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이든 첫 단추가 중요하다. 처음의 중요성은 몇 번이고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는데, 로열 로더스는 MMORPG e스포츠라는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가기 힘든 면이 있음에도 꽤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핵앤슬래시 MMORPG 로스트아크가 지난 12월 28일부터 '로스트아크 로열 로더스'라는 타이틀로 정식 e스포츠 리그를 출범했다. 약 3주간의 일정이지만, 128개 팀이 예선에 참여해 치열하고 열띤 경쟁을 펼쳐 16개 팀이 본선에 올랐다. 그리고 16강, 8강을 거쳐 현재 네 팀만이 살아남은 상황이다.

'로스트아크 로열 로더스'의 반응은 생각보다 훨씬 뜨거웠다. 경기 중 트위치 시청자는 4~5,000명에 육박했으며, 실제 게임을 즐기고 있는 로스트아크 유저들도 이를 관심 있게 지켜봤다. 그리고 이런 평가는 무엇보다 경기를 재밌게 만들어주는 선수들, 주최 측의 노력 등 다양한 요소가 작용했겠으나 처음 출범하는 리그를 재밌고,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중계진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베테랑 정소림 캐스터가 중심을 잡아주고, 여러 게임을 통해 어느덧 꽤 많은 경험치를 쌓은 오성균 해설과 MMORPG 전문가인 이재성 해설이 그들이다. 새롭게 시작하는 리그다 보니 해설위원이 시청자에게 얼마나 쉽고 친근하게 접근하는지가 굉장히 중요한데, 이런 면에서 오성균 해설과 이재성 해설은 로스트아크 유저들에게 합격점을 받았다.



Q. 로스트아크 리그는 처음이다. 처음 생긴 리그다 보니 해설 준비도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오성균 : 재성이 같은 경우는 게임을 잘하고, 블레이드&소울 우승자 출신이라 이해도가 뛰어나다. 반면, 나는 선수 출신 해설이 아니기 때문에, 선수의 피지컬을 따라 할 수 없다. 그래서 오는 괴리감이 가장 괴롭다. 내가 백 년, 천 년을 해도 시클로, 럭키 같은 선수를 따라잡을 수 없다. 그래서 나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서는 무조건 더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준비하는 동안 새벽4~5시까지 공부하고 또 공부했다.

그리고 정소림 캐스터는 준비성이 뛰어나기로 유명한 캐스터다. 다른 캐스터분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정소림 캐스터와 함께 중계하면 그런 압박감이 더 있다.

캐스터마다 특징이 있지만, 정소림 캐스터와 하다 보면, 압박이 조금 더 하다. 그 준비성이나 공부하는 건 정말 무섭게 한다. 그래서 오히려 더 좋은 자극제가 되기도 했다.

이재성 : 정소림 캐스터, 오성균 해설이 너무 잘하셔서 생각보다 편하게 가고 있다(웃음). 나의 모자란 부분을 잘 채워주신다. 중계하는 동안 어렵거나 불편한 적은 한 번도 없고, 처음에 섭외가 왔을 때는 사실 플레이도 많이 했고 생각보다 쉬울 줄 알았는데, 막상 준비하다 보니까 어려운 점들이 굉장히 많더라. 두 분의 준비성을 보고 자극을 많이 받아서 나도 뒤처지지 않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 오성균 해설의 준비 자료들


Q. 중계를 들어보면 각종 스킬이나 게임에 대한 노하우 등 많은 준비를 한 것 같다. 얼마나 공부를 했나?

오성균 : 게임을 아주 오래전부터 해왔던 게 아니라, 초창기 스토리 라인을 몰랐다. 그래서 BJ나 스트리머들이 열었던 대회들을 모두 모니터링하면서 그 선수들 중 이번 리그에 참가한 선수가 있는지, 그런 것들에 대한 공부를 많이 했다. 축구로 예를 들면, 과거 레전드 선수나 화제가 됐던 경기를 해설위원이 모르면 안 되지 않겠나? 많은 유저들과 공감하기 위해 정말 많이 찾아봤다.

또한, 밸런스에 대한 이해도도 높이기 위해 커뮤니티를 많이 찾아봤다. 혼자 이것저것 해보며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천상계 선수들이 말하는 밸런스 토크가 가장 도움이 많이 되는 게 사실이다. 그리고 대게 유저들이 많이 언급하는 것들은 유심히 지켜봤다.

이재성 : 평소에 대회에 진출한 선수들과 많은 이야기를 하고, 스크림 관전을 하면서 혼자 시물레이션도 하고, 그런 식으로 연습을 많이 했다. 실전 후에도 자신의 모니터링을 하면서 보완할 점은 보완하고 그런식으로 피드백하고 있다.


Q. 로스트아크의 스킬은 트라이포드 변경에 따라 스킬 이펙트가 완전히 변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런 부분이 준비하는 데 있어 큰 어려움으로 작용했을 것 같은데?

이재성 : 처음에는 굳이 모든 트라이포드까지 다 알아야 하나 싶었다. 그리고 PVP에서는 쓰는 스킬이 대부분 정해져 있으니까. 그리고 모든 캐릭터가 주로 사용하는 스킬은 다 알고 있었다. 다만, 정식 명칭이 조금 헷갈렸을 뿐이다. 그런데 정소림 캐스터가 정말 하나하나 다 외우고 계시더라. 이번에도 정소림 캐스터가 준비하는 모습을 보고 '캐스터분이 아는데, 해설이 모르면 안 되겠다'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이를 악물고 외웠다.

오성균 : 나도 비슷하다. 패치가 된 이후에 대한 변경점을 가장 먼저 물어보는 게 정소림 캐스터였다. 유저들의 생각, 해설자들이 바라보는 밸런스 등 모든 것을 체크하신다. 그런 면에서 정말 존경스럽고, 그로 인해 나도 조금씩 성장하는 계기가 되곤 한다. 이자리를 빌어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Q. 이런 것도 궁금하다. 해설진들은 과연 어떤 클래스로 플레이하고 있을까?

이재성 : 원래 총 아홉 클래스를 플레이하고 있었다. 메인은 데빌헌터고,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PVE까지 챙길 시간은 없더라.

오성균 : 주캐릭터는 데모닉이다. 홀리나이트도 같이 하고 있는데, 대회에서 나오지 않으니 잠시 접어뒀다. 나 역시도 대회를 준비하면서부터 PVE나 다른 콘텐츠는 즐길 시간이 없다. 앞서도 말했지만,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배움에는 끝이 없지 않나. 시간이 날 때마다 PVP를 직접 해본다던가, 잘하는 선수의 개인화면을 모니터링한다.


Q. 로열 로더스의 경기 방식인 '섬멸전'은 초단위로 한타가 일어날 정도로 경기 템포가 굉장히 빠르다. 중요한 상황이나 스킬 등 정보 전달이 어려울 것 같은데 이런 부분은 어떻게 신경 썼는지 궁금하다.

오성균 : 긴박한 상황이나 중요한 상황에서 이 얘기를 했을 때 사람들이 좋아할 장면을 더 극적으로 전달하려고 노력한다. 화려함을 더 극대화 시킨다고 할까? 그 이후 잠시 소강상태가 되면 당시 잘 보이지는 않았으나 훌륭한 역할을 해낸 숨은 1등 공신을 꼭 언급하려 한다. 이런 부분을 얼마나 재밌고, 몰입감 있게 표현하는지가 스타 메이킹에 있어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이재성 : 동의한다. 캐릭터를 잡아주려 부단히 노력한다. 다른 게임도 마찬가지겠으나 PVP 콘텐츠는 중계진이 얼마나 선수 이미지메이킹을 할 수 있는지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 경기력을 중점적으로 보긴 하지만, 그 외적으로 캐릭터를 만들기 위한 노력에 힘을 쏟는다. 그렇게 노력해도 쉽지 않은 부분이니까 더 신경 쓰는 것 같다.



Q. 로스트아크 PVP가 다른 게임 PVP에 비해 더 나은 점은 무엇인지? 반대로 보완해야 할 점은?

오성균 : PVE는 패턴이라는 게 있지 않나. 소위 공략이 있다. 그걸 얼마나 숙지했느냐 PVP는 심리 싸움이 훨씬 중요하다. '이 스킬을 쓰겠지? 언제? 어느 방향으로 쓸까?' 그런 심리전을 MMORPG에서 표현하기 힘든데 그런 점을 잘 구현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스킬 위에 마우스 커서를 올리면 전체 유저 중에 이 스킬을 찍은 유저가 몇%인지 나오는 게 있는데, 레이드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스킬을 PVP에서는 활용할 수 있으니 그런 점들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이재성 : PVP에서 생각보다 피지컬을 요구하는 게임이더라. 그래서 잘했을 때 성취감도 더 크다. 쿼터뷰 PVP에 거부감이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직접 해보면 다르다. 옵저빙과 개인화면의 괴리감이 심하다. 그런 점들이 아쉽다. 이번 시즌까지는 해결이 힘들지만, 다음 시즌이 열린다면 그 점을 보완했으면 좋겠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자유롭게 해달라.

오성균 : 금강선 만세!!

이재성 : 만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