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12일부터 22일까지 진행된 EACC 윈터 2019가 마무리되었습니다. 국내 팬들에게는 큰 의미가 있는 대회였는데요. 원창연, 변우진, 차현우로 구성된 샌드박스 게이밍이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한동안 해외 팀들에게 내줬던 최강자의 타이틀을 찾아오는 데 성공했습니다.

보는 재미도 가득했습니다. 각 국을 대표하는 선수들이 출전한 대회이기에 그룹 스테이지부터 치열한 경기 양상이 펼쳐졌습니다. 익숙한 한국 선수를 응원하면서도, 때론 해외 선수들의 예상치 못한 플레이에 감탄하기도 했죠. 한국 팀의 우승으로 기억에 오래 남을, EACC 윈터 2019를 다섯 가지 키워드로 정리해봤습니다.


▲ 오랜만에 한국 팀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EACC 윈터 2019


#변우진

이번 대회 최고의 스타는 샌드박스 게이밍의 변우진 선수입니다. 그룹 스테이지에서는 다소 아쉬운 모습도 있었지만, 넉아웃 스테이지에서 예열을 마치더니 4강전부터는 엄청난 활약을 보여줬습니다. 4강전에서 만난 성남 FC도, 결승전 상대 퍼플 무드도 변우진을 막지 못했죠.

사실상 4강전부터는 혼자 팀을 이끌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성남 FC와 퍼플 무드전을 모두 선봉 올킬로 마무리했으니까요. 4-1-2-1-2 포메이션을 바탕으로 중앙에서 우위를 점하고, 이를 바탕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운영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실, 대회 초반에는 4-1-4-1 포메이션을 들고나온 적도 있는데, 4-1-2-1-2 포메이션으로 돌아온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공격 루트도 다양했습니다. 빠른 발을 가진 19TOTY 음바페로 시원한 돌파를 보여주기도 했고 짧은 패스를 이용한 연계 플레이도 뛰어났죠. 또, 크로스나 깜짝 중거리 슛의 정확도도 상당했습니다. 다양한 방식으로 상대를 흔든 그는 두 번의 올킬과 함께 하루에만 10골을 기록하며 MVP, 득점왕까지 차지했습니다. 한국 팬들의 우승에 대한 갈증을 시원하게 날려버린 그가 앞으로 어떤 활약을 보여주게 될지 기대되네요.


▲ 샌드박스 게이밍을 우승으로 이끌며 MVP와 득점왕까지 휩쓴 변우진 선수


#승부차기

이번 대회에서는 승부차기를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넉아웃 스테이지 이후 총 11번의 승부차기가 나왔고 결승 진출팀을 가리는 4강전에서는 6경기 중 무려 4경기가 승부차기로 끝나기도 했습니다. 승자 연전 방식에서는 기세에도 영향을 주는 것 같았죠.

중요한 순간에 승부차기가 자주 나오다 보니, 선수들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승부차기가 진행될 때마다 긴장감이 감돌았고 치열한 심리전이 펼쳐졌죠. 결과가 나온 뒤 방송 화면에 잡히는 선수들의 표정을 보면 슛 한 번, 한 번에 얼마나 많은 집중을 했는 지 알 수 있었습니다. 최상위권 선수들이 맞붙는, 한 끗 차이로 승패가 결정되는 대회이기에 승부차기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는 것 같네요.


▲ 성남 FC와의 4강전에서 승부차기로만 2승을 거둔 샌드박스 게이밍 변우진 선수


▲ 퍼플 무드와 디비전 X 게이밍의 4강도 승부차기가 결과에 큰 영향을 줬습니다



#득점 루트

EACC 윈터 2019에서는 중거리 슛이 주요 공격 루트로 사용되었습니다. 공간만 나면 골문과의 거리가 다소 있더라도 과감하게 슛을 시도했고 상대가 중거리 슛을 의식하기 시작하면 패스를 주고 받으며 깊게 침투하는 움직임도 나왔습니다. 스트라이커는 확실한 찬스가 아닐 경우 득점보다 연계에 무게를 뒀고, 공격수가 수비수를 달고 다니는 사이 미드필더를 활용한 공격 장면이 많았습니다.

인상적이었던 점은, 해외 선수들의 중거리 슛 실력이었습니다. 득점을 기록할 수 있는 위치, 슛 조작법을 잘 알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발끝이 매서웠습니다. 현재 라이브 서버는 슛 파워 능력치에 따른 중거리 슛 조정이 이루어지면서 예전보다는 중거리 슛의 위력이 다소 줄었는데, 다음 대회에서는 어떻게 반영될지도 궁금하네요.

이 외 공격은 측면보다 중앙 위주로 전개하는 선수들이 많았습니다. CM이나 CAM, 그 위의 공격수뿐만 아니라 후방의 CDM, 풀백까지 활용해 빌드업이 이루어졌죠. 순간적으로 ZS 패스 등을 통해 템포를 끌어올리며 상대 뒷공간을 노리는 움직임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과감한 중거리 슛은 모든 선수가 애용했습니다


▲ 수비형 미드필더도 과감하게 공격에 합류, 득점에 관여했습니다


#포메이션

포메이션은 여전히 수비에 포백을 사용하는 선수들이 많았습니다. 4강전 이상을 살펴보면 성남 FC의 김정민 선수는 4-1-2-3, 송세윤 선수는 4-2-2-2, 김관형 선수는 4-1-2-3에 가까운 4-2-2-1-1을 활용했고 디비전 X 게이밍도 4-2-3-1 위주로 선수를 배치했습니다.

결승에 오른 퍼플 무드는 파타나싹 워라난 선수가 4-2-2-2를, 탄 씰라라이 선수가 4-2-2-1-1을 사용했는데요. 특이하게 판야웃 수판 선수는 5-2-3을 쓰기도 했습니다. HOT 클래스 마테우스를 SW 포지션으로 투입했죠. 이 선수는 이전 경기에서 4-2-3-1을 활용한 적도 있었네요.

우승팀 샌드박스 게이밍의 변우진 선수의 대회 주포메이션은 4-1-2-1-2였습니다. 좌, 우 측면에 약점이 있을 수 있지만, 중앙에 선수를 많이 배치해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었죠. 앞서 언급한 적도 있지만, 변우진 선수는 4-1-4-1도 대회에서 쓴 적이 있습니다. 아, 4-1-2-1-2는 디비전 X 게이밍의 쩐 쭝 히에우 선수도 활용했습니다. 대회가 끝난 이후 저도 4-1-2-1-2를 공식 경기에서 사용하는 중인데 예상한 것처럼 측면에 대한 부담감이 느껴지는 포메이션이더라고요. 그래도 공격 전개에 대한 재미는 확실히 있는 것 같습니다.


▲ 이번 대회도 수비 라인은 4백이 대세였습니다


▲ 마테우스를 SW로 사용한 퍼플 무드 판야웃 수판 선수



#굴리트

어쩌면, 이 키워드가 반갑지 않은 구단주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피파온라인4에서 너무나 많이 쓰이는 선수고 이 선수로 인해 경기의 결과가 바뀔 수 있다는 점을 우리 모두 알고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대회에서 확인한 R. 굴리트의 위력이 엄청났기에 키워드에 포함하게 됐습니다.

EACC 윈터 2019에서 R. 굴리트는 클래스를 가리지 않고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습니다. 아니, 드래프트 단계부터 주목을 받았다고 봐야될 것 같네요. HOT, TT, NHD, TC R. 굴리트를 네 팀이 1라운드에서 선택하면서 명실상부 최고의 선수라는 점이 증명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다른 클래스에 비해 능력치가 다소 부족한 TC R. 굴리트가 1라운드에 뽑을 정도인가라는 의문을 잠시 가지기도 했는데요. 성남 FC 선수들이 활용하는 모습을 보니, '굴리트는 굴리트'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승팀 샌드박스 게이밍도 NHD 클래스 R. 굴리트를 CAM으로 배치해 공격의 중심으로 사용했죠. 듬직한 체격에 공, 수 모두를 커버할 수 있는 완벽한 육각형 선수, R. 굴리트는 이번 대회에서도 뛰어났습니다.


▲ HOT 클래스가 전체 1순위로 선발된 데 이어 모든 클래스가 1라운드에 선택된 굴리트


▲ NHD R. 굴리트를 적극적으로 사용한 샌드박스 게이밍


[드래프트 및 경기 이미지 출처 = 유튜브 eSports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