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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23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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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위쳐' TV 시리즈, "그래서 시즌2는 언제 나옴?"

정재훈 기자 (Laffa@inven.co.kr)

게임의 영상화는 언제나 큰 이슈를 몰고다녔습니다. 대부분 걱정이 섞여 있었죠. 게임의 영상화 자체가 틀려먹었다는 건 아닙니다만, 그간 지나온 참혹한 역사는 부정할 수 없습니다. 워크래프트, 툼레이더, 히트맨, 그리고 우베 볼 감독의 여러 게임소재 영화까지, 일단 알려진 게임을 소재로 만든 영화 치고 나사가 다 달려 있는 녀석이 없었습니다. 영화 자체는 괜찮았던 '모탈컴뱃' 하나 생각나네요.

이는 게임과 영상 매체가 가진 한계가 상충되면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게임적 재미를 살리기 위해 개발자가 가미한 여러 시스템을 영상으로 옮기다 보면 사실성이 사라집니다. 그렇다고 사실적 영상을 만들기 위해 게임의 고유 시스템을 쳐내면 원작 팬들이 실망감을 가질 수밖에 없죠. 결국, 게임의 영상화는 여러가지 전제조건을 필요로 합니다. 감독과 배우가 원작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가져야 하고, 과하지 않으면서도 부족함 없이 게임의 매력을 표현해야 하죠. 솔직히 말씀드려서, 이 조건이 모두 들어맞은 작품이 지금껏 없었습니다.

▲ 씁쓸했던 추억

얼마 전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된 TV 시리즈 '위쳐'는 그나마 조금은 다른 케이스입니다. 엄연히 원작은 소설이고, 게임은 2차 창작이니까요. 문제는 '위쳐'라는 시리즈가 원작 소설보다 게임으로 더 많이 알려졌다는 겁니다. 원작 소설 자체가 게임이 유명해지면서 함께 유명세를 얻다 보니, 폴란드 로컬을 제외한 세계의 대다수 팬들에게 '위쳐'의 이미지는 소설보다도 게임 속 이미지가 깊이 각인되어 있습니다. 결국, 앞서 말씀드린 '게임의 영상화'에 필요한 조건을 모두 요구하는 셈입니다.

걱정 속에 공개된 TV시리즈를 몰아 시청했습니다. 하나의 시즌에 8개의 에피소드. 많다고 할 수는 없지만 충분한 분량입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았던 게임 중 하나이자, 폴란드의 명작 판타지 소설을 재해석한 드라마 '위쳐'. 과연 걱정하지 않고 봐도 될까요?

※ 기사 내에 약간의 스포일러 요소가 존재합니다!

복잡한 세계, 부족한 러닝타임
하지만 본인이 직접 출연한 게롤트

드라마판 위쳐의 에피소드는 대부분 게임과는 다른 시간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원작 소설 중 단편집인 '운명의 검'에 등장하는 여러 단편들이 시즌1을 채우고 있죠. 다른 말로 하면, 시나리오 자체는 흠잡을 부분이 없습니다. '드라마를 잘 만들었다!'가 아니라, 아예 검증된 이야기들로 시즌을 가득 채웠기 때문에 문제가 없는 것에 가깝습니다.

게임으로, 특히 전세계적 유명세를 떨친 '위쳐3'로 위쳐를 처음 접한 팬들에게는 다소 낯선 이야기들이지만, 소재의 선택 자체는 매우 좋다고 봅니다. 원작을 따라가는만큼, 시즌이 진행될수록 시간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시나리오를 풀어낼 수 있으니까요. 물론, 조금씩 이야기가 다른 부분도 있습니다만 미세한 차이일 뿐입니다. 결국 주된 흐름은 원작 소설의 줄기를 그대로 따라가죠.

다만, 원작의 서술 분량을 영상 내에 모두 담아내지는 못했기에 시청 내내 '설명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드라마는 세 개의 큰 줄기가 끝내 하나로 묶이는 연출 기법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내며, 각기 다른 옴니버스식 이야기를 종반에 하나로 묶는 이 기술은 꽤 흔한 연출 방법입니다. 문제는 이 작품의 주축을 이루는 세 줄기가 적게는 12년에서, 길게는 30년이 넘는 긴 시간대 차이를 보이는데다, 이에 대한 설명이 충분치 않다는 점이죠.

▲ 계속 봐야만 이해가 되는 부분들이 곳곳에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세 줄기 중 하나이자 드라마의 주인공 중 하나인 '예니퍼'의 이야기는 30년 전부터 시작합니다. 그리고 여차저차 30년이 지났지만, 예니퍼는 여전히 젊고 아름다운 모습이죠. 위쳐 세계관 내에서 마법사들은 마법적 힘으로 젊은 외모를 평생 유지하는데, 이에 대한 설명은 한참이 지나서야 대사 한두마디로 설명됩니다. 심지어 이 과정에서 30년이 지났다는 것도 대사 한 줄로 표현되기 때문에 잠깐 화장실 간다고 10초만 자리를 비워도 모른 채 보게 됩니다. 다음 편을 보기 전에는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없는 부분이 너무 많죠.

드라마로 위쳐를 처음 접한 이들은 '운명의 아이'가 무엇이고, '의외성의 법칙'은 또 무엇이며, 주인공인 '위쳐'는 대체 뭐길래 괴물을 때려잡고도 멸시당하고 사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소설이나 게임을 통해 이미 위쳐 세계를 접했고, 충분한 배경지식이 있는 팬들에게는 이런 어려움이 없으니 굉장히 잘 만든 드라마로 느껴집니다.

▲ 괴물과의 사투 장면을 배치하는 등 노력을 하긴 했지만...

소비계층의 배경지식에 따라 매체의 전달력이 달라지는건 피할 수 없는 영상매체의 한계이기도 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객을 끌어모은 '어벤저스: 엔드게임'도 이는 피하지 못했습니다. 등장 인물이 하나씩 모습을 보일 때마다 저는 그 인물의 과거 행적을 생각하며 감탄했지만, 함께 영화를 본 아내는 "등장인물이 너무 많아서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평을 남겼으니까요.

다만, 위쳐의 경우 그 간극이 꽤 큰 편입니다. 아는 이들은 감탄하면서 보게 되고, 모르는 이들은 머릿속에 물음표만 가득찬 채 보게 되죠. 다행인 점이라면, 이 모든 이질적 장면에 대한 설명을 8화에 이르는 에피소드 중간마다 하나씩 뿌려놓았기 때문에 끝까지 정주행을 거치고 나면 그럭저럭 이해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물론 완벽히는 아닙니다.

반대로, 팬들에게는 최고의 선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주인공인 '리비아의 게롤트'와 '벤거버그의 예니퍼'가 너무 잘 만들어졌거든요. 마지막 주인공이자 작품의 키인 '시리'는 아직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게롤트와 예니퍼 둘 만으로도 이 드라마는 충분히 시리즈를 끌어갈 힘을 갖고 있을 정도죠.

▲ 아예 본인을 데려다 놨네

게롤트 역은 과거 '맨오브스틸'에서 슈퍼맨 역을 맡았던 '헨리 카빌'이 연기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려 백발 슈퍼맨이 보일까봐 고민했는데, 작품을 보고 나니 모든 헨리 카빌이 다 게롤트로 보이더군요. 감정선 처리와 위처 검술의 구현, 그리고 그 특유의 미세먼지 매우나쁨 목소리까지, 헨리 카빌이 아니라 게롤트 본인이 와서 연기한다고 해도 믿을 정도입니다.

'예니퍼'의 경우는 조금 다른데, 원작의 모습과 완전히 같게 표현되진 않았습니다. 다른 매체 속 예니퍼는 검은 머리에 흰 피부를 가진 미녀지만, 드라마 속 예니퍼의 배우인 '안야 챠로트라'는 인도계 영국인이며, 당연히 갈색 피부를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예니퍼 특유의 거지같은 성격과 힘에 대한 갈망을 비교적 훌륭하게 연기했습니다. 원작과의 괴리가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작중 세계관에는 훌륭하게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주었죠.

▲ 익히 알던 모습과는 다르지만 잘 녹아든 예니퍼


방영 전부터 이슈였던 배역 문제
못참을 정도는 아니지만 아쉬운 부분

다만, 주인공들에 비해 다른 인물의 담당 배우는 여러모로 논란거리가 있습니다. 미국 주류 영상계에서 최근 흔히 보이는 블랙워싱과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강조가 작품 내 여러 지점에서 보입니다. 게임 내에서 까칠한 백인 여성이었던 닐프가드의 궁정마법사 '프린질라 비고'는 흑인 배우가 역을 맡았고, 예니퍼와 함께 히로인 쌍벽을 이루던 '트리스 메리골드'는 그냥 아주머니가 되었습니다.

▲ 이랬던 트리스가

'트리스 메리골드'의 배역의 경우 약간의 징벌적 차원이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로 달라졌습니다. 아예 피부색이 바뀌어버린 프린질라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냥 지나가는 조연이었던 프린질라와 달리 트리스는 엔딩까지 함께 할 수 있는 메인 히로인 중 하나였거든요. 그리고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게임 '위쳐2: 왕들의 암살자'당시 트리스는 게임 캐릭터이면서 성인잡지 '플레이보이'의 화보 모델이 된 적도 있습니다. 드라마는 이런 트리스의 섹스어필한 이미지를 배역이란 철퇴로 응징했죠.

▲ 어디서 무슨 고생을 하고 다녔길래...

별개로, 트리스의 배역 설정은 또 다른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데, '진저'에 대한 미국 내 영상매체들의 차별적 캐스팅 중 하나로 비춰지기 때문입니다. 최근 디즈니의 인어공주 '아리엘'역을 흑인 배우가 맡은 것을 포함해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MJ, 토르의 친구 헤임달 등 여러 진저 속성 주인공들이 다른 인종으로 변경되는 경우가 많은데, 트리스 또한 붉은 머리를 가진 진저 캐릭터라 이런 논란의 하나가 되었습니다.

또한, 작품 중간에 여성의 권리와 인권에 대한 주장이 뜬금없이 튀어나옵니다. 예니퍼는 여성이 남자의 도구처럼 쓰인다면서 자신의 자유를 억압하지 말라고 화내고, 신트라의 칼란테 여왕은 애도 낳아보지 않은 남자들이 만든 전통을 왜 본인이 따라야 하느냐며 화를 내죠. 중세 유럽을 기반으로 하는 위쳐 시리즈의 세계관에 비추어보면 예니퍼를 위시한 마법사들은 중세 유럽 치고는 굉장히 자유롭게 살아가는 여성이며, 칼란테 여왕은 심지어 국왕입니다. 이제 이런 식의 정치적 올바름 강요는 트렌드가 되버린 터라 그냥 참고 보는 편이지만 너무 개연성 없이 튀어나오긴 합니다.

▲ 솔직히 얘가 할 말은 아닌데...

배역이나, PC 강요가 이 드라마의 결정적인 단점이 될 정도는 아닙니다. 트리스는 게임 내에서 많은 분들이 히로인으로 선택한 캐릭터인만큼 중요한 캐릭터로 보이지만, 원작 내에서는 사실 지나가던 조연에 가깝습니다. 워낙 괴리가 심한데다 배역 지정의 이유가 노골적으로 보이다 보니 불쾌감이 느껴지는 것 뿐이죠. PC 강요도 썩 달가운 부분은 아닙니다만, 요즘 서구권 드라마 트렌드를 생각하면 그냥 참고 넘어갈 정도입니다. 몇몇 작품처럼 시종일관 떠드는것도 아니고, 이걸 드러내겠다고 시리즈 전체를 우주로 날려버린 '스타워즈'와 비교하면 양반이거든요.

어디까지나 아쉬운 부분입니다. 배역이 더 이상적이었고, 쓸데없는 대사를 더 쳐냈다면 지금보다 더 좋은 작품이 될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죠.

▲ 이렇게 둘이 또 있는걸 팬이라면 안 볼 수도 없고


보고 나니 다시 게임을 해보고 싶어졌다.
진짜 '위쳐'의 이야기는 시즌2부터...

정리하자면, 드라마 '위쳐'는 완벽한 작품이라 할 수는 없습니다. 용두사미였던 '왕좌의 게임'이 적어도 중반에 이르기까지 용의 모습을 보였다면, 위쳐는 처음부터 용급이라 할 수는 없는 어설픔을 드러내죠. 복잡한 세계관에 비해 설명은 부족하고, 시간대마저 꼬아버려 전달이 매끄럽지 않습니다. 주인공 배역은 끝내주지만 조연 배역은 '왜지?'싶은 이들이 많고 괴물들이 필연적으로 등장해야 하는 작품임에도 CG에서 어설픈 부분들이 눈에 띄곤 하죠.

하지만, 그 어설픔을 다 참아줄 수 있을 정도로 주인공과 세계관에 대한 표현이 잘 되어있음도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설명이 부족한 부분도 의문이 들긴 하지만, 그것 때문에 드라마를 못 볼 정도로 치명적이진 않죠. 무엇보다, 시즌1의 내용은 앞으로 펼쳐질 거대한 이야기의 튜토리얼에 불과합니다. '위쳐' 시리즈의 주된 이야기는 게롤트와 예니퍼, 그리고 시리가 엮이면서 펼쳐지게 되는데 시즌1에서는 이들이 각자 살아온 이야기와 운명으로 엮이는 과정을 그려냈기 때문이죠.

▲ 운명으로 얽힌 이들이 모두 만나기까지가 시즌1의 내용

위쳐 시리즈에 대해 하나도 모르신다면 '한 번쯤 볼만한 작품'이라고, 위쳐 시리즈의 팬이시라면 '꼭 한번은 봐야 할 작품'이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솔직히 팬들에게는 헨리 카빌이 연기한 게롤트 하나만으로도 볼 가치가 있습니다. 모든 단점을 그것만으로 참을 수 있습니다.

현재 리뷰 점수도 이 드라마의 현주소를 보여줍니다.. 유저 평점이 7점 후반대에서 8점을 오가는 가운데 평론가 점수는 50점 언저리에 머물고 있습니다만, 실제로 낮은 점수를 준 평론가 리뷰의 경우 위쳐 세계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다고 봐도 될 정도더군요. 전혀 모르는 이에게는 덜 매력적이지만, 팬에게는 무엇보다 멋질 수 있는 작품이 시즌1의 위쳐라고 볼 수 있겠지요.

확실한 건, 기존에 '위쳐3'를 플레이하셨던 분이라면 이 작품을 본 이후 다시 '위쳐3'를 설치하고 싶으실 겁니다. 이것 하나는 도무지 참을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플레이가 끝난 후엔, 다음 시즌을 기다리게 되겠죠. 부디 그 기다림이 길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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