패를 챙겼고, 니달리, 바이, 신 짜오 등 주류를 벗어난 챔피언들은 1전 1패로 아쉬움을 남겼다.

롤드컵 개막 전 마지막으로 추가된 신규 챔피언 키아나는 밴픽률 88.4%를 기록했다. 키아나는 플레이어 숙련도에 따라 성능이 극명하게 갈리는데 프로 무대에선 어마어마한 변수 창출이 가능하다. 이에 많은 팀이 키아나를 까다롭게 상대하기보단 속 편히 밴하는 쪽을 택했다. 총 38회의 밴픽 중 밴이 30회였고 협곡에 등장한 8회의 경기에선 5승 3패를 기록했다.

한편, 이번 롤드컵에서 가장 기대를 모았던 정글 챔피언은 단연 에코다. 탁월한 다이브와 어그로 분산 능력으로 솔로 랭크에서 맹위를 떨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회 무대의 경기 양상은 솔로 랭크와 완전히 달랐다. 플레이-인 스테이지 1일 차 1경기부터 4경기까지 모두 등장한 정글 에코는 무기력한 4연패를 당하며 다시는 협곡에 얼굴을 내밀지 못했다.

그룹 스테이지에선 올라프의 행방에도 관심을 둘 만하다. 플레이-인 스테이지에선 10밴 및 2전 1승 1패로 핵심 픽에서 멀리 벗어났지만, 그룹 스테이지에서 경기를 준비 중인 LPL 3개 팀과 그리핀은 올라프를 상당히 선호하기 때문이다. 육식 정글 생태계의 꼭대기에 있는 올라프가 그룹 스테이지서 어떤 활약을 선보일지 기대해 보자.


가장 다양한 미드
한층 흥미진진해질 그룹 스테이지

미드 라인은 어김없이 가장 넓은 챔피언 폭을 보였다. 플레이-인 스테이지에서 펼쳐진 43경기에서 26종의 챔피언이 등장한 가운데, 아칼리와 르블랑이 각각 12회, 11회으로 가장 자주 등장했다. 그러나 인기 챔피언은 따로 있었다. 바로 미드-봇 스왑이 가능한 신드라였는데, 27번의 밴과 함께 밴픽률 95.3%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번 롤드컵의 가장 뜨거운 감자인 판테온은 당연하다는 듯 밴픽률 100%를 기록했다. 리워크 이후 극한의 성능을 자랑하는 판테온은 플레이-인 스테이지에서 단 1회 출전했다. 그 한 번의 경기에서 판테온은 무지막지한 로밍과 다이브 능력을 뽐내며 '필밴' 챔피언임을 똑똑히 증명했다. 그룹 스테이지에선 이러한 부분을 역이용해 판테온 픽을 유도한 후 카운터치는 팀이 등장할 수도 있겠다.

LCK서 밴픽률이 유독 낮았던 트위스티드 페이트의 경우 9.19 패치에서 작은 버프를 받았다. 플레이-인 스테이지에선 네 선수가 사용해 6전 3승 3패를 거뒀다. 한편 LCS는 지난 섬머 스플릿 정규 시즌서 밴픽률이 34.4%에 달할 정도로 트위스티드 페이트를 선호하는데, 대표 3개 팀의 미드 라이너 '니스키'-'다몬테'-'옌슨' 모두 사용 기록이 있다. 이에 그룹 스테이지에서도 트위스티드 페이트의 영롱한 카드 소리가 들려올 수 있다.

올해 롤드컵 그룹 스테이지에는 LCK의 '페이커'-'쵸비'를 비롯해 '도인비' 김태상, '루키' 송의진, '캡스' 등 넓은 챔피언 폭을 자랑하는 걸출한 미드 라이너가 총출동한다. 이에 미드 라인에는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챔피언이 등장할 예정이며, 전 세계 LoL 팬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안길 것이다.


자야-카이사의 봇
비원딜 비중 감소, 그룹 스테이지에서는?


봇의 경우 두 챔피언에 대한 선호도가 두드러진다. 바로 자야와 카이사인데, 프로 씬에서 봇 라인에 서는 그 어떤 챔피언보다 안정감이 크기 때문이다. 자야-카이사가 각각 88.4%, 60.5%로 압도적인 밴픽률을 보이며 이즈리얼, 루시안, 애쉬 등 무난한 원딜 챔피언이 번갈아 등장한다. 그룹 스테이지에서도 봇은 두 챔피언을 위주로 밴픽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2018년 이후 봇 라인에 비원딜이 등장하는 비중이 점차 줄어드는 추세지만, 신드라는 계속 주목해야 한다. 신드라는 정통 AP 챔피언다운 우수한 라인 클리어와 폭발적인 순간 딜링, 미드-봇 스왑을 통한 밴픽의 이점을 갖춘 다재다능한 챔피언이다. 플레이-인 스테이지에선 미드 10전, 봇 4전을 통틀어 14전 9승 5패를 거뒀는데, 그룹 스테이지에서도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이낵스'가 봇에서 꺼내 3전 3승을 기록한 하이머딩거의 경우 그룹 스테이지에서 찾아보기 어렵겠다. 2018 롤드컵에선 세계 최고의 하이머딩거 장인 '야난'이 있었지만, 유니콘스 오브 러브가 탈락하며 올해 그룹 스테이지에는 하이머딩거 전문 플레이어가 없기 때문이다. 롤드컵에 참가하는 몇몇 봇 라이너들이 숙련도를 쌓고 있긴 하나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라면 굳이 하이 리스크인 하이머딩거를 꺼낼 이유는 없다.

비원딜이 아무리 약세를 보인다 해도 '바이퍼' 박도현이나 '퍽즈' 등 모든 챔피언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봇 라이너가 있는 팀은 다양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올해 롤드컵에선 어떤 비원딜 챔피언이 새롭게 떠오를지 지켜보자.


삼대장 서포터
플레이 메이킹-보조 탱킹 필수


플레이-인 스테이지에서 서포터 밴픽은 굳건한 삼대장 체제를 보였다. 세 주인공은 라칸과 쓰레쉬, 노틸러스로 다양한 CC와 유틸리티 스킬을 갖춰 초-중-후반 모두 플레이 메이커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라칸과 쓰레쉬는 각각 20회, 노틸러스는 15회 출전했는데, 쓰레쉬만 8승 12패로 50% 미만의 승률을 기록했다.

삼대장 다음으로 눈에 띄는 챔피언은 레오나와 파이크다. 압도적인 CC와 탱킹 능력을 보유한 레오나는 공격적인 운영을 펼치는 팀에서 특히 선호했다. 로밍과 킬 캐치 전문인 파이크 역시 비슷한 맥락인데, '베릴' 조건희가 두 챔피언으로 1승씩 챙겼다. 크게 너프된 카르마는 미드, 탑, 서포터로 각각 1회 출전에 그쳤고 소라카나 나미, 룰루 등 보조 서포터들은 여전히 등판하지 못하고 있다. .

한편, 브라움은 단 1전 1패를 기록했다. 직접적인 플레이 메이킹보다 원딜 보호에 강한 수동적인 특성 탓에 플레이-인 스테이지에선 그다지 사랑받지 못했다. 그러나 그룹 스테이지엔 원딜 캐리력이 매우 높은 팀이 다수 포진해 있기에 다시금 애용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