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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12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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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본색 드러낸 '게임 디톡스 사업'... 피 뽑아 게임중독 판별?

이두현 기자 (Biit@inven.co.kr)
"인터넷게임 중독 치료, 스마트 헬스케어 서비스 산업 창출이 기대된다"
"피 검사를 통해 게임중독 여부를 진단한다"

12일 인벤은 지난 정부에서 추진했던 인터넷게임 디톡스 사업 보고서를 확인했다. 해당 보고서에는 당뇨 검사처럼 혈액을 통해 게임중독을 진단할 수 있다는 다소 황당한 내용이 있다. 또한 게임중독을 통해 신사업을 구축하려는 계획도 담겨있다.

과거 미래창조과학부(후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소벤처기업부)는 문화체육관광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와 함께 221억 6,200만 원을 투입해 2014년부터 '뇌과학원천기술개발사업'을 진행했다.

사업 목표는 인터넷게임 중독에 관한 과학적 원인을 규명하고 이를 토대로 맞춤형 예방‧진단‧치료 체계 구축하는 것이다. 게임중독이 질병이라는 인식하에 치료법을 개발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사업 주요 과제는 △인터넷게임 중독의 뇌과학적 원인규명을 통한 스마트 헬스케어 시스템 개발(김대진 교수) △혈액시료기반 인터넷게임 중독 통합 바이오마커 발굴 및 예측 모델 개발(정연준 교수) △인터넷게임 중독 치료를 위한 MRI 기반 영상 유도 뇌자극 조절시스템 개발 및 검증(정용안) △인터넷게임 중독 모니터링을 위한 웨어러블 시스템 개발 및 생체신호 지표 발굴(김인영) △가상현실기반 인터넷게임 중독 예방 및 치료 프로그램 개발(김래현)이다.

관련해 과기부는 "인터넷게임 디톡스 사업은 사회문제 해결형 R&D 사업의 일환으로 인터넷ㆍ게임의 과의존 등에 대한 과학적 이해를 위해 진행한 사업으로 게임을 질병 혹은 치료해야 할 대상으로 설정하고 그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진행된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인터넷게임 중독의 뇌과학적 원인규명을 통한 스마트 헬스케어 시스템
김대진 교수 연구팀(23억 원)


김대진 교수(가톨릭대학교) 연구팀은 "인터넷게임 중독의 뇌영상, 생체신호 및 빅데이터 분석 등을 통한 뇌과학적 원인 규명 및 스마트기기 기반 진단 지표를 확립해 스마트 헬스케어 서비스 플랫폼 관련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고 목적을 밝혔다. 이어 "스마트 헬스케어 IT 시장 규모는 2015년 세계시장 175억 달러, 국내 1억 달러를 넘었다"며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글로벌 스마트 헬스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 효과를 기대했다.

보고서에서 인터넷게임 중독은 국가 생산성이 저하돼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원인으로 꼽혔다. 연구팀은 "특히 인터넷게임 중독이 청소년에서 많이 발견된다는 것은 청소년의 뇌 발달 측면에서 대단히 우려스러운 일"이라며 "따라서 과도한 인터넷·게임사용에 대한 적절한 예방 및 치료 정책이 시급하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김대진 연구팀은 "인터넷게임 과의존이 뇌와 연관성이 있음을 밝혀냈다"며 "인터넷게임 중독 원인 파악과 진단, 예방의 효과적인 데이터 처리를 통한 다학제적인 연구결과들이 도출되었다"라고 연구 성과를 자평했다.

이어 "인터넷게임 과의존의 심리사회적 특성에 관련된 연구에 비해 신경생물학적 특성에 관한 연구 기반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한 본 연구는, 전 세계적으로 인터넷게임 과의존의 신경생물학적 기전 규명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했다"며 "스마트기기 기반 객관적 정보를 사용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개인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자가진단 스마트 헬스케어 서비스를 상용화할 수 있는 연구 및 환경 기반을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 2017년 기준 인터넷게임 디톡스 사업 구조도

향후 활용 계획으로 김대진 연구팀은 경제산업적 측면을 강조했다. 연구팀은 "스마트 헬스케어 서비스 산업의 일자리 및 부가가치 창출이 기대된다"며 "차세대 융합 헬스케어 산업의 한 축인 스마트 플랫폼 형태의 서비스 구축의 틀을 마련함으로써 대한민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의학적 측면에서 김대진 연구팀은 "향후 연구로 이어질 행위중독의 핵심행동 및 인지변화를 조절할 수 있는 적절한 타겟 분자 '약물후보'를 발굴할 기회를 제공한다"고 기재했다. 인터넷게임 중독 치료를 위해 약물사용을 고려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처음 5개년 계획 51억 원 규모로 예정됐던 김대진 연구팀 계획은 3년 21억 원 규모로 축소돼 집행됐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 시절에 준비된 계획이 탄핵 정국으로 바뀌면서 이상하게 흘러갔고, 결국 정권이 교체되면서 인터넷게임 디톡스 사업이 흐지부지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혈액시료기반 인터넷게임 중독 통합 바이오마커 발굴 및 예측 모델 개발
정연준 교수 연구팀(12억 원)

▲ 발췌: 정연준 교수 연구팀 보고서

정연준 연구팀은 혈액 검사를 통해 암을 진단하는 거처럼 인터넷게임 중독의 특이점을 찾아내려 했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혈액 DNA 시료 311례와 혈액 플라스마 시료 280례를 비교 분석했다. 연구팀은 인터넷게임 중독이 약물이나 알코올중독과 신경 기전이 유사하다는 연구를 바탕으로 유전자 다형성 마커(SNP)가 약물이나 알코올중독 위험성과 유사하다는 점에 착안했다.

2017년 정연준 연구팀은 "인터넷게임 중독이 환경적인 요인보다 유전적인 요인에 기인한다는 연구가 있다"며 "인터넷게임 중독에서 유전체 연구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현재도 인터넷게임 과몰입 원인이 선천적 원인인지 가정환경이나 사회변화와 같은 후천적 요인에 따른 것인지는 논의 중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관련해 정연준 연구팀은 순환 miRNA(리보핵산)를 바이오 마커로써 이용해 인터넷게임 중독을 진단할 방법을 지난 2018년 특허 신청했다. 특허청은 정연준 연구팀 방법에 대해 특허를 인정하고 2020년 1월 6일 공개했다. 외과적 시술 없이 쉽게 인터넷게임 중독 여부를 가린다는 게 특징이다.

정연준 연구팀은 "인터넷게임 장애 진단용 조성물은 바이오마커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게임 장애를 예방하거나 치료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연구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의사는 "유의미한 결과로 보기에는 연구에 쓰인 사례가 적다"라며 "재현성을 입증하기 위한 크로스 연구가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당 연구팀 스스로도 사례가 부족하다는 점은 보고서에 기재했는데, 반복검증되지 않은 사례가 특허등록된 것은 의문이다"고 덧붙였다.

연구에 대한 논리적 오류도 보인다. 그는 "연구팀이 중독자라고 진단한 사람들의 시료를 분석해 정상인과의 차이점을 골랐는데, 이게 실제 중독군과 연관이 있다고 예상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전했다.

덧붙여 연구 결과로 기재된 그래프에 대해 "병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이 그렇게 차이 난다고 볼 수 없다"며 "겹치는 영역도 민감도와 특이도가 낮다"고 짚었다.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이장주 소장은 "miRNA 연구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생분야이기에 명확하게 밝혀진 것이 적다"며 "암이나 당뇨와 같은 신체적 질병은 miRNA를 사용한 연구들이 있지만, 이런 것이 정신장애로 분류되는 것들에도 통용되는지에 대해서 적용될 수 있는지는 상식적으로나 이론적으로 논란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장주 소장은 "현재 문체부나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이 문제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며 "일단 사회적으로 확산되면 특허의 내용이 타당한가에 대한 논란 대신, 게임중독이 혈액을 통해 검사될 수 있는 신체적 질환으로 오인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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