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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01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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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위기는 곧 기회! 블리즈컨 2019, 재도약의 반전 기회 될까?

김경범 기자 (Its@inven.co.kr)


블리즈컨 현장을 내 눈으로 직접 보고 경험한 것은 2011년이 처음이었다.

정식으로 가상 입장권을 구매해 행사를 온라인으로 시청할 수 있게 된 게 2015년부터였고, 현장의 모든 세션이 중계되기 시작한 게 2017년에 들어와서야 가능해진 걸 생각하면 직접 가보지 않는 이상은 충분히 경험해보지 못하는 반쪽짜리 행사였던 셈이다. 그래서인지 직접 겪어본 블리즈컨은 신기하면서도 놀라운 것들로 가득했다.

입장이 시작되기 몇 시간 전부터 길게 늘어선 줄, 의상의 재현도는 천차만별이지만 캐릭터에 대한 몰입의 우열은 가릴 수 없었던 코스플레이어들, 한쪽에서 "For the Horde!"를 외치면 이에 질세라 "For the Alliance!"로 맞서며 진영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내는 데 주저함이 없던 모습은 그야말로 축제 그 자체였다.


▲ 수많은 인파 속에서 "For the Horde!"를 외쳐도 부끄럽지 않은 행사가 바로 블리즈컨


무엇보다도 인상적인 것은 블리자드의 신작과 주요 계획이 공개되는 오프닝 세레모니였다.

마이크 모하임 전 대표나 크리스 멧젠 전 크리에이티브 부사장 등의 인물이 무대에 올라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고 시네마틱이 공개되는 오프닝 세레모니. 새로운 영상이 나올 때마다 수천 명이 넘는 인원이 일시에 침묵했다가 서서히 열기가 상승하면서 마지막에 게임 타이틀 로고가 뜨는 순간 터져 나오는 환호의 에너지는 필설이나 영상만으로는 완전히 전달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다.

이렇게 개발자와 팬들의 에너지로 가득한 블리즈컨은 개발에 집중하기 위해 개최를 포기한 2012년을 제외하면 매년 계속되었다. 애너하임 컨벤션 센터의 증축과 함께 행사 규모도 해를 거듭할수록 커나갔다.

그리고 가상 입장권을 통한 행사 중계도 더욱 완벽해지면서 거의 모든 세션을 방 안에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춰지게 되었다. 그야말로 단일 회사 규모로 진행되는 게임쇼 중에서는 최고, 아니 어지간한 대규모 게임쇼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행사가 된 것이다.


▲ 매년 블리즈컨이 진행되는 애너하임 컨벤션 센터


물론 블리즈컨이 무조건 발전을 했다고 말하기는 다소 어려운 측면도 있다. 2014년 블리즈컨에서 오버워치가 공개된 것을 마지막으로, 기존 작의 확장팩이나 DLC, 예전 인기작들의 리마스터링 발표가 오프닝 세레모니의 주요 부분을 차지하면서 새로운 것을 기대하는 팬들의 목마름을 제대로 해결해주지 못했던 것이다.

게다가 2016년 개봉한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이 흥행과 별개로 실망스러운 작품성을 보여주었던 것도 사실이고, 블리자드 프랜차이즈의 역사라고 할 수 있는 크리스 멧젠의 은퇴와 디아블로 3를 기사회생시켰다고 평가받는 조시 모스키에라의 퇴사 등 유능한 개발자들의 잇따른 이탈, 2010년대 중반부터 게임 업계에서 대두되는 정치적 올바름과 관련된 이슈들에 블리자드가 엮이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잠재적인 팬들의 불만이 쌓여만 갔다.

결국 이 모든 것들은 블리즈컨 2018에서 폭발하게 된다.

사실 행사에서 공개된 내용만 놓고 보면 여전히 탄탄한 팬층을 가진 워크래프트 3의 리포지드 버전 공개와 멋진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소개된 오버워치의 신규 영웅 애쉬, 사울팽과 안두인이 실바나스에 맞서 협력을 결의하는 시네마틱의 공개 등 작년 블리즈컨에서의 콘텐츠는 그렇게까지 나쁜 편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자캐 놀이 소리를 듣는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의 오르피아 같은 경우가 있었긴 해도 거기 까지는 이해해줄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요 몇 년간 감감무소식이던 디아블로의 다음 넘버링이 공개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던 오프닝 세레모니의 마지막 코너에서, 블리자드는 디아블로 이모탈이라는 다른 의미로의 깜짝 카드를 꺼내버렸다.


▲ 비싼 코스 요리의 가장 마지막 메인 디시로 계란말이가 나온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2009년 블리즈컨에서 크리스 멧젠이 블리자드와 블리즈컨, 그리고 블리자드 팬들을 관통하는 키워드로 "Geek" ― 한국어로 표현하자면 "덕후감성"이라거나 "괴짜스러움", "아싸문화" 같은 측면을 꼽았고 매 해 블리즈컨에서 이런 Geek한 부분을 강조하곤 했다.

팬들은 블리자드가 자신들과 같은 것들에 관심을 갖고, 자신들의 요구를 개발자들이 수용해서 원하는 게임과 콘텐츠를 만들어 주기를 기대했고, 지난 몇 년간 사람들이 가장 많이 기대했던 것 중 하나는 PC판 디아블로의 새로운 넘버링 작품이었다.

하지만 오프닝 세레모니를 마무리하는 중요한 자리에서 공개된 것은 모바일 게임인 디아블로 이모탈이었다. 재미있는 점이라면 개발자들은 정말로 모바일 버전 디아블로를 팬들이 좋아하리라 생각하는 듯한 뉘앙스였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희대의 발언인 "님 폰 없어요?(Do you guys not have phones?)"가 나올 수 없었으니 말이다.


▲ 작년 블리즈컨에서 가장 많이 여론의 폭격을 받았던 게임 디자이너 와이엇 쳉


블리즈컨 이후에도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이스포츠 대회와 관련한 지원을 종료한다는 발표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이해하기 어려운 스토리 전개 등이 이어지면서 팬들의 머리 위에는 의문 부호가 생기게 되었다. 아주 오래된 스타크래프트 1이나 디아블로 2의 배틀넷 서비스를 여전히 무료로 유지하는 등 자신들의 게임을 망치지 않고 꾸준히 이어나갈 것이라는 블리자드에 대한 믿음이 크게 흔들린 것이다.

그나마 2019년 중반에 서비스를 시작한 WoW 클래식으로 어느 정도의 여론 반전을 성공시키긴 했지만, 올해 블리즈컨을 한 달 가량 앞둔 상황에서 터진 하스스톤 블리츠청 선수의 홍콩 민주화 운동 관련 발언과 제재 이슈는 그야말로 헐거워진 믿음에 쐐기를 박는 사건이 되었다.

결국 이번 블리즈컨에서 결정적인 무언가가 있지 않는다면 자칫 블리자드라는 브랜드 자체의 위기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이다.


▲ 올해야말로 모든 정황이 디아블로 4를...


다시 시점을 현재로 돌려보자. 이제 블리즈컨 2019까지 딱 하루가 남았다.

수많은 이슈가 있었지만, 의외로 행사를 하루 앞둔 애너하임 컨벤션 센터 주변의 모습은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아니 기존 이상으로 팬들의 열기가 분위기를 달구고 있었다.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행사 전날임에도 보안 검사 등은 예전보다 철저하게 진행되긴 했지만, 막상 현장을 찾은 팬들의 모습은 그동안의 안 좋은 여론이 거짓말인 것처럼 내일 공개될 소식에 대한 기대로 한껏 부풀어 있다는 게 피부로 느껴질 정도였다.

어쩌면 이런 분위기가 이곳에만 한정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일 발표되는 내용에 따라 우리들의 여론은 유쾌한 반전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이다. 과연 블리자드는 역대급 블리즈컨을 성공시켜서 새롭게 도약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을까? 그들의 역전 만루 홈런을 기대하는 팬들의 마음처럼, 애너하임의 밤이 깊어가고 있다.



11월 2일부터 11월 3일까지 미국 애너하임 컨벤션 센터에서 블리즈컨 2019이 진행됩니다. 현지 및 한국에서 작은 정보 하나까지 놓침없이 전해드리겠습니다. ▶ 인벤 블리즈컨 2019 뉴스센터: https://goo.gl/gkLq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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