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우리나라 게임사 판호 미발급 문제와 저작권 실태를 짚는 정책토론회가 오늘(14일) 국회에서 진행됐다. 토론회에는 법무법인 태평양 중국법인 김성욱 변호사와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 문화체육관광부 김현환 콘텐츠정책국장, 한국모바일게임협회 김현규 수석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위정현 학회장은 인사말에서 "박양우 문체부장관이 정부 측에서는 처음으로 중국에 판호 문제를 제기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라 운을 떼며 "중국에서의 우리나라 게임 문제는 2000년대 초부터 현재까지 끊임없이 나타났지만, 그동안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라고 아쉬움을 전했다. 이어 "왜 상황이 이렇게까지 됐나 되짚어보고, 향후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논의하기 위해 토론회를 준비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판호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외교부와 협업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김성욱 변호사는 "더이상 문체부만 판호 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해선 안 되고, 외교부와 산업통산자원부 등 여러 부서와 연계해 게임 및 문화 콘텐츠 수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조언했다.

위정현 학회장은 외교부에 대해 "무능하고 무책임하다"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에 이어 문재인 정부의 외교부는 게임에 대해 무지와 무관심으로 일관했다"며 "그동안 여러 차례 외교부에 판호 관련 문의를 했으나, 아무런 답변도 받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이에 "외교부에서도 중국 판호 문제를 중요 아젠다로 삼고 문체부와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환 국장은 외교부와 협업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공감했다. 김현환 국장은 "외교부와 협업해 어떻게 판호 문제를 대응할 것인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김현환 국장은 지난 근무에서 외교부와 같이 일한 적이 많았기에 앞으로 판호 문제 협업도 원활할 것이라 내다봤다.

▲ 문화체육관광부 김현환 콘텐츠정책국장

미국과 일본 등 다른 국가와 함께 중국의 판호 및 저작권 문제를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은 공감을 받았다. 김성욱 변호사는 "솔직히 중국 입장에서 한국 게임사의 이슈는 그리 중요하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미국과 중국의 저작권 갈등에 우리나라도 참여해 시너지를 발휘하는 것도 좋을 방법"이라고 제시했다.

위정현 학회장도 "미중무역마찰은 한국 게임 콘텐츠 산업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며 "미국과 손을 잡고 중국을 상대한다면, 중국이 지금까지처럼 무관심하고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현규 수석부회장은 판호 문제와 관련해 우리나라 중소게임사의 고충을 소개했다. 대형게임사는 법무팀이 저작권 이슈에 대응할 수 있지만, 중소게임사는 어떤 게 문제인지조차 파악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요즘 중국 게임사의 저작권 침해는 광고에 많이 나타난다. 우리나라 게임 콘텐츠를 도용해 광고를 내보낸 뒤, 문제가 되면 대행사 책임으로 돌리는 식이다. 또한 국내에는 지사나 소통창구가 없는 곳이 많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김현환 국장은 "2000년대 초부터 전문가들이 여러 차례 중국 문제를 경고했지만,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라며 "과거 정부의 실수는 부담일 수 있지만, 그걸 두려워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전했다. 이어 "현재 정부는 국가 간 장관급 회의로 판호 문제를 조금씩 풀어가고 있다"며 "앞으로 회의를 통해 중국과 더 소통하고 해결점을 찾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위정현 학회장은 "배틀그라운드 서비스 초기에 북미 접속자 중 중국인이 50% 이상으로 나타나기도 했다"며 "IP를 우회해 접속한 것인데, 이처럼 게임 자체가 좋으면 중국인들은 어떻게든 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결국 판호 해결은 게임의 완성도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게임이 재밌어 중국인이 어떻게든 하려고 든다면, 중국 정부가 관망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나라 게임사는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면서, 정부는 판호 문제를 해결한다면 향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까"라고 기대감을 전했다.

한편, 중국 판호 문제로 인해 우리나라 게임사의 벌어들이지 못한 수출액, 피해액은 지금까지 조사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아쉬움을 남겼다. 지난 2017년 청와대에 중소게임사를 초청해 어려움을 들은 정도가 전부였다. 이에 관계자는 "게임을 비롯한 콘텐츠 피해를 집계하고,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논의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