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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3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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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개발력은 자신있다!" 패기로 뭉친 작은 게임사, 캐럿게임즈 이야기

박태학 기자 (Karp@inven.co.kr)
▲ 캐럿게임즈 김미선 공동대표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프로그래머 출신인 김미선 대표는 어제도, 그제도 개발자들과 함께 코드를 만졌다며 웃었다. 회사 수장이기 전에 한 명의 개발자로서, 여전히 현장에서 일하는 그의 표정과 말투엔 그간의 고생이 묻어 있었다. 그 때문일까. 근래 보기 드물었던, 참 솔직한 인터뷰였다.





먼저 본인에 대한 소개부터 부탁한다.

캐럿게임즈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김미선이다. 게임 클라이언트 프로그래머 출신이고 엔씨소프트, 넥슨, SK, 소프트맥스 등의 회사를 다녔다. 다른 공동 대표 역시 비슷한 경력자다. 둘다 기술력엔 자신 있었고, 우리 특기를 살린 게임사를 만들어 유저들과 소통해보자는 생각에 창업까지 하게 됐다.


중소 게임사임에도 모바일 MMORPG를 만든다는 이유로 창업 당시 꽤 화제가 됐다.

캐럿게임즈 구성 멤버 중 다수가 PC 클라이언트 프로그래머 출신이다. 이들에게 MMORPG는 일종의 바이블같은 장르다. 당시 클라이언트 프로그래머들은 먼저 이쪽 장르 개발하면서 실력을 쌓았다. 막무가내식 도전이 아니었다. 잘 할수 있는 장르가 이거라서 선택한 셈이다. 또, 캐럿게임즈 창업할 당시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을 보니 PC 스타일의 느낌을 가진 MMORPG는 없었다. 중국에서 웹게임들이 한창 들어올 때였고, 대부분 그 영향을 받고 있었다. 우리가 한 번 해보자, 이런 단순한 생각에서 시작하게 됐다. 시작은 참 쉬웠다(웃음).


모바일이라도 MMORPG는 자본이 꽤 필요한 장르 아닌가.

처음 창업할 때 자본금이 1억 원 있었다. 어림도 없는 금액이었지(웃음). 당시 사업 비즈니스 개념이 하나도 없었다. 잘 만들면 누군가 투자해주겠지, 라는 생각에 막연하게 시작했다. 당연히 이후 개발 과정도 쉽지 않았다.

▲ 캐럿게임즈가 선보인 모바일 MMORPG, '리버스M'

그 모바일 MMORPG가 '리버스M'인데, 결국 출시까지 이뤄냈다. 하지만, 현실적인 장벽이 있다보니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많았을 것 같은데.

'리버스M'의 프로토타입 버전은 3개월만에 완성됐다. 어떻게 개발은 빠르게 진행되긴 했는데, 수중에 돈이 없더라. 그때까지도 막연하게 믿고 있었다. 일단 게임 잘 만들면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알아봐줄 줄 알았다. 한데 안 그러더라. 홍보가 없으면 아무도 안 온다. 창업하기 전에 주변 사람들이 '괜히 영업 뛰지 말고 개발이나 열심히 해'라고 조언 많이 해줬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정답은 아니었따.

게임사 대표는 게임 개발 영역을 크게 두 가지로 봐야 한다. 내가 잘 알고 있었던 콘텐츠 개발 분야는 자신있었지만, 문제는 비즈니스쪽 개발 영역이었다. 이걸 병행해서 해야 하는데, 한 쪽에만 치우쳐있다보니 빨리 가야 할 길도 돌아서 갔다. 콘텐츠 다 만들고 주머니 보니까 당장 돈이 떨어졌는데 어떻게 하나.

시행착오가 하나 더 있다. 투자해주는 기관과 투자받는 업체 간 조율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전혀 훈련이 안 되어 있었다. 변호사 검토 받으면 된다는데, 막상 찾아보니 게임회사 투자 관련 전문 변호사 찾는 것도 어렵고... 대표 할거면 무조건 공부해야하는건데 난 그러지 못했따. 모든 게 시행착오였지만, 개발력 하나만은 믿고 있었기에 그나마 여기까지 온 거다.

또, '리버스M'이 출시되기 바로 직전까지 게임을 비공개로 테스트한 점도 문제였다. 출시 이전부터 사람들이 계속 관심을 가져줘야하는데, PC 플랫폼 생각하고 비공개로 돌리니 데스벨리가 오더라. 직원들에겐 회사 어렵다 말 한마디도 안 했다. 나랑 공동 대표가 있는 돈 없는 돈 다 끌어다 직원 나눠주면서 버텼다.

사실 중소 게임사가 MMORPG 만드는 것 자체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일이다. 주변에서 우리 회사 보는 시각도 딱 그랬다. '너희 정도 개발력이면 가능할거야'라고 인정해주는 시각도 있었지만, '너희같은 작은 회사가?'라고 의문을 갖는 시각도 많았다. 후자의 시각을 가진 투자처를 만나면, 미팅 자체로 에너지가 많이 소비됐다.

결국, 이런저런 고생 다 해가면서 런칭까진 성공했다. 그런데 그 이후론 또 다른 고민이 생기더라.


어떤 고민이었나.

처음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매출 20위권 안에 들어가기도 했다. 한데 출시 후 별다른 마케팅이나 이벤트를 안 하다보니 점점 성적이 떨어지더라. 대표 자리에 있는 만큼 여기서 오는 압박감도 컸다. 또, 회사 대표 입장에서 우리 게임을 해주는 유저들과 소통을 해야하는데, 이것도 그 전에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이다보니 미흡할 수 밖에 없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그 과정에서 배운 것도 많다는 점이다. 떠난 유저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게 대표적이고.

▲ "대표 자리에서 본 현실은 생각보다 가혹했다"

이 시점에서 '리버스M'의 출시 후 성과를 들어봐야 할 것 같은데.

한국에선 순위 많이 떨어졌다. 굳이 감춘다고 감춰질 일도 아니다. 하지만, 지금 게임에 남아 있는 유저들은 런칭 직후 지금까지 꾸준히 플레이해주고 계신 분들이다. 한국 모바일 게임은 확실히 마케팅 비용 규모의 영향을 받는다. 쓴 만큼 오르더라. 한데, 우리와 같은 조그만 게임사는 그렇게 몇억, 몇십 억 써서 경쟁할 상황이 안 된다. 생채기도 안 되는 마케팅 비용 써봐야 큰 반응이 없을 거란 걸 알기에 우리는 글로벌 시장을 노리는 데 집중했다.

개발자 시절만 해도 '한국에서 성공 못하면 망한 거 아냐?'라고 생각했다. 외국 마켓에 게임 출시하고 보니 그것도 아니더라. '리버스M'의 경우, 한국 매출이 전체 매출의 5% 정도다. 나머지는 글로벌 시장에서 나온다. 최근 필리핀에선 무료 다운로드 1위도 찍었다. 신규 시장에서 오는 니즈는 충분하다고 느꼈다. 한데, 개발사 입장에서 보기에 '리버스M'은 상업적인 게임보다는 유저 친화적인 게임에 가깝다. 플레이어 숫자에 비해 매출이 높은 건 아니다.


올해 지스타에선 어떤 작품을 선보일 계획인가.

B2C, B2B 다 나간다. 출품작은 '리버스M'과 좀 더 성인버전인 '리버스R', 그리고 '마이 리틀 몬스터'와 '어택 나이트', '더 게이머' 그리고 '아크로스 연대기'가 있다.


회사 규모가 30명이 채 안 되는데, 이렇게 여러가지 게임을 동시에 만드는 게 가능한가.

대표 두명이 모두 프로그래머이다보니 직접 개발에 참여한다. 위에서 개발 방향을 잡고, 인원을 분할해서 작업하다보니 큰 문제는 없었다.

주니어 시절, 몇몇 개발자가 자기가 하는 일을 다른 직원들과 공유하지 않는 경우도 많이 봐 왔다. 그렇게 될 경우, 그 개발자 퇴사하면 피해는 오롯이 게임사가 부담해야 한다. 대표가 되고 난 뒤, 이런 부분에서 반드시 공용 프로세스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먼저 입사한 개발자들이 만들어놓은 부분은 다음 입사자들이 쉽게 배울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했다. 이렇게 되니 아트 리소스만 확보하면 완성까지 큰 문제가 없더라. 신작들 대부분 MMORPG가 아니니까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하다.


출품작 중 특별히 강조하는 작품이 있다면?

'아크로스 연대기'다. 규모만 놓고 보면 '리버스M' 수준이다. 지금은 개발을 홀딩한 상태이긴 한데, 우리를 믿고 투자해주는 곳이 나온다면, 제대로 만들어 볼 계획이다. 투자가 안 온다면, 다른 작품으로 번 돈을 들여서라도 완성할 계획이다.


어떤 게임인가.

감성 풍부한 이세계를 테마로 하는 애니메이션 MMORPG다. 차원의 균열을 넘어 세상을 침공한 혼돈체, 그리고 그들과 맞서 싸우는 '헤이스트'라는 독립 기관이 있는데, 각자의 이유와 목표를 갖고 여기에 합류한 소년 소녀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전기 액션물 스타일의 스토리를 지녔고, 카툰 렌더링 그래픽을 강점으로 내세우려 한다. 지금까지 우리가 만들었던 게임과는 완전히 다른 게임이긴 한데, 다른 공동 대표가 이쪽 분야의 전문가(?)라 별다른 사고 없이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B2C에서 모두 시연 가능한가.

물론이다. 다 해볼 수 있다.



▲ 화사한 애니메이션 풍 그래픽의 MMORPG '아크로스 연대기'

지스타에 참가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원래는 지스타에 안 갔는데, 아까 말한 데스벨리 시절에 느낀 것 중 하나가 어떻게든 게임을 알려야 한다는 점이었다. 당시 투자를 받았는데, 투자 받는 조건 중 하나가 '게임을 철저히 비공개로 개발할 것'이었다. 그리고 그 대가는 회사의 위기였고.

알리지 않으니 우리가 죽을 것 같더라. 그래서 그때 처음 게임 소개한 영상이 지스타 빌드였다. 2016년 정도였던 것 같은데... 내가 개발자 시절 겪었던 지스타와는 많이 달라져 있더라. 외국 바이어들과 유저들이 예상보다 훨씬 많이 왔다. 여유 안 되더라도 어떻게든 꾸준히 참여하려는 의지가 생겼다.

물론, 지스타에 부스 내는 거 돈 많이 든다. 다행히 몇몇 기관들이 우리 회사를 좋게 봐줘서 지스타 출품 업체로 선정됐다. 지금도 지스타에 단독 부스 내는 게 내 꿈이다. 정말 먼 나중 일... 아니면 영원히 못하겠지만(웃음).


김미선 대표가 보는 한국 게임업계 전망은?

한국에는 인디 개발자도 많고, 중소 개발사도 은근히 많다. 대형 게임사만 있는 게 아니다. 모두가 한국 시장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지금도 노력 중이다. 그 과정에서 실패와 좌절도 겪고 결국 망하는 회사도 많다. 그런데 사실, 이런 작은 게임사들이 게임을 런칭하고 초기에 주목을 못 받는 건 당연하다. 아까도 말했듯, 제대로 된 마케팅 없이 유저들의 입소문만 바라기에는 한해 출시되는 게임이 너무 많다. 결국, 살아남기 위해선 누구보다 빠르게 외국 게임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우리나라 게임들, 의외로 동남아에서 잘 통한다. 현지 게이머들도 한국 게임들 퀄리티 괜찮다고 한다. 그런데 외국 안 나가면, 직접 부딪혀 보지 않으면 이런 걸 알수가 없다.

사람들이 가끔 묻기도 한다. 외국 시장 나가려면 현지 언어, 아니 최소한 영어라도 엄청 잘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절대 그렇지 않다. 영어 좀 부족하더라도 일단 외국에 게임 출시해보고, 문제점은 그 다음에 생각하는 게 아예 안 내는 것보단 훨씬 낫다. 이렇게 외국에서 성과가 나야 비로소 중소 게임사들이 '내가 만들고 싶은' 게임을 낼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다. 그게 올바른 생태계라 생각한다.


게임 프로그래머로 시작해 이제 한 게임회사의 대표가 됐다. 오랜 시간 게임업계에서 근무하면서 체득한 가치관이 있을 것 같은데.

돈 못 벌더라도 출시한 게임은 절대 안 내릴 생각이다. 나와 공동 대표 모두 그 생각은 어떻게든 지키려 한다. 사실 그게 제일 중요한 것 아닌가.

물론, 사내 직원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대표 입장에서 이런 말 하는 게 생각보다 쉽지는 않다. 마이너스 감내하면서까지 게임을 유지하는 게 옳은지 지금도 고민이 들기는 한다. 그렇지만 게임 회사라는 게 결국 게임 내서 유저들과 소통해야 맞는 것 아닌가. 난 게임이 그냥 상품이 아닌, 캐럿 게임즈가 낳은 아기라 생각한다. 최대한 훌륭하게 키워내려 노력하고, 설령 좀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도 버리면 안 된다. 그게 도리다.


마지막으로 유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게임 운영자 분들에게 따뜻한 응원 한 마디 부탁한다. 이분들이 정말 고생 많이 하신다. 소통 안 하는 게 아니라, 인력이 안 되다 보니 모든 의견에 소통할 수 없다는 점 이해해주셨으면 한다. 아예 안 보는 게 아니라, 조금 나중에 보는 것이니 욕 나오더라도 조금만 순화해서 피드백 주셨으면 좋겠다. 그것만으로도 운영자들에게 정말 큰 힘이 된다.


11월 14일부터 11월 17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지스타 2019가 진행됩니다. 현지에 투입된 인벤팀이 작은 정보 하나까지 놓침없이 전해드리겠습니다. ▶ 인벤 지스타 2019 뉴스센터: https://bit.ly/2plxEa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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