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K가 코로나19 여파로 휴식기에 들어간 지 어느덧 2주 차에 돌입했다. 최근 온라인 진행 가능성의 유무가 논의되고 있다고 알려졌지만, 어쨌든 오랜 시간 LCK를 기다려온 e스포츠 팬들에게는 아쉬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모든 e스포츠 리그가 중단된 가운데, LCK 분석 데스크에서 활동하고 있는 '와디드' 김배인을 온라인에서 만나 선수가 아닌 LCK 분석가로서 1라운드에 대한 개인적 소견을 들어봤다. 그는 인터뷰에 막바지에 선수 '와디드'였다면 하지 않았을, 그리고 못 했을 말들을 전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2라운드를 기다리는 휴식기에서 다시금 1라운드의 메타와 팀에 대한 얘기를 짚어보고 넘어가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한다.

다음은 '와디드' 김배인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Q. 매주 가던 LCK를 쉬게 되니 여유가 생겼을 것 같다. 어떻게 지내고 있나.

1라운드 기간 동안은 정말 정신없이 지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리그가 중단되면서 시간이 많아졌다. 휴가 같은 느낌도 있고 쉴 수도 있어서 좋은 점도 있다. 사실 분석 데스크가 이렇게 스케줄이 빡빡할 줄 몰랐다. 생각 외로 극한직업이더라. 방송 출연 시간은 10분 정도인데, 3시쯤 가서 11시, 12시에 퇴근이라 대기 시간만 7~8시간이 된다. 그래서 누구보다 더 자세히 경기를 볼 수 있었지만, 체력적으로는 조금 힘들었다. 어쨌든 오랜만에 개인 시간을 보내고 부산에 내려온 진 얼마 안 됐다.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있다.


Q. 이번 시즌은 유독 경기가 지루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1라운드 메타는 어땠나?

지루했다. 그렇지만 선수들 잘못은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선수였어도 지금 상황에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 라이엇이 잘못했다고 생각한다. 내 다큐멘터리를 멋있게 만들어줬지만(웃음), 나는 항상 라이엇에 대해 좋게 평가한 적이 잘 없다. 리스크가 너무나 적게 형성된 초반에서 프로 선수들은 안전함이라는 당연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거 같다. PBE를 봐도 안 바뀔 거 같다.

LCK뿐만 아니라 유럽 리그나 북미 리그도 자주 챙겨봤는데, 다 비슷해지고 있는 추세였다. 전반적으로 킬이 안 나오고 지루하고, 해설끼리 잡담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LCK만 유독 재미없는 건 아니다.


Q. 1라운드에 기억나는 대표적인 픽이 있다면?

오른과 세트이다. 항상 오른을 볼 때마다 '답이 없다'라고 말을 많이 했다. 오른과 세트는 챔프의 사기성과 더불어 밴픽에 있어서도 난이도가 높은 챔피언이었다.

아펠리오스의 경우 챔피언 성능 자체는 좋지만, 답변이 쉬운 챔피언이라고도 할 수 있다. 아펠리오스을 주고도 미스 포춘을 가져오면 됐으니까. 그렇지만 오른은 탑을 가기도 하고 미드를 가기도 한다. 세트도 마찬가지다. 그러한 챔피언들이 한 포지션에 고정되어있는 챔피언들보다 더 까다로웠을 거 같다. 밴픽, 심리전, 상대하는 입장에서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고려할 게 많은... 게임 내 자체 성능만 보면 다른 의견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밴픽도 게임의 일부이기 때문에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1. 젠지 e스포츠
상위권 팀 중 가장 깔끔한 경기력


Q. 이제 각 팀에 대해서 얘기해보자. 1라운드에 젠지 e스포츠가 1등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사실 모든 경기력이 완벽했다고 보기 어려웠는데.

선수들이 젠지라는 틀에 맞추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 거 같다. 게임 플레이나 운영에 있어서 젠지의 방식을 보여줬다는 게 마음에 든다. 실제로 경기 시간도 매우 짧았고, 상위 팀들 중에 가장 깔끔한 경기력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롤챔스 시작 전엔 젠지가 스프링 때는 힘을 못 낼 줄 알았다. 나는 베테랑이 있는 팀을 초반에 고평가한다. 신인급 선수들이 있는 팀은 섬머에 기량이 만개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마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무관중이라는 상황이 선수들에게 있어서 적응하는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된 것 같다. LCK가 생각 외로 타 리그에 비해 관중석이 많다. 그러한 부분도 결여되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부분인데 선수들이 이에 관련해 어느 정도 영향을 받지 않았나 싶다.


Q. 서포터의 경우 시즌 초반엔 주로 '켈린'이, 후반엔 '라이프'가 출전했다. 이와 같은 기용이 젠지에게 변화를 준 부분이 있을까?

팀의 의도에 대해서는 나도 정확히 알 수 없다. 단지 LCK 분석 데스크의 분석가 입장에서 보자면, '라이프'가 육각형 서포터가 아니라는 것은 사실이다. 잘하는 부분도 있지만, '한체폿'이라는 타이틀을 붙였을 때 어색한 느낌이 없지 않다. 어떻게 보면 젠지에서 '켈린'과 '라이프'를 선의의 경쟁을 붙인 게 아닌가 싶다.

한국이 이러한 선의의 경쟁을 잘 이용하는 거 같다. 젠지에선 '라이프'를 성장시키고 싶은 마음도 있을 거고, '켈린' 역시 진에어에서 전패를 하긴 했지만 좋은 모습을 보인 것에 높은 점수를 주고 두 선수를 모두 성장시키기 위해 둘 다 기용한 거 같다. 서로 동기 부여가 되었을 것이다.


2. T1
딜러들의 호흡이 계속해서 발전... '페이커'는 더 돌아온 느낌


Q. T1은 작년에 상체가 '칸-클리드'였다. 올해는 '칸나-커즈'다. '커즈'의 경우 이미 증명된 정글러지만, '칸나'는 신인이기에 경기력을 우려하는 팬들도 많았다. 어쨌든 1라운드를 공동 2등으로 끝내며 좋은 성적을 낸 듯한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나 역시 T1이 아주 호성적을 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까지 잘할 줄은 아마 많은 사람들도 몰랐을 것이다. 김정수 감독도 인터뷰에서 탑 영입에 실패했다고 하며 상체에 대해 많은 걱정을 드러냈다. 객관적으로 전력이 밀리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T1은 최고의 선택은 아니지만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말할 수 있다. 개인 방송에서부터 한 다섯 번은 말했다(웃음). 지금 리그가 멈춘 시점, 응급처치를 쓰던 T1의 입장에서는 절호의 찬스가 될 거 같다.


Q. 팀의 주장인 '페이커'의 활약도 돋보였다.

올해는 더 돌아온 느낌이 들었다. 작년엔 성적은 잘 냈지만 미드 라인에 있어서는 다른 많은 미드라이너들의 이름을 '페이커' 대신 댈 수 있었다. 이번 시즌에 실제로 경기를 매우 오랫동안 자세히 본 사람으로서, '페이커'의 플레이를 아주 주의깊게 지켜봤다. 현재 '페이커'는 김정수 감독이 요구한 부분을 확실하게 해내고 있는 것 같다. 물론 못할 때도 있지만 확실히 작년에 비해 저점이 높다.

흔히 미드, 정글을 함께 언급하며 말하는데 '페이커'는 정글이 아닌 '테디'와 묶고싶다. T1 딜러들의 호흡이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다. 한타 때 둘의 포지션이 너무 좋다. '페이커-테디'가 한타 포지션을 제대로 잡고 같이 때렸을 때 지는 모습을 거의 못봤다. '페이커'가 작년에 비해 안정감을 되찾은 게 '테디'의 역할도 어느 정도 있었다고 본다. '테디'의 문제는 국제 대회에서의 모습이었다. 그때는 비원딜이 나오기도 했고 별 챔피언이 다 나왔다. 이번 메타는 오히려 '테디'를 빛나게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3. DRX
탑, 정글의 부진? 오히려 더 발전할 기회가 있는 것


Q. 지난주 '표식'과 재밌는 일이 있었더라(웃음). 본인이 가장 과대평가된 선수로 '표식'을 꼽았는데, 김대호 감독이 그 얘기를 '표식'에게 읊어줘서 화제가 됐다.

내가 개인방송에서 그 얘기를 하고 있을 때, 채팅창에서 '표식'이 슬퍼하고 있다고 많이 올라오더라. 거짓말인줄 알았는데 '케리아'의 방송에 가보니 사실이었다. 기분 나쁠 수 있었음에도 솔직한 마음으로 자아성찰 하는 모습을 보여서 놀라기도 했다. 2라운드 때 꼭 '표식'이 좋은 모습을 보여 인터뷰에서 "'와디드' '롤알못'이다"라고 말했으면 좋겠다(웃음).

그러나 디테일적으로 보면 아직 '표식'이 부족한 부분이 있음엔 분명하다. 그렇지만 피지컬 자체는 현 정글러 중에 가장 육감적이라고 생각한다. 거기에 '뇌지컬'까지 더하게 된다면 정말 무서운 선수가 될 거 같다. 탑 역시 안정감을 찾아야 하고,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런 부분들에 있어서 발전할 여지가 있다는건 DRX가 더 잘할 수 있다는 뜻이다.


Q. 개인 방송에서 '케리아'를 유독 많이 언급하던데.

잘해서 언급했다. 나는 실력으로만 본다. 작년에는 '에포트'를 가장 잘하는 선수라고 생각했다. 이번 시즌은 '케리아'다. 백스테이지에서 개인 화면도 많이 보는데 '케리아'는 그냥 너무 잘한다. 선수 복귀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든 선수다.


4. 아프리카 프릭스
'기인' 원맨팀이 되어서는 안 된다.


Q. 아프리카 프릭스는 여전히 '기인'이 눈에 띈다. 전반적인 팀 평가를 부탁한다.

'기인'도 '기인'이지만 다른 선수들도 활약을 많이 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기인'은 현 LCK 탑에서 가장 잘하는 선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가 탑3에 못들어가는 이유는 미드가 부족해서다. 그래도 마지막 경기에 '플라이'가 라인전 자체는 밀리는 양상이 있었지만, 팀에 잘 융화된 느낌이 들었다. 팀적으로 발전을 한다면 아프리카는 더 강해질 수는 있다. 그렇지만 아프리카라는 '팀'이 아닌 '기인' 원맨팀이 된다면 아프리카는 잘될 수 없을 것 같다.


Q. '기인'외에 다른 라인의 퍼포먼스는 어떠한가?

나는 원래 '미스틱'을 굉장히 잘하는 원딜러로 평가했다. 아프리카에서 '미스틱'을 영입한다고 했을 때 너무 잘한 것 같았다. 정글러는 '스피릿'이 '드레드'보다 낫다고 쭉 생각했는데, 1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드레드'가 증명을 하면서 정글은 두 선수 모두 나쁘지 않은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클리드-비디디'와 비교하면 아프리카 정글이 누구든 미드, 정글이 약해보인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하지만 쓰러질 것 같으면서도 단단하게 미드-정글 호흡을 갖춘다면 아프리카는 더 높은 곳을 향할 수 있지 않을까? 케스파컵 때 처럼 말이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한 선수의 이름이 거론되는 '기인'팀, '미스틱'팀이 된다면 가능성이 없다고 본다.


5. 담원 게이밍
미드, 정글의 날카로움 사라져... '너구리'는 여전히 압도적


Q. 왜 담원은 전과 같지 않나? 작년엔 롤드컵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쳤던 팀인데.

그건 나도 모른다. 1라운드 내내 가장 의아했던 팀이 두 팀이 있다. 담원과 샌드박스다. '왜 못하지?'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멤버가 크게 바뀐 것도 아니고, 실제로 그 이전까지 너무나도 잘하지 않았나. 코치진이 바뀐 영향일까? 시스템이 바뀐 것에 대한 적응의 과정일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확실한 건 작년에 비해 담원의 미드 정글이 갈피를 못잡고 있는 느낌이 든다. 이전까진 담원 상체를 상대하려면 LCK 3대장 정도는 나와야 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하위권 팀과 붙어도 불안불안하다. 이전과는 달리 날카로움이 사라졌다. 그에 반해 '너구리'는 더 잘해진 거 같다. 경기를 보는데 어이가 없었다. 당연히 질 경기였는데 '너구리'가 하이퍼 캐리를 하며 승리하더라.

담원 바텀은 항상 얘기가 나오는 '뉴클리어'가 총알받이라고 생각한다. '뉴클리어'가 평가가 좋지 않지만 그래도 잘해주고 있지 않나 싶다. 바텀은 서포터와 영향력을 분담한다. 담원은 계속 해서 두 선수를 교체 기용하는 상황이었기에 힘든 부분이 있었을 것 같다. 아직 바텀의 호흡이 안돌아온것도 어느 정도 영향이 있다고 본다.


Q. '고스트'의 영입은 담원에 변화를 줄까?

내가 보는 '고스트'는 피지컬과 오더가 좋다. 하지만 멘탈이 약한 선수인 거 같다. 애매하지만 '고스트'가 증명해야 할 거 같다. 담원의 원딜러는 멘탈이 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담원은 상체 팀이다. 다섯 명 다 슈퍼 캐리를 한다고 해서 게임을 쉽게 이기는 것이 아니다. 한쪽이 캐리를 하면 한쪽은 뒤에서 받쳐주며 상대의 공세를 받아내야 한다. 그런 점에 있어서 '고스트'가 멘탈적으로 버텨낼 수 있는지가 담원의 성장의 핵심이 아닐까 싶다.


6. kt 롤스터
아쉬운 부분은 역시 탑


Q. KT는 1라운드 초반에 심각한 부진을 겪다 막바지에 연승을 거뒀다.

나는 시즌 전에 KT에 대해 좋게 평가를 했었다. 이러다 '와펠레' 이미지를 쌓는 게 아닐까(웃음). 어쨌든 신예와 베테랑의 조합이 괜찮을 듯 했다. 그러나 초반에 삐걱거림이 심했다. 바텀이 힘을 많이 못 내준게 큰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 '쿠로'는 꾸준히 잘해줬다. 후반 연승에도 크게 기여했다.

'투신'은 볼 때마다 예전 '힐리쌍'이 생각났다. '힐리쌍'이 고점이 미친듯이 높다. 잘하는 경기는 범접할 수가 없다. 이니시, 포지셔닝, 한타 오더까지 혼자 다 한다. 그러나 내려갈 때는 끝없이 내려간다. 기복이 심하다고 하는 게 맞는 거 같다. 물론 '힐리쌍'보다 '투신'이 잘하는 플레이어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이번 시즌은 기복이라고 할 거 없이 계속 밑으로만 가는 부분들이 있었다. 그러나 이 부분은 같은 서포터 포지션으로서 이해가 간다. '투신'이 팀 내 많은 역할을 부여받았을 것이다. 서포터, 정글이 시야의 핵심이기때문에 전체적인 운영도 '투신'이 많은 부분을 담당했을 것 같다. 너무 많은 것을 하려다 보니 기본적인 것들을 덜 신경쓰게 되지 않았나 싶다.


Q. KT의 탑은 '소환', '레이' 둘 다 좋지 않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동의한다. 케이티 탑은 두 선수 모두 아쉽다. LCK 안에서 제일 하위권이라고 봐도 된다. 계속해서 번갈아가며 교체 기용을 하고 있지만 결국 하는 챔피언은 비슷하다. 세트가 풀리면 세트를 하고, 그 외에는 케넨, 나르를 자주 사용했다. 두 픽은 전형적으로 탑에서 죽지 않고 플레이하다가 한타까지 무난하게 가자는 픽이다. KT는 케넨, 나르를 놔줄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그 챔피언은 웬만큼 잘하는게 아니고서야 한계가 있는 챔피언이다. 나르같은 경우에는 난이도가 높은 챔피언이다. 난이도 쉽고 쎈 챔피언과 조합이 제일 좋다. 굳이 어렵게 돌아갈 필요가 있는가.


7. 한화생명e스포츠
딜러의 부재, 서포팅 라인이 더 돋보여...


Q. 한화생명의 특징은 '딜러의 부재'라고 개인방송에서 언급한 바 있다. 어떤 의미인가?

(기자에게)한화생명의 기사를 쓸 때 어떻게 썼는가? '리헨즈', '큐베', '하루'로 헤드 라인을 강조했을 것이다. 주목받는 라인이 딜러보다는 서포팅 라인들이다. 한화생명은 장기적인 플랜을 보고가는 것 같다. 수술실에 들어갔으면 빠른 시간 내에 수술 결과가 나와야한다. 수술실에 들어간 지 한 달인데 아직도 소식이 없다면... 암담해지지 않을까? 이번 휴식이 한화생명에게 진통제와 같은 시간일 것이다.

만약 한화생명이 시즌 초반에 성적을 보고 갔다면 선수 기용이 달라졌을 거 같다. 나라면 '라바'나 '제니트'로 아펠리오스를 밴하면서 내가 자주 쓰는 용어인 막고 막는 '반창고' 전략을 썼을 거 같다. 그러나 한화생명 '비스타'로 장기적인 플랜을 보면서 포텐이 터지기를 기다린 거 같다.

KT와 마찬가지로 '리헨즈'가 역할이 많을 것이다. 원래 '리헨즈'가 정통파 서포터는 아니다. 남들이 유미를 잘 안할 때도 혼자서 유미하고, 쓰레쉬로 다들 여진들 때 혼자 봉인 풀린 주문서를 들고 게임했다. 사파 서포터라고 할 수 있다. 사파 서포터가 강팀에서는 정말 좋은 핵심 카드로 활용될 수 있지만, 한화생명처럼 리더쉽과 전반적인 지휘가 필요한 팀에서는 '리헨즈'가 자신의 이미지를 많이 놓아야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8. 샌드박스 게이밍
우유부단한 선수 기용


Q. 아까 잠깐 샌드박스를 언급했다. 샌드박스 부진의 이유는 무엇일까? 선수가 많이 바뀌지도 않았고, 오히려 바텀은 상향화됐는데.

나는 샌드박스가 너무 우유부단했다고 본다. 애초에 호흡을 맞춰왔던 '조커'를 계속 쓰거나, 초반에 성적이 잘 안 나오더라도 장기적인 플랜으로 '고릴라'를 기용했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고릴라'를 써도 못 이기네. '조커' 내보낼까?, 몇 번 써보니까 '조커'가 아닌거 같네"하는 게 악영향을 미친 거 같다. 그게 탑 사이드까지 영향을 끼쳤다. 케스파컵 때도 좋은 모습을 보였는데 아쉽다. 나는 샌드박스가 이번 시즌에 잘할 거라고 생각했다.


9. APK
개성 강한 LCK 신입


Q. LCK 신입인 APK의 경기는 어떻게 봤는가?

LCK에 가장 활약하고 있는 와일드 카드 팀이 들어온다면 APK가 아닐까 싶다. 팀의 개성이 강하다. 그 개성을 1라운드 막바지에 좀 보여준 거 같다. 특히 원딜러인 '하이브리드'의 활약이 눈에 띄었다. 지금까지 계속해서 강조하는 게 딜러 라인이다. 경기가 계속 후반으로 가면 결국 딜러 게임이 된다. APK가 계속해서 끈적끈적하게 후반까지 끌 수 있었던 이유가 원딜의 활약이 컸다고 생각한다. 동일한 의견으로 '미아'를 경기에서 많이 보고싶다.


Q. 많이 출전하진 않았지만 '미아'가 확실히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줬던 것 같다.

APK가 당장에 '시크릿'을 기용했다는건 샌드박스처럼 지금 성적을 내기위해 기존의 선수를 활용한 전략인 것같다. 이제 시간이 생겼으니 '미아'가 더 준비할 여유가 생기지 않았을까?


10. 그리핀
미드의 폼이 올라와야 팀이 살아나...


Q. 마지막은 그리핀이다. 아직 2라운드가 시작되진 않았지만, 10위는 확실히 충격적인 결과다.

나도 그리핀이 당연히 중위권은 할 줄 알았다. 탑, 정글, 원딜은 롤드컵 출전과 LCK 결승전 경험이 있다. 미드는 LCK를 우승해본 적 이 있다. 서포터만 신인이다. 하지만 서포터마저 '리헨즈' 밑에서 보고 배웠을 것이다. 이렇게 보면 미친 팀이다. 이 팀이 4위에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

그리핀이 현재 '언럭키' 아프리카가 아닌가 싶다. 사실 '소드'가 맡은바 역할을 생각보다 훌륭하게 해주고 있지만 원맨 캐리가 되는 스타일은 아니다. 한 때 한체정 소리를 듣던 '타잔'은 아무래도 정글러이기 때문에 미드 라인의 영향을 정말 많이 받는다. 그런 부분에 있어 '유칼'과 '내현'이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준 게 부진의 큰 이유 중 하나다. 전형적인 하위팀 미드라이너 느낌이 든다. '유칼'이 진중해진 거 같다. 자신감 있게,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지금의 힘든 시기를 뚫고 이겨내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Q. 그리핀의 밴픽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밴픽은 너무나도 결과론적인 것이다. 크게 문제된 건 담원전 딱 한 판이다. 그 판은 밴픽부터 이길 수가 없다. 그 판만 제외하면 다른 판은 크게 문제가 있진 않았다. 선수들의 호흡이 문제가 컸다. 그리고 밴픽은 선수들이 관여하는 바가 더 크다. 감독이나 코치는 선수들에게 주로 가이드 라인을 제시한다. 그런 부분들에 있어 그리핀 선수들도 어느정도 밴픽에 있어 역할을 분담한다고 생각하기에 지금 성적이 감독, 코치만의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Q. 그리핀의 반등 가능성은 어떻게 보고있나.

가능성 있다. 아프리카 때도 말했듯이 미드가 잘해줘야 한다. 미드의 폼이 올라와야 팀이 살아난다. 몇 번을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을 라인이 미드다. 상위권에 있는 팀들은 모두 미드가 탄탄하다.



Q. 지금까지 롤챔스 1라운드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많은 분들이 어떻게 봐주실지 모르겠다. 커뮤니티 탐방을 많이 하는 스타일은 아니라 잘은 모르겠지만 그래도 분석가로서 반응이 크게 나쁘지 않다는 얘기를 들었다.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런데 발언 수위가 세고 뒤가 없지 않냐는 반응도 있다더라. 나는 내 발언의 수위가 전혀 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스포츠라면 당연한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발언할 수 있는건 지금 내 포지션이 편해서 그런 것이다. 내가 현 선수로서 객원 분석 데스크를 했다면 이렇게 말하지 못했을 것이다. '선수 와디드'가 아닌 '분석가 와디드'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점을 감안해서 봐주셨으면 좋겠다. 어쨌든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다. 더 좋은 콘텐츠로 찾아뵐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모두 건강 유의하시길 바란다.