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전의 아제로스 첫 레이드 던전 울디르의 WFK(World First Kill) 경쟁에서 Limit는 인스턴스 던전 연장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신화 레이드의 마지막 네임드는 늘 사전 테스트가 없었기에 지속적인 핫픽스가 진행되기 마련이고, 레이저 매트릭스 하향 조정을 비롯한 여러 변화가 Limit의 전력을 약화 시켰는데도 강수를 뒀다. 결과적으로 Limit가 지은 밥의 첫술을 Method가 뜨게 되면서 또 하나의 역대급 레이스라는 기록을 남겼다.

이후 Method는 개인룻 시스템의 취약점 이용한 괴물 같은 배수파밍 속도와 과감한 2힐 조합으로 다자알로 전투, 영원한 궁전까지 WFK을 따내며 정상을 굳건히 지켰다. Mehod가 보여준 방법은 일반적인 수준에서 따라 하기 어려운 과정이고 다르게 보면 시스템의 취약점을 악용했다고도 생각되지만, WFK이라는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그들이 택한 선택은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 냈다.

격전의 아제로스와 이전 확장팩 군단에서 Method가 보여준 결과는 어찌 보면 당연하다. 여러 파트너 기업의 후원을 받는 e스포츠 팀이니까. 레이드에 참여하는 모든 인원에 동등한 물질적인 지원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레이드에 집중할 환경이 조성되고 여러 부분에서 강한 동기부여가 된다. Method Gaming이 와우를 대표하는 e스포츠 팀이 되기까지 여러 팀과 경쟁했고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2인자(국내는 콩소드)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었지만, 이러한 후원이 지금까지 버티며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이러한 가운데 나이알로사 레이드는 많은 이들의 예상을 뒤엎고 Limit가 WFK을 따내며 자존심을 지켰다. 미국에서 아주 오래된 e스포츠 팀 Complexity의 후원을 받아 멋진 결과를 만든 것이다. 울디르에서 WFK을 놓치지 않았더라면 더 빨리 후원을 받을 수 있었겠지만, 이는 결과론적인 이야기일 뿐, 영원한 궁전까지 분전한 덕에 좋은 파트너쉽을 맺었고 격전의 아제로스의 대미를 멋지게 장식했다. 이번 확장팩에서 Limit는 박수받아 마땅하며 그 배경에 기업 후원이 있었다는 사실을 빼놓을 수 없다.

▲ WFK 기념 출시된 Limit 티셔츠, 이러한 굿즈도 결국 후원이 있어야 가능한 것


Limit의 WFK 탈환은 결과도 결과지만 그 과정이 의미가 깊다. 새롭게 도입한 역할 분담과 지원팀의 활약이 눈부셨다. 공격대 구성과 택틱, 애드온 등 공략에 필요한 준비 과정을 레이드에 참여하는 구성원이 아닌, 별도의 전문 인력을 투입하여 분업화했다. 길드장 'Maximumwow'는 포지션 변경 후 트라이 개선과 피드백에 중점을 두며 스스로 코치 역할을 자처했고 분석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또한 외부 인원이 위크오라와 매크로, 애드온 등 공략에 필요한 요소를 지원케 했다. 이러한 분업이 1분 1초가 중요한 WFK 경쟁에서 결정적인 시간적 차이를 만들어 낸 것이다.

Complexity와 Limit의 관계는 단순히 물질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코칭과 전력 분석 같은 e스포츠적인 노하우도 공유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최근 3년 사이 미국의 메이저리그를 포함하여 국내 프로야구까지 숫자 데이터(세이버 매트릭스)를 기반으로 한 전력 분석이 선수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는 것처럼, 와우 레이드에도 이러한 분석적인 요소가 접목된 것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 팀들도 분석 시스템을 이미 도입했거나 전력 분석가를 채용하고 있는 와중에 와우도 분석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좋은 사례가 나온 것 자체가 매우 고무적이다. 와우는 이미 WCL처럼 분석할 요소가 많은 다양한 데이터 기반의 정보들이 존재하니 말이다.

이를 방증하듯 Method는 나이알로사 신화 레이드를 마무리하며 Limit가 WFK을 차지한 배경으로 '코칭과 전력 분석, 위크오라 같은 외부 지원'이 주요했다고 말했다. 덧붙여 차기 확장팩 어둠땅은 이러한 3가지 요소를 반영하거나 응용하여 더 체계적이고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예고했다.

▲ Method는 자사 홈페이지에서 소속 선수의 프로필과 스트리밍 페이지를 상세히 지원한다


Limit의 사례를 바탕으로 와우 레이드 콘텐츠의 'WFK 레이스'는 짧지만 주목도 높은 e스포츠로 진화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와우 레이드 역사에 뿌리 깊은 종적을 남긴 Method Gaming과 Complexity Limit는 스트리밍을 통해 와우 레이드의 주목도를 높이고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Method Gaming은 이미 와우 중심의 e스포츠 팀으로서 WFK 레이스를 주력으로 투기장 대회(AWC), 쐐기돌 대회(MDI)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와우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한 나름 최초이자 꽤 오래 유지되고 있는 e스포츠 팀이기도 하다. Limit도 Complexity의 지원을 바탕으로 e스포츠 팀의 시스템을 갖추게 됐고, 나이알로사 레이드를 통해 여러 가능성과 전 세계적인 주목도를 보여줬으니, 와우의 레이드도 e스포츠의 새로운 장르라고 봐야하지 않을까.

AOS와 FPS, RTS, CCG 등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고 있는 장르와 다르게 MMORPG는 게임사의 개발 여력, 밸런스 조정에 대한 비중이 매우 크기 때문에 온전히 e스포츠화되기는 어렵다. 하지만 Limit의 사례처럼 e스포츠 팀의 노하우와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선의의 경쟁을 통해 과거처럼 치열한 WFK 레이스를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이미 WFK 레이스는 팬들의 추억과 함께 15년 동안 이어진 와우 레이드의 역사로 존재하며 현재 진행중이다. 무엇보다 레이드는 와우의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콘텐츠다.

물론 유럽의 Method, 미국의 Limit의 양강구도가 계속될 전망이고, 새롭게 진입한 길드가 좋은 성적을 내는 등 인지도를 쌓기 어려운 구조라 저변 확대가 쉽지만은 않다. 또한 신화 레이드가 지역에 따라 상이한 시간에 오픈하는 점도 레이스에 큰 변수가 되며 동등한 조건으로 경쟁을 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하여 이러한 몇가지 사항을 블리자드가 개선해주길 간곡히 기대한다. 투기장 대회보다 e스포츠로서의 가능성이 더 높고 팬들의 주목도가 더 높은 WFK 레이스에 대한 개선을 통해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보상을 지급하고, 적은 규모라도 명예의 전당 순위에 따라 추가 보상이 지급된다면 더 많은 e스포츠 팀들이 레이드 팀을 지원하는 긍정적인 순환을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꼭 e스포츠 팀이 아니더라도 게이밍 장비 지원 등 it 기업과의 1차적인 후원이 더 활발하게 이루어질 환경을 조성하여 '판'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배경이 뒷받침 되어야 최고의 활약을 보인 AFK R 같은 국내 길드도 더 좋은 환경에서 레이드할 기회가 주어질 확률이 늘어날테니 말이다.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겠지만 이번 확장팩에서 하향 굴곡은 크게 겪은 와우가 신화 레이드의 WFK 레이스, 클래식 서버의 던전 및 레이드 타임어택 등 팬들의 관심도가 높은 '레이드 콘텐츠'를 바탕으로 볼거리를 만들어주길 기대해 본다.

▲ 난이도가 쉬운 클래식 레이드는 타임어택이 주요 관점 포인트 - 자료 출처 : WC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