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오브워쉽은 냉정하게 말하면 밸런스가 좋지 않다. 다만 이는 여러 국가와 함종, 수백 대의 배가 모여 있다 보니 어쩔 수 없는 면도 있다. 12 vs 12가 주는 변수, 국가 간 상성, 티어 배분 문제, 같은 배라도 유저 성향에 따라 OP와 땔감을 오고가기도 한다.

하지만 여러 상황을 고려해도 매번 볼 때마다 이가 갈려 나가는 OP쉽이 있다. 카운터를 찾기 힘들고 유저의 실력이 뛰어나면 뛰어날수록 말도 안 되는 포텐셜을 발휘하는 사기배 말이다. 특히 이런 배를 탄 유저들이 전대를 구성하고 있거나 혹은 상대 팀에 몰려 있다면 시작하기도 전에 패배한 듯한 기운을 느낄 정도다.


▲ 시작 전에 기선제압? 승리가 보장되는 든든한 OP쉽은 무엇?




■ 2대 이상 보이면 전의가 꺾인다! 10티어 - 스탈린그라드

최근에는 스몰렌스크의 악명이 높지만, 개인적으로는 10티어 중에서 여전히 스탈린그라드가 가장 부담되는 상대다. 이유는 간단하다. 배의 성능 자체도 우수하지만, 스몰렌스크에 비해 타고 있는 파일럿들의 실력이 어느 정도 보장되기 때문이다.

이벤트 등으로 강철이 제법 풀렸기 때문에 상위 클랜이 아니더라도 스탈린을 보유한 유저가 있을 수 있지만, 여전히 실력자들이 타는 배라는 인상이 강하고 실제로도 그러하다.

특히 공방에서의 위엄은 명불허전이다. 상대에 스탈린그라드가 2대 이상이거나 브르고뉴 - 스탈린그라드 - 소머즈식의 강철 전대가 등장하면 수습이 안 될 정도로 밀리는 판이 많다.

함종을 가리지 않고 공평하게 시타델을 뚫어주는 고속 레일건에 주포는 자그마치 시그마값 2.65로 정밀함까지 갖췄다. 여기에 대형순양함임에도 불구하고 37노트를 찍는 기동성, 우수한 소모품 구성과 장갑 배치까지 소뽕의 결정체라 불려도 과언이 아닌 완벽한 순양함이다.

추가로 장갑 구조나 관통력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초보에게는 사신이나 다름없다. 내가 쏜 탄은 도탄이고, 스탈린 탄은 내 시타델로 들어오는 환장하는 상황을 겪어볼 수 있다.

무기고에 여러 강철쉽이 추가되었으나, 기자에게는 여전히 가장 가지고 싶은 배 1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 반피 스탈린이 풀피 전함을 가지고 노는 모습은 심심찮게 볼 수 있다




■ 상황에 따라서는 대처가 안되는 9티어계의 악마 - 블랙

9티어에도 쟁쟁한 함선들이 많지만 볼 때마다 부담되는 배라면 구축함 중에서 유일하게 연막 + 레이더를 동시에 사용하는 블랙이다.

구축을 몰아본 유저라면 소나, 레이더를 가진 함종이 얼마나 상대하기 까다로운지 알 것이다. 다만 소나의 경우 대체적으로 5~6km로 탐색 범위에 한계가 있고, 레이더 역시 범아시아 구축이 사용할 수 있으나, 이런 경우 자신을 보호할 연막을 쓸 수 없다.

하지만 블랙은 5.8km의 피탐지와 부드러운 기동, 플레쳐의 우수한 주포와 대공까지 모두 가져온 상태에서 그대로 레이더만 추가되었다.

최근에는 네우스트라미쉬나 벤험 등의 경쟁자가 생겼지만, 개인적으로 부담감은 여전히 블랙이 압도적으로 높다. 이유를 들자면 앞의 둘은 10탑방이나 9탑방이나 포텐셜에 있어서 큰 차이가 없지만, 블랙의 경우 7티어가 섞여 있고, 레이더쉽이 적은 방에 배정되면 누구도 막을 수 없을 정도로 포텐셜이 급등하기 때문이다.

항모에 대한 저항력이 꽤 높다는 점도 차별화 된 부분이며, 근접전이라면 여전히 경쟁력이 있는 미구축이기에 잘 모르는 유저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43노트의 느린 어뢰는 유일한 흠이지만, 13.7km의 사거리로 상대의 라인을 뒤흔들기에는 충분하고, 어뢰 없이 포격만으로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무엇보다 상대에게 레이더 가진 구축함이라는 것으로도 충분히 큰 부담이다.


▲ 블랙 레이더 맞고 황급히 빠져나오다 숨지는 심즈


▲ 어뢰 속도 느리다는 것도 있는 사람들의 배부른 소리다




■ 이 녀석이 등장하면 게임이 더러워진다? - 아사시오

사실 8티어에는 최근에 크게 부담된다는 배는 없다. 과거였다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소련 8티어 크투조프를 꼽았겠지만, 티어 배분도 애매하고, 최근 들어서는 152mm의 한계와 각종 연막함들의 추가로 무적 포스를 내뿜는 일은 줄어들었다.

의외로 골머리를 썩는 배는 다름 아닌 일구축 아사시오다. 쟁쟁한 배를 놔두고 왜 하필 아사시오인지 의아하게 생각할 수도 있으나, 이 녀석은 신기하게도 게임을 더럽게 만드는 재능이 있는 배다. 특히 상대보다 아군이 못할 때 그 위력이 극대화된다는 점에서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놔두면 아군 전함 라인 다 무너지는데, 위치를 찍어줘도 아사시오를 찾으러 갈 생각이 없는 아군 구축과 항모를 보고 있으면 그야말로 혈압이 수직 상승하여 핏줄이 곤두선다. 반대로 아군 아사시오는 시작 3분 만에 터져나가는 신통함을 자랑하며 팀원들의 멘탈을 터트린다. 시마카제와 달리 8티어라는 오묘한 티어 배치도 이런 과학 시간을 가속시키는 요인이다.

즉, 쉽게 말하자면 아군 적군 가릴 것 없이 스트레스를 상승시키는 배다. 아군 구축이나 항모가 못한다면 이것만큼 이가 갈리는 배가 없다.

그리고 여러 오해가 있는 배지만 잘하는 유저가 잡으면 실제 무서운 성능을 발휘하기도 한다. 괜히 승률이 상위권인 배가 아니다. 다만 그 슝률에서 일정 지분이 트롤러가 차지한다는게 문제일 뿐, 매칭이 잡힐 때마다 없었으면 하는 배 중 하나임이 분명하다.


▲ 시마카제의 과학선 이미지를 그대로 흡수한 8티어 아사시오


▲ 우리 팀이어도 불편하고, 상대 팀이어도 불편하다! 빨리 제거하자




■ 팀에 있으면 이미 이긴 기분이 드는 7티어 OP쉽 - 킹 조지, 피지(feat. 벨파스트)

벨파스트의 경우 사실 언급할 필요조차 없는 배다. 7티어임에도 불구하고 연막 + 레이더라는 양심이 팔려나간 조합으로 이 순간에도 초보 여럿을 울리고 있다.

비슷한 역할로는 강철쉽 중 하나인 미순양 플린트가 있다. 그래도 이 녀석은 레이더는 달려 있지 않아서 비교적 양심을 챙긴(?) 편이다.

규격 외의 OP를 제외하면 개인적으로 영국 정규 트리의 킹 조지와 피지를 꼽고 싶다. 천차만별의 실력을 감안하더라도 이 둘이 있는 라인은 쉽사리 밀리지 않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특히 7탑방이라면 이런 현상은 더욱 심해진다. 아직 초보가 많이 섞인 7티어에서 동티어의 전함들이 나사 빠진 철갑탄을 쏘는 것보다 스쳐도 불이 붙는 네이팜탄을 쏘는 킹 조지의 유효타가 훨씬 많고, 피지 역시 저티어에서는 대응하기 힘든 연막 순양함이라는 점이 크다. 각각 14인치 및 6인치에 불과하지만, 7티어라는 환경에서 충분한 화력이 나온다.

벨파스트를 제외한 실질적인 7탑방 캐리 라인으로 소련 구축함 레닌그라드도 모는 유저의 실력에 따라 고성능을 발휘한다.

추가로 과거 초보절단기로 불리던 애틀랜타는 고레벨 함장이 필요하다는 점과 이외에 7티어에 성능 좋은 함선들이 다수 유입되어 이제는 빛을 보기 어려운 함선이 되었다.


▲ 벨파스트는 워낙 규격 외의 함선이니 언급이 무의미하다


▲ 피지와 킹 조지가 라인을 지키고 있으면 든든 그 자체다.




■ 정말 좋은데 안보이는 것이 의외인 OP쉽 - T-61(fear. 퍼스, 황허)

이미 기사로 여러 번 언급하며 추천한 적 있는 T-61은 성능에 비해 이상할 정도로 보기 힘든 함선이다. 6티어에 과분한 주포 DPM, 티어를 뛰어 넘은 어뢰, 내구도, 민첩함, 피탐지율 등 스펙이 동티어 중에서 최강급이다.

포격전과 뇌격전, 정찰 등 모든면에서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만능함이다. 통계나 승률면에서도 시노노메와 함께 1위를 다투고 있으며, 평균 경험치와 대미지 부분에서도 1위에 가깝다.

8탑방에 끌려가도 절대 밀리지 않을 성능으로 구축 유저들 사이에서는 숨겨진 꿀로 각광받고 있다. 잘 보이지 않는 이유는 아마 독구축에 대한 나쁜 인식과 6티어라는 애매한 티어 배분 탓이 크다.

다른 함종에서는 역시 연막 순양함인 퍼스와 황허가 손꼽힌다. 이들은 벨파스트의 하위 호환이라 할 수 있으나, 사거리나 연사력, 소모품 구성에서 밀릴 뿐 전체적으로 동일한 역할 수행이 가능하다.

7티어까지는 초보 입장에서 연막 + 고폭 순양함의 존재는 대처하기 어렵다. 당연히 6탑방에 걸렸을 때 이들이 있는 라인은 뚫지 못하거나, 아군이 밀리는 것을 쉽게 체감할 수 있다.


▲ 아직 기회가 있을 때 사두자. 타보면 후회하지 않을 성능이다.




■ 5티어의 정복자 - 줄리오 체사레, 카미카제R

7티어 절대 지존으로 벨파스트가 있다면, 줄리오 체사레는 5티어를 정복한 최고 존엄 전함이다. 자체 하드웨어만으로도 이미 탈 5티어급인데다, 이탈리아 특유의 주포로 7티어까지도 가뿐히 상대할 수 있다.

유일한 약점이 부족한 내구력인데, 이는 기동력과 피탐지로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 타국가가 20도 안 되는 속도로 엉금엉금 기어 다닐 때 혼자서 27노트라는 정신나간 속도를 자랑한다. 선회 반경은 고작 640m로 구축함이 아닌가 의심하게 만드는 수준이다.

당연히 벨파스트와 마찬가지로 현재 판매 금지 상태이며, 오늘도 초보들의 중티어 진입을 가로막는 수문장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두 번째로 일본 5티어 구축함 카미카제 역시 초보들을 학살하는 제초쉽으로서의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구)미네카제의 최종 어뢰를 고스란히 보유하고 있으며, 낮은 피탐과 빠른 재장전의 어뢰라는 환상의 콜라보로 회피 기동이 힘든 저티어 전함들의 옆구리를 숨펑숨펑 뚫어주는 배다.


▲ 이녀석의 악랄함은 저 말도 안되는 기동력과 피탐지에서 나온다


▲ 양심 좀 챙기십시오 휴먼! 제초쉽으로 악랄한 카미카제 시리즈




■ 저티어는 이 두 대만 기억합시다! - 임페라토르 니콜라이 1세, 뱀파이어

기자도 몇 번 만나보지 못했으나, 소련 4티어 전함인 임페라토르 니콜라이 1세는 저티어에서 가장 위험한 배라고 할 수 있다.

속도나 사거리는 평범한 편이지만, 12문의 주포와 엄청난 집탄율로 저티어 순양함들에게 지옥을 선사하는 전함이다.

가장 무서운 점은 저티어에서 보기 드문 떡장갑으로 4탑방에서 조우 했을 시, 어지간한 고폭탄과 철갑탄은 전부 도탄된다. 가공할 화력도 화력이지만 때려도 기스만 나는 방어력 덕분에 독보적인 승률을 자랑하고 있고, 지금까지도 판매 금지 상태인 배다.

마지막으로 3티어 구축함 뱀파이어도 선을 과하게 넘은 배다. 줄리오 체사레나 카미카제는 뱀파이어에 비하면 양반일 수준으로 도저히 3티어라 생각할 수 없는 하드웨어를 보유했고, 고티어 함장을 보유했다면 마음먹기에 따라 순양함과 1 vs 1 대결도 가능한 수준이다.

보유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충분히 게임을 오래 했다는 증거인데, 이런 유저들이 3티어로 내려가 뱀파이어를 몬다는 것은 초보 유저 입장에서는 통곡할 노릇이다. 물론 호기심이나 연패의 스트레스에 못 이겨 가끔 한 판씩 타는 것은 이해할 수 있으나, 수백 판이 넘어가는 유저가 보인다면 주의할 필요가 있다.


▲ 임페라토르 니콜라이가 4탑방에 가면 이런일이 벌어진다
(출처 : 유튜브 ;MecaWOWS Replays')


▲ 뱀파이어는 '난 이기러 왔다'는 강력한 의지 표명이라 생각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