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
2019-11-22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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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좋지만, 너무나 늦어버린 '킹덤언더파이어2'

정재훈 기자 (Laffa@inven.co.kr)

10년이 넘게 개발된 MMORPG이자, 지스타에서만 플레이할 수 있기에 메인 플랫폼이 지스타라는 놀림을 받던 게임. '킹덤언더파이어2(이하 KUF2)'가 지난 주에 뜬금없이 출시되었습니다. 그간 동남아나 러시아, 중국 등에서 서비스를 진행했었으니 최초 서비스라고 할 수는 없지만, 한국에서 원활한 접속을 할 수 있도록 글로벌 단위로 서비스되는건 사실상 처음이죠. 2008년에 첫 퍼블리싱 계약 체결 기사가 나왔으니 햇수로만 11년. 국산 게임임에도 오랜 시간 해외를 떠돌던 떠돌이가 이제야 제 자리를 찾았습니다.

크게 기대하진 않았습니다. 조각이나 그림, 건물 같은 특수한 제작물들이야 제작 시간이 늘어날수록 깊이를 더하곤 합니다만, 게임은 그렇지 않거든요. 해마다 바뀌는 새 기술에 적응해가며 트렌드를 주도하려면 오래 묵는다고 꼭 좋은 것이 아닙니다. 실제로 개발 기간이 5년 이상 된 게임 중 엄청난 흥행을 거둔 작품은 찾아보기 퍽 힘들죠.

▲ 무려 2011년 스크린샷...

게다가 개발사인 '블루사이드'도 수년 간 온갖 흉흉한 이슈로 얼룩져있었습니다. 임금 체불부터 우회상장 실패, 삼본정밀전자 인수 건까지, 단순히 게임이 망하거나 잘못되었다의 수준이 아닌 회사의 근간이 흔들릴 상황으로 비춰졌습니다. 2017년까지 쏟아부은 개발비만 850억 원 가량. 국내 게임사에서 이 정도로 개발 과정이 고된 게임은 아마 없었을 겁니다.

하여튼, 서구권 퍼블리셔인 '게임포지'가 KUF2의 서비스 판권을 가져갔고, 스팀을 통해 글로벌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국내에서도 당연히 플레이할 수 있고, 한국어 버전은 지원하지 않았지만 ini 파일 하나를 간편하게 수정해 디폴트 언어인 한국어를 뽑아낼 수 있죠. 궁금한 마음에 직접 게임을 구매해 플레이해 보았습니다. MMORPG인만큼, 며칠간의 플레이만으로 게임의 모든 부분을 살필 수는 없겠습니다만, 적어도 서비스에 적합한 퀄리티를 보여주는지 정도는 판단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 무난한 인트로


10년이 넘는 개발기간
그리고 10년 전 그래픽...

모든 게임이 그렇지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그래픽입니다. 일반적으로 오랜 기간 게임이 개발되다 보면, 가장 눈에 띄게 문제가 되는 부분이 '그래픽 비주얼'입니다. 다양하게 발전하는 기술 중에서도 가장 눈에 확 띄는 부분이거든요. 게다가 개발 도중 그래픽을 갈아엎는건 만만한 작업이 아닙니다. 단순히 텍스쳐만 갈아엎어도 작업량이 꽤 되는데다 자칫 잘못하면 엔진 자체를 바꿔야 할수도 있거든요.

▲ 사타구니를 잔뜩 내민 포즈만 빼면 꽤 현대화된 커스터마이즈

KUF2도 여기서 자유롭지는 못했습니다. 10년 전 당시 그래픽으로 하면 꽤 훌륭한 수준이겠지만, 지금에 와서는 영 눈이 침침한 수준이죠. 이마저도 최근에 와서 여러 번 개량했을 것이 분명합니다. 10년 전 그래픽이 말이 10년 전이지, 실제로 10년 전 게임을 마주하면 한숨만 쉬게 되는 것이 요즘 게이머들이니까요.

물론, 그렇다고 아예 못봐줄 수준인 것은 아닙니다. 최근 게임을 예시로 들면 최신 모바일 MMORPG보다 약간 낮은 수준 정도로 생각하면 됩니다. 그래픽에 그다지 민감하지 않은 이들이라면 무리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수준이고, 줌을 최대한 밀어서 멀리서 보면 '뭐야 괜찮은데?'라고 할만한 수준이죠. 텍스쳐를 새걸로 모두 갈지는 못했지만 광원 효과 등 몇몇 옵션은 요즘 게임과 비교해도 비벼볼만 합니다.

▲ 컷씬은 이정도입니다.

별개로, 이 오래된 그래픽이 만든 이점도 있습니다. KUF2의 뿌리인 '킹덤언더파이어'는 RTS 게임이고, 게임의 근간이 RTS에 있는 만큼 개발자들은 이 작품이 단순한 MMORPG가 아닌, RTS의 감성을 함께 느낄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말인즉, 적과 아군이 수도 없이 뭉쳐 싸우는 시퀀스가 굉장히 많으며, 많게는 한 화면에 세자릿수의 개체들이 서로 전투를 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낙 그래픽 구성 요소가 올드하다 보니 시스템 부하가 거의 없습니다. CPU 내장형 그래픽카드만 아니라면, 노트북에서도 구동을 기대할 수 있을 정도지요. 우리나라의 경우 고급형 PC 보급률이 높긴 하지만 늘 사양의 벽에 막히는 게이머들은 존재합니다. 그리고 KUF2의 오래된 그래픽은 이 허들 하나를 치워냈죠.

▲ 대규모 전투에서도 프레임 드랍은 없는 수준


RPG도 만들고 싶은데 RTS 요소도 넣고 싶고
액션과 전략, 그 애매한 한 가운데

게임 시스템을 봅시다. 앞서 말씀드렸듯, KUF2는 RPG이면서도 RTS의 느낌을 살리고자 노력한 결과물이며, 이는 게임 곳곳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납니다. KUF2의 중심이 되는 시스템은 MMORPG와 RTS의 두 기둥입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평범한 MMORPG의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버튼을 눌러 전술 화면으로 들어서면 RTS와 유사하게 조작이 바뀌면서 휘하 부대에 명령을 내릴 수도 있지요.

▲ 화면이 이렇게 변합니다.

기본적인 액션 형태는 마우스로 대상을 지정해 스킬을 쏟아붓는 형태가 아닌, '테라'나 '블레이드앤소울', 멀리 보면 'RYL'에서 봤던 형태입니다. 마우스를 돌리면 커서가 아닌 시점이 돌아가고, 클릭이 공격에 배당되어 있죠. 이는 KUF2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게임 형태에 가장 알맞는 조작법입니다. KUF2에서 기본적인 MMORPG와 비슷한 진행을 보이는 부분은 그저 게임의 배경에 가깝습니다. 실제 게임 내 메인 콘텐츠는 휘하 부대와 적 대부대가 격돌하고, 그 중간에서 플레이어가 적 대부대를 쓸어담는 형태죠. 그러다 보니 보다 즉각적인 액션과 손맛을 줄 수 있는 조작 형태가 가장 알맞을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이로 인해 게임의 정체성이 약간은 애매한 위치에 있습니다. 공격 스킬 대부분이 광역기에 치중되어 있고, 간편한 조작만으로 스킬을 쓸 수 있도록 키가 배정되어 있다 보니 일반적인 MMORPG와 유사한 플레이 형태를 보이는 부분에서는 전투가 꽤 심심하게 돌아갑니다. 수십 명을 상대로 칼을 휘두르다 꼴랑 1~2 개체를 상대하다 보면 말이죠. 다른 MMORPG는 대부분 1:1 전투를 상정해 스킬을 설계하고, 적이 많을 경우에 활용할 광역기를 부여하는 형태입니다. 하지만 KUF2는 이게 반대로 되어 있다 보니 소규모 전투의 재미가 상대적으로 매우 떨어집니다.

▲ 평범한 MMORPG의 모습, 아랫니 2주간 압수!

또한, 게임의 또다른 축인 RTS 요소도 깊이 파고들면 원조 RTS만큼의 느낌을 주지 못합니다. 휘하 부대를 배치하고, 함께 전장에 나가 유닛들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것까지는 흡사하지만, 지형이 워낙 단순하고 중간중간 플레이어가 직접 전투에 뛰어들어 적들을 쓸어버리기 때문에 사실상 휘하 부대는 조력자나 추종자 정도의 역할만을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전투에서도, 플레이어가 아닌 휘하 부대가 주인공이 될 수는 없습니다. 휘하 부대에 레벨과 성급이 도입되어 있으니 일종의 수집 요소라 보아도 되겠죠.

▲ 부대 관리도 하나의 콘텐츠로 나뉘어 있습니다

KUF2가 추구하는 게임 경험이 무엇인지는 알 수 있었습니다. KUF2에서 게이머가 가장 큰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는 부분은 대규모 접전의 한가운데서, 직접 칼을 빼들고 적들을 일소할 때입니다. '진삼국무쌍' 시리즈와 굉장히 유사한 게임 감각을 주는데, 이를 MMORPG 내에서 느낀다는건 꽤 유니크한 부분이죠. 문제는, 이 과정에 이르기까지 해야 할 것들과 거쳐야 할 귀찮은 단계가 너무나도 많다는 겁니다.

▲ 하지만 결국 핵심은 잡졸 상대로 펼치는 무쌍액션이죠.


취향에 맞다면 확실히 오래 즐길만 하겠지만...
빠르고 즉각적인 게이머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

정리하자면, KUF2는 나쁘지 않은 게임입니다. 낡아 보이는 그래픽은 대규모 접전에 이르면 사실 잘 보이지 않는 부분이고, 다소 애매한 RTS 요소도 사실 게임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대규모 접전 속 플레이어의 활약을 위한 기반이 됩니다. 수십, 수백의 적들과 직접 칼을 맞대고 싸우는 그 느낌을 줄 수 있는 다른 MMORPG는 아마 없을 겁니다. 겉으로 보기에 KUF2는 다른 게임들과 꽤 유사한 형태를 보이지만, 안을 들여다 보면 기본 설계의 철학부터가 완전히 다릅니다.

▲ 여러 경험을 주고자 한 바는 느낄 수 있습니다.

문제는, 게임의 핵심에 닿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는 겁니다. 튜토리얼에서 잠깐 모습을 보여주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플레이어가 레벨업을 하고, 더 좋은 장비를 갖추기 위해서는 다른 게임보다 딱히 재미있지도 않으며 오히려 심심한 단일 캐릭터 MMORPG 부분을 필수로 플레이하고, 구색을 맞추기 위해 준비된 콘텐츠를 수행해야 합니다. 달리 말하면, 재미있는 부분에 비해 그렇지 않은 부분이 너무 지루합니다.

이와 같이, 뭐 하나도 재미가 없는 시점에서 플레이 시간에 따라 점진적으로 게임의 재미를 더해 몰입도를 높이는 설계는 과거 많은 게임에서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서비스 초기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가 그랬으며, 90년대와 2000년대의 게임 대부분이 이런 공식을 사용하고 있죠. KUF2가 아무런 이슈 없이 원활히 개발되어 그 시기에 서비스되었다면, 아마 그간 볼 수 없었던 참신한 게임 시스템으로 호평받았을지도 모릅니다.

▲ 재미있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의 갭이 너무 큰 느낌

하지만, 오늘날의 게임 시장 트렌드에 이런 설계는 지나치게 구식입니다. '재미있는 게임은 5분만 해도 재미있어야 한다'가 요즘의 트렌드입니다. 시작과 동시에 게임의 핵심 재미에 플레이어를 던지고, 이후 산발적으로 영역을 넓히는게 지금의 대세죠. 수없이 많은 게임들이 쏟아지고, 게이머의 눈높이가 한없이 올라가면서 자연스럽게 태동된 풍조입니다. 그리고, 이런 흐름 안에서 KUF2의 경쟁력은 상당히 약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플레이 경험이 쌓이고, 게임 내 자산이 늘어나면서 게임의 핵심에 접근할수록 큰 재미를 느낄 수 있겠지만, 그 단계에 이르기까지 게이머를 끌어오는 힘줄이 느슨하게 퍼져 있죠.

KUF2의 흥행을 제가 감히 점칠 수는 없습니다. 애초에 한국을 대상으로 서비스하는 상황이 아닌 시점에서, 한국 게이머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 정확하다 말할 수는 없겠죠. 비교적 구식의 그래픽도 고급 PC 보급률이 비교적 낮은 시장에서는 오히려 매력으로 다가갈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KUF2는 여러 면에서 오늘날의 게임 시장에 맞다고 보긴 힘든 게임입니다. 오랜 기간 느긋하게 즐길 만한 저사양 MMORPG를 찾는 분들에게는 지금도 꽤 좋은 선택이 될 수도 있겠지만, 애초에 큰 이슈 없이 잘 출시되었으면 그래도 한 획을 그을 게임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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